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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조앤 디디온
관심작가 알림신청Joan Did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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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홍한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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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애는 다르다. 비애는 거리가 없다. 비애는 파도처럼, 발작처럼 닥쳐오고 급작스러운 불안을 일으켜, 무릎에 힘을 빼고 눈앞을 보이지 않게 하며, 일상을 까맣게 지워버린다. 가까운 사람을 잃음으로써 비애를 겪은 사람은 거의 모두가 이런 ‘파도’ 현상을 경험했다고 말한다.
--- p.40 ‘부검’은 받아들일 수 있었지만, ‘부고’ 생각은 아직 해보지 않았다. ‘부검’은 나와 존과 병원 사이의 일이지만, ‘부고’는 그게 정말로 일어났다는 뜻이었다. 나는 그 일이 로스앤젤레스에서도 일어났을까, 하고 생각하면서도 그게 논리적으로 터무니없다는 걸 전혀 느끼지 못했다. 나는 존이 죽은 게 몇 시인지, 로스앤젤레스도 그 시간이 되었을지를 계산해 보고 있었다. --- p.44 이제 안전해, 나는 UCLA 집중 치료실에서 퀸타나를 처음 봤을 때 이렇게 속삭였다. 엄마 왔어. 이제 괜찮을 거야. 퀸타나의 머리 절반은 수술 때문에 짧게 깎여 있었다. 긴 절개 자국과 절개 부위를 봉합하는 금속 스테이플이 보였다. 퀸타나는 기관 내 튜브를 통해서 숨을 쉬고 있었다. 엄마 왔어. 이제 괜찮을 거야. --- p.131 그전까지는 슬퍼하기만 했을 뿐 애도는 하지 못하고 있었다. 비애는 수동적이었다. 비애는 저절로 생겨났다. 그러나 비애를 다루는 행위인 애도는 주의를 집중해야 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는 마땅히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에 관심을 끊거나 생각을 몰아내고 하루하루의 위기를 버텨낼 아드레날린을 새로 끌어 올려야만 할 시급한 이유가 있었다. --- p.192~193 비애는 그곳에 다다르기 전에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장소였다. 우리는 가까운 사람이 죽을 수 있다는 걸 예상하지만(알지만), 상상한 죽음 직후 며칠이나 몇 주가 지난 다음의 삶이 어떠할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 그 며칠이나 몇 주도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다. 죽음이 급작스레 닥친다면 충격을 받으리라고 예상은 하지만, 이 충격이 육체와 정신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혼란에 빠뜨리리라는 건 모른다. 탈진하고 슬픔에 잠기고 미칠 것 같은 심정이 되리라고는 예상한다. 우리는 실제로 미쳐 버릴 것으로는 예상치 않는다. --- p.248 우리는 불완전하고 유한한 존재이고, 외면하려 해도 유한성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복잡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상실을 슬퍼하면서 좋든 싫든 우리 자신을 애도하게끔 되어있다. 우리의 이전 모습을.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자신을. 언젠가는 영원히 사라질 존재를. --- p.261 글을 최종 교정할 때, 내가 저지른 오류가 어찌나 많은지 보고 깜짝 놀랐고 마음이 동요되었다. 잘못 옮겨 적거나 이름과 날짜를 틀리는 등 단순한 실수들이었다. 나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라고, 운동 능력 저하와 스트레스인지 비애인지로 인한 인지 결손의 사례일 뿐이라고 자신을 달랬지만, 그래도 마음이 안정되지 않았다. 내가 다시 정상이 될 수 있을까? 다시 내가 틀리지 않았다고 믿을 수 있게 될까? 왜 항상 당신이 옳아야 해? 존이 말했었다. 당신이 틀렸을 가능성은 생각해 볼 수 없어? --- p.284 |
작가들의 작가, 미국 문학계의 아이콘
수많은 수식어를 지닌 ‘조앤 디디온’의 대표작 『상실』 ‘작가들의 작가’, ‘작가들이 존경하는 작가’라는 말은 작가로서 얻을 수 있는 가장 명예로운 수식어일 것이다. 그리고 글로서 사회를 변화하도록 하고, 대중의 의지를 주도적으로 끌어내는 일은 아무리 유명한 작가라도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조앤 디디온은 바로 그런 작가였다. 그녀는 저널리스트로서 1960년대 뉴 저널리즘의 선구자 중 한 명이었다. 뉴 저널리즘을 통해, 기자로서 단편적인 사실 나열을 벗어나 의견과 주관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저널리즘의 흐름을 만들어 냈다. 현재 뉴 저널리즘은 사그라들었지만, 그녀가 기자의 역할을 시대 변화를 주도하는 작가의 위치로까지 격상시켰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녀는 작가로서 다양한 방면으로 창작 활동을 펼쳤으며, 여러 편의 소설, 논픽션, 시나리오를 썼다. 작가조차 흉내 내고자 할 만큼 개성 있으면서도 완성도 높은 문체를 구사하였다. 그녀의 글을 탐독하는 독자층뿐만 아니라, 그녀의 라이프 스타일까지 선망하는 대중까지 등장하였다. 그녀의 패션뿐만 아니라, 사는 방식마저 추종하는 여성층이 형성되었을 정도였다. ‘미국 문학계의 아이콘’이라는 말도 그녀를 나타내는 수식어이다. 줄곧 그녀의 작품을 출간해 온 펭귄 랜덤 하우스가 2021년 조앤 디디온의 사망을 고(告)하며 이야기한 그녀를 나타내는 또 다른 수식어는 작가로서 그녀를 가장 잘 설명하는 말이기도 하다. ‘미국에서 가장 예리한 작가이자 관찰자.’ 국내 독자들에게는 조앤 디디온의 작품이 대부분 소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조앤 디디온의 생애에 관한 넷플릭스 다큐가 공개되고 유명인들이 그녀의 작품을 추천하여 그녀의 이름이 점차 알려지면서, 그녀의 작품을 찾는 이가 많아졌다. 특히 『상실』이라는 제목은 다수의 독자에게 익숙할 것이다. 2006년에 국내에서 출간되었을 때 먼저 읽어 본 독자들이나 유명인들이 조앤 디디온의 작품 중 특히 이 작품을 추천하면서 입소문을 통해 아직 접하지 못한 독자들에게까지 알려졌다. 이 책의 절판 이후 다수의 독자가 이 책을 찾았다. 그래서 한때 중고 가격이 출간 시 가격의 10배 이상 상승하기도 했다. 그만큼 『상실』의 복간을 많은 독자가 기다려 왔다. 이제 새로운 번역과 디자인으로 독자 여러분에게 선보일 수 있게 되었다. 조앤 디디온의 대표작인 『상실』은 출간 당시 [뉴욕 타임스]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으며, 2005년 전미 도서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얻었다. 그녀는 2013년에 내셔널 휴머니티 메달을 받기도 했다. 이 작품을 다시 출간함으로써, 조앤 디디온이라는 위대한 작가가 더 많은 한국의 독자에게 알려지길 기대한다. 가족을 잃은 상실의 아픔을 이겨내기 위해 발버둥 친 1년간 여정의 기록 『상실』은 조앤 디디온이 남편 존 그레고리 던(John Gregory Dunn)을 갑작스레 떠나보낸 후 약 1년간의 기록을 담은 에세이이다. 그녀는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야 했던 그 시기를 비교적 담담하게 써 내려갔다. 하지만 실상 그 담담함은 그녀가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해 버티며 내보인 일면일 뿐이다. 그녀는 단어 하나, 장소 한 곳 등 계속해서 남편을 떠올리게 하는 것들에 괴로워하면서, 펼쳐 낼 수밖에는 그 생각의 나래를 가감 없이 독자에게 내보인다. 그리고 그녀는 그때 남편이 다시 돌아오리라는 생각에 사로잡혔었음을 밝힌다. 자신이 품었던 그 비현실적인 생각을 그녀는 ‘마법적인 사고’라고 표현한다. 이러한 불안정한 정신 상태를 그녀 자신이 다양한 문헌과 자료를 바탕으로, 객관적으로 분석하고자 노력한다. 그 예리한 분석의 화살이 바로 자기 자신을 향하고 있으니, 보는 이는 그저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 그럼으로써 당시 자신이 품었던 사고의 비정상적인 면과 인간적으로 나약한 모습을 숨김없이 드러낸다. 가족을 잃은 고통으로 나타나는 ‘비애’라는 감정을 분석해 내려고도 한다. 이러한 감정과 그로 인해 나타난 현상의 객관화 노력조차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한 발버둥의 하나임을 독자는 알게 될 것이다. 그러한 객관적인 분석의 시도가 얼마나 처절해 보이는지, 그것을 지켜보는 이는 그저 눈물지을 수밖에 없다. 사무치는 감정을 내보이는 표현보다, 언제까지나 ‘침착한 고객’의 모습을 유지하고자 하는 모습에서 그녀가 느꼈을 고통의 크기가 더 생생하게 느껴진다. 그녀가 느꼈을 감정이 파도처럼 밀려오며 전해져서, 읽는 이의 마음 깊은 곳을 아리게 한다. 끊임없이 떠오르는 남편과의 기억과 비정상적이라고 할 수 있는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작가의 모습을 지켜보며, 독자는 작가의 심정에 이입하여 끝내 비통한 감정마저 들게 될 것이다. 가장 안타까운 마음이 들도록 하는 것은 그 혼란스럽고 고통스러운 감정에 빠져 보내야 했던 시간을 끝내고 싶어 하지 않는 그녀의 울부짖음이다. 고통스러운 상처가 치유되는 것이 아니라, 세월에 따라 점차 통증에 무뎌지는 것에 그녀는 괴로워한다. 그 마법 같은 사고에서 벗어나며, 사랑하는 이를 잊게 되는 것에 괴로워한다. 조앤 디디온은 이 책이 처음 출간된 시기쯤, 딸마저 잃게 된다. 남편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독감 악화로 쓰러진 딸은 회복하는 듯했으나 다시금 병상에 눕게 되었고, 그렇게 세상을 달리했다. 가족을 잃는 고통을 겪어보지 못한 이는 그 감정을 제대로 알 수도, 이해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것은 단순히 ‘비애’, ‘비통’이라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일 것이다. 다만, 그러한 순간이 찾아오게 될 때 어떠할지, 이 작품을 통해 생각해 볼 수는 있을 것이다. 결국, 누구나 겪을 수밖에 없는 그 순간의 감정을 조금이나마 헤아려 볼 수는 있을 것이다. 나는 그 순간을 어떻게 이겨내야 할까? 어떻게 운명을 받아들이고, 자기 자신을 잃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까? 어떻게 비애의 강을 건너 진정한 애도에 접어들 수 있을까? 이 작품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소소한 답이나마 찾을 수 있으리라. 추천사 생생하고 예리하여, 기억에 남는 책이다. 개인적인 두려움과 슬픔에 대한 정확하고 솔직한 기록이다. -로버트 핀스키(Robert Pinsky), [뉴욕 타임스 북 리뷰] 놀랍도록 솔직하고 상세하다. 상실로 인한 슬픔을 초상화 그리듯 생생하게 담았다. -미치코 카쿠타니(Michiko Kakutani), [뉴욕 타임스] 그녀의 이 책 말고는 반드시 읽어야 할 다른 책이 떠오르지 않는다. 이 책을 읽지 않고 죽는다는 건 상상할 수 없다. -존 레너드(John Leonard), [뉴욕 리뷰 오브 북스] 가슴 시리도록 아름답다. 우리는 디디온을 초자연적이라고 할 만한 침착함, 비교할 수 없는 부조리에 대한 안목, 그리고 오웰적인 허세에 대한 혐오감 표출 때문에 존경하고 사랑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녀가 그러한 비판적인 시선을 자신에게 향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감동적이면서도 고통스럽고 대단히 가슴 아픈 경험이다. -기디언 루이스-크라우스(Gideon Lewis-Kraus),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완벽한 문학적 용기의 행위, 명확함으로 유명한 작가가 우리에게 자기의 마음이 슬픔으로 흐려지는 것을 지켜보게 해주는 것…. 그녀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그녀의 독특한 결혼 생활의 반짝이는 초상을 불러온다. 자기의 슬픔을 진실하게 표현하려고, 디디온은 우리에게 그녀가 잃어버린 것을 보여준다. -레브 그로스먼(Lev Grossman), [타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