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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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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2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488쪽 | 494g | 140*210*30mm
ISBN13 9788954691673
ISBN10 8954691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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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미국을 뒤흔든 2022년 올해의 소설] 1920년대 윌 스트리트의 성공 신화를 쓴 앤드루 베벨과 그의 아내를 둘러 싼, 치밀하게 짜인 네 가지의 이야기. 소설-자서전-회고록-일기라는 다층 서술로 돈과 권력으로 왜곡된 현실 속의 진실을 조명해냈다. 2022년 커커스상 수상 및 부커상 후보작품. - 소설/시 PD 김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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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자족적으로 살아왔다는 점을 자랑으로 삼던 사람이 문득 세상을 완전하게 만드는 건 친밀함이라는 걸 깨달으면, 친밀함은 참을 수 없는 짐이 될 수 있다. 축복을 발견하면 그 축복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끼게 되니 말이다. 그런 사람들은 자신에게 과연 행복을 다른 사람에게 맡길 권리가 있는지 의심한다. 사랑하는 상대가 자신의 숭배를 지루하다고 느낄지 모른다고 걱정한다. 상대에 대한 갈망이 그들로서는 직접 확인할 수 없는 일그러진 표정으로 드러났을지 몰라 두려워한다. 그리하여, 그들은 이 모든 의문과 걱정의 무게에 허리가 굽어져 자신의 내면을 보게 되고, 동반자 관계에서 새로 발견한 기쁨 탓에 이제는 떨쳐버렸다고 생각했던 고독을 더욱 깊이 표현하게 된다.
--- p.69

사람들은 대부분 각자가 승리에 있어서는 적극적 주체이지만 실패에 있어서는 수동적 객체일 뿐이라고 믿고 싶어한다. 승리하는 건 우리지만, 실패하는 건 우리가 아니다―우리의 통제력을 벗어난 힘 때문에 망가지는 것뿐이다.
--- p.88

헬렌이 그를 돌아보았다. 그녀의 얼굴은 적막한 폐허와도 같았다. 무언가 망가지고 버려졌다. 존재가 소진되었다. 그녀의 눈은 벤저민을 보지 않았다. 그저 벤저민이 안쪽의 잔해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존재하는 것만 같았다. 벤저민은 허리를 숙이고 그녀의 그을린 이마에 입을 맞춘 뒤 그녀가 무척 용감했다고, 잘해냈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가 미소 짓고 있는 것이기를 바랐다.
--- p.135

“돈은 공상적인 상품이야. 돈은 먹을 수도, 입을 수도 없지만 세상의 모든 음식과 옷을 나타내지. 그래서 돈이 허구라는 거야. 바로 그 점 때문에 돈은 우리가 다른 모든 상품의 가치를 매기는 척도가 된다. 무슨 뜻이냐고? 그 말은 돈이 보편적 상품이 된다는 거야. 하지만 기억하거라. 돈은 허구야. 순전히 공상적인 형태의 상품이지, 그렇지? 금융자본은 더더욱 그래. 증권, 주식, 채권 같은 것들. 강 건너의 저 노상강도들이 사고파는 것에 뭐든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니? 아니. 아니, 그렇지 않아. 증권이나 주식 같은 그 모든 쓰레기는 그저 미래 가치에 대한 주장일 뿐이야. 그러니까 돈이 허구라면 금융자본은 허구의 허구인 거지. 저 범죄자들이 거래하는 건 그것뿐이다. 허구.”
--- pp.248~249

“내 일은 정답을 맞히는 거야. 언제나. 조금이라도 틀리면, 나는 모든 수단과 자원을 동원해서 내 실수가 더이상 실수가 아니게 되도록 하네. 현실을 조정해서 내 실수에 맞도록 구부리지.”
--- p.305

그 남자들 각각의 개인적인 특징은―카네기의 자족적인 독실함, 그랜트의 근본적인 품위, 포드의 딱딱한 실용주의, 쿨리지의 수사적 검약 등등―당시 내가 생각하던 그들 모두의 공통점 앞에 무너져내렸다. 즉, 그들은 모두 아무런 의심 없이 자신의 이야기는 들을 가치가 있다고 믿었다. 자신들의 말이 누군가의 귀에 들어가야 마땅하다고, 자신들의 결점 없는 삶에 관한 이야기는 반드시 전해져야 한다고. 그들 모두가 내 아버지에게 있던, 바로 그 흔들리지 않는 확신을 품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것이야말로 베벨이 글로 옮기고 싶어하는 확신이라는 걸 알았다.
--- p.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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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퍼즐처럼 연결된 네 개의 이야기가 있다. 소설 속의 소설, 자서전, 회고록, 일기. 이 이야기들은 각기 다른 화자의 욕망에 따라 때로는 진실을 때로는 거짓을 담보한다. 나는 규칙에 따라 퍼즐을 맞추듯 소설을 읽었다. 절대 속지 않으리라 다짐했으나 각각의 이야기에 걸려 넘어졌으며 마지막에는 내가 읽은 모든 것을 의심하기에 이르렀다. 『트러스트』는 광란의 시대라 불리는 1920년대 미국의 금융시장과 결혼생활에 대한 이야기다. 부와 성공이라는 신화, 돈과 사랑이라는 허상, 그리고 남편과 아내라는 역할. 작가 에르난 디아스는 우아한 춤을 추듯 그 사이를 빠져나가며 우리에게 무엇을 믿느냐고 되묻는다. 지독히 현실적이면서 놀라울 만큼 환상적인 소설이다.
- 정한아 (소설가)
라쇼몽식 서사는 이제 익숙한가? 이 소설을 읽으면 달리 생각하게 될지도 모른다. 작가는 다층 서술을 종횡으로 구사하여 먼저 외로웠던 한 인물의 초상을 보이고, 동시에 다른 각도에서 각종 ‘트러스트’들을 살핀다. 내러티브에 대한 믿음, 가족과 연인 사이의 신뢰, 고용주의 신임, 신탁 재산, 1929년 월 스트리트 대폭락을 불러온 제도, 금융이라는 추상적인 구조에 대한 신용까지. 진실은 우리의 믿음 안에서 만들어지는 것일까, 밖에 놓인 것일까. 믿음 그 자체가 현실이라면, 믿음을 조정하고 구부리는 일에 나서야 하는가, 혹은 막아야 하는가. 깊고 지적인 질문을 매끄러운 이야기에 담아낸 솜씨에 찬사를 보낸다.
- 장강명 (소설가)
에르난 디아스는 내러티브의 천재다. 폭넓은 이야기를 하는 동시에 문장들은 힘있고 유연하다. 『트러스트』는 절묘하고 여유롭게 독자적인 세계와 캐릭터를 구축했다. 정말이지 반짝이고 심오하고 감동적인 소설이다.
- 로런 그로프 (소설가)
에르난 디아스는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전능하면서도 비실재적 물질로서 돈이 얼마나 이상한 존재인지 깊이 이해하고 있다. 그의 소설 『트러스트』는 경이와 지식과 미스터리로 반짝인다. 플롯은 아르 데코 기하학처럼 날카롭고 초현실적인 반면 그 구조 안에는 지독하게도 현실적인 인물들이 존재한다. 아주 고전적이면서 아주 독창적이며, 발자크와 보르헤스가 모두 자랑스러워할 만한 소설.
- 레이철 쿠시너 (소설가)
과거 뉴욕을 배경으로 펼쳐지지만 오늘날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를 이야기한다. 돈, 권력, 계급, 부부 사이의 그리고 부모 자식 간 관계, 인간사에서 신뢰와 배신이 맡고 있는 역할. 선택한 주제에 대한 작가의 전개는 매우 통찰력 있다. 영리하게 구성되고 놀라움이 풍부한 이 훌륭한 소설은 아름답게 구성된 모든 페이지에 진지한 아이디어와 진지한 즐거움이 가득하다.
- 시그리드 누네즈 (소설가)
멋진 퍼즐 같은 이 소설은 계속해서 시점을 바꿔가며 20세기 초 어느 가문이 소유했던 대단한 부의 시작에 대해 다른 이야기들을 펼쳐나간다. 훌륭하고 인상적인 재능으로 써내려간 소설로 페이지마다 긴장감이 넘쳐나 독서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에르난 디아스는 다시 한번 미국의 신화를 해체하고 우리가 스스로에게 하는 거짓말에 대해 곱씹게 해주었다.
- 조앤 실버 (소설가)
희귀한 보석 같은 책. 아름다운 문장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놀랍다. 세상이 소란한 가운데 나는 소파에 웅크리고 앉아 디아스의 탁월함에 빠져든 채 며칠을 통째로 보냈다.
- 재클린 우드슨 (소설가)
레이어가 겹겹이 쌓인 절묘한 소설. 이야기 속에서 이야기가, 그 속에서 또 이야기가 펼쳐진다. 우아하게 쓰인, 탁월한 작품.
- 록산 게이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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