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2년 03월 28일 |
---|---|
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276쪽 | 358g | 128*194*20mm |
ISBN13 | 9788936434595 |
ISBN10 | 8936434594 |
발행일 | 2022년 03월 28일 |
---|---|
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276쪽 | 358g | 128*194*20mm |
ISBN13 | 9788936434595 |
ISBN10 | 8936434594 |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 불꽃 새로 쓴 작가의 말 작가의 말 수록작품 발표지면 |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만났기에 개정판인 이 도서를 만났다. 작품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기에 다소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면서 작품을 읽었던 시간이었다. 가족이라는 집단을 구성하는 우리들은 얼마나 서로를 알고 있을까? 부부, 부모와 자식, 형제들은 얼마나 서로를 이해하는 집단일까? 이 작품의 친정아버지가 결혼한 딸에게 빰을 때리는 장면은 영혜라는 딸에게 일어나는 많은 일들을 설명하기 시작한다. 베트남 참전용사인 친정아버지. 그의 자랑하는 모습과 딸들에게 보여준 폭력성과도 연결이 되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뺨을 맞고, 폭력에 무방비하게 노출되었던 두 자매를 계속 부여잡으면서 작품을 다시 이해하는 시간을 가지게 한 소설이다.
영혜의 긴 시간들을 차분히 떠올려보게 한다. 성장기와 결혼생활, 그녀의 표정과 말까지도 우리는 떠올려보게 한다. 그녀가 채식주의자가 된 이유, 남편이 아내인 영혜를 타인처럼 거리를 두기 시작한 병원에서의 모습까지도 기억하게 한다. 사건이 일어나서 병원으로 실려간 그날 영혜는 철저하게 혼자였음을 작품은 짚어준다. 부모도, 남편도, 형제들도 영혜의 식습관에 이해보다는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강요하며 억압하는 모습이 폭력적으로 일어나는 날이었다.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는 것에, 이유에 대해서도 사회가 보는 시선은 부드럽지 않았다는 것을 자주 만나게 된다.
남편이 아내를 바라보는 시선과 관점도 자기중심적인 모습이었다. 사랑하니까, 함께 여생을 보내고자 하는 결혼이 아닌 결혼생활이 얼마나 건조한 것인지 이 작품의 부부을 보면서 느끼게 한 작품이기도 했다. 언니 부부의 모습에서도 놀라움과 실망스러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남편의 무책임한 행동들은 아내와 자식에게도 서슴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감정을 끝없이 숨기면서 인내하는 아내의 모습도 위태롭기까지 했다. 아들이 꿈을 꾸고 나서 엄마품에서 우는 날 그녀가 아침에 보여준 모습들. 두 자매의 외줄타기 곡예는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것인지 생각해 보게 한 작품이었다. 영혜의 모습이 곧 자신의 모습이라는 것을 인지한 언니의 삶도 아프게 그려지는 소설이었다. 아이가 아빠가 집에 있냐는 질문에 그녀가 아이에게 대답하는 대화도 결코 가볍지가 않았던 장면이었다.
우리집에 아빠 있어? 아이가 아침마다 던졌던 질문.
없어. 아무도 없어. 너랑 엄마만 있는 거야. 언제까지나 그럴 거야. 196
자신의 삶을, 인생을 살아본 적이 없다는 것과 견뎌왔다는 것은 어떤 것인지 짐작해 보게 된다. 두 자매의 인생이 얼마나 고단했을지 생각하게 한다. 썩어서 문드러진 시체 같은 꿈속의 얼굴이 곧 자신이었다는 영혜의 말은 큰 웅덩이가 된다. 육체만 있을 뿐 영혜는 이곳에 있지 않다. 그녀가 꾼 꿈들의 얼굴들과 언니가 꾸는 꿈속의 자신의 얼굴도 상징적으로 전달된다.
썩어서 문드러진 시체 같은, 피투성이일 때도 있고, 아주 낯익은 얼굴, 낯선 얼굴... 달랐던 꿈속의 얼굴 171
유독 꿈이 자주 등장한다. 그리고 타인의 시선들과 인물들의 눈이 자주 등장한다. 작품은 사회가 강직하게 보여주는 문화와 규율, 규범, 당위성, 타인의 시선과 시기와 의심, 혐오들이 얼마나 폭력적인지 촘촘하게 등장시켜준다. 무책임하고 방관하는 가족들의 모습들도 놓치지 않는다. 이해하는 모습은 찾을 수 없고, 정신병원에 넣은 사람이 가족이었다는 점도 놓치지 않는다. 강압적이고 폭력적으로 치료하는 모습이 최선이었는지도 질문하게 된다. 육식을 강요하는 가족의 모습들, 채식을 하는 사람에게 보내는 시선은 호의적이지는 않는 모습이 작품에 흐른다. 나와 다른 선택을 하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배타적인지 사회인지도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텅 빈 두 눈 129
사막같은 얼굴 127
정신병원 가지요? 버스 승객들 시선. 의심과 경계, 혐오와 호기심이 얽힌 그들의 시선 181
오랫동안 혼자여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단단한 시선 181
눈에서 빛이 꺼진 것 228
그녀의 눈길은 어둡고 끈질기다. 268
아무것도 담기지 않은 시선. 어린아이가 아니면 가질 수 없는, 모든 것이 담긴, 그러나 동시에 모든 것이 비워진 눈... 아무것도 눈동자에 담아본 적 없는 것 같은 시선. 177
주변의 시기와 험구 160
꽃, 나무, 숲, 비. 물구나무를 서는 영혜의 세상은 동물의 세계가 아닌 식물의 세상이었다. 뿌리가 되고 잎이 나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비를 맞고 땅으로 흡수된 것이 나무에 흡수되는 순환의 세상이었던 영혜가 진정 원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알게 되었다. 그래서 아프게 그려지는 고통이었다. 누구도 영혜를 헤아려주지 않았고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 그녀의 아픔은 긴 시간 속에 새겨진 가족이 그려낸 것들이었다. 어린 시절 좋아했던 자두, 복숭아, 수박까지도 거부한 그녀의 고통과 분노, 아픔은 계속되고 있었던 것이다. 정신병원에서도.
'새로 쓴 작가의 말'을 연거푸 되새기면서 읽었던 작품이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만큼이나 이 작품을 기억할 것 같다. 믿고 읽었던 작가의 소설이었다. 수위가 높아서 다소 놀라웠지만 한글이 그려내는 문장의 전달력에 또 한 번 감동하면서 마지막까지 작가의 의도를 이해하려고 노력한 시간들과 작품성에 놀라워하면서 읽은 소설이었다.
잔인한 무책임의 죄. (아이꿈. 엄마새. 그날의 새벽.남편의 무책임 ) 266
(남편) 전부를 걸고, 전부를 잃었다 264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는 어렸을 때 친구에게 처음 선물 받아 펼쳐보았던 책으로, 그 당시 부커상을 수상하여 막 유명해진 참이었다. 그땐 페미니즘이란 단어조차 몰랐던 때였고, 다독을 하는 편도 아니었기 때문에 1부는 물 흐르듯이 문장만 넘겨 읽었고 2부는 문장을 넘어오는 역겨움 때문에 채 읽지 못했다. 책을 덮은 후에는 어느 구석에 처박아 두고 잊어버렸던 것 같다. 그 포르노적인 묘사가 얼마나 불쾌했는지, <채식주의자>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마다 뜻 모를 거부감이 피부를 타고 올라오더라. 그러다가 문득, 다시 읽으면 어떤 느낌이 들까 궁금해졌다. 내용이 역겹다던 감상은 나의 무지에서 비롯된 것일까? 6년 전보다 아는 것도, 느낀 것도 많아진 지금 읽으면, 조금은 다른 이해를 하게 될까?
결론을 말하자면, 여전히 내용은 역겹고 불쾌했다. 그런데 전과 다른 점은, 그 불쾌함의 원인이 명료해졌다는 것이다. 영혜의 말을 듣지도, 이해하지도 못하고 무조건적인 순응을 강요하는 그의 가족이나, 그를 이해해 보려 한 적도 없으면서 전과 다른 낯선 면을 발견한 양 놀라던 남편이나, 그를 이해하는 것처럼 행동하며 본인의 추악한 욕망을 실현하려 애쓰던 그의 형부가, 불쾌함의 원인이었다.
1부와 2부가, 그러한 불쾌함을 자아내는 인물들의 시선에서 진행된다는 점이, 그럼으로써 이해할 수 없는 영혜의 행동이 제멋대로 해석된다는 점이, 오히려 현실을 극도로 사실적으로 그려냈다고 생각한다. 영혜를 미쳐가는 사람으로 여기는 남편의 시선과 본인의 예술적 욕망을 실현시켜줄 뮤즈로 여기는 형부의 시선은 전부 그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맴돈다. 인혜의 시선에서 진행되는 3부의 마지막에서야 결국, 영혜의 숨죽인 몸부림은 조금이나마 이해받는다.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인혜도 영혜와 같이 손찌검을 맞는 딸이었고, 수레에 매달린 개였으며, 이해받지 못하나 그 어떤 것이든 감내해야 했던, 식물과도 같은 삶을 살아온 사람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만 보였던 세상이 누군가의 피와 눈물로 쌓아올려진 제단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을 때, 제정신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다들 이렇게 사는 줄 알았는데, 그래서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살아남아 보려고 발버둥 쳤는데 그것마저 한계에 다다랐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껏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사는 흉내만 내고 있던 거라면, 제대로 살아보고 싶은데 흉내만 내느라 진짜로 세상을 살아간다는 게 어떤 것인지 알지 못한다면. 그런 삶이라면, 짐승처럼 포효하느니 속으로 움츠러들어 흙과 하나가 되고 싶어지는 것일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지만, 끝까지 완독하기 너무 힘들었다. 이해받지 못하는 영혜에게 쏟아지는 모질고 냉정한 시선들, 폭력적인 시선들이 문장을 넘어 나를 관통하는 느낌이었다. 어떻게든 그를 자신의 이해 범주에 넣으려는 사람들의 행동은 숨이 막히고 맥이 빠지는 것들이었다. 현실의 몰이해와 손가락질이 그대로 재현되는, 허구의 것일 텐데도 결코 허구 속에서 머무르지 않는 감각들을 그대로 받아내는 건 참 고된 일인 것 같다.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라는 문장이 발화되는 순간 '제정신'이 아니라는 시선이 따라붙는 건 언제쯤 바뀔까.
숲노래 책읽기 2022.12.17.
인문책시렁 271
《채식주의자》
한강
창비
2007.10.30.
《채식주의자》(한강, 창비, 2007)를 읽고서 몇 가지를 느꼈습니다. 첫째, ‘글쓰는 순이(여성)’가 돌이(남성) 마음을 섣불리 옮기려 하는구나 싶더군요. 예전부터 ‘글쓰는 돌이’도 순이가 어떤 마음인지 제대로 모르는 채 함부로 쓰는 버릇은 매한가지입니다. 그동안 숱한 글꽃(문학)이 ‘순이를 모르는 돌이 눈높이’로 휘갈겼다면, 거꾸로 ‘돌이를 모르는 순이 눈길’로 똑같이 휘갈긴다면, 그저 갈라치기나 싸움만 이룹니다.
둘째, 영어를 한글로 옮긴 글인지, 영어로 옮기기 좋게 쓴 한글인지 잘 모르겠더군요. 글결은 우리말씨가 아닌 옮김말씨(번역체)입니다. 한글로 적는다고 해서 다 ‘우리글꽃(한국문학)’이라고 아우를 수 있을는지 아리송합니다. 2000년 무렵까지 웬만한 우리글꽃은 ‘무늬만 한글’이 아닌 ‘속살로 우리말’이라는 얼개를 다스리면서 글빛을 밝혔다면, 2000년을 넘어선 뒤부터는 ‘무늬도 한글 같지 않’은데다가 ‘속살마저 일본말씨에 옮김말씨가 범벅인 글멋을 부리는 길’로 확 기울었습니다.
셋째, 풀밥이건 고기밥이건 맛없게 지으면 맛없고, 맛있게 지으면 맛있습니다. 풀밥차림이 맛없어야 할 까닭이 없고, 맛없지 않습니다. 오늘날 이 나라를 가볍게 비아냥대거나 나무라면서, 또 ‘채식주의’인 사람들까지 슬며시 비웃거나 타이르면서 ‘순이돌이하고 얽힌 서울살이 쇠사슬’을 옮기는 듯한 줄거리이기는 한데, 언제까지 ‘막장 연속극’ 같은 판을 깔아야 할까 아리송합니다. 2007년 아닌 2017년에도 ‘집안일 안 하는 돌이’가 많습니다만, 2007년뿐 아니라 1997년에도 ‘집안일을 하고 바깥일을 끊은 돌이’가 꽤 있었습니다. 글꽃(문학)은 우리 어떤 살림자리를 옮겨서 앞으로 어떤 살림꽃으로 피우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을 노릇일까요? 글꽃이란 무엇일까요?
사람들 스스로 차츰 바꾸어 나가는 터전입니다. 다만, 사람들 스스로 바꾸어 나가더라도 끝까지 안 바꾸려고 버티는 무리가 있어요. 글꽃은 ‘끝까지 안 바꾸려고 버티는 무리’를 쳐다보면서 그런 줄거리를 담는 삶일까요? 아니면, 글꽃은 먼저 스스럼없이 나서면서 바꾸어 나가는 삶하고 어깨동무하는 길일까요?
끝까지 안 바꾸는 사람을 나무라기란 ‘매우 쉽’습니다. 이슬받이처럼 첫길을 열기란 ‘매우 어렵’겠지요. 우리글꽃은 매우 쉬운 길만 풀어놓으면 그냥그냥 읽히고 팔리는 판인가요? 우리글꽃은 첫길을 이슬빛으로 나아갈 만한 새글일 수는 없을까요?
온누리를 아름답게 바꾸려면, 남이 아닌 나부터 아름답게 말·넋·삶을 바꿀 노릇입니다. 나라지기를 거꾸러뜨리거나 둘레(사회)만 바꾸더라도 나부터 안 바뀌었으면 늘 도루묵입니다. 나부터 바꾸어 나가기에 나라나 둘레가 어수선하더라도 우리 스스로 한 줄기 들풀로 돋아서 한 송이 꽃으로 피어나면서 천천히 바꾸어 냅니다.
ㅅㄴㄹ
그런데 이제 아내가 차려놓은 식탁은 무슨 꼴인가. 비스듬히 의자에 앉은 아내는 한눈에도 맛없어 보이는 미역국을 입에 떠넣고 있었다. 밥과 된장을 상추에 싸서 볼이 불룩하게 넣고 씹었다. (22쪽)
“뭐가 문제야?” “피곤해.” “그러니 고기를 먹으라고. 고기를 안 먹으니 힘이 없지. 전에는 이러지 않았잖아.” “사실은.” “뭐?” “…… 냄새가 나서 그래.” “냄새?” “고기냄새. 당신 몸에서 고기냄새가 나.” 나는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방금 못 봤어? 나 샤워했어. 어디서 냄새가 난다는 거야?” 그녀의 대답은 진지했다. “…… 땀구멍 하나하나에서.” (24쪽)
다음 음식은 깐풍기였고, 그다음 음식은 참치회였다. 모두가 먹는 동안 아내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작은 도토리알 같은 유두를 블라우스 속에서 뚜렷이 내민 채, 거기 모인 사람들의 입술과 그 움직임을 샅샅이, 빨아들이듯 지켜보았다. (33쪽)
처형이 달려들어 장인의 허리를 안았으나, 아내의 입이 벌어진 순간 장인은 탕수육을 쑤셔넣었다. 처남이 그 서슬에 팔의 힘을 빼자, 으르렁거리며 아내가 탕수육을 뱉어냈다. 짐승 같은 비명이 그녀의 입에서 터졌다. “…… 비켜!” (51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