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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탄탱고

사탄탱고

[ 표지 레드/블랙 2종 中 랜덤 발송, 양장 ] 알마 인코그니타이동
리뷰 총점9.3 리뷰 7건 | 판매지수 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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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각국소설 top20 7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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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5월 09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412쪽 | 562g | 130*213*30mm
ISBN13 9791159921445
ISBN10 115992144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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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춤의 순서)

I
1 그들이 온다는 소식
2 우리는 부활한다
3 뭔가 안다는 것
4 거미의 작업 I
5 실타래가 풀리다
6 거미의 작업 II 악마의 젖꼭지, 사탄탱고

II
6 이리미아시가 연설을 하다
5 되돌아본 광경
4 천국의 비전인가, 환각인가
3 다른 방향에서 본 광경
2 그저 일과 걱정 뿐
1 원이 닫히다

해설: 조원규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그는 슬픈 기분으로 불길한 하늘과 메뚜기 떼가 휩쓸고 간 지난여름의 잔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홀연 그는 환영처럼 아카시아 가지 위로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마치 시간이 움직임 없는 영원의 원 속에서 유희를 벌이고 혼돈의 와중에 귀신이 재주를 피우듯 기상천외한 망상을 진짜로 믿게 하려는 것 같았다…. --- p.14~15

“그들은 1년 반 전에 죽었는데. 1년 반 전이라고! 누구나 그렇게 알고 있어. 그런 사실을 가지고 장난치면 안 되지. 속임수에 넘어가면 안 돼! 이건 덫이야. 알겠어? 덫이라고!” 후터키는 듣고 있지 않았다. 벌써 외투의 단추를 잠그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제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가는 걸 보게 될 거야.” 한 치의 의심도 없는 확신의 목소리로 그가 말했다. 후터키는 이미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슈미트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그는 말했다. “이리미아시는, 위대한 마법사라네. 마음만 먹으면 소똥으로 성을 지을 수도 있지.” --- p.35

“그자들은 여전히 더러운 의자에 주저앉아 저녁마다 감자 요리나 먹으면서 세상이 왜 이 모양인지 의아해하고 있을걸. 의심에 가득 차 서로를 감시하고 조용한 방에서 큰 소리로 트림이나 하고. 그리고? 기다리는 거지.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끝도 없이 기다리다가, 누군가 자기들을 속인 게 분명하다고 생각하겠지. 돼지를 잡는데 혹시 뭐 주워 먹을 거라도 떨어질까 싶어 바닥에 배를 댄 채 도사리고 앉아 기다리는 고양이처럼 말이야. 그자들은 옛날 성에서 시중을 들던 때와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어. 주인은 벌써 머리에 총알을 박고 자살했는데, 저자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시체 주위에서 우왕좌왕하는 거야….” --- p.71

그는 모든 것을 주도면밀하게 관찰하고 기록하기로 마음먹었다. 아무리 하찮은 세부라도 놓쳐선 안 되었다.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고 간과하는 것은 몰락과 질서 사이에 놓인 흔들리는 다리 위에 아무런 대책 없이 서 있다고 고백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담배 부스러기나 야생 거위가 날아간 방향이나 별 뜻 없어 보이는 사람들의 행동 같은 것들도 그 연결을 집요하게 추적하고 관찰해야 했다. 그래야만 자신도 어느 날 갑자기 흔적 없이 사라져서 저 끊임없이 무너져가는 질서의 말 못할 포로가 되지 않을 수가 있는 것이다. --- p.88

끝나가는 시월의 밤은 고유한 리듬을 갖고 있었는데, 그것은 말이나 상상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어떤 질서에 따라 나무들을, 비와 진창길을, 노을과 서서히 내려앉는 어둠을, 피로하게 움직이는 근육을, 정적을, 구부러진 길과 풍경을 두들겼다. 머리카락은 무리하게 움직여야만 하는 몸과는 다른 리듬을 따랐고, 성장과 몰락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나아갔다. 그럼에도 수없이 두들기고 되울리는 한밤의 소리들은 짐짓 절망을 가리는 한 가지 효과를 거두고 있었다. 한 장면 뒤로 불현듯 또 다른 것이 모습을 드러내고, 눈에 보이는 경계를 넘어서면 현상들은 서로 관련이 없어졌다. 마치 영원히 닫히지 않는 문처럼, 틈이, 균열이 있었다. --- p.132

불행은 너무나 오랫동안 그들을 비켜 가는 법이 없었기 때문에 후터키 역시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슈미트의 요지부동한 태도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이리미아시가 모든 상황을 감당할 수 있으리라고 믿는 맹목적인 희망 자체가 그 어떤 가능성들보다 더 값지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오직 이리미아시에게만 농장 사람들이 포기하여 내버린 일들을 다시 건져 올릴 능력이 있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얼마 되지도 않는 돈인데, 그걸 갖지 못하게 된 게 무슨 대수랴? --- p.195

아코디언의 비단결 같은 곡조를 타고 거미들이 마지막 공격을 감행했다. 거미들은 술병과 유리잔, 찻잔과 재떨이에 느슨하게 거미줄을 드리웠고, 테이블 다리와 의자 다리를 가느다란 실로 은밀히 연결했다. 마치 눈에 띄지 않게 그물망을 쳐서 미세한 움직임과 소리라도 즉각 감지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것처럼. 거미들은 잠자는 사람들의 얼굴과 다리 그리고 손에도 거미줄을 쳤고, 그런 뒤에 번개같이 은신처로 퇴각하여 거미줄이 미세하게라도 흔들릴 때를 기다리다가, 그러다 다시 거미줄을 칠 채비를 했다. --- p.228

잠을 자지 못한 근심 어린 눈들에 눈물이 배어 앞이 흐려졌고, 그의 마지막 말을 듣는 순간 사람들의 얼굴에는 갑작스럽고 은밀하며 불안정하지만 억제할 수 없는 어떤 안도의 표정이 어렸다. 여기저기서 짧은 탄식들이 터져 나왔다. 그것은 참을 수 없는 재채기와도 같은 것이었다. 그들이 몇 시간 동안 내내 기다려온 것이 바로 “현재보다 합당한 여러분의 미래”라는, 마음을 해방시켜주는 말이었던 까닭이다. 실망스러운 기색이었던 이리미아시의 눈빛은 어느샌가 신뢰와 희망, 믿음과 열정 그리고 결연함을 담고서 점점 강철 같은 의지를 발산하고 있었다. --- p.253~254

그는 처량하리만치 누추한 방 안을 둘러보았다. 그는 자기가 이곳을 떠나지 못하도록 가로막아온 것이 무엇인지를 돌연 깨달았지만, 그 순간의 명료함도 사라지자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게 되었다. 지금껏 머물러 살 용기가 없었던 것처럼, 지금도 떠날 용기가 없었다. 짐을 싸면서, 그는 모든 가능성을 도둑맞고 하나의 덫에서 빠져나와 또 다른 덫에 걸릴 것만 같은 예감에 휩싸였다. 그는 기계실과 농장에 갇힌 죄수였지만, 이제는 미지의 위험에 자신을 맡기려 하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문을 여는 법도 모르고 창문으로 빛 한 줄기 들어오지 않는 어떤 날을 두려워했다면, 이제는 영원한 미지의 수인(囚人)으로서 지금껏 가졌던 것마저 스스로 잃도록 만들었다. --- p.271

“그물 조직이야, 처진 귀!” 페트리너가 귀를 쫑긋하고 들었다. “이제 알겠나?” 둘은 걸음을 멈추고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리미아시는 몸을 약간 숙이듯이 앞으로 내밀고 있었다. “이리미아시의 전국적인 네트워크 말일세. 이제 그 머리로도 좀 알겠어? 어디서든 작은 움직임이 있으면 즉시….” 페트리너의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처음엔 희미한 미소가 얼굴에 떠오르더니, 이윽고 단추 같은 눈이 반짝였고, 흥분한 나머지 나중엔 귀까지 붉어졌다. 그의 온몸이 어떤 전율로 떨리고 있었다. “작은 움직임이라도 있으면 즉시… 어디서나… 뭔지 알 거 같군.” 그가 속삭였다. “정말 환상적인 생각이야.” --- p.307

주위에 바람이 일자, 눈이 멀어버릴 것같이 하얀 시신이 허공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참나무 꼭대기쯤에 이르러 옆으로 움직이는가 싶더니, 주춤주춤 땅으로 내려와 다시 빈터에 내려앉았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몸 없는 목소리가 성난 원망의 소리로 터져 나왔다. 그것은 죄 없는 불운에 체념하는, 불만에 가득한 합창이었다. 페트리너가 헐떡거렸다. (...) “뭐 좀 물어봐도 되겠나?” “어서 말해봐!” “자네 생각엔….” “응?” “지옥이 있을까?” 이리미아시가 침을 삼켰다. “누가 알겠나. 어쩌면 있겠지.” --- p.317

“여긴 뭐가 이래? 통행금지인가?” “아니, 가을은 원래 이렇지.” 이리미아시가 슬픈 어조로 대답했다. “사람들은 난로를 껴안고 앉아 봄이 될 때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아. 날이 저물 때까지 창가에서 어정거리다가 그다음엔 먹고 마시고 솜털 이불 아래서 껴안고 잠이 들지. 이때쯤 사람들은 인생이 잘못되어간다고 느껴. 더는 이렇게 못 살겠다 싶을 때는 아이들이나 고양이를 때리면서 좀 더 견뎌내지. 그렇게들 사는 거야, 처진 귀 양반!” --- p.326

모두 무엇에 휩쓸려 그렇게 이성을 잃고 먹이를 다투는 짐승처럼 서로를 물어뜯었는지,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영원히 희망이 없을 것만 같던 몇 년의 세월이 지나고 드디어 황홀한 자유의 공기를 맡을 수 있게 되었는데, 어째서 창살에 갇힌 죄수들같이 날뛰며 새로운 현실을 부정하고 절망했는지, 어째서 미래의 보금자리에서마저도 자신들이 등진 위안 없는 몰락과 더러움으로부터 시선을 거두지 못한 채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하리라는 약속을 망각해버린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들은 악몽에서 깨어난 사람들처럼 이리미아시를 에워싸고 서 있었다. 해방의 감각보다도 더 뿌리 깊은 것은, 어쩌면 그들의 수치심일 터였다. --- p.345~346

그는 저택의 문가에 이리미아시가 서 있는 걸 본 순간부터 이미 그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기 시작했음을 깨닫고 놀란 심정이 되었다. 그가 돌아오지 않았다면 오히려 희망은 남아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모습으로 돌아온다면? 이미 저택에서부터 그는 이리미아시의 말 뒤에 숨겨진 괴로움을 감지했다. (...) 그는 불현듯 깨달았다. 이리미아시는 아무런 힘도 없었다. 어떤 충동이, 즉 이전의 불꽃이 다 타버려 사라진 것이다. 그가 무슨 시늉을 하건 그것은 이제까지 해오던 무언가의 관성에 불과한 것이었다. --- p.355

“그래, 기막힌 하루였네, 그렇지?” 다른 서기가 말했다. “그래, 정말 그랬어. 빌어먹을!” “우리가 얼마나 힘들게 하루하루를 보내는지 알아주기만 해도 좋겠는데 말이야.” 서기 하나가 투덜거렸다. “하지만 알아주지 않지, 조금도.” “그래,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아.” 먼저 말을 꺼냈던 서기가 고개를 저으면서 동조했다. 그들은 다시 악수를 하고 헤어졌다. 각자 집으로 돌아간 그들은 현관에서 똑같은 질문을 받고 있었다. “힘든 하루였나요, 여보?” 그들은 따뜻한 실내로 들어서며 조금 진저리를 쳤고, 피로감을 느끼면서 이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별건 없었소. 맨날 그렇지, 뭐.” --- p.376

그는 열에 들뜬 것처럼 철자와 철자를 이어나갔다. 그는 모든 것이 글에 쓴 그대로 고스란히 일어나고 있음을 직감했을 뿐만 아니라, 이제부터는 자기가 쓰는 일이 실제로 일어날 것임을 깊이 확신했다. 수년 동안 고통스럽고 끈질기게 이어온 작업이 결실을 맺고 있다는 생각이 점차 강해졌다. 그는 이제 유일무이한 능력의 소유자가 되었다. 그 능력으로 끊임없이 한 방향으로만 진행되는 세계를 묘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어느 한도까지는 혼란스러운 사건들 배후의 메커니즘에도 간섭할 수가 있었다.
--- p.386~387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현존하는 묵시록 문학의 최고 거장
그리고 예술가들의 예술가


국내에서는 생소할지도 모를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는 헝가리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다.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재능과 고도의 역량을 갖춘 작가로 평가받는 그는 묵시록적인 주제와 정서를 특유의 기위(奇瑋)한 문체와 형식에 담은 작품으로 전 세계 독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그 독창적인 작품 세계와 작품성을 인정받아 다양한 헝가리 국내 및 국제 문학상을 받아오다 2015년 맨부커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자가 되었다. 한강이 『채식주의자』로 같은 상을 받기 한 해 전의 일이다. 당시 심사위원장이었던 머리나 워너는 “크러스너호르커이는 강렬하면서도 독특한 음역을 가진 몽상가적 작가다. 그는 겁이 나고 낯설면서 동시에 소름 끼치도록 웃긴 장면을 만들어낸다”고 평했다.

그의 작품 세계를 설명하는 데 있어 항시 언급되곤 하는 종말론적 성향에 관해 크러스너호르커이는 맨부커 수상 소감에서 “아마도 나는 지옥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독자들을 위한 작가인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수전 손택 또한 크러스너호르커이를 “현존하는 묵시록 문학의 최고 거장”으로 일컬었다. 수전 손택은 크러스너호르커이가 원작자로 참여한 영화 『사탄탱고』에 대해 “내 남은 생애 동안 매년 한 번씩은 반드시 보겠다”는 말로 상찬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평단과 예술인의 찬사의 대상이 된 지 오래인 크러스너호르커이는 익히 알려진 대로 영화감독 벨라 타르의 전작(全作) 작업에 참여하는 등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관을 계속해서 확장하고 있다. 2018년 맨부커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국내 작가 한강과 함께 또다시 이름을 올렸다.

“클로드 시몽, 토마스 베른하르트, 주제 사라마구, W. G. 제발트, 로베르토 볼라뇨,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를 떠올려보아도, 크러스너호르커이가 가장 이상한 작가일 것이다.”_『뉴요커』
“카프카를 잇는 타고난 이야기꾼”_『워싱턴포스트』

악마와 추는 탱고,
앞으로 여섯 스텝 뒤로 여섯 스텝을 밟으며
굳게 닫힌 영원의 원(圓)을 이루다


어느 시월의 아침, 이제부터 끝없이 내릴 가을비의 첫 방울이 떨어지던 날, 후터키는 종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어난다. 교회도 종도 없는 곳에서 울려오는 종소리는 불길하고 초자연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그것은 어떤 사건이 벌어질 것만 같은 징조로 느껴진다. 이후에 이어지는 일련의 소동극은 일견 우스꽝스럽지만 실은 집단농장의 공동체가 함께 일한 대가로 받은 공동의 삯을 일부가 갈취해 도피하려는 지저분한 음모의 과정이다. 실패한 집단농장의 마을에 남겨진 사람들은 그렇게 서로를 불신하며, 이미 몰락한 세계에 영혼의 기저까지 물들어 무력한 가운데 비열한 방법을 통해서라도 그곳으로부터 벗어나고자 몸부림친다. 그러다 죽은 자가 살아 돌아온다는 소문이 돌자, 그 소식에 실린 불길한 기운과 다르게 마을은 이상한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 1년 반 전에 죽은 것으로 알려졌던 이리미아시는 마음만 먹으면 소똥으로 성도 지을 수 있는 신비한 능력과 절대적인 카리스마의 소유자다. 절망에 빠져 있던 마을 사람들은 그가 자신들을 구원해줄 메시아라 생각하며 도피를 포기한 채 그의귀환을 기다린다. 마을을 되살려줄 그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내놓을 기세다.

그러나 소설은 카프카의 소설을 연상케 하는 초반부의 부조리극을 통해 이리미아시가 결코 구세주가 될 수 없는 인물임을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그런 그를 기다리며 사람들은 기대와 희망에 부풀어 가난과 불안에 억눌리고 감춰져 있던 욕망을 비로소 들추어 꺼내고 그것에 취해 한바탕 탱고를 추지만, 그들을 기다리는 건 장밋빛 미래가 아닌 실패한 체제가 고안해낸 악랄한 도구로의 전락이자 뒤이을 세계의 타락이다. 작품 곳곳에 상징적으로 등장하는 종소리와 거미줄은 마을 사람들이 결국은 하나로 묶여 있고 한데 옭아매어져 있음을 보여주는 소설적 장치일 테다. 하지만 폐허 속에 간신히 존재하는 종같이 그들의 공동체는 그 근원부터가 이미 존재의 의미를 잃은 채고, 다만 아무리 없애도 소리 없이 생겨나 모든 것을 뒤덮는 거미줄처럼 도무지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이 그들의 삶 위에 반투명한 유령으로 존재하며 하강하는 세계를 노래할 뿐이다.

이처럼 작가는 암울한 묵시록 문학의 대가답게, 헝가리 남동부의 버려진 집단농장 마을을 배경으로 절망과 희망 사이에서 허우적거리던 사람들이 체제에 유린당하고 끝내는 고통의 원 안에 갇히고 마는 과정을 매혹적이고 무자비하게 그려냈다. 특히 작품의 제목에 들어가기도 한 ‘탱고’의 스텝, 즉 앞으로 여섯 스텝 그리고 뒤로 여섯 스텝의 형식에 맞춰 1부는 1장에서 시작해 6장으로, 2부는 역순으로 6장에서부터 시작해 1장으로 맺으며 하나의 원을 이루는 순환 구조의 독특한 구성을 취하고, 각 장마다 등장인물의 시점을 달리하는 등의 형식 실험을 통해 고통의 악순환을 경이롭게 묘사했다.

작품 외적으로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을 꼽는다면 『사탄탱고』가 동구 공산권이 해체되기 전인 1985년에 발표된 작품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사탄탱고』의 번역자이자 시인인 조원규는 해설에서, 종말론적이고 묵시록적인 작품 성향을 가진 작가가 예견한 몰락은 아마도 정치적 저항의 표현이었을 거라며, 그럼에도 『사탄탱고』가 궁극적으로는 그리고자 한 것은 희망하는 인간이라고 말하고 있다.

『사탄탱고』는 역사적으로 동구 공산권이 해체되기 이전인 1985년에 발표된 작품이라는 사실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아직 체제가 유지되던 동안에 작가가 그려낸 ‘몰락’은 정치적 저항의 표현에 다름 아니었으리라. (...) 이 작품은 한 시기의 체제 비판을 넘어서 좀 더 항구적인, 희망하는 인간이라는 주제를 형상화한 문학으로 남았다고 할 수 있다. (‘해설’ 중에서)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대표작으로는 『사탄탱고』 외에도 『저항의 멜랑콜리(The Melancholy of Resistance)』(1989), 『저 아래 서왕모(Seiobo There Below)』(2008) 등이 있다. 알마에서는 그의 대표작을 순차적으로 국내에 소개할 예정이다.

회원리뷰 (7건) 리뷰 총점9.3

혜택 및 유의사항?
파워문화리뷰 인간은 어디 있는가 -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사탄탱고』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C*****C | 2021.02.10 | 추천6 | 댓글0 리뷰제목
    때론 픽션 속 등장인물이 잔인할 정도로 비정하고, 한심하기가 이루 말할 데 없으며, 비정상으로 느껴질 때가 많다. 현실의 수많은 사건 사고를 접하다보니 그게 비현실적이지도 않다. 인간은 “생각을 하고 언어를 사용하며, 도구를 만들어 쓰고 사회를 이루어 사는 동물”이라는 사전적 정의는 속 시원한 풀이가 아니다. 보르헤스가 들여다본 중국 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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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픽션 속 등장인물이 잔인할 정도로 비정하고, 한심하기가 이루 말할 데 없으며, 비정상으로 느껴질 때가 많다. 현실의 수많은 사건 사고를 접하다보니 그게 비현실적이지도 않다. 인간은 “생각을 하고 언어를 사용하며, 도구를 만들어 쓰고 사회를 이루어 사는 동물”이라는 사전적 정의는 속 시원한 풀이가 아니다. 보르헤스가 들여다본 중국 백과사전의 ‘동물’에 대한 설명을 빗대어, ‘인간’은 이상하게 길들여져 있고, 신을 믿고 신화를 흠모하기도 하고, 어디로든 싸돌아다니길 원하고, 탐욕과 게으름에서 줄타기를 하며 미친 듯이 나부대기도 하며, 수없이 많고,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그림에 나오기도 하며, 방금 찻주전자를 깨뜨린 존재이기도 하면서 사소한 이유로 서로를 괴롭히고 죽이기도 하고, 멀리서 보면 파리처럼 보이는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이것도 인간을 설명하기엔 턱없이 부족하지만, 이렇게 말하고 보니 소설 속 인물들이 전혀 비정상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인간의 수만큼 우리가 보는 만큼 인간의 특성도 미묘하게 다르면서 많고, 소설가는 내러티브와 책이라는 형태 속에 그런 인간의 모습을 담는다.

 

수전 손택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를 “현존하는 묵시록 문학의 최고 거장”이라고 평했다는데, 이 책을 읽고 나면 바로 수긍된다. 나는 벨라 타르 감독의 영화로 이 작품을 먼저 접했는데, 7시간 30분의 러닝 타임보다 영화가 담은 경이로움에 더 놀랐다.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묵시록적인 영화와 또 다른 보석이었다. 내가 타르코프스키를 떠올린 건 그럴 만했다. 이 소설은 공산주의가 붕괴되어가던 1980년대 헝가리에서 몰락해가는 어느 집단농장 마을 사람들을 그렸다. 번역과 해설을 쓴 조원규 씨 말마따나 이 당시의 몰락은 “정치적 층위보다는 역사적, 심리적, 형이상적 층위”의 몰락이다. 마을에는 일이 없어 타지역에서 벌어야 하고, 가난과 실패와 무력감에 찌든 마을 사람들은 서로를 감시하고 속이고 간통하며, 아이들도 나쁜 짓에 서슴없고, 엄마가 딸이 매춘한 돈을 뺏는 그야말로 작은 소돔과 고모라 같다. 마을 사람들이 함께 나눠야 할 품삯을 슈미트와 크라네르가 챙겨 도망가려는 걸 간파한 후터키가 슈미트를 위협해 음모에 가담하려는 순간 뜻밖의 소식이 날아든다. 마을의 지도자(처럼 굴었지만 실상은 공산당 정부의 정보원)였던 이리미아시와 페트리너가 죽은 줄 알았는데 살아있고 마을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희망에 부풀어 한밤 내내 그들을 기다린다. ‘메시아 알레고리’가 대개 그렇듯 마을 사람들은 결코 성공할 수 없으며 더욱 진창에 빠져들 거라는 걸 독자는 금세 눈치채게 되는데,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의 기분으로 이야기를 따라가야 한다.

 

술집에서 가련하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마을 사람들이 춤판에 빠져있는 동안, 소녀 에슈티케는 자신이 죽인 고양이 시체와 함께 천사의 구원을 바라며 자살한다. 소녀의 죽음은 바람과는 다르게 이용된다. 이리미아시는 소녀의 죽음으로 비탄과 혼란에 빠진 마을 사람들의 심리 상태를 이용해 새로운 삶을 꾸려야 한다고 공산당식 일장 연설을 한다. 그는 마을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자금을 내놓도록 만들 뿐 아니라 그들을 자신의 개인 스파이로 만들어 당국에 자신의 입지를 돋보일 계획까지 꾸몄다. 비정한 무신론자이자 사기꾼인 이리미아시에게 여러 계시(도살장에서 도망친 말, 죽은 소녀의 시체)가 나타나도 그는 마음을 되돌리지 않는다. 어리석은 생각과 마음은 도처에 있다. 이 마을을 떠나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끝없이 생기는 거미줄과 사투를 벌이며 탐욕을 채울 궁리만 한 술집 주인도, 사람들을 외면하면서도 마을 사람들을 관찰하는 일에 집착했던 알콜중독자 의사도, 뭔가 잘못되어간다는 걸 눈치챘으면서도 각자의 희망과 무력감 때문에 이리미아시의 계획에 빠져든 마을 사람 누구도 사태를 바로잡지 못한다. 이리미아시의 계획을 정확하게 간파하고서도 후터키는 막지 않는다. 교회도 종도 없는 마을에서 종소리를 들었을 때에도 그는 자신의 몰락을 예감한 꿈에 적응하듯 그 종소리를 무시했다. 같은 종소리를 들은 의사는 “종소리의 메시지를 정확히 이해한다면 인간의 삶에 지금껏 알지 못했던 추진력을 부여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종소리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찾아 나섰지만, 환멸만 확인하고 다시 칩거한다. 그가 관찰할 마을 사람들이 이제 없다는 걸 알아도 그는 그의 글쓰기 속에서 몰락할 것이다. 현실과 악랄한 교접자라 할 이리미아시조차도 정부의 보고서에는 그가 혐오하는 실패한 인간 군상과 그는 구분되지 않는다. 약육강식의 울타리에서 그들은 죽음의 선고를 앞둔 가축에 지나지 않다. 적극적으로 찾든 찾지 않든 ‘구원’은 없다는 메시지일까. 관점을 달리해서 봐야 할 것이다. 자신과 서로를 돌보지 않는 인간에게 구원은 공평하게 오지 않는다고 말이다. 구덩이는 더 넓어지고 깊어지기만 할 것이다. 구원, 마법, 글, 인간애 등 어떤 힘도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1985년에 발표된 이 소설이 36년이 지나서도 지금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여겨지는데, 우리가 바라는 ‘신’의 부재가 아니라 우리가 바라는 ‘인간’의 부재 때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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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것이 죽음이라고 생각했다. 농장이 해체되고, 마을 사람들이 이곳에 처음 왔을 때처럼 또 미련 없이 떠나가버린 뒤에 의사와 학교 교장을 포함해 오직 그와 몇몇 집들만이 남았는데, 누구도 어디로 가야 할지를 몰랐다. 그때부터 그는 음식 맛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죽음은 무엇보다 수프와 고기 접시에, 그리고 담벼락에서부터 스며들어올 것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음식을 삼키기 전에 오랫동안 입안에 물고 있었고, 물이나 혹은 드물게 식탁에 오르는 와인을 마실 때도 아주 천천히 목구멍으로 넘겼다. 가끔씩 그가 사는 오래된 펌프하우스의 기계실에서 석회 덩어리를 깨 한 조각 맛보고 싶은 충동이 일었는데, 그렇게 향과 입맛의 질서를 무참히 깨트릴 때 어떤 경고를 인식할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그는 죽음이 절망적이고 영구적인 종말이 아니라 일종의 경고라고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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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터키는 창유리 너머의 풍경을 더는 볼 수 없었음에도 고개를 돌리지 않고 벌레 먹은 창틀과 석고가 부스러진 곳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유리창에 갑자기 불분명한 물체가 보이더니 점차 사람의 꼴을 갖춰갔다. 처음엔 그게 누구의 얼굴인지, 놀란 두 눈을 볼 때까지는 알지 못했다. 이윽고 그가 알아본 것은 자신의 초췌한 면상이었고, 순간 놀라고 당황한 것은 비가 창유리 위의 얼굴을 지워내듯이 세월이 그에게도 똑같은 일을 할 것이라는 예감이 들어서였다. 그 모습엔 무언가 엄청나고 낯선 궁핍이 어려 있었다. 수치와 자부심 그리고 두려움이 겹겹이 층을 이루며 그에게로 다가들었다. 갑자기 혀끝에 다시 신맛이 느껴지고 아침에 들은 종소리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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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는 고양이의 따스한 배와 뛰는 맥박을 느끼고 여기저기 찢긴 상처에서 솟은 피를 보고서야 자기가 한 일이 무엇인지를 깨달았다. 수치와 후회로 목이 메었다. 소녀는 그 무엇으로도 자신의 승리를 원래대로 복구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소녀가 다가가려는 몸짓만으로도 고양이는 도망칠 것이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내내 그럴 것이다. 불러도 소용없고 꾀어낼 수도 없으며 껴안지도 못할 것이다. 미추르는 끔찍했던 죽음의 모험을 두 눈에 간직할 것이고, 언제든 도망갈 채비를 갖추고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소녀는 패배만이 견딜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승리도 그렇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 잔인한 싸움에서 부끄러운 점은 그녀가 이겼다는 것이 아니라, 질 가능성이 처음부터 없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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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뒤에 이리미아시가 말했다. “좀 전에 이상한 광경을 봤다고 그럴 필요는 없어. 천국? 지옥? 피안彼岸? 다 헛소리야. 난 그런 지어낸 얘기는 다 정신을 홀려놓기 위한 거라고 믿네. 그렇게 환상에 마음을 빼앗기면 진실은 영영 알 수 없는 법이야.” 이제 페트리너는 완전히 마음이 놓여 정상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는 이리미아시가 자신감을 되찾도록 자기가 무슨 말인가를 해주어야 한다는 걸 알았다. “고함만은 치지 말게!” 그가 부탁했다. “안 그래도 곤란을 잔뜩 겪지 않았나?” “처진 귀, 신은 문자로는 나타나지 않아. 신은 무엇에도 나타나지 않지. 신은 자신을 보여주지 않아.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이봐, 난 신을 믿는 사람이야!” 페트리너가 성을 냈다. “적어도 내 앞에선 조심해주게, 이 무신론자야!” “난 예전엔 잘못 생각했어. 얼마 전에야 깨달았다네. 나와 벌레, 벌레와 강물, 강물과 강을 넘어가는 고함 소리 사이에는 아무런 차이도 없다는 것을. 모든 건 공허하고 의미가 없는 거야. 뿌리칠 수 없는 구속과 시간을 뛰어넘은 대담한 도약 사이에서, 영원히 실패하는 감각이 아닌 오로지 환상만이 우리로 하여금 비참한 구덩이에서 헤어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끔 유혹하지. 하지만 도망칠 길은 없어, 귀 늘어진 양반!” “그 얘길 하필 지금 해야겠나?” 페트리너가 항의했다. “‘지금’이라고 했지? 지금 우리가 본 건, 우리가 본 게 틀림없어!” 이리미아시가 얼굴을 찡그렸다. “그래서 난 우리가 영원히 빠져나올 수 없다고 한 거야. 왜냐하면 모든 게 너무 완벽하게 그럴듯하거든. 가장 좋은 방법은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는 거고, 그다음엔 눈을 믿지 않는 거지. 페트리너, 그건 우리가 언제나 빠지고 마는 덫이야. 우리는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믿지. 하지만 우리가 하는 일이란 게 결국은 자물쇠를 바꿔 다는 일일 뿐이거든. 그렇게 덫은 완벽하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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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하.” 소년이 비웃었다. “농담도 잘하시네요.” 페트리너는 소년의 얼굴에 담배 연기를 뿜었다. “잘 알아둬라. 인생의 비밀은 농담에 있다는 걸.” 그가 엄숙하게 말했다. “일은 어렵게 시작해서 나쁘게 끝난단다. 중간에 일어나는 일은 다 좋은 법이야. 네가 걱정할 건 마지막 순간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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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히 영묘한 소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필*아 | 2018.06.11 | 추천6 | 댓글0 리뷰제목
 소설은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의 『성(城);Das Schloss』에서 인용된 “그러면 차라리 기다리면서 만나지 못하렵니다.”라는 아주 영묘한 문장으로 시작한다. 이 간결하고 지적인 문장에 이야기 전체의 의미가 함유되어있음을 마지막 페이지에 가서야 불현 듯 깨닫게 된다. 결코 기다리는 구원의 존재는 나타나지 않을 것임을, 그 환상에 매여 사는 사람들에게 우주의 이;
리뷰제목

 

소설은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Das Schloss에서 인용된 그러면 차라리 기다리면서 만나지 못하렵니다.”라는 아주 영묘한 문장으로 시작한다. 이 간결하고 지적인 문장에 이야기 전체의 의미가 함유되어있음을 마지막 페이지에 가서야 불현 듯 깨닫게 된다. 결코 기다리는 구원의 존재는 나타나지 않을 것임을, 그 환상에 매여 사는 사람들에게 우주의 이치를 깨우쳐 주려는 듯 말이다. ‘사무엘 베케트(Samuel Beckett)’의 블라디미르가 기다리는 고도(Godot)처럼.

 

이 헝가리 작가의 소설이 발표된 해가 1985년이다 보니 마침 동구 공산권이 붕괴된 1989년에 비추어 몰락의 끝에 선 전체주의 사회에 대한 잔인성과 황폐함, 그 기만성과 무기력의 세계를 지펴냈다는 해설이 따라붙곤 한다. 하지만 작품은 모든 인간사회에 내재한 실존적 불안에 대한 사색으로서 이렇게 제한된 텍스트로 읽을 이유가 없다. 아니 오히려 점점 더 가상의 공간에 빠져드는 무력감과 소외가 지배하는 사회인 현재에 가까운 것인지 모르겠다.

 

소설은 대낮의 빛을 기억할 수 없을 만큼 추적추적 내리는 보슬비와 쏟아붓는 폭우의 빗소리, 안개 자욱한 시월의 밤이라는 어둠의 배경이 장악하고 있다는 인상이 지배하고, 기이한 종소리에 한 남자(후터키)가 이웃 여자(슈미트 부인)의 침대에서 깨어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농장 사람들이 8개월간 죽도록 일한 품삯을 받으러 떠났던 여자의 남편(슈미트)은 혼자 돈을 차지하고 도주할 생각으로 예정보다 빨리 집에 도착하지만, 낌새를 챈 후터키에 의해 좌절된다. 소설은 똑 같이 닮은 절망으로 마주한 얼굴이라고 두 인물을 묘사한다. 사실 이들은 너절하게 쓰레기 더미만 남은 해체된 집단농장이지만 머물러 살 용기도 떠날 용기도 없는, 모든 가능성을 상실한 인간들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의 또 다른 이웃인 여자(헐리치 부인)가 농장을 떠난 후 죽은 것으로 알려졌던 그네들의 옛 리더였던 이리미아시가 돌아오고 있다는 소식을 전한다. ‘죽은 자의 부활’, 그는 절망의 덫에 빠져있는 사람들에게 구원자로 인식되고, 도주와 탈출의 의지는 온데간데없이 기다림의 시간으로, 새로운 삶의 기대로 바뀐다. 하지만 독자들은 이러한 기대가 허망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소설의 구성이 시간적 흐름의 배치가 아니라, ‘되돌아 본’, 혹은 다른 방향에서 본것과 같은 서로 다른 등장인물들의 상황이나 관점에 의해 서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리미아시와 파트너인 페트리너는 정부의 말단 정보 끄나풀로서 파렴치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임무에 대해 진지하지 못한 태도를 보여 소위 의심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바, 소환되어 다시금 정보제공의 압박을 받는다. 이때 이리미아시 발길의 방향을 결정하는 판단은 이 인물의 목적은 물론 농장에 남아있는 사람들에 도사린 심리를 선명하게 들려준다. “여전히 주인 잃은 뼛속까지 노예일 뿐인 사람들의 어리석은 자기기만적 기다림의 확신이 집단농장으로 향하게 한다는 점이다.

 

어쩌면 이 소설의 전체적인 틀을 거머쥐고 있는 부분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12개의 장()으로 나뉘어 서술되고 있는 소설의 구조에서 2개의 장을 홀로 차지하고 있는 의사의 시점이다. 황폐하게 해체된 농장의 인간 군상들과 동일 집단에 포함되어있음에도 철저한 국외자로서 자신을 격리시키고, 은둔한 실내의 바깥을 적대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인물이다. 이 인물이 토해내는 언어들은 소설을 관통하는 주제는 물론 이야기의 구조적 틀까지 장악하고 있는 은유와 상징과 암시로 그득 차있다.

 

주변의 외적인 몰락에 맞서 자신의 기억력을 지켜내기 위해,

돌이킬 수 없는 음험한 몰락에 자신의 기억으로 맞서기 위해 (P 87)”

 

사람들, 그곳의 모든 곳을 주도면밀하게 관찰하고 기록하는 자의 역할이 부여되고 있다. 이 인물이 읽는 것으로 벤더 박사라고 하는 사람이 쓴 지질학서와 전쟁지역 르포사진이 실린 잡지가 등장하는데, 전자에 대해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때로는 현재 시제로 쓰고 때로는 과거 시제로 쓴 어설픈 서술 때문에 혼란이 와서, ....

자신이 읽고 있는 것이 인류가 멸망한 이후의 예언적 묘사인지 아니면 현재 그가 살고 있는 지구의 지질 역사에 관한 과학적 기술인지 알 수 가 없었다.(P 92)”

 

고 하는 것인데, 이것은 이 인물이 쓰고 있는 마을사람들의 관찰 기록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소설 자체의 예언적, 혹은 현재적 모호성과 일치한다는 점이다. 또한 후자는 잡지사진 왼쪽 구석에 모습을 드러낸 군사용 감시 장비를 보면서 탁월한 인간적 추적 관찰이라 하며 매혹되는 장면으로 전체주의의 주도면밀한 자기방어 체계가 지닌 은밀성과 폭력성의 은유일 것이다.

 

이러한 은유는 소설 전체에 흩어져 교활하게 빛을 내고 있는데, 쓰레기같은 마을을 더욱 추하게 만드는 매춘으로 살아가는 여자의 어린 딸의 학대와 방치다.

 

문 가까이에 있으면서 어디 멀리 가 있는 일을 소녀는 할 수 없었다. ....두 가지 명령을

동시에 따를 수는 없었기 때문에, 결국 아무도 살 수 없는 나라에서 사는 셈이었다.(P 161)”

 

어린 소녀 에슈티케의 입을 빌어 불가능한 삶의 세계를 발설케 하는가 하면, 소녀가 고양이를 죽임으로써 인간의 승리에 대한 욕망은 물론, 패배할 가능성이 없는 싸움의 승리에 도사린 수치 또한 발견케 함으로써 전체주의의 본성을 다시금 공박하기도 한다.

 

아마 소설 중 재미의 요소라면 막장 드라마에 근접한 장면, 그야말로 소설 제목인 사탄 탱고가 동적으로 표현되는, 이리미아시를 맞이하기 위해 모여든 술집의 전경이라 하겠다. 이곳은 가히 이미 종말에 다다른 인간들, 더 이상은 패배도 가능치 않은 인간들의 퇴화된 결말의 증거라 할 것이다. 마비의 적나라한 모습으로서. 도발적인 추파, 이웃집 여자의 육체에 대한 갈망, 그 관능적 욕망만이 넘실대고, 끊임없는 술과 탱고의 향락이 땀과 열기로 끈적이는 소돔의 현장이 펼쳐진다. 이러한 시간에 소녀 에슈티케는 악의 종자랄 수 있는 오빠(서니)가 알려준 천사들에게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쥐약을 먹음으로써 자살하고 만다.

 

소녀의 죽음은 마을에 도착한 이리미아시의 저열한 목적의 도구가 되어 연설에 이용된다. 자신에게 궁핍과 절망으로부터의 구제를 기대하는 무기력한 인간들의 시선을 인식하며, 그네들의 허약함과 비겁함, 무기력을 질타하고, 죄의식을 주입한다. 그리곤 일격을 가하는데, “현재보다 합당한 여러분의 미래를 위한 희생자운운하며, 미래의 전망을, 희망, 가능성의 세계를 제시하고, 이 기만의 덫, 환상에 젖은 인간들은 죽도록 일해 받은 돈을 내놓는다. 이리미아시가 드디어 자신들에게 새롭게 도약하는 길을 찾아주었음에 감사하며.

 

결국, 술집에, 의사가 은둔하는 실내에, 매춘장소인 마을창고에, 금방이라도 무너질듯한 이들의 집 도처에 처진 거미줄’, 그 덫에 의사의 신랄한 묘사처럼 너절하고 무능한 무지렁이(yokels)은 자신들의 삶을 담보한다. 그리곤 살던 가재도구와 창틀과 문짝을 부수고 이리미아시와 약속한 장소로 떠난다. 하지만 희망 없는 사람들의 가망 없는 상황을 구제해 줄 목자가 아니라는 것은 이들의 마음속에도 이미 자리하고 있다. 이리미아시가 모는,

 

어딘지 모르는 곳으로 사람들을 실어 나르는 트럭에 앉아 ....갈림길이 나와도

어디로 갈지 결정하는 것은 그가 아니었고, 덜컹거리며 달리는 낡은 트럭이

자신의 생을 결정짓는 것을 다만 무력하게 받아들여야 했다.(P 355)”

 

전제주의 정부의 거미줄같은 정보 끄나풀의 한 지점이 되어 이들은 아무런 재산도 기약도 없이 전국으로 뿔뿔이 흩뿌려진다. 이리미아시가 군()정보당국에 제출한 정보원들의 삶에 관한 보고서의 소개로 이루어진 하나의 장()은 정말 가관이다. 너무 허접해서 다시 작성해야 하는 정보부서 기록자들의 목소리로 들려지는데, 일반적인 지적 수준의 저하에 관한 한 예라 한탄한다. 무지렁이들의 구원자인 이리미아시의 실체, 그 한계인 하찮음이라 할 수 있다. 더구나 이리미아시가 기술한 사람들 면면에 대한 서술은 늙어빠진 창녀, 씻지 않아서 더러운 험담쟁이, 알코올에 절은 난쟁이, 바닥없는 난폭한 어둠의 구덩이에 교차하는 원시적인 둔감함과.....,, 열등한 지적 능력과 강한 자에게만 비굴한 태도....” 와 같이 애초에 그들에게 티끌만큼의 연민이나 동정, 도움의 의지라는 것은 존재치 않았음을 확인하는 대목이랄 수 있다.

 

하지만 예견 된 것이기도 하다. 모든 가능성을 도둑맞고 하나의 덫에서 빠져나와 또 다른 덫에 걸릴 것만 같은 예감이 없었던 것도 아니며, 썩은 문틀에서 온전한 나무 부분을 찾는 일이 헛수고라는 것을 알기도 했다. 그럼에도 사람은 항상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믿고 싶어하며, 체념을 인생에 도입할 수가 없다. 설혹 그것이 부질없는 것, 기만이고 환상인 줄 알지라도 말이다. 그들에겐 떠날 용기를 부추길, 단지 하나의 계기가 필요했던 것이 아니겠는가.

 

이제 소설은 가히 발칙한 상태에 도달한다. 모두가 떠난 마을에 의사는 기록을 되살피고 새로이 적어나간다. 그런데 종소리가 들려온다. 독자들은 소설의 첫 페이지에 기이한 종소리에 잠을 깨는 후터키를 기억한다. 의사 역시 지난번 종소리를 들은 기록을 찾지만 찾지 못한다. 작가의 술책이다. 아마도 기록하기를 잊었거나 별로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고 의사의 입을 통해 말하고 있지만, 이건 거짓이다. 그는 주도면밀한 관찰과 기록을 하는 과도하고 병적인 질서 강박증에 있는 사람이다. 사실은 기록은 이제 시작된다는 의미의 선언일 것이다. 이야기의 마지막에 이르렀는데 시작임을 알리는 것이다.

 

더구나 그(의사)내가 정신을 어느 정도 집중하기만 하면 마을에서 일어날 일을 결정할 수 있다는 말인가. 내가 쓰기만 하면 일이 일어난다니.”라고 자신이 소유한 능력을 묘사하고, 어느 한도까지는 혼란스러운 사건들 배후의 메커니즘에도 간섭할 수 있었다! (P 387)”고 말한다. 그리곤 시작 페이지에 등장했던 완전히 똑같은 후터키의 독백이 써지기 시작한다.

 

마치 시간이 움직임 없는 영원의 원() 속에서 유희를 벌이고 혼돈의 와중에 귀신이

재주를 피우듯 기상천외한 망상을 진짜로 믿게 하려는 것 같았다. (P 14 P 396)”

 

끊임없이 현실의 탈출을 꿈꾸지만 이것의 벗어남은 어쩜 살아있는 자는 결코 알지 못하는 저 두려운 작별일지 모르며, 늪같은 삶의 구덩이에서 헤어날 수 있다는 믿음의 유혹이라는 도망은 환상, 아니 망상일 뿐일지도 모른다. 또한 제아무리 혼란스러운 세계이지만 의미가 분명 있으리라 믿지만 결국 마주하는 것은 자신의 면상일 뿐,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남긴 인생은 백치가 지껄이는 이야기와 같다. 시끄럽고 정신없으나 아무 뜻도 없다.(life is a malicious tale, told by cosmic idiocy, full of sound and fury, signifying nothing.)’는 에피그램이 진실인지도 모를 일이다.

 

서로의 꼬리를 물고 윤회하는 듯한 이 닫힌 구조의 이야기는 몰락의 닫힌 원이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영원한 몰락의 상태에 갇혀끊임없이 헤매는 것이 인간의 삶이라는 것처럼 느껴진다. 오히려 성경에 계시된 시대가 도래했음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하지만 차마 발설하지 못하는, 광신자인 헐리치 부인이 결연히 중얼거리는 어째서 불속에 이 모든 것을 처넣을 최후의 심판이 당장 이루어지 않는지라며 계시록을 뒤적이는 손길, 그 분노와 우려와 증오의 눈길이 더욱 매섭게 파고든다. 내겐 완성되어 새로운 세상의 가능성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폐쇄되어 있는 세계, 그 한정된 세계의 직시를 요청하는 것으로 다가온다. 망상을 버려라. 결국 세계의 질서는 지질의 변동처럼 들고 날 뿐 이다. 돌고 돈다. 그 밖에 아무런 뜻도 없다. 새로운 시작은 단지 거기서 시작될 수 있을 뿐이라고. 요한 계시록주석집들을 읽어봐야 할 것 같다. (끝)

 

 

P.S. 또 다른 결론을 생각해보며 : 가능성의 새로운 시작

 

만일 의사에게 종소리의 기록이 없다는 것이 진실이라면, 시작과 끝이 맞닿는 이 해괴한 기록의 문장은 과거가 사라지게 하며, 이제 시간과 공간의 모든 제약으로부터 해방되었음을 선언하는 듯하다. 그렇다면 농장 사람들의 삶의 세계, 즉 허무와 무력감이 지배하는 세계라는 상황들이 타원형으로 서로에게 흘러들어가면서, 오래 전에 빼앗겼던 결과의 개방성을 다시 획득하게 될 터이며, 이제 완전히 새로운 결합을 제시하며 삶의 여분의 가능성이 되돌아 올 것임을 예견할 수 있을 것이다. 한 가닥 희망의 가능성, 새로운 세계의 도래에 대한 가능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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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해가는 세상에서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드**리 | 2019.05.18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 0먼저 표지에 관해 이야기를 하자면, 네이버에 등록된 표지는 빨강인데 내가 읽은 건 검정이다. 검정과 빨강 중 랜덤 발송이다. 구매 시 참고하시길. 소설을 다 읽고 나서 보니, 소설의 전체 분위기를 전달하는 데는 검정 표지가 더 적절한 듯하다.# 0.3실로 오랜만에 소설을 읽었다. 가장 최근에 읽은 소설이 어떤 작품이었는지 당장 기억나지 않는 걸 보면, 올해 읽은 첫 소설이 아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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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표지에 관해 이야기를 하자면, 네이버에 등록된 표지는 빨강인데 내가 읽은 건 검정이다. 검정과 빨강 중 랜덤 발송이다. 구매 시 참고하시길. 소설을 다 읽고 나서 보니, 소설의 전체 분위기를 전달하는 데는 검정 표지가 더 적절한 듯하다.


# 0.3

실로 오랜만에 소설을 읽었다. 가장 최근에 읽은 소설이 어떤 작품이었는지 당장 기억나지 않는 걸 보면, 올해 읽은 첫 소설이 아닐까 싶기도. 저자 이름이 참 어렵다.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헝가리 현대문학의 거장. 태어나고 자란 곳은 헝가리. 1957년 헝가리 줄러에서 태어난 뒤, 1987년 독일에서 유학했고 그 이후에는 프랑스를 비롯하여 세계 여러 나라에 체류하며 집필 중이라고. 수전 손택은 "현존하는 묵시록 문학의 최고 거장"이라 평했다고 한다.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된다. 『사탄탱고』는1985년에 발표된 작품이다.


# 1

1985년은 후꾸야마가 표현한 '역사의 종언' 이전이다. 명시적으로 공산주의가 망하진 않았던 시기. 그렇다고 잘 돌아갔던 때도 아니다. 몰락해가던 중이었다. 이 소설에서 그려지는 풍경이 바로 그러하다. 손택이 말한 '묵시록'이라는 표현에 걸맞는 작품이 바로 『사탄탱고』다. 이야기의 무대는 어떤 집단농장. 인근에 교회도 없는데, 후터키는 종소리에 불안해하며 잠에서 깬다. 잠에서 깬 후터키 옆에는 슈미트 부인이 있다. 슈미트는 마을 사람들이 함께 일해 번 8개월치 돈을 받아 크라네르와 함께 돌아오는 중인데, 그들은 그 돈을 그대로 훔쳐서 마을을 떠날 심산이다. 후터키도 이 계획에 동참하기로 한다. 슈미트 부부의 집으로 찾아온 크라네르 부인이 이리미아시와 페트리너가 마을로 돌아올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리미아시와 페트리너는 과거에 위기에 빠진 마을을 구한 나라님이다. 마을 사람들은 이들만 돌아온다면 침체된 마을 분위기가 살아날 것이라는 희망에 부푼다. 사실, 이 둘은 당국에 밉보여 좌천된 인물로 농장을 다시 살릴 권한도, 의지도 없다. 소설은 크게 2부로 이뤄진다. 이리미아시와 페트리너가 돌아온다는 소식을 들은 마을 사람들의 희망이 전반부고 이 둘이 돌아온 뒤가 후반부다. 인물들은 힘이 없고, 별다른 사건이 일어나지 않으며, 작가가 묘사하는 마을의 분위기는 망해가는 농장과 근처에 방치된 중세 성이 어우러지면서 을씨년스럽다. 가장 극적인 사건이라면, 장애 소녀 에슈티케의 자살이다. 친오빠에게 조롱당한 그녀는 독약을 마시고 자살하고, 그녀가 자살한 성 주위를 지나가던 이리미아시와 페트리너는 에슈티케의 유령을 본다.


# 2

대충 이런 이야기다. 이 작품을 꿰뚫는 정서를 이리미아시의 말을 빌어 정리하자면,


"그래서 난 우리가 영원히 빠져나올 수 없다고 한 거야. 왜냐하면 모든 게 완벽하게 그럴듯하거든. 가장 좋은 방법은 아무 것도 시도하지 않는 거고, 그다음에 눈을 믿지 않는 거지. 페트리너, 그건 우리가 언제나 빠지고 마는 덫이야. 우리는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믿지. 하지만 우리가 하는 일이란 게 결국은 자물쇠를 바꿔 다는 일일 뿐이거든. 그렇게 덫은 완벽하다네." (322쪽) 


# 3

망해가는 세상에서 남자는 술을 마시고, 여성은 성적으로 방종하고, 소수자인 장애 아동을 공동체는 외면한다. 메시아로 여겨지는 인물 역시 자신을 믿고 따르는 지지자들을 등쳐 먹을 궁리만 한다. 이런 공동체가 어찌 안 망하고 버티겠냐. 참고로, 라슬로는 카프카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 4

1980년대 소설이라, 지금 보기에는 다소 상투적인 구석이 있다. 등장 인물 대부분이 남자이고, 비중 있는 여성 인물 슈미트 부인은 성적을 타락하게 설정한 점. 무고한 희생자로 장애인 소녀를 등장시키고, 그녀의 죽음을 클리셰로 삼은 점 등등. 그래도 이 작품이 당시 헝가리에 던진 화두가 묵직했을 테고, 그쪽 동네가 표현의 자유가 그리 관대하지 않았을 텐데 정치적으로 불온한 이야기를 썼다는 점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를 세계적 작가로 알리는 데 기여하지 않았을까. (자세히 조사하진 않아서 모르겠다.)


# 5

소설 전체 분위기는 음울한데, 간간이 웃음 터지게 하는 대목도 있다. 특히, 이리마시이가 쓴 보고서에 상스러운 말이나 모호한 표현을 윤문하는 서기들의 모습이 유쾌했다. 마지막 마무리도 좋았다. 


거리에서 두 사람은 악수를 나누었다. "어떻게 가나?" "버스로 가지." "그래, 잘 가게!" 서기 하나가 다른 서기에게 인사했다. "그래, 기막힌 하루였네, 그렇지?" 다른 서기가 말했다. "그래, 정말 그랬어. 빌어먹을!" "우리가 얼마나 힘들게 하루하루를 보내는지 알아주기만 해도 좋겠는데 말이야." 서기 하나가 투덜거렸다. "하지만 알아주지 않지, 조금도." "그래,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아." 먼저 말을 꺼냈던 서기가 고개를 저으면서 동조했다. 그들은 다시 악수를 하고 헤어졌다. 각자 집으로 돌아간 그들은 현관에서 똑같은 질문을 받고 있었아. "힘든 하루였나요, 여보?" 그들은 따뜻한 실내로 들어서며 조금 진저리를 쳤고, 피로감을 느끼면서 이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별건 없었소. 맨날 그렇지, 뭐." (376쪽)


그렇지, 자본주의 사회나 공산주의 사회나, "별 건 없지, 맨날 그렇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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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6건) 한줄평 총점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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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5점
잿빛으로 가득한 1980년대의 헝가리.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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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r | 2018.11.30
구매 평점5점
피할 수 없는 몰락의 닫힌 원이 완성되는 이야기, 사탄탱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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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로얄 책*****우 | 2023.10.28
구매 평점5점
너무 재밌어서 읽는 내내 책에 빠져들어가는줄... 이걸 왜 이제 읽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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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뮈 | 2022.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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