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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8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76쪽 | 290g | 120*190*20mm
ISBN13 9791187980797
ISBN10 118798079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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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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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인간의 이야기는 소중하고 영원하며 신성하다. 그렇기에 모든 인간은 어떤 식으로든 살아가면서 자연의 뜻을 실현하는 한 경이로우며 온 세상의 주목을 받을 가치가 있다. 누구 안에서든 정신은 형상이 되고, 누구 안에서든 피조물은 고통을 받으며, 누구 안에서든 구세주는 십자가에 못 박히고 있다. --- p.8

물씬 그 시절의 향내가 풍겨와 아릿하면서도 기분 좋은 전율에 휩싸인다. 어두운 골목, 환한 집, 탑, 시간마다 울리는 종소리, 사람들 얼굴, 쾌적함과 안온함이 은은하게 풍기는 방, 비밀과 유령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꽉 들어찬 방. 따뜻한 좁은 공간, 토끼 새끼와 하녀, 민간요법 약재와 말린 과일. 두 세계는 그곳에서 서로 뒤엉켜 요동쳤다. 두 양극에서 밤과 낮이 나왔다. --- p.11

어쨌든 나는 지금껏 한 번도 성서나 다른 이야기를 그렇게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오랫동안 프란츠 크로머를 잊은 적도 없었다. 저녁 내내 몇 시간 동안 나는 그를 완전히 잊고 있었다. 집에 와서 성서에 카인과 아벨 이야기가 어떻게 나오는지 다시 한 번 꼼꼼히 읽었다. 여전히 짧고 분명한 이야기였으며, 거기서 특별히 비밀스러운 의미를 찾겠다는 건 미친 짓이었다. --- p.51

“……그러니까 나는 너를 좋아해. 또는 관심이 있어. 그래서 네 마음이 어떤지 알고 싶어. 그러기 위해 이미 첫 단계를 마쳤어. 널 놀라게 만들었는데 잘 놀라는 습성이 있더라고. 즉 네가 두려움을 갖고 있거나 그렇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지. 그건 대체 무엇 때문일까? 그 누구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데. 만약 누군가가 두렵다면 그건 그 사람에게 자신을 조종할 힘을 내주었기 때문이야. 가령 어떤 나쁜 짓을 했는데 다른 사람이 그 사실을 안다고 해봐. 그럼 그는 너를 조종할 힘을 갖게 된 거야. 알아들어? 무슨 말인지 알겠지, 그치?” --- p.62

아, 오늘날에야 나는 안다. 자기 자신을 향한 길을 가는 것만큼 사람들이 세상에서 힘겨워하는 건 없다는 걸 말이다! --- p.75

“그 얘기는 다음번에 더 나누자. 넌 누구에게 말할 수 있는 정도보다 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고 보는데. 그렇다면 넌 한 번도 네가 생각한 대로 살지 못했다는 것도 알고 있는 거야. 그건 좋지 않아. 우리가 삶에서 구현할 수 있는 생각만이 가치가 있어. 넌 네게 ‘허락된 세계’가 세상의 절반뿐이라는 걸 알고 있었어. 그리고 두 번째 세계를 숨기려 했지. 신부님이나 선생님이 그러듯 말이야. 그게 잘 되진 않을걸! 그 누구도 잘 숨길 순 없을 거야. 일단 그런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면 말이야.” --- p.101

우리는 품질이 미심쩍은 와인을 마시며 두꺼운 잔으로 건배했다. 처음에는 썩 내키지 않았지만 어쨌든 새로운 일이었다. 곧 나는 말이 아주 많아졌다. 와인에 익숙하지 않은 탓이었다. 마치 마음속 창문이 활짝 열려 세상이 안으로 들어오는 것만 같았다. 얼마나 오랫동안, 얼마나 끔찍할 정도로 오랫동안 나는 마음에 있는 얘기를 못 했나! 나는 온갖 얘기를 줄줄이 떠들었는데, 하이라이트는 카인과 아벨 이야기였다! --- p.114~115

“새는 투쟁하여 알에서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 새는 신에게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 p.146

그때 나는 특이한 피난처를 발견했다. 사람들이 말하는 ‘우연’을 통해서였다. 하지만 우연이란 없다. 뭔가 꼭 필요한 누군가가 자신에게 꼭 필요한 뭔가를 발견한다면 그건 우연이 아니다. 그 자신이, 그 자신의 갈망과 필연성이 그를 그리로 이끈 것이다. --- p.156

모든 이에게 진정한 소명은 단 하나, 자기 자신에게로 가는 것이다. 그 소명은 시인으로, 미친 사람으로, 예언자 또는 범죄자로 끝날 수도 있다. 그것은 소명의 소관이 아니었으며 궁극적으로 중요하지도 않았다. 소명의 과제란 자신만의 운명을 찾는 것이었다. 자기 마음대로인 운명이 아니라 자신 안에서 그 운명에 따라 사는 것이었다. 오롯이, 부단히 말이다. --- p.205

『데미안』에서 재현되는 전쟁터는 다만 파괴와 살육의 장소만은 아니게 된다. 또한 마냥 새로운 신 아브락사스를 좇는 장소도 아니다. 낡은 것이 무너질 때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찾으며 열광한다. 하지만 싱클레어는 더는 그럴 필요가 없다. 새로운 신 아브락사스는 이미 싱클레어의 성숙한 내면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 p.273~274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싱클레어는 어느 날 크로머의 비열한 협박과 간계에 말려든다. 그는 처음으로 부모에게 거짓말을 하고 자기 자신을 속여 괴로워한다. 그러나 한 학년 위의 전학생 막스 데미안의 출현과 도움으로 크로머의 위협에서 벗어난다. 데미안과 친구가 된 싱클레어는 자신이 ‘표식’을 단 ‘카인의 후예’임을 알게 된다. 다른 도시의 기숙학교에 입학한 싱클레어는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과 일탈의 나날을 보낸다. 그러다 오르간 연주자 피스토리우스의 연주를 듣고 난 뒤, 자신의 가능성을 찾아내 외롭고도 험난한 길을 걷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소명임을 알게 된다.

어느 날, 싱클레어는 베아트리체라는 소녀를 보고 사랑에 빠진다. 그는 그녀가 자신을 악의 세계에서 벗어나게 해줄 구원과 이상의 인물로 간주하고 그림을 그린다. 그러나 그림 속에 비친 인물은 데미안과 자신을 닮았음을 알게 된다. 싱클레어는 자신을 둘러쌌던 두 세계가 서로 다른 것이 아님을 깨닫고, 자신이 배운 것을 타인에게 전수할 줄 아는 성숙한 개성이 되어 간다. 그 정점에 데미안의 어머니 에바 씨에 대한 사랑이 있다. 싱클레어는 조만간 한 세계가 몰락할 조짐을 발견하며, 에바 씨에 대한 사랑 속에서 새로운 세계의 탄생을 예감한다. 그 사랑은 제1차 대전에 참전한 데미안이 군인이 된 싱클레어에게 에바 씨와 자신의 입맞춤을 전달함으로써 실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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