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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 1984년 제3회 김수영문학상 수상작

문학과지성 시인선-032이동
리뷰 총점8.2 리뷰 18건 | 판매지수 1,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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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1983년 10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134쪽 | 207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32001876
ISBN10 89320018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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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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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대를 감시하겠다는 사람의 외로움과 질량과 가속도와 등거리도 양지하여 주시기바랍니다. 죄의식에 젖어 있는 시대, 혹은 죄의식도 없는 저 뻔뻔스러운 칼라 텔레비전과 저 돈범벅인 프로 야구와 저 피범벅인 프로 권투와 저 땀범벅인 아시아 여자 농구 선수권 대회와 그리고 그때마다의 화환과 카 퍼레이드 앞에 다섯살 난 한 아이가 공터에서 힘껏 돌을 던진다.
--- pp.86-87
같은 위도(緯度) 위에서

지금 신문사에 있거나
지금도 대학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다 불쌍한 사람들이다
잘 들어라, 지금
잘 먹고
잘 사는 사람들은 지금의
잘 먹음과 잘 삶이 다 혐의점이다
그렇다고 자학적으로 죄송해 할 필요는 없겠지만
(제발 좀 그래라)
그 속죄를 위해
<악으로> 시를 쓰는 것은 아니다.
이름을 위해 우리가 사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 말도
나는, 간신히, 한다
간신히 하는 이 말도
지금 대학에 있거나
지금도 신문사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못 한다 안 한다 (후략)
--- p.44

회원리뷰 (18건) 리뷰 총점8.2

혜택 및 유의사항?
(2016년 결산) 새들도 세상을 뜨는 구나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YES마니아 : 로얄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꿈*******자 | 2017.01.02 | 추천7 | 댓글12 리뷰제목
그것은 수평이 아니다 승강구 2단에 서서졸고 있는 너를 평면도로 보면아버지 실직 후 병들어 누움,어머니 파출부 나감,남동생 중3, 신물팔이生計는 고단하고 고단하다뻔하다빈곤은 충격도 없다그것은 네가 게으르기 때문이다 너의 아버지의 무능 때문이다 너의 어머니의 출신 성분이 좋지 않아서이다 네가 재능도 없고 지능이 없어서이지 악착 같고 통밥만 잘 돌려봐&nbs;
리뷰제목
그것은 수평이 아니다 승강구 2단에 서서

졸고 있는 너를 평면도로 보면

아버지 실직 후 병들어 누움,

어머니 파출부 나감,

남동생 중3, 신물팔이

生計는 고단하고 고단하다

뻔하다

빈곤은 충격도 없다

그것은 네가 게으르기 때문이다 

너의 아버지의 무능 때문이다 

너의 어머니의 출신 성분이 좋지 않아서이다 

네가 재능도 없고 지능이 없어서이지 악착 같고

통밥만 잘 돌려봐 

그렇다고 네가 몸매가 좋나 얼굴이 섹시하나 

TIME에 실린 전형적인 한국인처럼, 몽고인처럼

코는 납작 광대뼈 우뚝 어깨는 딱 벌어져 궁둥이

는 펑퍼져 키는 작달

, 너는 욕먹는 한국 사람으로 서서

졸고 있다

일하고 있다

그런 너의 평면도 앞에서

끝내는 나의 무안함도, 무색함도, 너에 대한 정

치 경제 사회 문화적 모독이며

나의 유사 - 형제애도, 너에 대한 정치 경제 사

회 문화적 속죄는 못 된다

그걸 나는 너무 잘 안다

그걸 나는 금방 잊는다. ~ 95 청량리 - 서울대 중에서

 

이게 시라고 말할 수 있을까? 시를 읽으며 많은 생각을 했다. 세상은 예전보다 살기 좋아졌다고 하지만 이 세상에 사는 서민들의 삶은 변한 게 별로 없는 것 같으니까. 요즈음엔 뉴스를 보는 게 두렵다. 까도까도 새로운 것이 나오는 양파마냥 충격적인 사실들이 나온다. 그 사실 앞에 높은 자리에 있는 그들은 얼굴을 들고 표현한다. 내가 왜 이 자리에 있는지, 내가 잘못한 것은 없는 데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모른다는 얼굴. 그들은 양심도 없고 창피함도 모르는 인간인 것일까? 능력 있는 부모를 두지 못한 대다수의 서민이 잘못인양 말하는 그들.. 우리가 무능하고 우리의 부모가 게을렀기 때문일까? 그들은 과연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까 

 

대다수의 사람들은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노력하며 산다. 그러는 과정에서 실패도 하고 좌절도 한다. 그렇다고 그들이 우리의 부모가 게을렀을까? 능력이 없었을까? 뭐든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사회적 분위기는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 이 시인의 시집을 읽으며 답답했다. 왜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는지, 왜 점점 더 세상은 사는 게 힘든지...

 

시들은 모두 지금의 우리 모습을 대변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읽는 동안 숙연해질 수밖에 없었다. 시가 가진 매력이자 시가 가진 뭉클함. 이웃님을 통해 알게 된 시집이다. 그 이웃님께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

 

 

7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7 댓글 12
파워문화리뷰 황지우, &#65378;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65379;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오***스 | 2019.01.08 | 추천5 | 댓글0 리뷰제목
역사        영화(映畵)가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 일제히 일어나 애국가를 경청한다. 삼천리 화려 강산의 을숙도에서 일정한 군(群)을 이루며 갈대숲을 이륙하는 흰 새 떼들이 자기들끼리 끼룩거리면서 자기들끼리 낄낄대면서 일렬 이열 삼렬 횡대로 자기들의 세상을 이 세상에서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
리뷰제목

역사

 

 

 

 영화(映畵)가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

 일제히 일어나 애국가를 경청한다.

 삼천리 화려 강산의

 을숙도에서 일정한 군()을 이루며

 갈대숲을 이륙하는 흰 새 떼들이

 자기들끼리 끼룩거리면서

 자기들끼리 낄낄대면서

 일렬 이열 삼렬 횡대로 자기들의 세상을

 이 세상에서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간다.

 우리도 우리들끼리

 낄낄대면서

 깔쭉대면서

 우리의 대열을 이루며

 한 세상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갔으면

 하는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로

 각각 자기 자리에 앉는다.

 주저앉는다.

 - 황지우,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영화관에서는 먼저 애국가가 울렸다. ‘동해물과 백두산이~’로 시작하는 애국가가 커다란 배경 화면과 어울려 자리에서 일어난 관객들을 향해 울려 퍼졌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지 않는 사람은 눈총을 받았다. ‘애국가라는 숭고한 노래가 울려 퍼지는데 일개 국민이 어떻게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있단 말인가? 군사문화가 지배하던 시기를 알려주는 이야기지만, ‘애국가는 지금도 여전히 태극기와 함께 국가에 대한 맹세를 이끌어내는 권력을 지니고 있다. 애국가나 태극기 자체가 권력은 아닐 것이다. 그런 대상들을 통해 권위를 세우려는 사람들이 권력을 행세한다고 보는 게 정확하겠다. 지금도 야구장에 가면 경기가 시작되기 전 애국가가 먼저 울린다. 선수들과 관객들은 태극기가 걸린 외야를 향해 서서 가슴에 손을 얹고 경건한(?) 마음으로 애국가를 듣는다. “일제히 일어나 애국가를 경청한다는 시인의 말이 21세기 현실에서도 이루어지는 순간이다.

 

시인은 애국가는 듣지 않고 화면에 나오는 흰 새떼들에 주목한다. 흰 새떼들은 일정한 무리를 이루며 갈대숲을 이륙하고 있다. 보금자리를 떠나 그들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자기들끼리 끼룩거리면서/ 자기들끼리 낄낄대면서새들은 자기들이 가야할 곳으로 일제히 날개를 편다. 하늘은 드넓다. 저 드넓은 곳을 날개를 펴고 나는 마음은 과연 어떨까? 새가 되고 싶은 시인은 그러나 지금 영화관 구석에 처박혀 애국가를 듣고 있다. 구석에 박혀 파란 하늘을 나는 새떼를 부러운 눈으로 보고 있다. “일렬 이열 삼렬 횡대로 자기들의 세상을/ 이 세상에서 떼어 메고새들은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간다. 새가 날아가는 곳 자체가 중요한 건 아니다. 새가 날아가는 곳이 이 세상 밖이라는 게 중요하다. 영화관처럼 비좁은 세계를 벗어나 드넓은 하늘을 날고 싶은 소망을 시인은 비상하는 새떼에 빗대어 표현하고 있는 셈이다.

 

하늘을 나는 저 흰 새떼를 스크린으로 보며 시인은 영화관 한 구석에서 세상 밖으로 나아가는 상상을 한다. “우리도 우리들끼리/ 낄낄대면서/ 깔쭉대면서라는 시구에 나타난 대로, 시인은 일부러 과장된 몸짓을 내보인다. 이래저래 해도 영화관이라는 한계를 벗어날 수는 없다. 하지만 몸은 구속되어 있어도 정신은 그럴 필요가 없지 않은가? 그래, 시인은 우리들끼리 대열을 이루어 한 세상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갔으면하는 꿈을 낄낄대고 깔쭉대며 표현한다. 새들도 날아간 세상을 우리 인간이, 이성을 지닌 인간이 못 갈 이유가 무엇인가? ‘가야 한다는 당위는 갈 수 있다는 희망으로 바뀐다. 엉덩이를 들썩일 정도로 희망이 부푼다. 그러나 이내 시인은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라는 애국가 끝자락을 듣는다. 애국가가 끝나면 자리에 앉아야 한다. 영화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러 영화관에 왔으니 사람들은 각기 자기 자리에 앉는다/ 주저앉는다”.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라는 제목으로 시인은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1980년대라는 타락한 시대 속에서도 사람들은 끊임없이 꿈을 꾸었다. 민주화를 향한 열망으로 똘똘 뭉친 이들이 6월 항쟁을 일으켰고, 그 결과 대통령 직선제라는 결과물을 낳았다. 6월 항쟁은 갑작스레 벌어진 일이 아니다. 가깝게는 박종철, 이한열이라는 열사들이 있었고, 멀게는 군사문화의 폭압 아래서도 하늘을 나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던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황지우가 쓴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는 이 세상을 뜨는 새를 보며 민주화의 꿈을 꾸었던 사람들의 내면을 에둘러 보여준다. 꿈을 꾼다고 그 꿈이 현실에서 자연스레 이루어지는 건 아니다. 당장 이 시에서 시인은 애국가가 끝나고 이내 의자에 주저앉는 존재를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꿈을 꾸었고,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그로 해서 혹독한 대가를 받았다. 흰 새떼들이 자유롭게 하늘을 날 때 민주화를 외치던 누군가는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홀로 앉아 추위와 싸워야 했다. 누구보다 편하게 세상을 살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차가운 골방이 아니라 훈훈한 사무실에서 펜대나 굴리며 살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편안한 삶을 포기하고 그들은 하늘 아래 광장으로 나섰고 그곳에서 민주주의를 목 놓아 외쳤다. 새들만 하늘을 날란 법이 있는가? 인간도 하늘을 날며 제 꿈을 펼칠 수 있지 않은가? 한 사람이 꾸던 꿈이 시간이 지나 모든 사람이 꾸는 꿈으로 바뀌면 현실 또한 이에 따라 바뀔 수밖에 없다. ‘국민이라는 이름에 새겨진 거대한 힘은 바로 이 꿈을 통해 현실에서 펼쳐지는 셈이다.

 

2016년에 불길처럼 번진 촛불집회로 전임 대통령을 탄핵한 국민의 힘은 무엇보다 새로운 세계를 꿈꾼 이 사람들이 있기에 가능했다. 꿈을 꾸는 사람은 또 다른 꿈을 꾸는 사람과 끝없이 이어진다. 예전부터 꿈꾸던 민주화가 시나브로 실현되는 과정을 거치며 사람들은 더불어 꿈을 꾸는 마음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되었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은 힘이 약하다. 하지만 그 약한 힘이 모이지 않으면 촛불 집회의 거대한 힘은 나올 수 없다. 탄식으로 끝나는 이 시에서 나는 역설적으로 그 밑에 스민 이 거대한 힘을 본다. 꿈이 있는 자에게는 여전히 희망이 살아 있다. 그 희망으로 탄식하던 우리들은 지금에 이르렀다. 죄를 지은 대통령들을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처벌하는 사회를 만들었다. 이게 역사다. 역사는 언제나 꿈을 꾸는 사람들을 중심에 내세우는 것이다.

 

 

5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5 댓글 0
환멸의 기록- 大腦(대뇌)와 性器(성기) 사이에서 흔들리는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2*****h | 2009.04.21 | 추천4 | 댓글0 리뷰제목
환멸의 기록- 大腦(대뇌)와 性器(성기) 사이에서 흔들리는      이런 것도 시가 될 수 있는가. 황지우의 시를 처음 접한 스무 살 무렵 느낀 당혹을 기억한다. 그 시절에 황지우의 첫 시집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는 생경함, 그 자체였다. ‘아름다운 비애’와 ‘달콤한 우울’, ‘삶에 대한 희망’을 서정적으로 그려내는 것이 시라고 여겼던 순진한 생각은 황지;
리뷰제목

환멸의 기록- 大腦(대뇌)와 性器(성기) 사이에서 흔들리는

 

 

 이런 것도 시가 될 수 있는가. 황지우의 시를 처음 접한 스무 살 무렵 느낀 당혹을 기억한다. 그 시절에 황지우의 첫 시집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는 생경함, 그 자체였다. ‘아름다운 비애’와 ‘달콤한 우울’, ‘삶에 대한 희망’을 서정적으로 그려내는 것이 시라고 여겼던 순진한 생각은 황지우의 이 시집으로 무너졌다. 광고와 신문기사, 수첩에 적은 낙서들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은 두서없는 단어들의 나열, 모호한 숫자와 기호들의 조합들은 '장난'처럼 여겨졌다.

 

 이런 것도 시가 될 수 있는가. 스스로 답하기까지는 세월이 더 필요했다. 몇 번의 사랑이 '장난'처럼 끝난 후 나는 학교 도서관 구석자리에서 시집들을 읽으며 내면에 고인 마음들을 정리하는 연습을 수없이 해야만 했다.

 

 황지우를 다시 읽은 것은 그 시기였다.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라고 시작되는「뼈아픈 후회」라는 시. 그 시를 거듭 읽으며 하루를 보냈던 그 날, 나는 당혹스러웠던 황지우의 첫 시집을 다시 펼쳤다. 난해했던 황지우의 첫 시집을 다시 해석해보고 싶었던 것. 그러나 다시 읽은 시 속에는 복잡한 분석을 필요로 하지 않는, ‘삶’이 있었다.

 

 신문기사와 광고, 극장의 대한 뉴스를 보며 읊은 황지우의 시들은 아픈 삶과, 그것을 살아내야만 했던 시인의 나약함과 오기, 시대에 대한 불만들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시인은 “1972년: 대학에 입학” 했고, “최루탄과 화염병이 강림하던 순간”들을 겪으며 20대를 보낸다. 감옥과 군대로 뿔뿔이 흩어졌던 친구들은 “1979년: 대통령이 죽고”, “모두, 한꺼번에 돌아”(「활엽수림에서」)온다. 80년대를 맞이하며 그는 시인이 되었지만(198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 광주에서 시작된 어둠은 시인을 ‘침묵’(「묵념, 5분 27초」: 실제로 이 시는 빈 칸 뿐이며, 5, 27 이란 숫자는 광주항쟁이 진압 당한 날짜와 같다)으로 몰아간다.

 

 80년대는 더 짙은 어둠이었지만 사람들은 어둠에 조용히 익숙해져 간다. 여전히 학살의 현장에서 실종된 사람들을 찾는 광고가 나오지만 그것을 읽는 화자는 “쭈그리고 앉아/ 똥을”(「심인」)눈다. 사람들은 대한뉴스가 나오는 극장에서 “애국가를 경청”하고 “각각 자기 자리에 앉”(「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고, 남루한 회사원은 “미스 리와 저녁식사하고 영화 한 편”(「한국생명보험회사 송일환씨의 어느 날」)을 보는 것이 유일한 낙이다. 시인의 눈에 세상은 비극과 기만으로 직조되었으며 사람들은 “大腦(대뇌)와 性器(성기) 사이에”(「이준태의 근황」)에 흔들리는 저울추와 같이 다가온다.

 

 자의식 없는 자들의 기만적인 삶. 자신도 예외가 아니라는 자학 때문일까. 시는 시종일관 어둡고 냉소적이며 서정시의 문법에서 벗어나 끊임없이 형식을 파괴한다. 황지우의 첫 시집은 환멸을 통과한 자의 읊조림이다. 굳이 비유하자면 흑백복사기와 흡사하지 않을까. 시인의 내면에 비친 세상과 인간은 한없이 단조롭고 우울하다.

 

 그러나 나는 이 시집에 박힌 풍경들을 희망의 다른 이름으로 명명한다. 환멸을 토한 언어의 나열을 읽으면서 나는 갈 곳 잃은 마음을 시에 담아 정리하려는 부질없는 생각을 ‘정리’ 했으므로. 나는 이 시집을 읽으면서 나를 구속했던 풍경에서 벗어났다. 정직한 환멸의 기록은 낯선 풍경을 환기시킨다. 그 낯설음은 지금-여기의 삶이 기만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심어주며 자신과 풍경 사이에 ‘거리’를 형성시켜준다는 사실을, 나는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같은 질문을 던진다. 이런 것도 시가 될 수 있는가. 망설이지 않고 답하리라. 이것도, 아니 이런 것이 좋은 시라고.

4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4 댓글 0

한줄평 (5건) 한줄평 총점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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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5점
모든게 혼란스러웠던 시절 위로를 줬던 시집.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아 다시 삽니다.
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
b***o | 2017.12.21
평점5점
소장용으로 구매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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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1 | 2017.09.29
평점5점
시가 주는 세상의 이야기. 지금 우리와 하나도 달라진게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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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로얄 꿈*******자 | 2017.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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