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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걸어도 나 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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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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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8년 08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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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일부 기기 사용 불가),PC(Mac)
파일/용량 EPUB(DRM) | 42.82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9.4만자, 약 3만 단어, A4 약 59쪽?
ISBN13 9791130618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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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곳에 안 가도 되니까 그냥 좀 걷자. (중략) 나는 목적 없이 걷다 보면 마음이 차분해지거든.”--- p.78

아니다, 그러는 대신에 카에데 씨를 데리러 가서 여행을 가자고 말하자. 이렇게 됐으니 ‘히로키를 혼쭐내러 가는 여행(가제)’이든 뭐든 좋다. 벌써 인생의 절반을 살아왔고, 돈도 얼마 없는 우리. 그래도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휴식과 기분 전환이다.--- p.84

언제든 갈 수 있다고 믿었다. 언제든, 어디든 갈 수 있다고 믿었다. 동시에 어디로도 갈 수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자만하면서 그 무엇도 될 수 없다고 두려워했다.--- p.96

“이봐요. 우리가 어디에서 살고 있죠? 세상이죠. 세상. 그러니 세상 평판도 중요하잖아요?”
시즈 씨의 눈이 싸늘하게 번뜩였다. 대꾸하지 않자, 시즈 씨는 조용히 그러나 들으라는 듯이 한숨을 쉬고 내 옆을 지나갔다. 쇼타, 쇼타. 등진 채로 아들을 부르는 달콤한 목소리를 들었다.--- p.141

‘여자애’라고 불리는 것이 싫었다. 내가 십대라면 그렇게 불려도 어쩔 수 없지만, 이제는 껄끄러웠다. 여자애라는 단어 에서 어엿한 인간으로 인정해주지 않는 뉘앙스를 느꼈는지 도 모른다. 여자는 귀여워하고 예뻐해주면 그만이라는 사고방식이라면 지친다.--- p.153쪽

우리는 지금 같이 여행하고 있지만 붙어 다니려고 온 것은 아니다. 관광지에서 흔히 파는 이름을 각인한 커플 열쇠고리를 사지도 않고, 유미코가 만든 요리를 일일이 찍어 ‘친구야, 고마워☆’ 같은 말과 함께 SNS에 올리지도 않는다. 나와 유미코는 그런 관계와 다르다.--- p.158

종종 “카에데 씨, 아이를 싫어하죠?”라는 단정적인 질문을 받는다. 나는 오히려 ‘아이’를 한 묶음으로 간주하는 사람들이 싫다. 나는 남자가 좋지만 남자라면 누구나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아이도 그렇다. 별로인 아이도 있고 귀여운 아이도 있다. 아이라도 어엿한 사람이다. 나는 아이를 한 묶음으로 여기지 말라고 생각할 정도로는 개인을 존중한다. --- p.174

내 보통과 당신의 보통은 아마 전혀 다를 거야.--- p.175

걷고 또 걸어 20분쯤 지났을까, 외로이 설치된 자동판매기를 발견해서 따뜻한 차를 뽑았다. 오늘은 길에 자동차가 다니지 않았다. 세상의 끝에 있는 것 같았다. 차를 바로 마시지 않고 주머니에 넣어 손을 데우며 다시 걸었다. 이런 세상의 끝에도 자동판매기의 상품을 채우러 오는 사람이 있다니 왠지 기적 같았다.--- p.190

빗소리가 자장가 같다고 말하자, 나카자와가 웃으며 잠이 올 것 같으니까 그런 소리는 하지 말라고 했다. 우리는 한동 안 말없이 빗방울이 앞 유리를 타고 흘러내리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자동차 지붕을 두드리는 빗방울 소리를 들으며 그저 가만히 앉아 있었다. 나카자와는 골똘히 생각에 잠긴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끌어안지도 않고 앞으로 그럴 예정도 없이 그저 함께 무언가를 보고 듣는 시간을 남자와 보내는 것은 오랜만이었다.--- p.201

얘, 유미코. 어른이 되어도 세상은 네 마음대로 되지 않아. 자유로워지지도 않아. 어른이 되어도 사람들은 온갖 참견을 할 거야. 그래도 최소한 자기가 먹을 것을 직접 준비할 순 있어. 왕자님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자기 발로 걸어갈 수 있어.
괜찮다고는 말하지 않겠다. 그런 무책임한 말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살아. 부디 살아주렴. 진심으로 바랐다.--- p.232

“여자가 화장하고 옷을 예쁘게 입는 건 남자를 위해서가 아니에요. 자기 자신을 위해서지. 적어도 나는 그래요. 물론 남자에게 보여주려고 그럴 때도 있어. 그래도.”
나는 다시 숨을 들이쉬고 내쉬었다.
“그래도 적어도 그 남자가 댁은 아니야.” --- p.240

아마 어디를 가든 우리는 서로에게 친근하게 달라붙어 있지는 않을 것이다. 외톨이다. 그리고 생각했다. 부부든 친구든 같이 있다고 ‘둘’이라는 새로운 무언가가 되지 않는다. 그저 외톨이와 외톨이일 뿐이다. --- p.250

우리는 아무리 나이를 먹더라도 원하는 것을 원할 권리가 있다. 얻으려고 할 권리가 있다.
--- p.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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