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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Q정전
루쉰 저 / 문현선 | 반니 | 2018년 09월 04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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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9월 04일
쪽수, 무게, 크기 236쪽 | 252g | 120*190*20mm
ISBN13 9791187980803
ISBN10 118798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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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은 달빛이 무척 좋다.
삼십여 년이나 못 만났던 그를 오늘 보고 나니 정신이 유난히 맑아진다. 이제야 지난 삼십여 년 내내 멍한 상태였음을 알겠다. 그래도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자오씨네 개가 왜 나를 노려봤겠는가? 내가 두려워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 p.8

어떤 승리자들은 적이 호랑이나 독수리 같기를 바란다고 한다. 그래야만 승리의 기쁨을 느끼고, 양이나 병아리 같으면 승리해도 시시하다고 느낀다. 또 어떤 승리자들은 모든 것을 정복한 뒤 죽을 사람은 죽고 항복할 사람은 항복해 “황공하오나 죽을죄를 지었나이다.”라고 말하는 상황에 이르면, 적도 없고 상대도 없고 친구도 없이 혼자만 높은 자리에 고독하게 남아 처량하고 쓸쓸해져 오히려 승리에 비통해한다. 하지만 우리의 아Q는 그렇게 약하지 않다. 아Q는 영원히 득의양양하다. 어쩌면 이것이 중국의 정신문명이 세계 최고라는 증거인지도 모른다. --- pp.48~49

순간 아Q의 생각이 또다시 회오리바람처럼 맴돌기 시작했다. 4년 전 산기슭에서 굶주린 늑대 한 마리를 만났는데 늑대는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거리를 유지하며 그를 잡아먹기 위해 끈질기게 따라왔다. 아Q는 죽을 듯이 놀랐지만 다행히 땔나무용 칼을 가지고 있어서 용기를 내어 웨이좡까지 돌아올 수 있었다. 하지만 흉포하고 무시무시한 늑대의 눈빛은 결코 잊을 수 없었다. 도깨비불처럼 번득이는 늑대의 눈빛은 멀리서도 살가죽을 뚫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이 순간 아Q는 생전 본 적 없는 한층 더 무서운 눈빛을 또 만났다. 둔탁하면서도 예리한 눈빛은 아Q의 말을 이미 씹어 먹었을 뿐 아니라 그의 살가죽 이외의 무엇까지 씹어 먹으려는 듯 가깝지도 멀지도 않게 언제까지고 따라오고 있었다. --- pp.99~100

사람들이 뒤에서 하는 이야기를 들으니, 쿵이지는 원래 글공부를 했지만 끝내 과거에 합격하지 못했고 생계를 꾸릴 줄도 몰랐다. 그러다 보니 갈수록 가난해져 구걸을 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다행히 글씨를 아주 잘 써서 남들에게 책을 베껴주며 밥벌이를 할 수 있었다. 다만 안타깝게도 성격에 문제가 있었다. 술을 좋아하는 데다 게을렀던 것이다. --- p.105

그녀는 사방을 둘러보았지만 앙상한 나뭇가지에 앉은 까마귀 한 마리만 보였다. 그녀가 이어서 말했다.
“알았어. 위얼아, 불쌍하게도 저들이 너를 곤경에 빠뜨렸으니 앞으로 반드시 대가를 치르겠구나. 하늘이 다 알잖니. 너는 이제 그만 눈을 감으렴. 네가 정말 여기서 내 말을 듣고 있다면 저 까마귀에게 네 무덤 위를 날도록 시켜보렴.” --- p.127

오래전 우리 선조들은 머리카락을 심각하게 취급하지 않았던 듯해. 형법을 보면, 가장 중요한 부분은 당연히 머리니까 참수가 가장 큰 벌이었지. 다음은 생식기라 궁형과 유폐도 무시무시한 벌이었고. 삭발은 아주 미미한 벌이었다네. 하지만 헤아려보면 머리카락이 없다는 이유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평생 사회에서 멸시를 받았는가. --- p.135

“쇠스랑이 있잖아. 다가가서 오소리를 보면 찌르는 거지. 그런데 녀석은 엄청 영리해서 너한테 달려드는 척하다 가랑이 사이로 빠져나갈 수도 있어. 털도 기름처럼 미끄럽지…….”
세상에 그렇게 신기한 일이 많은 줄 몰랐다. 바닷가에 색색의 조개껍데기가 널려 있고 수박에 그토록 위험한 내력이 있다니. 그때까지 수박에 대해 내가 아는 사실이라고는 과일가게에서 판다는 것뿐이었다. --- pp.163~164

“어렸을 때 벌이나 파리가 한곳에 앉아 있다가 뭔가에 놀라면 곧장 날아올랐다가도 작은 원을 한 바퀴 돌고 제자리로 돌아와 앉는 것을 보며 정말 우습고 불쌍하다고 생각했지. 그런데 나 스스로도 고작 작은 원을 한 바퀴 돌고 제자리로 올 줄 누가 알았겠나. 자네도 돌아올 줄 몰랐고 말이야. 자네는 더 멀리 날 수 없었나?” --- p.182

겨울이라 날이 짧은데 눈까지 내려서 밤빛이 어느새 마을 전체를 감쌌다. 사람들은 등불 아래서 바쁘게 일했지만 창밖은 무척 조용했다. 두껍게 쌓인 눈밭에 눈송이가 떨어지면서 사락사락 소리를 내는 듯해 한층 더 적막하게 느껴졌다. 나는 노랗게 빛나는 등불 아래 혼자 앉아 생각에 잠겼다. --- p.205

당시 중국은 유럽 열강들의 잦은 침략으로 정국이 혼란스럽고 경제적으로 파탄이 난 상태였다. 그런데도 중국인은 여전히 중화의식에 빠져 있었다. 그런 중국인을 깨우기 위해 루쉰은 투창을 치켜들고 전사로 나섰으며, 《외침》은 바로 창문 없는 철방에 있는 중국인을 깨우는 혁명전사 루쉰의 날카로운 목소리였다. 이 작품집에는 무기력한 중국인 군상에 대한 기억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광인 일기〉, 〈아Q정전〉을 비롯해 〈쿵이지〉, 〈머리카락 이야기〉, 〈약〉 등이 실려 있다.
--- p.231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웨이좡에 사는 날품팔이꾼 아Q는 자부심 강하고 모든 일을 자기 합리화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실제로 자부심을 가질 근거도 없고 오히려 사람들에게 조롱을 당하며 구타당하기 일쑤다. 그럴 때마다 그는 정신적 승리법으로 이겨낸다. 머리에 난 부스럼 자국을 보고 동네 건달들이 놀리고 때리면 아들놈에게 맞았다고, 세상 꼴이 말이 아니라고 여기고 애써 넘어갔고, 건달들의 폭행이 심해지면 자기는 벌레라고 비하하고 스스로 자기 경멸의 일인자라고 생각하며 승리감에 도취했다. 그러다 부녀자를 희롱한 사건으로 마을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되었다가 어느 날 화려한 모습으로 귀환한다. 아Q는 위풍당당하게 허세를 부렸지만 사실 좀도둑질로 모은 재산들이었다. 그러던 중 마을에 혁명의 소용돌이가 몰아친다. 혁명당에 가입하기 위해 첸씨의 아들을 찾아간 날 밤, 자오씨의 집이 습격을 당한다. 아무 관련이 없는 아Q는 자오씨 집을 약탈한 혐의를 받고 관청에 끌려간다. 그리고 의사소통도 이루어지지 않은 채 사형장으로 끌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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