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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
아침달 2018.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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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달 시집

책소개

저자 소개1

해묵은 물음이 있다. 책의 주인은 누구인가? 주인이 있는가? 이 물음이 해묵어서 나는 책에 칼을 넣고 싶었다. 그러나 출판사의 반대로 실현할 수 없었다. 가벼운 독이라도 책장에 바르고 싶었지만 이 또한 불가능했다. 쌓인 책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은 부디 이 마음을 헤아려줬으면 좋겠다. 어린이에겐 꿈과 희망을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9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112쪽 | 125*190*20mm
ISBN13
9791189467074

책 속으로

그저 얘기나 좀 하고 싶을 뿐이다.
백지를 바라보는 일과 백지처럼 보이는 회한에 대해

말하자면
소련엔 이제 작가라 할 만한 사람이 없어서
대신 이걸 쓴다.
--- p.5

죽은 몸에서 나가지 못하는 죽은 내가
살아 있는 것처럼 의식의 팔다리를 휘두르고 있다.

여전히 움직이고 있는 의식은
몸의 결핍을 복잡한 길로 인식한다.
--- p.25

나는 낭떠러지에서 자라는 나무입니다.
나는 낭떠러지의 형식입니다.
이러한 내가 고작 일순간의 힘으로
고작 반복되는 운동으로
요약되는 것은 못마땅합니다.
--- p.50

당신의 손이 얼굴을 감싸려고 해서
눈을 뜬다.

장터를 지나
집터를 지나
당신에게 다가가고 있었는데

--- p.77

출판사 리뷰

“책의 주인은 누구인가?”
독자들에게 던지는 ‘질문의 책’


해묵은 물음이 있다. 책의 주인은 누구인가? 주인이 있는가? 이 물음이 해묵어서 나는 책에 칼을 넣고 싶었다. 그러나 출판사의 반대로 실현할 수 없었다. 가벼운 독이라도 책장에 바르고 싶었지만 이 또한 불가능했다. 쌓인 책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은 부디 이 마음을 헤아려줬으면 좋겠다.

어린이에겐 꿈과 희망을
―저자 소개 전문

저자 이호준은 일반적으로 저자의 약력이 기입되는 책날개에 자신을 소개하는 대신 이러한 “해묵은” 물음을 남겼다. 이는 출판사의 의도가 아니었음을 출판사 리뷰를 통해 밝힌다. 그의 나이나 성별, 하다못해 전공이라도 밝히고자 하였지만 이 또한 불가능했다.
『책』은 책의 주인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된다. 저자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없는 이 책의 실물을 본 독자들은 우선 이 책의 만듦새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책』은 겉표지뿐 아니라 내지까지 모두 검은색 종이를 사용했고, 본문 인쇄는 은별색 잉크로 되어 있다. 내용상 분류하자면 장시집이 되겠지만 시의 제목이 따로 있지는 않다. 제목이 없기에 한 편의 시라기보다는 한 권의 시라고 해야 합당할 듯하다.
『책』의 본문은 이렇게 시작된다. 책을 쓴 저자의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요약

그저 얘기나 좀 하고 싶을 뿐이다.
백지를 바라보는 일과 백지처럼 보이는 회한에 대해.
―5쪽

“지금 쓰고 있다는 확신과 아무것도 쓰이지 않는다는 직감” 속에서 이호준은 두서 없는 시를 시작한다. 한 편의 작품이라기보다는 한 권의 흐름이라고 해야 할 이호준의 시는 언어에 대한 자의식, 거짓과 교란을 일삼는 이야기, 죽음에 대한 성찰과 경구들, 일상 속에 떠오르는 관념들로 이루어져 있다. 연속과 분절을 거듭하며 독백에 가까운 목소리로 다양한 풍경을 이어나가는 이 시집은 관념의 어둠을 침침한 언어의 빛으로 헤쳐나가려는 무명인의 작업이며, 흔히 ‘백지(白紙)’라고 부르지만 이 책의 용지가 검은색이기에 형용 모순되는 공백 위에서 펼쳐지는 암투다.

『책』이라는 제목과 책의 형태와 내용을 통해 유추할 수 있는바, 이 책의 저자는 책을 쓰기 싫은 마음과 책을 남기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오래 고뇌했음이 틀림없다. 아마도 그가 남기고 싶었던 것은 특정한 작가의 이름표가 붙은 작품집이 아닌, 주인 없는 한 권의 책, 책일 뿐인 책, 그런 불가능한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세상일의 결과란 늘 협상의 한가운데서 이루어진다.

유일무이한 수신자가 된 마음으로

이호준의 시를 읽고 나서 김언은 이렇게 표현했다. “끝없는 우주 미아의 심정으로 써 내려간 상상력(…) 눈앞에 어떤 대상도 없는 상태인데 무엇이든 불러와서 채우고 뒤트는 상상력의 장으로 역전을 시킨다.” 유계영은 “너무나 매혹적이어서 함부로 요약해서는 안 될 것 같다”고 표현했다.

나는 이호준이 112쪽에 달하는(초고는 더 길었다) 장시를 쓰게 된 마음을 상상해본다. 시 쓰기를 관두기 위한 시 쓰기가 아니었을까 상상할 수밖에 없었다. 관두려는 그것이 시 쓰기가 아닐 수도 있다. 생각하기를 관두기 위해. 이해하기를 관두기 위해. 살아가기를 관두기 위해. 어쩌면 생과 사의 경계 바깥으로 나가버리는 존재가 되기 위해. 이호준이 감각한 이 세계는 “말을 멈추면 허물어지는 터널”(16쪽)과 같았을지 모른다.
이호준은 마치 언어에 기반 한 충전 방식으로 된 건전지를 탑재한 랜턴을 손에 든 사람 같다. 터널에 갇힌 사람이 아니라, 터널을 통과하는 사람이 아니라, 터널을 지키고 있는 사람. 거기서 나오라고, 곧 무너질 거라고, 터널 바깥에서 외치는, 사람들은 외치다 외치다 지쳐 이미 떠나버린. 혼자서 중얼거리다, 중얼거림에 대하여 중얼거리다, 점점 더 환해지는 손전등을 재미있다는 듯 괜히 멀리 비춰보는 사람.
이 시집의 독자는 유일무이한 수신자가 된 마음으로 이 이야기를 읽어나갔으면 좋겠다. 다이얼을 조심스레 돌려, 가까스로 시그널을 포착하여 귀를 바짝 대고 재난 라디오를 듣는 듯한 마음으로. 다른 터널을 혼자 지키고 있는 것이 문득 무서워질 때.
―김소연(시인) 추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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