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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사람끼리 배추적을 먹었다

외로운 사람끼리 배추적을 먹었다

: 김서령이 남긴 ‘조선 엄마의 레시피’

리뷰 총점9.6 리뷰 14건 | 판매지수 2,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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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에세이 45위 | 에세이 top100 4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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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1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268쪽 | 478g | 152*214*20mm
ISBN13 9791156121299
ISBN10 1156121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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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아름다운 사람 김서령

먼저 한 꼭지_외로움에 사무쳐봐야 안다, 배추적 깊은 맛을
* ‘철철문장’ 상의 할매의 ‘보단지 타령’

책을 내며_옛 부엌의 아침과 저녁들이 앞다퉈 떠오르니
* “편차고 하다 맛을 베레뿐다”

1부 아득하거나 아련하거나

어머니의 마술, 콩가루 국수
* 히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슴슴한
엄마의 레시피를 귓전으로 흘려들었다
내 제사상에는 호박뭉개미만 있어도 될따
그 순간 생에 감사했다
콩 간 데 에미 손 간데라
무언가 고프고 그리운 이들에게 찔레 순 맛을
여름 더위 물렀거라, 야생 취나물 무침
삶이 ‘삶은 나물보다’ 못할 리야
* 고요한 시간 겸허한 마음으로
입이 굼풋하믄 좋은 소리가 안 나오니, 군입거리
백석이 그리도 좋아하던 가자미
* 야위어서 푸르른 가자미 한 토막
육개장과 하수상한 토란의 만남

2부 고담하거나 의젓하거나

‘명태 보푸름’의 개결한 맛이여
* “상미하게” “이식하시게”
슴슴한 무익지, ‘니 맛도 내 맛도 없는’
* 손님상엔 꿀 넣은 ‘약지’
달콤함을 옹호한다
수수 조청 고던 날 저녁
* 수수는 수수 몫이, 내게는 내 몫이
봄의 맛, 햇장 타령
* 콩나물밥에 달래 간장!
수박의 5덕德을 찬讚하노라
* 겨울 수박은 수박이 아니다
새근한 ‘증편’의 색깔 고운 자태라니
‘난젓’, 물명태와 무가 빚어낸 싱그러운 단맛
샤또 오 브리옹도 흥칫뽕! 정향극렬주
두견주 한잔 받으시라
* 한겨울 사랑방에 핀 꽃, 안동 다과상
순하되 슬쩍 서러운 갱미죽
* 가을 새벽, 홀로 차를 마시며

3부 슴슴하거나 소박하거나

팥소 든 밀가루떡, ‘연변’을 아시나요
들큰 알싸, 먹을수록 당기는 집장
쑥국 한 그릇에 불쑥 와버린 봄
* “님은 쑥을 캐겠지”
* 나의 「오감도」
* 쑥을 뜯으며 엄마를 생각하다
그 노랗고 발갛던 좁쌀 식혜는 어디로 가버렸나
* ‘식혜 르네상스’ 유감
* 안동 ‘알양반’은 안동식혜를 꺼렸다
덤덤하나 반가운 맛, 감자란 놈
* 아버지가 못내 잊지 못한, 그 제주 고구마
밤에 보늬가 있는 까닭
물고기잡이 인술 이야기 둘
끝내 다 못 쓴 간고등어 이야기

편집 후기_한 사람이 가고 한 문장이 지고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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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속의 반대말은 썩은속이었다. 속이 썩어야 세상에 관대해질 수 있었다. 산다는 건 결국 속이 썩는 것이고 얼마간 세상을 살고 난 후엔 절로 속이 썩어 내성이 생기면서 의젓해지는 법이라고 배추적을 먹는 사람들은 의심 없이 믿었던 것 같다. --- p.17

고춧가루가 겸허했다면 부빈 고추는 도도했다. 맑은 국엔 수더분한 촌아낙처럼 어물쩡한 고춧가루가 아니라 귀부인처럼 쌀쌀맞고 도도한 부빈 고추를 써야 제 격이었다. --- p.25

이기심과 탐욕과 분노와 공포 같은 걸로 흐려진 인간성의 밑바닥에 가라앉은 선하고 고운 그 무엇, 썩은 감자 속에서 길어 올리는 매끄러운 녹말 같은 그 무엇, 어쩌면 인仁이거나 사랑이거나 자비라도 불러도 좋을 그 무엇, 바로 그것을 대면할 수 있는 가장 가깝고 너그러운 장소가 저 산꼭대기 선방이나 성균관의 명륜당이 아니라 부엌이라고 나는 확실히 믿는다. --- p.30

엄마가 내 입에 깨소금국수 한 오라기를 넣어준다. 부드럽다. 고소하다! 나는 눈을 뜨지도 않고 그 맑고 히수무레하고 수수하고 슴슴하고 조용하고 의젓하고 살뜰한 것을 씹는다. 그리고 꿀컥 삼킨다. --- p.50

밥이 부르륵 끓어오를 때쯤 베 보자기를 깔고 그 위에 별의별 이파리와 열매를 얹는 것이 여름 밥솥의 풍경이다. 우선 아까 딴 호박잎을 얹고, 숭덩숭덩 썬 애호박을 얹고, 길쭉한 가지를 얹고, 밀가루 묻힌 풋고추를 얹고, 콩가루 묻힌 부추를 얹고 들깻잎, 콩잎을 켜켜이 있는 대로 얹었다. 밥물이 잦아들면 그것들도 따라서 익었다. 가루 묻힌 것은 각자 알맞은 양념장에 무치고 이파리 찐 것은 그냥 접시에 담아 쌈으로 먹었다. --- p.58

‘늙은 호박’은 보통명사다. ‘익은’이 아니라 ‘늙은’이란 관형어가 이토록 원숙하고 의젓한 의미로 통용되는 예가 호박 말고 또 있을까. 늙은 오이가 ‘노각’으로 대접받기도 했지만 호박과는 견줄 바가 못 됐다. 원래 호박은 곡식이 아니라 채소다. 그러나 늙은 호박을 채소라고 부르는 건 영 난처하다. 일단 늙기만 하면 호박은 곡식과 비슷한 대접을 받을 수 있었다. 채소가 곡물의 단계로 격상한 것이니 그건 단연 시간의 힘이었다. --- p.61

흰 사발에 담겨 검은 소반 위에 올려진 한 그릇의 냉잇국, 그것은 우주 운행의 질서를 함축하는 상징이었다. 한 숟갈 입안에 흘려 넣으면서 우리 식구들은 아아, 신음했다. 봄, 봄이 오는구나. 암만 추워도 머잖아 봄이 오는구나……. --- p.74

엄마는 찔레 맛을 ‘배릿하다’고 말했다. 배릿하다는 것은 아직 제 맛을 찾지 못한, 모든 어린 것들의 맛이다. 어리고 여린 것들이 굳고 거친 것들을 순화하고 정화한다. 그러려고 해마다 봄은 오고 해마다 찔레는 돋는다. --- p.79

이튿날은 삶은 나물이 마르기 좋도록 봄볕이 다글다글 내리쬐었고 바람결엔 종일 취의 향기가 화르륵 화르륵 날아다녔다. 세상에 꽃이란 꽃은 있는 대로 피어 삶은 취나물 검은 가닥들 위로 새암하듯 하얗게 내려앉았다. --- p.81

아침저녁 빈소에 상식상을 지어 바치는 시어른 삼년상이 끝나고 여든이 됐을 때 고모는 내게 말하셨다. “야야 살아보니 인생이 참 허쁘다.”. --- p.87

“입 가진 군정(사람)들이 모이면 어예든동(어떻든) ‘군입거리’가 있어야 해. 입이 굼풋하믄(궁금하면) 좋은 소리들이 안 나와!”. --- p.91

형태가 드러나지 않을 만큼 결이 고와야 하지만 젓가락으로 집히지 않아서는 안 된다. 혀 위에서 녹아들어야 하지만 가루가 돼서는 안 된다. 짜지 않아야 하지만 싱거워도 안 된다. 고소한 향이 풍겨야 하지만 기름기가 입에 걸려서도 안 된다. 그게 보푸름이 앉아 있어야 할 정밀한 좌표였고, 그 지점을 가장 섬세하게 맞출 줄 아는 사람이 엄마였다. --- p.108

사랑에 손이 오신 기척에 나면 소금 단지에 오래 묻어놔 짜디짠 고등어를 얼른 물에 담가 소금기를 빼냈다. 싱싱하지 않으니 구울 수는 없고 무를 깔고 쪘다. 고등어는 상에 올리고 안식구들은 고등어 기름이 인색하게 배어든 무를 아껴 베어 물었다. 그 황홀한 맛을 어디다 비할까. --- p.112

무와 콩을 길러낸 척박한 땅에 비치던 은은한 햇볕과, 땅속 깊이 인색 하나 달디 달게 숨어 있던 지하수와, 눈물이 돌 것 같은 겸허와, 수도승같이 맑은 인내와, 텅 빈 밭이랑 위로 불어오는 바람결 같은 가난과, 그 가난과 짝을 이룬 꼿꼿한 자부와 자존심이 슴슴한 익지 맛 안에 모조리 담겨 있었던 것만 같다. --- p.121

정성, 거기에 대해 나는 할 말이 너무도 많아졌다. 젊어서는 주변에 널려 있는 하염없는 정성들을 비웃었다. 나는 남들에게 저렇듯 헛된 정성을 바치는 사람이 되지 않겠다고 다짐하기까지 했다. 나이든 지금은 우습게도 정반대가 되었다. 인간이 제 안에서 뽑아낼 수 있는 최대 가치는 정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 p.145

햇장은 흡사 봄에 부는 바람결이었다. 묵은 매화 등걸에서 막 개화한 매화송이였다. 그런 아취를 가진 장이었다. 햇장을 뜨다 고개를 돌리면 장 단지 위로 매화 꽃잎이 휘리릭 날아와 앉았다. 날이 더 길어지면 솔[松]에도 아련하게 꽃이 피었다. 송화는 더욱 적극적으로 낙화해 제 가루를 장 단지 위에 노랗게 흩뿌렸다. --- p.151

가을이 되어, 햇살과 바람 속에 서서 그 푸른 무를 한 입 와사삭 깨물어 먹는 일, 그런 순도 백 퍼센트의 기쁨이 또 있을까. 사람은 그런 순수하고 완벽한 순간에 영원에 닿는다. 그런 순간을 만끽하는 이들만이 우주와 생명의 비밀스런 뜻을 포착할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 p.177

생각해보면 나는 오래전부터 ‘말없이 반짝이고 글썽이는 것들’에 매혹돼왔다. 반짝이지 않거나 글썽이지 않거나 말이 없지 않거나 하면 내 마음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반짝이는 것은 재주이고, 글썽이는 것은 슬픔이고, 말없는 것은 수줍음 혹은 고요라고 할까? 아름다움의 개념을 왜 그런 쪽으로 규정했던지 스스로도 해명할 길은 없다. --- p.196

조약과 깨꾸리는 제사를 위해 시루떡 위에 괴는 ‘웃괴이’ 떡이고, ‘미리지’는 순전히 맛을 즐기기 위해 손으로 밀어 만드는 매끄러운 흰 떡이다. 그런 떡들의 이름 또한 나는 오랫동안 잊고 살았고 제 이름조차 잊어버린 내게 그런 떡들이 나타나줄 리도 없었다. 연변과 조약과 깨꾸리 대신 핫케익이니 피자니 카스테라니 도넛들이 널렸으니 굳이 그것들이 그리울 리도 없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이름을 부르지 않아서 그리운 것을 몰랐을 뿐이었다. --- p.208

깔끔한 것, 해말간 것, 투명한 것, 무언지 얄팍한 것, 은근히 냉정한 것, 그리고 살짝 인색한 것, 그것이 내가 직면한 서울적인 것이었다. 서울식혜는 딱 거기 적당한 음료였다. --- p.221

분이 팍신 나게 삶은 감자 한 알을 입에 넣는다. 이 맛을 설명할 단어가 내 어휘사전에는 없다. 달지도 않고 고소하지도 않다. 새콤한 것도 향긋한 것도 아니다. 반가운 맛이라는 게 있다면 그쯤에 가깝다. 안락하고 반갑고 무언지 추억이나 근원 정서를 불러일으킬 것 같긴 한데 굳이 찾아내자면 그저 덤덤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 p.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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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쩍 서러운 고향의 맛에 대한 헌사

배추적에 관한 추억이 그렇다. 달고 살짝 고소하고 은은하게 매콤한 겨울 배추에 밀가루를 묻혀 구워낸 ‘배추적’은 무슨 맛일까. 밤마실 온 마을 처녀들과 아지매, 할매들이 겨울 밤 입이 궁금할 때 한 두레 구워 먹던, 지금은 낯선 그 음식 말이다. 밍밍하고 싱겁지만 ‘깊은 맛’을 가진 배추적의 맛은 생속을 가진 이들로선 제대로 알 수 없으리라. 헛헛한 속을 달래주던 배추적은 어디서 맛볼 수 있을까. 햇볕을 실컷 받고 천천히 여문 쌀알을 다시 낮은 열로 뭉근히 익힌 후 오래 묵은 간장을 똑똑 끼얹어 먹는 갱미죽은 어떤가. “아무 것도 안 넣은 흰죽, 입안의 아픈 부분을 순하게 따스하게 다정하게 어쩌면 슬쩍 서러운 듯도 하게, 상처에 바르는 연고처럼 솨르륵 도포하던 그것!”(188쪽) 아플 때 엄마가 동솥에 끓여주던 그 옛날의 흰죽을 떠올리는 이는 행복하리라.

스러져가는 옛 것에 보내는 연서

음력 오뉴월에 담가 먹던 찹쌀 술 ‘정향극렬주’가 간신히 명맥만 이어가고 있다. “무슨 무슨 블루 라벨이니 송로버섯향이 난다는 샤또 오 브리옹이니 등 이름난 술을 웬만큼은 마셔봤다. 아아, 그러나 300년 전 정향극렬주, 정성이 진주처럼 녹아든 그 술에 비한다면 다만 싱겁고 머쓱할 뿐”이란다. 곁에 이런 술을 두고도 우린 와인과 사케의 목록만을 주워섬긴다니!(183쪽)
“짜지 않지만 간이 맞고 달지 않지만 들큰하고 맵지 않지만 알싸한 이런 장이, 슴슴하고 덤덤하고 쿰쿰하고 은은한” 집장에 대한 ‘증언’도 있다. 콩과 보리와 쌀을 발효시켜 가루를 내고 엿기름을 부어 꺼룩한 즙이 생기게 한 뒤 고추씨 가루를 얹고 무와 가지, 버섯 등 건더기를 넣은 집장은 ‘밥도둑’이어서 이를 언급하지 않고 넘어가는 것은 결례고 폭력(209쪽)이라는데 이를 어디 가서 맛볼 것인가.

웅숭깊은 삶의 지혜로 그득한 인생론

조율이시, 대추·밤·배·감이라 해서 조상께 제사를 드릴 때 기본으로 올랐던 밤의 속껍질 보늬에서도 삶의 교훈을 길어낸다. “곶감이란 형태로 가공되어 겨울을 나고 대추가 쪼글쪼글 마른 채 겨울을 난다면 밤은 수분이 사라지면 존재 이유까지 위협받잖아요. 겨우내 제사상에 올라가려면 몸을 보늬로, 야문 껍데기로 무장할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면서 “매사 입장 바꿔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니깐요. 그래야 세상의 전체 구도가 보이지 않겠어요?”(253쪽)란 깨달음을 설파한다. 넌지시 “범사에 감사하라”는 귀띔도 한다. 지은이 엄마 이야기다. “공중에 휘날리는 복사꽃 이파리가 좋아 그 순간 생에게 감사했다. 천지가 이토록 고우니 인간으로 태어난 것은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71쪽) 그 엄마가 “시조모와 시조부, 홀로된 시어머니와 어린 시동생 둘, 그들의 음식 수발과 옷 수발과 한 해 열세 번이나 지낼 제사를 홀로 감당해야할 운명을 목전에 둔” 신행길에 서 있을 때였다.

회원리뷰 (14건) 리뷰 총점9.6

혜택 및 유의사항?
파워문화리뷰 외로운 사람끼리 배추적을 먹었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로얄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껌***스 | 2020.02.28 | 추천5 | 댓글0 리뷰제목
문장가로 이름 날린 칼럼리스트 고 김서령님의 산문집이다. 안동 임하마을 양반가 며느리인 어머니와 음식, 고향 산천, 추억에 대한 글을 모았다. 제목은 어린 시절 저자의 집으로 마실 온 여인들과 할미들에게 저자의 어머니가 간식으로 배추적을 부쳐 내놓은 에피소드에서 따 왔다. 그 대목을 저자는 이렇게 쓰는데, 생각의 깊이도 문장의 깊이도 남다르다.  '얕은 맛'이 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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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가로 이름 날린 칼럼리스트 고 김서령님의 산문집이다. 안동 임하마을 양반가 며느리인 어머니와 음식, 고향 산천, 추억에 대한 글을 모았다. 제목은 어린 시절 저자의 집으로 마실 온 여인들과 할미들에게 저자의 어머니가 간식으로 배추적을 부쳐 내놓은 에피소드에서 따 왔다. 그 대목을 저자는 이렇게 쓰는데, 생각의 깊이도 문장의 깊이도 남다르다. 

 

'얕은 맛'이 혀가 느끼는 맛이라면 '깊은 맛'은 위가 느끼는 맛이다. 어쩌면 '깊은'과 '얕은'이란 수식은 그것을 느끼는 신체 부의의 심천(深淺)때문에 붙여진 것일 수도 있겠다! (중략) 그렇다면 맛의 심천이란 신체 부위의 심천이 아니라 연륜의 심천일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배추적을 가운데 두고 둘러앉은 이들은 처녀들을 빼고는 모두 외로움에 사무쳐 본 적이 있는 이들이었다. 

- 16쪽

 

가난하지만 자존심은 남다른 경북 내륙 양반가에서 있는 재료에서 최대한 맛과 품위를 뽑아내기 위해 고안해낸 여러 음식들. 덕분에 독자인 나도 '맛은 추억이다. 맛은 현재의 나를 돌연 다른 시점으로 공간 이동하게 만든다. (66쪽)'라는 문장처럼 저자의 추억 속으로 이동하는 간접 경험을 해 보게 된다. 엄마의 엄마, 엄마의 시엄마로부터 대대로 딸들에게 내려온 요리법 교육이 아슬아슬하게 저자의 대까지 내려온 것을 목격하게 된다.  그러나 저자의 어머니 등 당시 여성들이 짊어져야했던 노동의 무게를 생각하면 맛깔나게 읽어가면서도 마음이 무겁다. 어머니의 음식을 얻어 먹으면서도 기껏 칭찬이랍시고  '개실댁, 자네는 죽더라도 그 아까운 손일랑 부디 끊어놓고 가게! (181쪽)'라는 무서운 말을 하는 노인들을 위해 청춘을 바쳐 음식을 해다 바쳐야 한다니. 오, 무섭다. 그런데, 글쓴이 역시 그랬나보다. '유교와 가부장 이데올로기의 장점과 맹점이 내 안에서 뒤섞여 요동하고 있는 것을 나는 느낀다. (120쪽)'라고 토로한 부분을 보니 말이다. 


흰 쌀가루 위에 염염하게 붉던 진달래 꽃잎 - 67쪽

맑고 슴슴하고 수수하고 의적하고 살뜰하고 고담하고 소박한 것 - 10쪽

그 순간 생에 감사했다. 천지가 이토록 고우니 인간으로 태어난 것은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 71


그러나 화가 나고 답답하기 보다, 위 부분처럼 단아하고 애틋한 표현으로 채워진 문장을 읽는 맛이 더 앞섰다. 맛있게 잘 읽었다. 읽고 나니 이 밤, 나도 배추적이 먹고 싶어진다. 외로운가?

 

5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5 댓글 0
구매 아득하고 심원한 글 맛의 향연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안***스 | 2022.06.23 | 추천3 | 댓글1 리뷰제목
일견 경북 안동지역 양반 가문에서 대대로 전수되어온 음식 레시피로 읽힌다. 메밀 전병 비슷한 연변의 감칠맛과, 고춧가루를 풀어 삭힌 식혜의 빨갛고 톡 쏘는 맛을 앞세우는 것 같다. 그러나 실은 징글징글한 인간의 관계와 어찌할 수 없는 운명에 대해, 지역 특유의 문화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것을, 그리고 이를 아우르고 녹여낸 빼어난 문장을 맛볼 수 있는 것을 놓;
리뷰제목

일견 경북 안동지역 양반 가문에서 대대로 전수되어온 음식 레시피로 읽힌다. 메밀 전병 비슷한 연변의 감칠맛과, 고춧가루를 풀어 삭힌 식혜의 빨갛고 톡 쏘는 맛을 앞세우는 것 같다. 그러나 실은 징글징글한 인간의 관계와 어찌할 수 없는 운명에 대해, 지역 특유의 문화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것을, 그리고 이를 아우르고 녹여낸 빼어난 문장을 맛볼 수 있는 것을 놓쳐선 안 된다. 특히 작가의 충만한 시적 감수성과 빼어난 필력을 엿볼 수 있어서 여간 호사가 아니다. 이를테면 이런 대목,

 

"그대가 세상 고락 말하는 날 밤에 / 숯막집 달도 지고 / 귀뚜라미 울어라~"를 처음 들은 것은 열아홉 살 이맘때 친구 미미를 통해서였다. 나는 그 시의 가락과 이미지가 몹시, 아주 몹시, 맘에 들었다. 그대라는 말의 감미로움과 세상 고락이라는 말의 쓸쓸함과 산골 숯막집에 지는 달의 고요함과 달이 져 음영이 깊어진 공간을 가득 채우는 귀뚜라미 울음과 그 소리로 인해 아득하게 확장된 우주의 크기 같은 것이 살갗에 돋은 소름처럼 생생하게 감각되었다. (184쪽)

 

오감을 총동원해 느끼고 맞이한 공감각적 인식과 감동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어쩜 이렇게 고스란히 살려낼 수 있는지 놀랍기만 하다. 이것 외에도 작가의 눈부신 필력을 여기저기서 맘껏 누릴 수 있다. 감미로우면서도 쌉쌀한 알갱이의 여운이 오래 감도는 문장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다.

레시피를 소개할 때도 리듬감 있고 상상력을 북돋우는 문장으로 살갑게 이끈다.

 

안동 어느 집의 얌전한 다과상이다. 어린 연근에 엷게 백련초 물을 들인 것 말고는 다 제 빛깔을 살려 만들었다. 생강을 얇게 저며 말린 편강과 거피한 들깨를 가루 내어 꿀에 버무려 꼭꼭 누른 강정과 금귤을 뭉근한 불에 졸인 정과 등속이다. 늦봄 송화 필 때 솔꽃을 송이째 따서 창호지에 널어 말린 송홧가루, 그걸 꿀에 녹여 송화다식을 만들었고 검은깨를 가우 내어 검은깨다식도 만들어 켜켜이 담았다. 우리 엄마는 우엉을 제 결대로 길쭉하게 썰어 정과를 졸이곤 했는데 이 집은 그냥 도시락 반찬 하듯 둥글게 썰었다. (187쪽)

 

작가는 할머니에서 어머니로 전해져 자신에게 베풀어졌던 음식의 소중한 가치를 몰라보았다고 고백한다. 그 동안 잊고 살았다고 아쉬워 한다. 뒤늦게 자신이 재현해내려 애쓰고 있는 모습도 고스란히 드러낸다. 그래서 어떤 것은 살려내었고 더러는 재현 불가능하다고 한탄하기도 한다. 그런 것들은 곧 잊히고 사라질 운명에 처할 것이다.

안동 양반 가문의 생활 습속과 의식 등 특유의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것도 이 책의 묘미중 하나다. 나쁘게 말하면 시대착오적 옹고집이고 좋게 보자면 우리 고유의 심원한 문화이기도 한 이 하위문화는 이제 멸종위기종이 되어 버렸다. 몇 날 며칠 공을 들여 제사음식을 준비한다든지, 사랑어른을 찾아온 손님들을 각별하게 접대하고 내방에 모인 여인들이 음식을 해먹으며 수틀을 잡고 있는 모습은 현실성이 떨어진 시대가 되었다. 이제는 민속사박물관에 박제된 전통 문화로 자리매김될 처지이다. 그런 문화를 살려내 마치 눈 앞에서 벌어지는 모습인듯 생생하게 그려낸다. 축첩이 가능했던 가부장 문화의 이면도 보여주어 안타깝게 만든다. 아들을 얻기 위해서였는지 작은댁을 얻어, 엄마를 아프게 했던 아빠에 대한 원망과 그리움이 묻어 있는 글은 슬픔에 동참하게끔 이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글쓰기의 전범으로 읽었다. 처음엔 경탄하며, 나중엔 닮고자 표상으로 삼으며 읽다가 그예 포기하고 말았다. 이런 지경은 내가 넘볼 수 없는 까마득한 마루였던 것이다. 그래서 말미에 덧붙인 김성희 칼럼리스트의 시새움이 이해가 되었다. 그렇게 아득하고 심원한 글 맛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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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먹는 일에도 수준의 차이가 있다 [산문-외로운 사람끼리 배추적을 먹었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책****벤 | 2019.07.03 | 추천3 | 댓글0 리뷰제목
먹는 일이 이렇게나 장엄한 일인 줄을 이 책 이전에는 몰랐다. 제목에 끌려 도서관에서 빌려 본 책인데, 내가 예상했던 가벼운 느낌의 글이 아니었다. 이 책을 읽고 있자니 어떤 음식도 함부로 먹어 치워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 하는 것이 그 사람을 말해 주는 증거가 된다고도 하는데, 이 작가의 경우 먹는 일은 고고하고 장엄한 역사를 짓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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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일이 이렇게나 장엄한 일인 줄을 이 책 이전에는 몰랐다. 제목에 끌려 도서관에서 빌려 본 책인데, 내가 예상했던 가벼운 느낌의 글이 아니었다. 이 책을 읽고 있자니 어떤 음식도 함부로 먹어 치워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 하는 것이 그 사람을 말해 주는 증거가 된다고도 하는데, 이 작가의 경우 먹는 일은 고고하고 장엄한 역사를 짓는 일인 것만 같다. 안동의 양반댁 며느리로 시어른을 모시면서 일 년에 열세 번의 제사상을 차려야 했던 작가의 어머니가 보여 주신 음식의 세계. 작가는 그 숭고한 음식의 맛을 그만큼이나 숭고한 글로 써서 보여 준다.  

 

읽기에 힘겨웠다. 나는 이 책을 보는 내내 음식맛보다 글맛보다 고단했을 양반 며느리의 생으로만 자꾸 마음이 갔다. 그때 그 시절에는 그렇게도 살았었지, 남의 생이자 지나가버린 생이지만 이제는 이해하고 싶지도 않을 지경으로.

 

작가의 단정하고 품격 있는 문체마저 나는 속상하게 읽혔다. 이럴 수 있도록 헌신했을 작가의 어머니의 모습이 너무도 애틋하게 그려져서. 음식에 관한 글이니 음식에 초점을 맞춰 읽으면 좋으련만 그 하나하나의 음식을 만들겠다고 바친 정성과 수고로움이 도무지 반갑지가 않은 것이었다. 누구를 위한 정성, 누구를 위한 수고로움, 누구를 위한 삶이었을까, 한탄만 생기고.  

 

물론 이 책 속에 등장하는 품격 있는 음식을 나는 하나도 먹어 본 적이 없다. 먹어 봤다면, 그 맛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면, 나도 작가처럼 그 깊은 그리움으로 모든 상황을 받아 안을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 작가의 글이 더 진하게 나를 울렸을지도.   

 

음식을 대접하는 마음의 근원에 대해 내가 너무도 무지한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리도 원망하는 마음이 오래 남을 리가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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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평점5점
담백하고 슴슴한 배추적처럼, 속이 허할 때 한번씩 꺼내보게 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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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 2021.08.21
구매 평점5점
겨우내 두고두고 꺼내먹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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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로얄 u*****a | 2019.03.19
구매 평점5점
괜찮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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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6 | 2022.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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