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랫동안 닉을 기다려왔다. 닉의 귀가 시간이 지나면 녀석의 차 엔진 소리를 기다렸다. 차가 진입로에 들어와 멈추고 엔진이 웅웅거리다 멈추기를. 마침내…… 닉이 왔다. 차 문이 닫히는 소리, 발소리, 현관문이 딸각거리며 열리는 소리. 닉은 살며시 움직이려 애썼지만 초콜릿색 래브라도 레트리버 브루투스는 십중팔구 왈 하고 짖다 멈추곤 했다. 어느 때는 전화벨 소리를 기다리기도 했다. “안녕, 아빠. 뭐 하고 있어요?”라고 말하는 닉일 수도 있었고, “셰프 씨, 우리가 댁의 아드님을 데리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경찰일 수도 있었다. 닉이 늦도록 귀가하지 않거나 전화를 하지 않을 때마다 나는 재앙을 떠올렸다. 닉이 죽었다고. 늘 닉이 죽는 생각을 했다. --- p.20~21
닉은 똑똑하고, 매력적이며, 카리스마 있고, 사랑이 많은 사람이다. 약을 복용하지 않을 때는. 하지만 모든 중독자들이 그렇듯 약을 복용할 때는 낯선 사람이 된다. 서먹하고, 멍청하고, 자기 파괴적이며, 허약하고, 위험하다. 나는 이 두 사람을 화해시키려 애써왔다. 무엇이 원인이든 간에─유전적 소인, 이혼, 나의 약물 경력, 나의 과잉보호, 닉을 지키지 못한 나의 실패, 나의 관용, 나의 냉혹함, 나의 미성숙함, 이 모든 것들이 원인일 수 있다─닉의 중독은 스스로 자신의 삶을 살아온 듯하다. --- p.33
그들은 자기 이야기를 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말하고, 사과하고, 책망하고, 눈물을 흘렸다. 모두들 근본적으로 닮은꼴이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다른 사람이라면 절대 용인하지 않았을 행동을 사랑하는 사람이 하는데도 사랑한다는 이유로 그것을 수용하고 합리화하는 데 오랜 세월을 보낸 것이다. 우리는 그들을 보호하고 그들의 중독을 숨겼다. 그들에게 화를 내고 그것에 죄책감을 느꼈다. 분개하고 그것에 죄책감을 느꼈다. 더 이상 그들의 잔혹하고, 기만적이고,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행동을 용인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뒤 그들을 용서했다. 그들에게 분노했지만 자주 속으로 삭였다. 우리 자신을 탓했다. 그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까 봐 걱정했다. 끊임없이 걱정했다. --- p.238~239
내 아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나는 어디서부터 길을 잘못 들었나? (…) 그 길고 장황한 가정법을 반복했다. 만약에 내가 한계를 더 엄히 설정했더라면. 만약에 내가 더 일관성이 있었더라면. 만약에 내가 닉을 더 잘 보호했더라면. 만약에 내가 마약을 하지 않았더라면. 만약에 닉의 엄마와 내가 헤어지지 않았더라면. 만약에 이혼 후 우리가 같은 도시에 살았더라면. --- p.267
다행히도 아름다운 소년이 있었어. 불행히도 소년은 끔찍한 병에 걸렸어. 다행히도 사랑과 기쁨이란 게 있어. 불행히도 고통과 불행이라는 것도 있지. 다행히도 아직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어. --- p.428
더 빨리 이 자리에 왔더라면 좋았겠지만 그럴 수 없었다. 부모 노릇이 조금만 더 쉬웠더라면.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이다. 삶이 조금만 더 평탄했더라면. 내 삶은 평탄하지 못했고 평탄한 삶은 더 이상 목표가 아니다. 한때는 더 단순한 세상을 간절히 바란 적도 있었지만, 닉의 중독과 집중치료실을 경험한 뒤로 그 세계관은 무너져버렸다. 배운 것이 하나 더 있다. 이제는 선명한 흑백이 아니라 거의 모든 것이 회색인 모순된 세상도 수용할 수 있다. 이것을 받아들이게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아름다움과 사랑을 즐기기 위해서는 고통도 감내해야 한다.
--- p.4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