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9년 05월 2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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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88쪽 | 532g | 150*210*30mm |
ISBN13 | 9791189982140 |
ISBN10 | 1189982145 |
발행일 | 2019년 05월 2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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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88쪽 | 532g | 150*210*30mm |
ISBN13 | 9791189982140 |
ISBN10 | 1189982145 |
프롤로그 1부 무곡 1장 민주 2장 진이 3장 민주 4장 진이, 지니 2부 램프 5장 민주 6장 진이, 지니 7장 민주 8장 진이, 지니 9장 민주 3부 인동호 10장 진이, 지니 11장 민주 12장 진이, 지니 에필로그 작품 해설 작가의 말 |
정유정 작가의 순한 소설이다. 지금까지 읽은 정유정의 소설 중 '7년의 밤'이 최고였었지만 따뜻하고 정감 있는 '진이, 지니'를 읽고 난 지금 이 소설을 첫번째로 꼽아야 하나 고민하게 되었다.
정여울 저자는 '따스하고 다정하고 사랑이 넘치는, 뭉클하고, 그윽하고, 애잔해진' 정유정의 변신이 난데 없는 건 아니라고, '작품' 뿐 아니라 '인간'으로 알고 지낸 모든 사람들은 이런 변신이 정유정의 '숨은 매력'임을 격하게 공감할 것이라고 한다. 나도 정여울 작가의 말에 격하게 공감한다. 인간의 악을 잔인하게 그렸던 전작들에 비해 이번 소설은 인간과 동물의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따뜻하게 그렸다.
이진이와 김민주 그리고 보노보 '지니'에 대한 이야기,
침팬지 연구자이자 사육사인 '이진이'는 아프리카 콩고, 왐바 캠프의 보노보를 본 후 사랑의 대상을 바꾸게 된다. 깊고 예민한 감수성, 높은 지적 능력, 생동감 넘치는 몸짓, 풍부한 표정, 겁많고 수줍은 성격의 보노보와 사랑에 빠져버린 그녀, 그곳을 떠나오면서 잠깐 들른 마을에서 운명의 보노보를 만나지만 외면해버리고 한국으로 돌아온다.
집에서 버림받다시피 하고 노숙인이 되어 떠돌다 정주의 영장류연구센터까지 흘러들어온 김민주, 출입금지 산에서 잠을 청하는데, 한밤 중 끔찍한 차사고 소리를 듣는다. 외면하고 싶은 마음을 가까스로 추스려 간 그곳에서 그는 운명의 존재들을 만난다.
콩고에서 잡혀 온 보노보 '지니'는 고향에 돌아갈 수 있을까?
어떤 희생으로 다른 존재가 생명을 유지한다는 것에 매번 공감하는 것은 아니지만, 인간만이 이 세상에 필요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에 이 소설은 좋은 소설이다.
이번에는 어떤 소설일까. 또 어떤 이야기로 우리들을 사로잡을까. 사람의 이름인 진이 혹은 지니라는 제목을 가졌다. 예상했던 스토리는 아니었다. 진이 혹은 지니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일 거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니 진희 혹은 진이라는 이름을 지니라고 불렀다. 내 휴대폰에도 지니라고 저장된 이름이 있다는 거.
생물학을 전공한 침팬지 사육사이자 연구원인 이진이. 스승 장 교수를 수행했던 왐바 캠프에서 보노보들과 안녕을 말하고 도착한 킨샤사에서 홀로 거리를 헤매다 철창안에 갇힌 동물을 만났다. 침팬지가 아닌 보노보였다. 커다란 눈이 마주친 순간 '난 진이야 이진이. 네 친구야.' 라고 말했다. 그녀 특유의 인사법 손가락 총을 쏘았다. 이 장면을 볼 때마다 손가락 총을 쏘는 나를 발견한다. 하나의 모션이 하나의 감정이 되는 순간이었다. 마치 운명처럼 다가온 순간. 교감이라는 게 발현하는 순간이었다. 처음 만나는 순간 느껴지는 감정. 굳이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감정들. 그걸 우리는 소통이라고 표현한다.
한국과학대학교 영장류연구센터의 책임사육사로 일하던 마지막날 구조대로부터 전화를 받는다. 인동호 쪽 별장에 불이 났는데 그곳에 있던 동물들 중 유인원으로 보이는 침팬지가 나무위에 올라가서 내려오질 않는다는 구조요청이었다. 장 교수와 함께 그곳에 갔다가 동물들과 친화력이 좋은 이진이는 다시 손가락 총을 쏘고 반갑게 인사를 한다. '난 진이야 이진이. 네 친구야.'라고 말하며 파인애플 조각을 큰 장대에 끼워 보노보를 내려오게 만든다.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듯한 보노보를 파인애플을 따라 단계별로 나무에서 내려오게 해 구조했지만 구조대원의 마취총에 맞아 체온이 급격히 떨어졌다. 장 교수와 함께 연구소로 돌아오는 길, 차 보조석에 보노보를 안고 탔다. 코너에서 고라니가 나타났고 그것을 피하려다가 사고가 났다. 보노보를 안고 있던 진이는 앞 창문이 깨져 보노보와 함께 튀어나갔다.
소리에 민감해 모차르트라 불린 김민주가 등장한다. 모든 것이 부모 뜻대로 되지 않았던 그는 더이상 부모의 집에 있을 수 없었다. 쫓겨났다는 게 맞다. 많은 직업을 전전했지만 그의 손엔 이만몇천 원 밖에 남지 않았고 영장류 연구센터에서 침팬지를 구경한 후 산 속의 정자에서 자다가 교통사고가 나는 소리를 들었다. 운전석에 앉은 장 교수를 구했고 구조대에 연락했다.
나무에 매달려 눈을 뜬 이진이는 연구센터로 발걸음을 옮겼고, 자기가 네 발로 걷는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인간이라면 이런 걸음을 걸을 수 없다. 자신이 보노보의 몸에 들어갔다는 것을 알았다. 급히 숙소로 들어가 필요한 것을 찾다가 다른 연구원을 맞딱뜨려 할퀴고 달아났다. 경찰과 소방대원은 보노보를 찾기 시작했다. 산속 정자에서 진이 혹은 지니로 불리는 보노보와 민주가 조우했다.
상상이 잘 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영혼에 들어갔다는 건 영화에서나 소설에서나 꽤 자주 언급된 적이 있으나 인간이 동물에게 빙의되었다는 건 아주 생소했다. 아무리 보노보가 인간의 말을 알아듣는 영장류에 가깝다고 해도 말이다. 소설이나 영화에서 자주 나타나듯 보노보 지니와 인간 진이의 영혼은 자주 왔다갔다 한다. 보노보의 몸에 진이의 의식이 들어가 있는 상태다. 진이는 이 현상을 알라딘의 지니가 들어있는 램프 속 상황이라고 표현한다. 진이는 지니에게 일어났던 과거의 상황을 꽤 자주 경험한다. 영장류 센터의 연구원으로서, 지니의 의식으로 경험했던 것을 민주의 메모장에 기록한다.
민주와 진이의 사흘 간의 이야기다. 어쩌면 죽음앞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가에 대한 인간에 사랑이야기이며, 어떤 생물체에게도 의식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보다 근원적인 생명의 아름다움을 말한다. 인간과 인간의 소통과 교감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인간과 인간이 아닌 존재와의 소통과 교감을 말한다. 작가가 그린 유인원 사육사로의 이진이는 동물의 감정을 파악할 수 있는 천부적인 자질이 있는 사람이다. 그런 진이였기에 보노보나 침팬지들과 교감을 나눌 수 있었고, 보노보의 몸에 그녀의 의식이 들어갈 수도 있었다.
어떤 삶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도 건넨다. 나에게 주어진 상황에서 누구와 함께 할 것인가, 내 일이 아니라며 관심을 두지 않을 것인가. 내게 머물렀던 시간에 대한 깊은 상념을 하게 된다.
지금 귓가에 노래 소리가 들립니다. Evening is the time of day I find nothing much to say......
노래 제목은 클리프 리차드의 "early is the morning".
제겐 오래 전 본 임창정, 고소영 주연의 영화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의 ost로 기억이 나지만, 정유정 작가가 이 노래를 들으며 <진이, 지니>를 썼다고 하기에 유튜브에서 찾아 노래를 듣고 있습니다.
왠지 정유정 작가가 이 소설을 쓸 때의 느낌을 공감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많이 부족하지만 그동안 제가 읽은 독서 목록 중 가장 강렬하게 몰입하며 읽은 소설이 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입니다. 책을 읽고 한동안 세령호 안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정도였으니깐요. 7년의 밤 이후 출간 한 <28년>, <종의 기원>을 통해 악의 3부작을 완성하였기에 지난 5월 정유정 작가가 새로운 소설을 출간했다는 소식을 듣고 무척 기대를 하며 책을 구입했습니다. 책은 구입 후 바로 읽지 못하고 시간이 좀 흐른 이제야 읽게 되었습니다.
정유정 작가는 소설 속 시공간을 최소화하여 독자들을 몰입하게 만드는데 일가견이 있는데, <진이, 지니>도 주인공 진이의 사고 후 사흘간 벌어지는 이야기라 역시 몰입하며 읽었습니다. 특히 이번 소설은 그간 보여줬던 이기적인 악한 인간들이 아닌 따듯하고 선한 인간들의 이야기라 좀 다른 시선으로 읽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소설은 진이와 민주의 1인칭 시점으로 장마다 번갈아가며 이야기를 클라이맥스까지 이끌어 갑니다.
소설은 주인공 진이가 콩고 왐바 캠프에서 한 달간의 캠프 연수를 마치고 귀국하려다가 비행기 결항으로 킨샤사에서 하룻밤을 묶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동료들 선물을 구입하려고 호텔을 나선 진이는 갑자기 몰아친 폭풍우를 피하려다가 우연히 기념품 가게에 들어가게 되고 그 곳에서 밀렵꾼에 잡힌 유인원 보노보 지니를 만나게 됩니다. 하지만 밀렵꾼의 보복이 두려운 진이는 인기척에 그 자리를 피하게 되고 한국으로 돌아온 후 보노보를 구하지 못한 죄책감을 가지고 테마파크 동물원에서 일하다가 지금은 영장류 센터에서 사육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영장류 센터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독일로 유학을 가기 전날 진이에게 운명적인 사건이 일어나니 불이 난 별장에 침팬지를 구조해 달라는 119구조대 한기준의 전화를 받게 됩니다. 스승과 함께 급히 현장을 간 진이는 구조대를 피해 간신히 나무 위에 있는 동물을 발견하는데 그 동물은 침팬지가 아닌 예전 킨샤사에서 외면했던 보노보 지니였습니다. 탈진한 보노보 지니를 구한 스승과 진이는 치료를 위해 급히 어두운 길을 뚫고 영장류 센터로 향하지만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진이와 지니가 차 밖으로 튕겨져나가게 됩니다. 이때 진이가 보노보 지니의 영혼으로 진입을 하게 되고, 진이의 육체는 사고 후 출동한 응급차에 의해 병원으로 향하게 됩니다.
교통사고 직후 사고를 목격하고 신고한 사람이 있었으니 취업준비생이었다가 집에서 내쫓겨 노숙자로 전락한 민주였습니다. 민주는 공익근무 시절 저소득층 도시락 지원일을 하다가 자신을 귀찮게 하던 해병대 노인의 도움을 미처 확인하지 않고 외면하게 되어 결국 해병대 노인의 죽음으로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교통사고 현장 근처에서 우연히 보노보 지니 몸으로 변한 진이와 만난 민주는 보노보가 진이임을(낮에 영장류 센터에서 마주친 경험이 있음) 알게 된 후 보노보로 변한 진이를 병원 응급실에 누운 진이에게 데려가기로 천만 원에 계약을 하게 됩니다. 민주와 진이(보노보 지니 몸을 한)는 함께 병원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진이 육체에게 찾아가 영혼을 바꾸기 위해 병원으로 향하는데 보노보 지니 속 진이가 램프를 통해 지니의 기억 속 세상으로 들어가기를 반복하게 되고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진이는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곧 죽을 운명에 처하게 됩니다. 우여곡절 끝에 병원에 도착한 진이와 민주. 과연 진이가 보노보 속에 그대로 남아 보노보의 삶으로 살아갈 지, 곧 죽게 될 자신의 육체로 들어가서 자신의 삶을 마무리할 지, 선택의 기로에 서며 마지막 인간으로서 모습을 보여주게 됩니다.
<진이, 지니>는 그 동안 정유정 작가가 보여주었던 악의 3부작과는 또다른 따듯하고 다정한 소설이었습니다. 14년간 간호사 생활의 경험을 잘 살려 병원 내에서 벌어지는 보노보의 탈출 장면 묘사가 현실감 있게 그려졌고, 죽음을 다루면서도 무겁기보다는 보노보 몸을 한 진이와 민주의 티격태격하는 모습, 민주가 파출소로 찾아 온 아버지를 배웅 하며 아르바이트로 받았던 농산물 상품권을 현금으로 바꾸는 이야기 등 중간 중간 유머스러운 부분도 괜찮았습니다. 거기에 전작에 나왔던 119 구조대 한기준의 출현은 반가웠구요.
무엇보다도 인간과 유전자가 약99% 비슷한 보노보와 인간의 영혼이 바뀌는 판타지물 같지만, 그 속에서 인간과 동물의 공존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의미있는 소설이었습니다.
3년에 1번 작품이 나올 정도로 다작을 하지 않는 정유정 작가지만 작가의 오랜 팬으로 다음에는 좀 더 빨리 정유정 작가의 작품을 만나보기를 기대해 봅니다.
ps. 정유정 작가가 <진이, 지니>를 쓰며 들었던 노래 클리프 리차드의 "early is the morning" 가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서 유튜브 영상을 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