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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바타 야스나리

가와바타 야스나리

: 설국에서 만난 극한의 허무

클래식 클라우드-010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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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6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300쪽 | 459g | 135*210*17mm
ISBN13 9788950980399
ISBN10 8950980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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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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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가와바타 야스나리에게 매력을 느낀 것이 이때가 처음은 아니었다. 그가 처음 내 시야에 들어온 것은 1968년 노벨상 시상식 장면을 찍은 한 장의 사진을 본 순간부터였다. 장신의 백인들 틈에 일본 전통 의상을 입고 서 있던 백발의 노인. 그는 무림의 고수 같았다. 사진 속 그에게는 주변 백인들을 모두 장식으로 만들어버리는 아우라가 있었다.
이 한 장의 사진을 본 이후 『설국』을 읽기는 했지만, 그 깊은 맛을 처음 알게 된 건 연수가 결정된 직후 전향적인 마음으로 일본 문학을 접하기 시작한 그날부터였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은작지만 큰 작품이었다. 언뜻 보면 건조한 심리소설 같은 느낌이 들지만, 더 깊이 들어가서 보면 이 소설은 하나의 거대한 성채를 짓고 있었다. 전체에 깔린 허무는 그 깊이를 알 수 없을 만큼 깊었고, 음양오행, 불교, 유교, 토속신앙 등 동양 사상이 놀라울 정도로 곳곳에 녹아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소설적 장치는 거의 경지에 이르렀다 할 만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어느 겨울 저녁, 가까이 있는 산과 멀리 있는 산이 한꺼번에 성에 낀 기차 유리창에 비친 풍경이 눈앞에 있지 않은가. 기차 안과 기차 밖, 속계와 선계의 경계에 비친 여인의 얼굴. 그 얼굴에서 흘러내리는 허무. 그것이 가와바타 야스나리 문학의 출발점이 아니었을까. 나는 에치고유자와를 그리워하며 『설국』을 읽고 또 읽었다. 묘한 느낌이 들었다. 읽을 때마다 조금씩 나이가 들어가는 여인의 옆얼굴을 보는 듯하기도 했고, 때로는 바쇼의 하이쿠 한 구절에서 보여주는 소멸의 미학을 보는 것 같기도 했다. 또 어떨 때는 전철역에서 펄럭이는 주간지의 속됨이 느껴지다가도, 어떨 때는 일본에서 처음 봤던 칠흑같이 엄숙한 장례식을 보는 것 같기도 했다.
내게 『설국』은 깨달음 같았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또 다른 문이 눈앞에 등장하는, 문을 열 때마다 이 문이 끝일 거라고 기대하지만 결국 또 하나의 새로운 문 앞에서 고개를 떨구게 되는 거대한 미로 같았다.
--- 「01 설국의 세계로」 중에서

몇 초 후 터널이 끝났다. 말 그대로 설국이었다. 밤 시간은 아니었지만 터널 반대편에 비해 습하고 흐렸으며 눈은 역 구내에까지 높이 쌓여 있었다. 온통 흰색으로 된 세상. 설국이었다. 온도와 습도, 색깔이 터널 저쪽과는 너무도 다른 세상이었다. 말 그대로 딴 나라였다.
기차가 천천히 속도를 줄이는 동안 차창 밖으로 플랫폼에까지 날아와 쌓인 눈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청소나 정리를 잘하는 일본인들의 기질로 미루어봤을 때 역 구내에 이만큼 눈이 쌓인 건 몇 시간 만의 일일 것이 분명했다. 아무 말도 생각나지 않았다.
나의 방문에 맞춰 폭설을 내려준 조물주에게 감사했고, 이제 기차에서 내려 걸어가게 될, 저 멀리 보이는 시골길의 풍경이 내 마음을 설레게 했다.
--- 「01 설국의 세계로」 중에서

『설국』은 줄거리의 소설이 아니라 이미지의 소설이다. 『설국』에 나오는 모든 배경은 일종의 논리가 아닌 이미지다. 시마무라가 살고 있는 도쿄라는 현실 세계가 아닌 터널 밖의 세계, 즉 에치고유자와라는 이미지의 세계에 관한 이야기이다. 소설은 도입부부터 우리가 이미지의 세계로 들어가고 있음을 암시한다. 에치고유자와에 도착한 순간을 묘사하는 부분에 드러나는 이미지, 어둠 속 기차 차창에 비친 신비로운 이미지, 바로 그 이미지에서 소설은 시작한다.
--- 「01 설국의 세계로」 중에서

그가 『설국』에서 구체적인 지명을 감춘 이유는 다분히 의도적이다. 앞에서 거론했지만 ‘설국’은 환상의 세계다. 주인공 시마무라는 터널을 지나는 순간 환상계로 들어가는 것이다. 물론 독자들도 시마무라의 시선을 따라 환상계로 함께 들어가게 된다.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생전에 소설 속에 지명을 굳이 밝히지 않은 이유에 대해 “구체적인 지명은 작가 및 독자의 자유를 구속하게 되는 것 같고, 지명을 밝히는 순간 그곳에 대해 사실적으로 묘사해야할 것 같았기 때문”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 「01 설국의 세계로」 중에서

『설국』은 대립과 합일의 연속이다.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설국』에 상반된 주제나 이미지를 동시에 등장시켜 소설을 자신이 가고 싶은 곳으로 이끌어간다. 동시에 등장한 대립된 이미지들은 흡사 음양의 조화처럼 하나로 합치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대단원으로 흘러간다. 『설국』을 읽으면 읽을수록 ‘짧지만 깊다’는 감흥이 느껴지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소설을 읽고 에치고유자와를 여행하면서 이런 생각은 점점 더 완성되어갔다. 모든 것이 그랬다. 눈이 많이 내리는 이곳 한촌까지 나를 실어다 준 것은 첨단 교통수단인 고속열차 신칸센이었다. 고속열차와 한촌은 매우 다른 느낌이지만 이곳에서는 잘 어울린다. 이는 사실 동양과 서양의 만남이기도 하다. 일본의 전통이 살아 숨 쉬는 에치고유자와와 이제 서구 문명의 현장이 된 도쿄. 두 장소가 소설에서 만나는 것이다.
--- 「01 설국의 세계로」 중에서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아버지, 어머니를 거의 경험하지 못한 채 자라난다. 두 살 때 아버지가, 세 살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부모가 사망한 후 이바라키에 있는 조부모 집에서 살았지만 일곱 살에 할머니가, 열 살 때는 누나가 세상을 떠난다. 그리고 결국 마지막 보호자였던 할아버지마저 열다섯 살 때 돌아가시면서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세상에 홀로 남겨진다. ‘장례의 명인’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그의 초반 생은 죽음과 이별로 점철되었다.
--- 「02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삶과 문학」 중에서

‘체념’이라는 단어는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흔적을 찾아다니는 내내 나를 따라다닌 ‘화두’였다. 체념한다는 것, 그리고 그 체념의 힘으로 무엇인가를 한다는 것. 그것이 가와바타 야스나리였다. 체념에는 체념이 주는 힘이 있다. 깊은 체념을 경험해본 사람들은 안다. 체념이 힘이 된다는 것을.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내가 원고의 첫 행을 쓰는 것은 절체절명의 체념을 하고 난 다음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희망보다 체념을 먼저 배운 자는 잔치가 끝난 다음의 미학이 무엇인지를 안다. 시끌벅적하던 사람들은 모두 떠나고 그 흔적들만이 어지럽게 널려 있는 공간에서 몸을 일으켜 무엇인가를 한다는 것은 분명 색다른 미학이다. 모두 다 끝났다고, 더 이상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한 순간 ‘코피를 쏟는 일’. 그것은 체념의 도를 깨우친 자만이 찾아낼 수 있는 표현이다.
--- 「02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삶과 문학」 중에서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노벨문학상을 받은 이후 “나는 작품을 통해 죽음을 미화하고 인간과 자연과 허무 사이의 조화를 추구했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에게 죽음은 늘 가까이에 있는 미학이자 문학적 자기장의 중심이었다.
나는 그를 떠올리면 늘 벚꽃이 생각났다. 죽기 직전의 모습이 이다지도 화려한 꽃이 벚꽃 말고 또 있을까. 벚꽃은 절정의 시기를 잠시 보여주고 꽃비가 내리듯 소멸을 향해 간다. 어느새 돌아보면 꽃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푸른 잎만 남는다.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가장 빠르게 지나간다는 것을 알려주듯. 이바라키의 벚꽃도 그렇게 영혼처럼 떨어져갔으리라.
--- 「02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삶과 문학」 중에서

소설 속 주인공이 질투로 잠을 못 이루던 그날 밤의 모든 것도 그대로 있었다. 욕조와 덧문, 그리고 물소리까지. 료칸은 생각보다 한적했다. 주말이었는데도 방이 대부분 비어 있었다. 애써 이곳까지 온 사람들도 사진만 찍고 바삐 돌아간 듯했다. 밤이 깊어갈수록 가노 강의 물소리는 더욱 커졌다. 구불구불 바위에 부딪히는 물소리는 오래 들으면 들을수록 북소리와 닮아 있었다.
「이즈의 무희」를 따라가는 여행의 대미는 역시 시모다 항이다. 7월에 찾아간 시모다는 수국이 만발해 있었다. 에도 시대부터 도쿄를 드나드는 배들이 들렀다 가는 기항지로 이름을 날린 곳이었지만 아담하고 소박했다. 이곳 어디선가 앳된 무희와 주인공이 이별을 했다는 생각을 하니 소설 속 문장이 활동사진처럼 스쳐 지나갔다.
--- 「02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삶과 문학」 중에서

내가 일본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은 가마쿠라鎌倉다. 가마쿠라에는 아름답고 예쁜 거리가 있고, 따뜻하고 맛있는 커피가 있으며, 중독성 있는 라멘집이 있다. 지나가다 문득 발걸음을 멈추면 아무 의미 없어 보이는 장소에도 풍성한 수국과 보랏빛 붓꽃이 예쁘게 피어 있다. 작고 단정한 집들이 모여 있는 이름 없는 골목 사이로 협궤 열차가 지나가는 곳. 그곳이 가마쿠라다.
가마쿠라는 인간에게 평온과 기쁨, 예술과 교양, 자연과 소소한 일상, 그리고 죽음까지 모두 누리라고 만들어진 곳 같다. 요란스럽지 않지만 모든 것의 핵심이 존재하고, 화려하지 않지만 격조가 있고, 그곳에 스며들어 살고 있는 사람들의 평화로운 일상이 공존하는 곳.
도쿄 남쪽 도심에서 불과 전철로 40분 정도 거리에 자리 잡은 가마쿠라는 작은 방 하나 구해 몇 달쯤 살고 싶은 그런 곳이다.
--- 「03 가마쿠라,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마지막」 중에서

1968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이후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자신의 삶과 문학에 관해 “고독과 죽음에 대한 집착으로 삶을 살았고 글을 썼다”고 말한 적이 있다. 동시에 그는 “작품을 통해 죽음을 미화하고 인간과 자연과 허무 사이의 조화를 추구하고자 했다”며, 자신은 “평생 동안 아름다움을 얻기 위해 애썼다”고도 덧붙였다. 어떤 주장도 힘주어 말하지 않는 습관이 있는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말치고는 꽤나 단정적인 발언이었다. 이는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철학과 문학적 지향을 정확하게 설명하는 고백이다. 그에게 현실은 죽음이었고, 죽음은 자연과 동일한 것이었으며 허무하고 아름다운 궁극 같은 것이었다. 이런 세계만을 바라본 그에게 현세에서 통용되는 법칙이나 승패 따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 「03 가마쿠라,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마지막」 중에서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신비주의와 마성은 현실에는 아름다움도 깨달음도 없다는 그의 가치관과 맞아떨어지는 문학적 경향이다. 그에게 현실은 이미 죽은 것이었다. 젖먹이 때 부모가 죽고, 소년이 되기도 전에 누나,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죽어가는 것을 목격한 그에게 현실은 이미 죽음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원체험을 가진 그에게는 다른 작가들은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현실 부정의 욕망’이 이글거린다. 가와바타 야스나리 소설을 보편적인 시각에서 보면 안 되는 이유다. 보편적인 시각으로 그의 내면을 만나기란 불가능하다.
--- 「03 가마쿠라,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마지막」 중에서

그가 평생을 살면서 세상에 내놓은 작품들을 일별해보면, 그를 움직인 가장 큰 동인은 콤플렉스였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귀족 콤플렉스, 죽음 콤플렉스, 고아 콤플렉스, 왜소함에 대한 콤플렉스, 남성성 콤플렉스, 패배한 일본 콤플렉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콤플렉스들이 모여 가와바타 야스나리 문학이라는, 누구와도 닮지 않는 거대한 산을 세운 것이다. 거대한 산이기에 가와바타 야스나리 문학은 캐도 캐도 끝이 없다. 그리고 그 산은 유쾌하지 않고,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그의 마성은 쉽게 답을 내려주지 않는다.
--- 「03 가마쿠라,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마지막」 중에서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하나의 공화국이었다. 사실 그는 어느 유파나 어느 집단에 마음을 다해 가담한 적이 없었다. 그는 홀로 스스로의 성을 쌓았다. 그 성에는 일본의 모든 것, 일본의 모든 상처, 모든 모순이 살고 있었다.
그는 무림의 고수였고 깨달은 자였다. 그러면서 동시에 고독한 자였고 실패한 자이기도 했다. 그를 알면 알수록 그의 도력에 고개 숙이게 된다.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도력이 그에게 있었다. 그는 흡사 견성見性 고승처럼 가부좌를 틀고 생을 살다 갔다. 아우라로 치자면 일본 문학에서 가와바타 야스나리를 따라갈 자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의 모든 작품은 영물이다. 분석적 시각으로만 보면 밋밋할 수도 있는 작품들인데,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생로병사의 슬픈 뿌리들이 드러난다.
--- 「에필로그」 중에서

그는 살면서 단 한 번도 환희를 향해 걸어들어간 적이 없었다. 아주 쉽게 환희를 향해 걸어갈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어둠의 편’에 남았다. 죽음마저도 그랬다. 유서도 남기지 않은 죽음에서 그의 결기와 경지를 본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인생은 극적이다. 흡사 운명이 그를 만들려고 작정이나 한 듯 그가 태어난 순간부터 소년 시절까지 가족들의 죽음이 이어졌다. 모든 가족들이 그렇게 사라지고 난 뒤 그는 벌판에 홀로 남는다. 죽은 가족들의 뼛가루가 든 단지를 들고 벌판에 홀로 서야 했던 소년. 이것이 수행이 아니고 무엇이었겠는가.
--- 「에필로그」 중에서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나와 같은 몽상가였다. 그는 머릿속으로 모든 성을 짓고 또 허물었다. 어린 나이에 이미 생을 간파했으므로, 모든 것은 결국 소멸한다는 대전제에 갇혀 있었으므로. 그에게 현실은 이미 무無이거나 거짓과 허상일 뿐이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 문학은 바닥이 드러나지 않는 하나의 경전 같다. 그의 문학에는 숨겨놓은 장치가 너무나 많다. 드러난 언어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숨은 언어가 너무나 많다. 안타까운 건 그의 이 ‘숨은 언어’들을 번역을 통해 전달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설명하면서 목적지에 가닿지 않았다. 그는 생략하면서 목적에 가닿은 작가다.

--- 「에필로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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