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행에 가까운 모험을 하면서 여행하는 것을 그만둘까 여러 번 고민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무엇을 위해 경제활동을 하는가 생각한다. 답은 늘 같다. ‘행복해지기 위해서.’
--- p.23
옐로스톤에서 가장 만나고 싶은 동물은 들소인 바이슨이었다. 공원에 들어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언덕 위에 앉아 있는 바이슨을 발견했다. 반가운 마음에 차를 세우고 한참 동안 기념사진을 찍었다. 바이슨은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의 야수 모티프가 된 동물로 옐로스톤의 상징이다.
--- p.62
요즘 가장 힙한 도시 포틀랜드까지 왔다. 숙소에 짐을 푼 뒤 기대를 가지고 다운타운으로 나갔다. 포틀랜드 최대의 번화가인 다운타운에는 스타일리시한 쇼핑몰과 캐주얼한 레스토랑이 많았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윌래멋 강과 톰 맥콜 워터프론트 공원. 모리슨 다리 아래 위치한 시민 공원으로 가족 단위의 피크닉족이 많았다. 샌드위치를 나누어 먹으며 그들 사이에 슬쩍 끼고 싶을 만큼 안온한 풍경이었다. 저녁 식사를 위해 푸드 트럭 구역으로 향했다. 50개 남짓한 푸드 트럭이 모여 있어 적은 비용으로 다양한 음식을 배불리 먹기 좋았다.
--- p.69
하와이안 비치 렌틀hawaiianbeachrentals.com을 통해 알라 모아나Ala Moana에 있는 아파트를 렌트했다. 하와이의 아파트 매입 가격은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 버금갈 만큼 비싸지만 렌트 비용은 저렴하다. 외지인들이 노후를 위해 구입하거나 투자용으로 매입해 비어 있는 아파트가 많기 때문이다.
--- p.128
와이마날로 비치보다 남쪽에 있는 마카이 부두Makai Pier는 알려진 관광지는 아니다. 언젠가 드라이브를 하다가 바다가 너무 예뻐서 길가에 차를 세우고 스노클링을 한 적이 있다. 부두 아래 그늘진 곳에 물고기가 많이 모이는데, 이곳에서 바다거북을 만났다. 하와이에서는 바다거북을 ‘호누’라고 부르는데, 평화와 장수, 행운을 상징한다.
--- p.135
리마는 색이 없었다. 먼지가 폴폴 날리는 흙 길, 끝없이 이어지는 흙색의 집들, 미완성의 집에서 살아가는 무색의 사람들. 흙으로 만든 벽돌로 지은 집은 흙길과 구분이 가지 않았다. 그래서 더 황량하게 느껴졌다. 선거 기간이었다. 리마 공항에서 숙소가 있는 미라플로레스까지 가는 길에 만난 유일한 컬러는 아이러니하게도 선거 벽보뿐이었다.
--- p.178
발칸반도의 ‘발칸’은 터키어로 산을 뜻한다고 한다.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발 아래로 험준한 산과 호수가 펼쳐졌다. 부유한 나라라면 터널을 뚫거나 다리를 만들어 거리를 단축시켰을 텐데, 몬테네그로는 산등성이를 따라 구불구불한 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이 길을 최대한 천천히 지나고 싶었다. 풍경이 좋은 곳에 차를 세워두고 한참씩 쉬면서 늑장을 부렸다. 여유롭게 드라이브를 즐기며 코토르Kotor 만을 지나 아드리아 해안 도시인 몬테네그로 부드바Budava에 도착했다.
--- p.223
지금도 브렐라에 진입하던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보스니아-헤르체코비나를 빠져나와 험한 산악 지대를 넘어오느라 진이 빠진 상태였지만, 날씨는 쾌청했다. 바닷가에 이르자 바위 섬 위에 홀로 서 있는 소나무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물은 맑아서 볕이 바닥까지 닿을 것 같았다. 속도를 줄이고 창문을 열었다. 자갈 사이로 물 빠지는 소리, 파도와 함께 밀려왔다. 물러나는 돌 구르는 소리가 잔잔하게 들렸다. 길가에 차를 세우고 수영복으로 갈아입은 다음 그 바다에서 해수욕을 즐겼다.
--- p.229
경비행기를 타고 빙하를 보러 가는 것은 우리 가족의 버킷 리스트 중 하나였다. 모두 숨죽여 고대한 순간이기 때문인지 놀 거리와 볼거리가 풍부하지 않은 탈키트나까지 오는 동안 누구도 불만을 말하지 않았다. 여전히 들뜬 마음으로 빙하 체험에서 돌아와서 식사를 하며 지구 온난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아이들이 환경 운동가가 되길 기대하는 게 아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동물과 자연을 지키기 위해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이야기하다 보면 스스로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된다.
--- p.255
두어 시간 뒤에는 물가에서 물을 마시고 집으로 돌아가는 코끼리 가족을 만났다. 아이들은 전날 공부한 아프리카 코끼리와 아시아 코끼리의 차이점에 대해 얘기하며 꼼꼼하게 관찰했다. 아프리카 코끼리는 아시아 코끼리에 비해 귀가 크고, 귀 모양도 아프리카 대륙 모양으로 생겼다. 코끼리는 귀로 열을 배출시킨다. 모세 혈관이 많아 귀를 흔들면서 체온을 유지하는 것, 아프리카가 더 더우니 귀가 큰 건 당연한 진화인 셈이다.
--- p.286
1시간 정도 지나자 긴 총을 멘 경비원이 모닥불 너머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와 우리는 피부색처럼 언어도 달랐다. 상진이가 스낵을 건넸다. 자정이 넘은 시간, 모닥불을 피울 만큼 추운 아프리카에서, 총을 멘 흑인 경비원과 반바지에 담요를 두른 아시안들이 함께 크리스마스를 맞고 있었다. 손에는 같은 스낵이 들려 있었다.
--- p.304
세계적인 휴양지니까 플로리다는 당연히 물가가 높을 거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수요 이상으로 공급이 많고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렌터카부터 숙박 시설, 레스토랑까지 비용이 뉴욕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디즈니월드에 가기 위해 우리 가족은 올란도 근처의 아파트를 렌트했다. 방 2개, 화장실 2개, 거실, 부엌이 있는 132제곱미터(40평대) 복층 아파트의 렌트비가 하루에 100달러.
--- p.343
마이애미 비치에서 다리를 건너 칼레 오초Calle Ocho에 있는 리틀 아바나Little Havana로 향했다. 키 큰 야자수와 라틴 음악, 화려한 색감의 벽화, 짙은 커피 향, 시가를 문 사람들, 드문드문 들려오는 스페인어까지 이곳이 진정 미국인지 헛갈린다.
--- p.372
느지막한 오후에 키 웨스트에 도착해 체크인을 하고 마을을 둘러봤다. 여행을 하면서 가끔 운 좋은 상황이 생기곤 하는데, 이날도 그랬다. 6월 둘째 주와 셋째 주 사이에 키 웨스트에서 열리는 게이 축제의 마지막 날이었던 것.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퍼레이드가 열리고 있었다. 상은이가 물었다. 왜 무지개가 그들의 상징이냐고. 무지개는 차별하지 않고 차별받지 않을 자유와 권리의 다양성을 의미한다고 답해줬다
--- p.378
노이슈반슈타인은 영어로 ‘뉴 스완 스톤 성New Swan Stone Castle’이란 의미인데, 성 아래의 알프제 호수에는 백조가 많았다. 호수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 아닐까 생각했다. 아이들과 함께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서핑보드를 패들보트 삼아 백조들과 함께 물놀이를 즐겼다. 여행자들이 신기함과 부러움이 섞인 눈으로 연신 우리를 쳐다봤다.
--- p.425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 혼자 류블랴니차 강을 따라 산책했다. 지금도 내게 류블랴나는 로마와 프라하보다 훨씬 예술적인 도시로 남아 있다. 요즘도 가끔 주변 사람들에게 “만약 내가 갑자기 사라진다면 류블랴나에 있을 것”이라고 말하곤 할 정도로, 일상에 지칠 때면 류블랴나가 떠오르곤 한다.
--- p.437
누군가에게 코스타리카는 커피 산지이고, 누군가에게는 피파 랭킹 30위권의 축구 강국이다. 나에게 코스타리카는 두 가지 이미지로 남아 있었다. 미국인들이 은퇴 후 삶을 꿈꾸는 곳이자 지인 두 사람의 고향. 오래전부터 미국 여행 매거진에서는 코스타리카를 낙원으로 소개했다. 미국 본토에서 가까우면서 멕시코보다 안전하고 물가도 저렴한 편이다. 20년 전 코스타리카 출신의 직장 동료가 있었다.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걸 알고는 언젠가 꼭 코스타리카에 가라고 말하곤 했다.
--- p.4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