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9년 09월 1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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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16쪽 | 514g | 132*203*22mm |
ISBN13 | 9791158161026 |
ISBN10 | 1158161026 |
발행일 | 2019년 09월 1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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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16쪽 | 514g | 132*203*22mm |
ISBN13 | 9791158161026 |
ISBN10 | 1158161026 |
인생의 파도를 만드는 사람은 나 자신 좋아하는 것도 사랑하는 것도 모두가 혼자 바람에 동백나무가 잠시 흔들렸습니다 10분 동안만 나를 생각해주세요 그동안 모른 척했던 나 자신이라는 풍경 매일 한 번은 최후를 생각해둘 것 좋은 날의 증거들 칼칼한 날에 나를 덮어주던 음식 내가 바라는 건 하나, 오래 보는 거 이제는 정말로 안녕일까 나는 능선을 오르는 것이 한 사람을 넘는 것만 같다 나도 누군가에게 단단히 말할 수 있기를 바깥을 보세요 첫눈이에요 언젠가 그때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남기는 것으로 도시락 싸서 어디 갈래요? 맨 뒤 창가 자리에서 라디오 왜 혼자냐고요 괜찮아서요 왜 쓰느냐 물으시면 혼자니까 쓴다고 대답하리라 당신이 나를 따뜻하게 만든 이유 내 칼에 고양이 한 마리를 새겨주었다 우리에겐 필요한 순간에 길을 바꿀 능력이 있다 너는 너의 세계에 빠져서 어쩔 수 없는 것들은 어쩔 수 없는 대로 당신에게로 이사 의자에서 만났다가 의자에서 헤어진다 들여다보고 싶은 너머의 안쪽 우리는 결핍 때문에 결국 슬프다 하루에 한 번 가슴이 뛴다 우리 서로가 아주 조금의 빗방울이었다면 암호명은, 시인 매일 밤, 여행을 마친 사람처럼 굿나잇 벚꽃이 핍니다 벚꽃이 집니다 그림으로 사랑의 모양을 그려보세요 인기척, 그 사랑의 신호 사랑을 시작하라는 말 만나고 싶은 사람은 만나게 되어 있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를 말할 때도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바람이 통하는 상태에 나를 놓아두라 우리는 각자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한여름 밤의 콘서트 마음이 급속히 나빠지지 않도록 덜 취하고 덜 쓸쓸하게 맞습니다 이것도 저것도 나쁘지 않아요 |
지금보다 조금 더 젊었을 때, 나는 혼자인 것이 싫었다. 그래서 밥도 술도 혼자서 먹고 마시는 것을 잘하지 못했다. 그러다 회사생활의 마지막 십년을 지방에 있는 공장에서 일하게 되면서 혼자 생활했다. 처음엔 혼자 먹는 저녁이 싫어 매일같이 온갖 이유를 붙여 술자리를 만들었고, 현관문을 열고 집에 들어가면 불이 꺼져있는 것이 싫어 아예 아침에 나오면서 불을 켜두고 나오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적응이 되어가기도 했지만 밥만은 혼자 먹기보다는 차라리 굶는 편을 택하곤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은 유별난 것 같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당시에는 혼자서 먹고 마시고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 궁상스럽고 처량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회생활 혹은 인간관계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오히려 혼자 있는 것이 편하다. 아직도 밥은 혼자 먹는 것에 적응이 되진 않았지만 혼자 있는 시간이 마치 축복받은 시간인양 느껴진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일을 하러 논밭으로 나가면 온 동네가 정적에 빠진다. 경운기 지나가는 소리, 이웃집에서 개짓는 소리만 들려올 뿐 인공의 소리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인공의 소리가 사라진 자리에 새소리, 바람소리, 그 바람에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가 대신하고 있다. 그럴때면 창문을 열고 정원을 바라보며 사색에 빠지거나, 햇볕 잘 드는 쪽마루에 앉아 멍 때리거나, 그저저도 싫증이 나면 낮잠을 자거나 책을 읽는다. 간혹 사람이 그리울 때도 있지만 모두들 멀리 떨어져 있다 보니 전화한통화로 대신하고 있다.
이 책 [혼자가 혼자에게]는 책 제목이 맘에 들어 진즉에 구입했지만 게으름을 피우다 이제야 읽었다. 그러고 보니 저자의 책은 의외로 많이 읽은 것 같다. 시집은 차치하고라도 그가 펴낸 여행 산문집은 대부분 읽었다는데 생각이 미친다. 오래전에 읽은 책들이지만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은 산문집에 실려 있는 글들 자체가 한편의 시처럼 느껴지기도 했었고, 사진이 글만큼이나 많은 여운을 주었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그는 특별히 정해놓지도 않고 떠났다가 돌아오기를 반복한다. 자신이 여행지에서 보고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써내려간 글들은 예전에 그가 썼던 산문집의 제목마냥 ‘끌림’이었다. 아마 그래서 이 책도 선뜻 구입하였을 것이다.
이 책은 제목이 말하는 것처럼 혼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일상에서든 여행지에서든 오직 ‘혼자’인 이야기만 하고 있다. 어느 곳에서나 수없이 만날 수 있는 혼자들을 향해 혼자 여행하고, 혼자 걷고, 혼자 있는 저자가 말을 건넨다. 그것은 첫눈이나, 첫사랑, 처음 해외여행처럼 처음에 관한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는 ‘첫 눈이 오는 날, 그 첫 눈을 밟으며 당신이 올지도 모른다는 막연하지만 아름다운 가능성’을 혼자서 생각하고, 우리가 했던 첫사랑처럼 ‘태어나서 처음 하는 일이라면 굉장한 떨림과 엄청난 신기함이 주는 들끓음’에 혼자서 마음 졸인다. 그런가 하면 우리가 혼자하지 못하는 것은 ‘혼자라서 닥치는 현실의 이런저런 문제가 아닌 혼자서 직면하는 고독 앞에서의 자신 없음이 무서운 것’은 아닌지 반문한다. 그러나 ‘혼자인 채로 태어났으면서 애써 고독을 모른 체한다면 인생은 더 어렵고 더 꼬이며 점점 비틀린다’며 ‘고독의 터널 끝에 가보고 고독의 정점과 한계점을 밟고 서서 웃는 자’만이 세련되어질 수 있다고 따뜻하게 격려한다. ‘세상 흔한 것을 갖고 싶은 게 아니라면, 남들 다하는 것을 쓰고 싶은 게 아니라면 나만 할 수 있고, 나만 가질 수 있는 것들은 오직 혼자여만 가능’하다는 그의 말은 혼자인 그가 혼자인 우리 모두에게 건네는 충고처럼 읽힌다. 이처럼 그는 혼자 있을 수 있는 공간들에 집중하며 자신이 그곳에서 혼자 느끼고 누렸던 것들을 적어나가고 있다. 그가 이전에 펴냈던 책들 마냥 독특한 시선이 담긴 풍성한 사진들은 ‘혼자’를 생각하는 사이사이마다 말을 걸어오며 여백을 메워준다.
우리는 혼자이면서도 때때로 사람들 속에 함께 일 때가 있고, 지금은 모두 함께 있지만 또 때로는 혼자가 되기를 희망하기도 한다. 이처럼 저자는 ‘우리’에서 떨어져 나와 혼자만의 공간에서 ‘혼자’의 탐구를 이어가지만, 나는 그와는 다른 혼자를 생각한다. 어떤 공간을 혼자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벗어나 익명의 존재로 있는 것 또한 ‘혼자’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아마 내가 지금 누리고 있는 여유나 게으름 혹은 마음의 편안함이 바로 그것으로부터 비롯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그렇다고 혼자인 것이 우리를 외면하는 것이 아니란 것은 나 역시도 잘 알고 있지만, 우리는 각자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아갈 것이기에 나는 오늘도 ‘혼자’이기를 소망해본다.
혼자인 시간이 좋다. 아무도 나에게 말 걸지 않고 나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 내가 독서에 빠져있든, 음악에 빠져있든, 생각에 빠져있든 어느 누구도 관심을 가진 사람이 없는 곳. 그 시간이 좋다. 누군가와 있게 되면 말을 많이 하게 된다. 친구들과 있는 시간도 좋지만, 오랜 시간을 보내고 집에 돌아오면 어쩐지 마음이 허하다. 너무 많은 말을 했기 때문이다. 작가의 말처럼 누군가와 있게 되면 그 자리에는없는 사람의 이야기도 한다. 굳이 안해도 될 말을 하게 된 날은 심한 자책에 빠진다. 어느 작가의 말처럼 말이 없는 사람이 되고 싶다. 어줍잖은 충고 같은 건 하지 않겠다고 생각해본다.
오래전 혼자서 불쑥 여행을 떠나곤 했다. 동해안이며 대구, 혹은 부산을 다녀왔다. 낯선 여행지에서 낯선 사람들과 부대끼며 오로지 홀로인 나 자신을 즐겼다. 많이 생각하고 많이 걸었다.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나는 건 부산 자갈치 시장의 한 여관 방의 이불과 쟁반에 받쳐진 주전자와 컵이 있는 모습이다. 마치 그림처럼 선명하다. 지금의 나는 어떤가. 남편과 가족과 함께 떠나고 있다. 어딘가를 여행하는 건 좋아하지만 이제는 혼자인게 어색한 게 되었다.
이병률은 시인이지만 처음에 산문으로 만나선지 산문이 좋다. 그의 산문을 읽고나면 멀리 있는 나를 상상한다. 낯선 장소에 있는 나. 낯선 사람들을 바라보는 나. 모든 게 낯선 곳에서 진정한 나 자신을 찾는 시간을 그리워하게 되는 것이다. 책 속에 수록된 사진과 그의 글에서는 짙은 외로움이 보이지만, 실제로 다가서는 감정은 다사로움이다. 혼자가 혼자에게 보내는 글이지만 궁극적으로 사람을 좋아하는 작가에게서 따스함이 느껴진다는 거다.
당신이 혼자 있는 시간은 분명 당신을 단단하게 만들어준다. 어떻게 혼자인 당신에게 위기가 없을 수 있으며, 어떻게 그 막막함으로부터 탈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혼자 시간을 쓰고, 혼자 질문을 하고 혼자 그에 대한 답을 하게 되는 과정에서 사람을 괴롭히기 위해 닥쳐오는 외로움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당신은 그 외로움 앞에서 의연해지기 위해서라도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면서 써야 한다. 혼자 있는 시간을 목숨처럼 써야 한다. 그러면서 쓰러지기도 하고 그러면서 일어서기도 하는 반복만이 당신을 그럴듯한 사람으로 성장시킨다. 비로소 자신의 주인이 되는 과정이다. 물론 자기 안에다 주인을 '집사'로 거느리고 사는 사람이다. (16페이지)
사람을 좋아하는 그에게서 느껴지는 감성들이 좋다. 여행지의 어딘가에서 주방에서 열심히 땀 흘려 일하는 그. 홀로 걷지만 곁에 앉은 사람에게 눈길을 보내는 마음. 혼자이나 혼자가 아닌 것 같았다. 익숙한 사람이든 낯선 사람이든 사람과 함께 부딪치며 살아가는 존재다. 무인도에 낙오되었다고 치자. 사람이 그리워 동물에게 혹은 공에게도 말을 걸지 않나. 외롭기 때문이다. 누군가 곁에 있다는 느낌을 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혼자 여행을 해라. 세상의 모든 나침반과 표지판과 시계들이 내 움직임에 따라 바늘을 움직여준다. 혼자 여행을 해라. 그곳에는 없는 사람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되고, 더군다나 여기에서도 들었던 똑같은 이야기 따위는 듣지 않아도 된다. (217페이지)
책을 읽고 났더니 마음이 따스해진다. 우울했던 마음도 어느새 해소가 되었다. 혼자인 사람이 혼자인 사람에게 보내는 연애편지 같았다. 이렇게 마음이 좋아지는 걸 보면. 누군가와 함께 있다는 느낌이 들었고, 가만가만히 위로를 건네는 글들이었다. 앞서 밝혔지만 사람을 좋아하는 그의 진심이 느껴져서 일 것이다. 일년의 삼분의 일 가량을 여행자로 살고 있는 작가의 진심어린 마음을 받아서일까.
그럼에도 다시 혼자 여행하고 싶다는 바람이 있다.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내면의 나와 대화하고 싶다. 그동안 잘해왔다고, 앞으로도 괜찮을거라고 나를 다독이고 싶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 것일까? 20대엔 혼자라는 시간을 외롭다고만 느꼈었다. 혼자일 때는 누군가를 불러 시간을 보내려 했고, 주말에 약속이 없는 걸 참지 못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혼자인 시간을 얼마나 사랑하고 좋아하는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 시간이 나는 좋다. 멍 때리는 것도 좋고, 밀린 드라마를 보거나 예능을 보는 것도 좋다. 혼자서 커피를 홀짝이는 것도 좋고, 책을 읽는 것도 좋고, 청소하거나 요리 하는 것도 좋다. 알고 싶었던 것들을 검색하는 것도 좋고, 잠을 자는 것도 좋고, 혼자서 운동하는 것도 좋고, 혼자서 쇼핑하는 것도 좋다. 이런 혼자의 시간을 즐기지만 아직 못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혼자 여행하기다. 기회가 된다면 꼭 해보고 싶은 것. 혼자 여행하기.
그 누구의 간섭이나 규칙 혹은 눈치 없이 자유롭게 하는 여행. 하고 싶은 생각은 있지만 현실적으로 아직은 쉽게 할 수 없는 것이 바로 혼자 여행하기다. 혼자가 되어 철저히 외롭다 느껴 보는 것. 하지만 혼자가 되었을 때엔 그 자체에 심취해 외롭다고 느끼지 못하는 것. 나는 그런 시간들이나 순간이 좋다. 물론 지금은 온전히 혼자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당신이 특별한 사람인지 아닌지는 당신이 한 일들이 증명해 줄 것이고. (102)
세상 흔한 것을 갖고 싶은 게 아니라면, 남들 다 하는 것을 하고 싶은 게 아니라면 나만 할 수 있고, 나만 가질 수 있는 것들은 오직 혼자여야 가능하다. (217)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사랑의 꼴도 다르다. 누구를 사랑하느냐에 따라 내가 얼마만큼의 사람인지를 알게 된다. 또한 누구를 어떻게 떠나보냈는지가 남은 사람을 입체적으로 성장시킨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치. (230)
눈물을 흘리지 않는 삶에 나는 반대한다. 우리가 눈물을 흘리면서 살아갈 수만 있다면. 그것이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사는 삶 보다 훨씬 더 쉽다는 것도 알게 된다. 눈물은 막을 수 없는 것이 되었다. (270)
요즈음 내 마음은 이런 형태의 것인가 보다. 이런 글들이 눈에 들어오는 걸 보니. 혼자라는 시간은 단순히 멍 때리는 것도 있지만 천천히 나 자신을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잡다한 생각이 꼬리를 물기도 하지만 결국 혼자인 시간이 길어지면 나에게 집중한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내가 뭘 싫어하는지. 사실 나도 혼자인 시간에 익숙하거나 오래 집중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점점 혼자인 시간에 익숙하고 그 시간 자체를 즐기려고 한다. 그러는 과정에서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 것인지에 대한 대답을 들을 수 있을 테니까. 어떤 삶을 살아야 내가 행복한 것인지, 나는 어떻게 늙어갈 것인지 내 안의 소리를 듣는 그날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