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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당한 몸

거부당한 몸

: 장애와 질병에 대한 여성주의 철학

그린비 장애학 컬렉션-02이동
리뷰 총점9.4 리뷰 8건 | 판매지수 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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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01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348쪽 | 540g | 153*224*30mm
ISBN13 9788976827678
ISBN10 8976827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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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수전 웬델 Susan Wendell
수전 웬델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에 있는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의 여성학 명예교수이다. 1985년부터 근육통성 뇌척수염 / 만성피로 면역장애증후군을 갖고 살고 있다. 은퇴한 후 고통의 가치와 그것이 윤리학에 던져 주는 함의에 대한 책을 쓰는 중이다. 현재 밴쿠버에서 유기농정원을 가꾸고 채소 기르는 것을 즐기며 남편과 함께 살고 있다.
역자 : 강진영
어릴 때 척추수술을 한 이후 몸의 한계와 통증에 대해 생각해 왔다. 대학에서 특수교육을 공부하고, 초등학교 특수학급에서 아이들과 함께 지내고 있다. 장애여성공감의 회원으로 활동하며 장애여성운동에 대한 관심을 키워 왔다. 학교라는 공간과 특수교육 현장에 대해서도 고민 중이다.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질병 때문에 남들과 다른 몸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 사고로 인해 몸의 큰 변화를 경험한 사람들, 일상적으로 자신이나 가까운 사람들이 가진 몸의 한계를 느끼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이 책의 내용이 큰 울림을 주기를 희망한다. 웬델의 경험을 마주하며 공감하고 자기의 마음을 짓누르던 짐을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병원에서 나의 목소리가 존중받지 못했던 경험, 아프다고 했을 때 의심받았던 경험, 내 몸이 하나의 물체같이 다루어졌던 경험이 있다면 이 책의 내용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또한 장애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여성주의자들에게도 이 책의 출간이 반가운 소식이 되기를 희망한다. --- pp. 9~10

나는 장애가 없는 사회를 상상할 때 모든 신체적?정신적 ‘결함’이나 ‘비정상성’이 치료될 수 있는 사회를 상상하지 않는다. 오히려 언젠가 모든 것을 ‘치료할 수 있다’는 환상이야말로 장애의 사회적 해체를 막는 심각한 걸림돌이라고 믿는다. 나는 그 대신 완전하게 접근 가능한 사회를 상상한다. 가장 넓은 범위의 인간 능력을 고려해 모든 건축물이 지어지고 모든 활동이 조직되어야 한다는 보편적인 인식을 가장 근본적인 특성으로 하는 그런 사회 말이다. 그러한 사회에서라면 걸을 수 없는 사람이 장애를 갖지는 않을 것이다. --- p. 115

거부당한 몸을 꺼리는 것은 비정상이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만은 아니다. 그것은 통증, 질병, 한계, 괴로움,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기도 하다. 반대로 거부당한 몸을 문화적으로 추방하는 것은 통증, 질병, 한계, 괴로움, 죽음의 경험들을 잘 알지 못하게 함으로써 그에 대한 두려움을 만들어 낸다. 설령 모두가 부정적인 몸에 대한 경험을 가지고 있거나 갖게 될 수도 있다고 해도, ‘정상적인’ 몸에 대한 문화적인 개념이 젊고, 건강하고, 힘이 넘치고, 통증이 없고, 몸의 모든 부분을 갖추고 있고, 최대의 범위로 우아한 움직임을 할 수 있는 것이라면 사람들은 부정적인 몸에 대한 경험을 마주하거나 이해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경험은 장애와 병을 가진 주변화된 사람들,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 ‘우리’가 아닌 사람들에게나 해당되는 것이다. --- p. 177

서양 과학과 의학의 힘이 크고 과학과 의학이 자연을 지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대다수가 믿고 있는 사회에서는, 장애인의 존재를 통해 그 전망이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과 과학과 의학이 사람들을 병, 장애, 죽음으로부터 지켜 줄 능력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들은 과학이 잊어버리고 싶어 하는 타자이다. --- p. 129

장애를 차이로 인정한다는 것은 실질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모든 장애가 비극적인 손실이고 모든 장애인이 ‘치유’되기를 원한다고 가정하는 것은 분명 아닐 것이다. 그것은 장애인이 가진 지식과 관점을 찾아내고 존중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익숙하지 않은 생각의 형태나 존재의 방식을 존중하고 그로부터 배우고자 하는 태도를 의미한다. 또한 인간 신체의 완벽함을 추구하고 통제하려는 환상을 포기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 p. 165

몸에 대한 여성의 통제력을 늘리고 불필요한 고통을 예방하고자 하는 여성주의의 지속적인 노력은 몸의 고통을 사회적으로 치유가 가능한 현상으로 생각하게 하는 경향이 있다. 더욱이 여성주의 이론이 몸으로부터의 소외 그리고 남성과는 다른 여성의 몸의 차이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그 이론 안에 우리와 몸의 관계에 대한 비현실적인 상 만들어졌다. 한편으로는 우리가 사회적 정의를 이루어 내고 몸으로부터의 소외를 극복하면 몸에 대한 우리의 경험은 대부분 즐겁고 만족스러울 것이라는 신념이 내재해 있다. 다른 한편으로 몸은 오직 상상 속에서만 제한되어 있다고 생각하며, 몸의 경험을 아예 무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 p. 313

나는 나의 증상을 받아들이고 이에 항복하기 시작했다. 의학적·심리적·영적인 치유법을 찾는 것을 그만두었을 때, 몸에 일어나고 있는 일시적인 괴로움과 나를 동일시하는 것을 줄이고 증상들을 관찰하는 능력을 발달시키기 시작했을 때, 나는 내 삶을 다시 구성해 나갈 수 있었다. 내 몸 상태가 새로운 방식으로 가능성을 제한하긴 하지만, 새로운 종류의 이해력, 새로운 관심, 새로운 열의와 계획들을 제시해 주었다. 이런 점에서 질병의 경험은 깊은 의미가 있는 것인데, 이는 내가 오직 근원 그 자체로서 몸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병에 대해 심리적이고 영적인 문제를 나타내는 것이라 생각하고 나의 증상이 가진 의미를 발견하기 위해 에너지를 썼다면 나는 아직도 아픈 것에 완전히 매몰되어 있을 것이다. 사실 내가 내 몸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전보다 덜 동일시하게 되었는데도 이렇게 내 몸은 나에게 새로운 정체성을 갖게 했고 나 자신에 대해 다르게 생각하도록 하였다.
--- p. 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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