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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땅한 살인

마땅한 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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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11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304쪽 | 388g | 140*210*20mm
ISBN13 9791189143084
ISBN10 11891430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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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어져 있는 남자의 상처를 침착하게 마저 꿰맸다. 특별히 남은 몇 땀은 공들여 작업하기도 했다. 응급실에서는 모든 환자를 동등하게 치료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가끔은 의사가 실력 발
휘를 못 해도 어쩔 수 없었다. 서우는 성의를 다해 삐뚤빼뚤 바늘을 휘둘렀다.
--- p. 13

세 종류의 연쇄살인 시그니처 중 하나를 택해서 카피해야 한다면 단연 첫 번째 것이었다. 두 번째 것은 십자가 낙인을 찍을 도장이 없었고, 세 번째 것은 죄목을 적어온 종이가 없었다. 그렇지만 붉은 립스틱만은 늘 핸드백 속에 소지하고 다니니 고민의 여지가 없었다. 서우는 립스틱 뚜껑을 열어 새빨간 본체를 길게 뺐다. 그의 짓이겨진 머리 바로 아래, 핏기 없이 빳빳하게 굳은 흰 고목 같은 목 위에다가 자그마한 하트를 그려 넣었다.
--- p. 40

서우는 빙빙 돌리지 않고 바로 궁금한 질문을 던졌다.
“저한테 원하는 게 뭐예요?”
여자가 슬슬 물을 줄 알았다는 듯 선선히 대답했다.
“오늘 새벽 4시쯤 응급실로 교통사고 환자가 들어갈 거예요. 이미 죽었다면 상관없지만 혹시라도 살아있다면…… 죽여줘요.”
--- p. 56

아무 상념 없이 잠잠하기만 하던 그녀의 눈동자에 갑자기 두려움이 드리우며 떨리기 시작한 건, 약물을 모두 옮긴 서우가 입모양으로 이렇게 말했을 때였다.
“미안해요.”
--- p. 70

“이런 레스토랑에서는 갖가지 얘기가 오가죠. 정치, 사업, 연애, 뒷담화 등등.”
그는 메뉴판으로 얼굴을 가린 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살인은 연쇄살인 속에 숨기는 게 좋듯이, 살인 모의는 갖가지 모의가 판치는 장소에서 하는 게 좋아요.”
--- p. 89

그녀의 고개가 돌아간 곳에는 아까부터 두 사람의 처분만을 기다리고 있던 새파란 시체가 있었다. 서우는 시체의 새파란 눈동자와 자신의 눈을 맞추고 말했다.
“일단은 저것부터.”
--- p. 101

“그런데요. 청부살인이란 건 큰 죄 아닌가요?”
그 말에 수호보다 빨리 베니가 대답했다.
“엄청 큰 죄지. 돈을 받고 생명을 뺏는 일이잖아.”
“죽어 마땅할 정도로 큰 죄야?”
“개인적으로 난 그렇다고 생각해. 죽어 마땅하지.”
--- p. 180

콩깍지가 벗겨진 그녀의 눈은 그 어느 때보다도 총명해 보였다. 유별나게 총기가 어린 눈을 빛내며 지나가 말했다.
“그렇다면 내가 그 사람을 죽일 수 있게 도와줄래요?”
--- p. 212

괴짜 연구자와 미친 상속녀의 때 이른 장례식은 그들의 결혼식보다 더 흥미로운 가십거리였다. 다양한 사람들이 주목하고 몰려드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그들의 공식 사인은 추락사였다.
--- p. 228

“이 재판은 무조건 질 겁니다. 법정 최고형이 확실하죠. 그리고 저는 지는 변호는 하지 않아요.”
“현명한 처사예요. 하지만 결정은 제 얘기를 다 들은 후에 해도 늦지 않잖아요?”
“도대체 무슨 얘기인데요?”
서우는 잠시 뜸을 들인 후,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연쇄살인에 대한 얘기예요. 저는 지금까지 44명을 죽였어요.”
--- p. 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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