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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 게 아니라 아팠던 것이다

약한 게 아니라 아팠던 것이다

: 무례한 세상에 지지 않는 심리학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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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12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64쪽 | 404g | 140*204*16mm
ISBN13 9788965135722
ISBN10 8965135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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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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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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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부서져 본 적이 있나요? 그런 시기가 분명히 존재합니다. 단지 숨만 쉬며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힘에 부칠 테죠. 차라리 이 무너진 마음이 다행이라고 생각될 만큼 버티는 게 고작인 그 시기에는 어떤 위로도 격려도 소용이 없죠. 돕고 싶지만 아직 당신을 어떻게 도와야 할지 모르겠어요. 돕고자 하는 마음이 약해진 당신을 더 다치게 할까 봐 두렵기도 하고요. 지금은 어떠한 말로도 위로가 될 수 없겠지만 일단 함께 기다려 보기로 해요. 당신의 고통을 보는 내 마음이 아프다고 하더라도 결코 당신의 고통을 함부로 다루지 않을 거예요. 내 마음이 편해지기 위해 당신에게 가벼운 위로와 해결책을 들이대고 어깨를 흔들며 재촉하지도 않을 거구요. 위로는 내 마음을 가볍게 하기 위함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감싸기 위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오래 참고 그렇게 오래 고른 소중한 말들만이 남아 부서진 마음과 끝까지 함께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분문 중에서

자신에게 일어났던 끔찍한 일에 대해서 마땅히 했어야 할 일을 하지 못했다는 죄책감, 또는 자신이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립니다. 그들에게 일어난 일의 결과를 책임지기에 당시의 그들은 너무나 어리고 무력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약하고, 무방비하였기 때문에 그러한 일이 일어나게 되었다고 믿게 됩니다. 죄책감은 과거와 연결되어 있는 현재의 자신을 용납하지 못하게 만들고, 견디지 못한 이들은 과거와의 연결점을 거부하게 됩니다. 결국 과거의 자신을 떠올리게 하는 모든 단서를 거부하고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이들은 늘 생각합니다.

만일 내가 그때 조금만 더 현명했더라면…
만일 내가 그렇게 멍청하게 행동하지 않았더라면…
만일 그 상황에서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더라면…
--- 분문 중에서

아이에게는 신이나 다른 없는 무자비한 양육자가 아이의 감정에 전혀 엉뚱한 이름을 입힙니다. 지금 힘든 것은 내가 모자란 사람인 탓, 지금 흘리는 눈물은 칠칠치 못한 수치스러운 행위, 내 마음속에 피어오르는 의문은 내가 나쁜 사람인 증거가 됩니다. 가장 여리고 부서지기 쉬운 시기의 아이의 영혼을 대가 삼아 아주 짧고, 불안정하고, 유치한 가정의 평온을 손에 넣습니다. 그리고 이 악순환적인 정신역동은 가족의 습관으로 굳어집니다. 아이의 감정은 가족의 평화를 위한 제물이 되어버리죠. 타인의 행복한 웃음 속에서 누군가의 마음은 죽어버립니다.
--- 분문 중에서

나와 달리 감정 표현에 거침없는 타인에게 상처받고 잠 못 이루던 그날 밤에도 당신의 마음은 있었습니다. 당신에게 어떠한 언어도 허락되지 않았던 시절, 무엇에 아파하는지도 모르고, 단지 조용히 웅크리고 견딜 수밖에 없었던 그 시절에도 마음은 그곳에 있었습니다. 스스로조차 인지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마음은 당신과 함께 태어나서 이미 그곳에 존재했습니다. 그리고 뒤늦게 되찾은 당신만의 언어를 통해 마음은 그 형태를 이루고, 남들이 준 옷을 입고 타인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일하던 당신의 마음이 생애 처음으로 당신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 분문 중에서

잃어버린 청춘은 뭐든지 가능했던 눈부신 시간만은 아니었습니다. 빛 뒤에 가려졌던 처음 세상에 발을 내딛었을 때의 두려움, 시련 앞에 홀로 선 자의 고독함 또한 존재했습니다. 콘도는 자신을 의지하러 온 가냘프고 떨리는 어깨에서 자신만큼이나 아프고 고독한 청춘의 모습을 봅니다. 두려움에 떨며 발을 떼지 못하는 여린 소녀의 등을 가만히 밀어주며 콘도는 깨닫습니다. 내가 아팠던 것은 청춘이 지나갔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 또한 그녀처럼 두려움에 발을 떼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음을. 내 안의 불씨는 지나가버린 청춘과 함께 인생 어딘가에 두고 온 줄 알았건만, 멈춘 것은 나였을 뿐 지금도 그 찬란함과 잔인함을 함께 가진 불씨는 이름과 형태만 바뀐 삶이라는 모습으로 내 곁에서 타오르고 있었음을요. 콘도는 아주 오랜만에 자신을 긍정하고 책상에 앉아 원고지를 채우기 시작합니다.
--- 분문 중에서

과거를 극복한다는 것은 우리가 과거의 사실을 여전히 잊지는 않되 그것이 과거의 일에 불과하다는 것을 정확히 인식하고, 새로운 대처방법을 실행함을 의미합니다. 지금 내게 떠오르는 과거의 공포와 무력감을 과거의 나에게 돌려보내주고 지금, 여기에 찾아오는 과거를 닮은 일들에 대하여 예전과는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대응함을 의미합니다. 결과가 결국 실패였다 할지라도 과거의 공포에 대하여 끊임없이 무언가 행동했기 때문에 우리는 조각난 감정과 이미지를, 우리의 실패의 과정을 하나로 이어 붙여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이어 붙여진 이야기들은 우리가 과거의 대응방식을 답습하지 않도록 해주고, 과거를 끔찍한 추적자에서 내 삶의 이정표로 바꿔줍니다.
--- 분문 중에서

앞만 보며 달리던 우리는 처음으로 자신의 발밑을 보게 됩니다. 우리의 임무가 레일을 쫓아 달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진정으로 원하던 곳에 도달하는 것임을 깨닫는 순간, 우리는 처음 달리기 시작했었을 때의 그 마음을 떠올립니다. 우리가 누군가의 등 뒤를 쫓아 달리기 시작했던 것은 그 사람의 뒷모습을 쫓기 위해서가 아닌 그 너머에 있는 풍경을 보고 싶어서였음을.
따라서 나에게 필요했던 것은 짓눌리는 고통을 잠재우고 계속 달리기 위한 진통제가 아니었죠. 그 고통은 아주 오래 전에 잃어버린 지금은 열차 밑바닥의 부품으로 전락해 버린 내 마음이 보내는 신호였으니까요. 사실은 좀 더 일찍 그 소리에 귀를 기울였어야 했죠. 그 깜깜한 터널 속에서 나를 생존하게 해준, 그 한 줌의 불꽃과 같은 나의 마음이 이제 내 앞길을 비춰줍니다. 단단히 닫힌 문을 하나씩 열어낼 때마다 얻어내었던 나의 사유가 이제 나만의 방향을 정해줍니다. 경험과 사유가 만나 폭발하는 그 순간, 드디어 우리는 레일을 벗어나 우리가 쫓고 있던 누군가의 뒷모습을 앞지릅니다. 그리고 마침내 보게 된 그 너머의 풍경.
--- 분문 중에서

그 많은 영화 속의 이야기들이 옳고 그름으로 규정될 수 없는 것처럼, 당신의 아픔은 지금도 틀리지 않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것을 당신과 함께 공유하고 덜어내기를 원하는 까닭은 아파하는 당신이 무언가 잘못되어서가 아닌 그 속에 지금도 묻혀 있는 어떤 것을 당신과 함께 보기 위해서였죠. 영원히 지속되지 못함을 두려워하느라 놓쳐버렸던 기쁨의 순간들, 미래를 걱정하느라 보내버렸던 생생했던 현재들. 다 타버린 줄 알았던 당신의 마음에 여전히 남아있는, 넘치게 아름답기에 손을 대는 것조차 주저하게 되는 찰나의 찬란함. 사랑해야 할 것들이 여전히 이토록 남아있건만…….
--- 분문 중에서

그래서 가장 가까운 세상으로부터 깊은 상처를 받고, 가장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영혼을 짓밟혔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타인의 온기를 그리워합니다. 다시는 그 어떠한 것도 믿지 않기로 결정하고 시간을 멈춰버린 나의 심장이 우연히 펼친 책 한 귀퉁이의 풍경에 두근거리기도 합니다. 인간은 그토록 악하고 잔인한 존재라 여기는데도 여전히 타인의 손을 잡고 싶기도 하고, 세상은 이토록 잔혹한 곳인데 다시 살아보고도 싶습니다.
--- 분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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