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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걸 사는 사람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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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돈으로 산 가치 있는 것들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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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1월 13일
쪽수, 무게, 크기 268쪽 | 318g | 130*188*18mm
ISBN13 9791189279875
ISBN10 11892798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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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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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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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시대에 소비는 자아실현을 위한 하나의 수단이라고 한 말이 생각난다. 쥐꼬리만 한 월급에서 뗄 거 다 떼고 코딱지 같은 잔금만 남았어도, 눈에 불을 켜고 소비할 대상을 찾아 나선다. 카드를 긁고 계좌 이체를 날리고 때론 3개월로 할부하면서까지, 한 번 정한 사냥감을 놓치지 않는다.
--- p.5

우연히 충동적으로 고양이 간식을 산 이후로 나는 아직까지 츄르를 늘 가지고 다닌다. 적은 돈으로 기분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소비 중에 최고의 지출이다. 이거 하나면 고양이를 아주아주 가까이에서 볼 수 있으니까!
--- p.35

직장이 없던 시절만 해도 신용 카드나 할부로 결제는 못 할 것 같았다. 타짜의 그 유명한 대사처럼 ‘쫄려서 뒤질까’ 싶었다. 한마디로 도박처럼 느껴졌다. 카드사에 돈을 빌려 물건을 사고, 그 돈을 못 갚는다면? 상상만으로도 죄를 지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보통의 직장인들이 그렇듯 나는 씀씀이가 커졌고, 체크 카드로는 감당이 되지 않는 수준으로 소비하기 시작했다. 다음 달에도 월급이 들어올 거라는 얄팍한 믿음이 체크 카드만 쓰겠다던 나의 의지를 단번에 꺾어 버렸다. 그렇게 나는 신용 카드의 길로 접어들었다.
--- p.49

‘많은 직장인이 대출을 갚기 위해, 한 달의 생활비를 벌기 위해, 오늘의 밥값을 내기 위해 그 힘든 회사 생활을 악착같이 버텨 내는 거구나. 나도 이제 그 세계에 발을 내딛어 버렸구나’ 하고 생각하며 만감이 교차하던 그날, 55만 원과 함께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삶이 시작되었다
--- p.63

이후에도 가끔 영화나 드라마에서 아웃도어 술병을 마주할 때마다 가슴 한구석에 잠자고 있는 허세가 다시 꿈틀거린다. 언젠가는 몽블랑이나 후지산에서 아웃도어 술병에 담아 간 독주를 홀짝일 것이다.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로망을 실현할 그날을 위해 종종 뜨거운 물과 베이킹 소다로 술병을 씻어 주며 잘 보관
하고 있다.
--- p.95

나는 그 컵라면이 너무 먹고 싶어서 미칠 지경이었지만 내가 아무리 돼지라 해도 컵라면 12개는 너무 많았다. 그리고 약 5만 원이라는 가격도 부담스럽기는 매한가지였다. 사실 정말 돼지였던 옛날이라면 그냥 혼자 샀을 텐데(정말 돼지였을 때는 펑리수가 먹고 싶어 인터넷에서 최저가로 16박스를 구매했었다), 소비 효율을 따지기로 결심한 이상 12개의 라면을 혼자 사는 건 너무나 미련한 짓이었다.
--- p.137

가족은 재봉틀을 만지는 나를 보며 처음에는 ‘돈 주고 좋은 거 사지 옷을 왜 만드는 거냐’, ‘노후 준비하는 거냐’며 별나다고 했지만 수선할 옷을 나에게 여러 벌 가져오곤 했다. 장담컨대 바지 기장을 줄이는 수선비는 5,000원이라고 했을 때, 나는 가족에게 10만 원 이상으로 봉사했다. 앞으로도 수선비는 계속 절감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 p.183

선물은 참 신기한 면이 있다. 선물을 고를 때만 해도 받는 상대가 과연 좋아할까 조마조마 걱정이 된다. 그러다가도 상대가 선물에 흡족해하는 모습을 보면 걱정은 사라지고 안심만 남는다. 또 그 선물을 잘 쓰고 있는 모습을 볼 때면 내가 선물을 받은 것처럼 기분이 좋다. 받는 데 익숙했던 내가 아끼지 않고 돈을 쓰기로 결심한 뒤부터 돈으로 살 수 없는, 돈 보다 값진 마음의 행복을 알아 가는 듯하다. 뿌듯해지는 순간이다.
--- p.219

이제 고민은 그만하고 싶었다. 골치가 아팠다. 그렇게 행복해하며 산 무인양품 토스트기는 골칫덩어리가 되었다. 나의 똥고집이 만든 이 결과가 고통스러웠다. 변압기는 죽어도 사기 싫었다. 이제는 예쁜 쓰레기가 되어 버린 토스트기를 그만 버리고 싶었다. 그래도 차마 버릴 수 없어 창고에 고이 모셔 두었다.
--- p.243

오랜 고민 끝에 산 에어팟이지만, 사고 난 후에도 고민은 끝나지 않았다. 지겨울 정도로 지독한 고민의 늪에서 이제 그만 빠져나오고 싶지만, 에어팟 케이스에 자꾸만 눈이 간다. 조금 더 예쁘고 특별한 것을 사고 싶은 마음 때문에 나는 또 여기에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다. 최종적으로 브랜드, 캐릭터, 가죽, 디자인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가 결국 가장 단정한 에어팟 케이스를 블랙 색상으로 구매했다. ‘심플 이즈 베스트(simple is best)’를 외치며.
--- p.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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