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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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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박노해
관심작가 알림신청본명: 박기평 朴勞解, 朴基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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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을 달구던 태양이 저물어가면 흰 잘라비를 입은 수단의 농부들은 나일 강물을 끌어다 이랑을 내고 씨앗을 뿌린다. (…) 말라 죽으면 다시 심고 또 말라 죽으면 다시 심는 일을 원망도 불평도 없이 해나간다. 그렇게 (…) 날마다 반복되는 농부들의 성사聖事 덕분에 오늘도 불타는 사막에 푸른 생명이 자라난다. 나는 걸음마다 황무지를 늘려가는 사람인가. 걸음마다 푸른 지경地境을 넓혀가는 사람인가.
--- p.24 미군의 무인폭격기가 차가운 폭음을 울리는 파슈툰에서 아직 잘 걷지 못하는 어린 양을 품에 안은 목자를 만났다. “전쟁의 현실은 제가 어찌할 수 없지만 이 어린 양들은 제가 지켜줄 겁니다. 대대로 살아온 터전을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어린 양의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게 하는 것이 제가 이 생에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겠지요.” 생을 두고 끝까지 밀어 가는 사랑보다 강한 힘은 없으니. --- p.46 삶은, 자신만의 이야기를 남겨주는 것이다. 삶은, 이야기를 유산으로 물려주는 것이다. 그 삶의 이야기가 후대의 가슴속에 살아있는 한 그는 사랑했던 이들 곁에 영원히 살아있는 것이다. --- p.48 아이야, 세계는 위험 가득한 곳이지만 너에겐 안데스의 대지와 자애로운 파차마마와 어둠 속의 별빛 같은 동무들이 있단다. 네 안에는 고귀한 씨알이 이미 다 심겨있으니 지켜내라, 견뎌내라, 서로 손을 잡아라. 착하고 강하게 너의 길을 가거라. --- p.69 탄탄한 두 발로 대지를 딛고 살아온 건강한 몸과 쉽게 좌절하지 않는 영혼을 가진 농부에게서 자신감에 찬 푸른 기운과 멋이 흘러나오는 듯하다. 남들이 준 자신감은 그들이 다시 가져갈 수 있지만 세상이 빼앗을 수 없는 자기만의 삶을 가진 사람은 어려움이 닥치고 시간이 흐를수록 더 굳건한 것이니. --- p.76 검무를 추듯 사탕수수를 수확하는 소녀. (…) 칼을 쥔 자는 두 부류다. 무도한 권력의 칼로 세상을 망치는 자와 살림의 칼을 쥐고 세상을 지키는 자. 정말로 그녀는 최고로 아름다운 칼잡이였다. --- p.78 바다처럼 드넓은 타나 호수에서 파피루스로 엮은 전통 배 탕크와를 탄 소년. (…) 저 소년은 힘이 강한 것이 아니다. 자연의 리듬에 맞춰 그 흐름을 타고 자신을 조화시키는 힘을 익힌 것이다. 불필요한 동작과 장식과 소유를 다 덜어내고 최대한 단순하고, 단단하고, 단아하게 나아가는 소년의 몸짓에 만물의 정령이 깃들지 않는가. --- p.80 늙은 수도자는 1,500년 된 게에즈어 성서를 나직하고 깊은 음성으로 읽어 나간다. “진실한 것은, 단 하나면 충분하지요. 난 단 한 권의 책을 날마다 읽고 묵상해왔지요.” 시간을 견뎌낸 단 하나의 오래된 것은 유행을 거슬러 언제나 새롭게 되살아난다. --- p.88 인간은, 세계 전체가 짓누르고 죽이려 해도 속마음을 나누고 이해하고 믿어주고 안아주는 단 한 평의 장소, 단 한 사람이 곁에 있다면, 그 사랑이면 살아지는 것이니. --- p.100 폐허의 유적지에서 유일하게 푸른 생기로 바람에 날리는 올리브나무의 전언傳言을 듣는다. 모든 것을 쓸어가는 시간의 바람 앞에 무엇이 무너지고 무엇이 살아날까. 무엇이 잊혀지고 무엇이 푸르를까. 역사의 조망에 비추어 정녕, 무엇이 더 중요한가. --- p.107 거대한 모래폭풍인 ‘하붑’이 지나가고 누비아 사막에 푸른 여명이 밝아오면 나일강에도 아침 태양이 떠오른다. 하지만 사막의 진정한 태양은 여인들이다. 단순한 살림으로 삶은 풍요롭고 단단한 내면으로 앞은 희망차고 단아한 기품으로 주위가 다 눈이 부신 사막의 아침 태양은 그녀들이다. 내 생의 모든 아침은 바로 그대이다. --- p.108 고원 위에 서 있는 산타 카탈리나 봉쇄 수도원. 열여덟에 여기 들어와 한평생 청빈과 노동과 침묵으로 기도를 바치다 선종한 수도자의 방. 필사적인 자기 소유와 자기 홍보의 시대에 지상의 높고 깊은 자리에 빛나는 한 평의 방. 지상에서 내가 이룬 업적들은 먼지처럼 흩어져도, 아 나는 무력한 사랑의 마음 하나 바치며 이 길을 가네. --- p.110 |
“나에게는 좋은 것과 나쁜 것, 어리석은 것과 지혜로운 것, 추한 것과 아름다운 것을 식별하는 잣대가 있다. 좋은 것으로 나쁜 것을 만드는가 나쁜 것으로 좋은 것을 만드는가. 단순한 일을 복잡하게 만드는가 복잡한 일을 단순하게 만드는가. 물질의 심장을 꽃피워내는가 심장을 팔아 물질을 축적하는가. 최고의 삶의 기술은 언제나 가장 단순한 것으로 가장 풍요로운 삶을 꽃피우는 것이니. 하여 나의 물음은 단 세 가지다. 단순한가 단단한가 단아한가. 일도 물건도 삶도 사람도.”
- 박노해, 『단순하게 단단하게 단아하게』 중에서 새해, 삶의 이정표가 되어줄 박노해 시인의 새 책 때론 한 권의 책이 삶에 이정표가 되기도 한다. 1984년 시집 『노동의 새벽』, 1997년 옥중에세이 『사람만이 희망이다』, 2010년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등으로 한 시대에 충격적 감동을 전하고 수백만 독자들의 영혼을 뒤흔든 박노해 시인. 2020년 새해, 그의 새 책이 발간되었다. [박노해 사진에세이 02] 『단순하게 단단하게 단아하게』다. 지난해 10월 출간되어 3주만에 1쇄 3천 부가 완판, 현재 4쇄까지 발간된 [박노해 사진에세이 01] 『하루』에 이은 두 번째 책이다. 박노해 시인이 20여 년간 기록해온 ‘지구시대 유랑노트’ 1991년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사건으로 체포, 고문, 무기징역에 처해졌던 혁명가 박노해. 1998년 감옥 독방에서 풀려나 자유의 몸이 된 후 “과거를 팔아 오늘을 살지 않겠다”며 권력의 길을 뒤로 하고 20여 년간 ‘지구시대 유랑자’로 ‘사랑의 순례길’을 걸어왔다. 지상의 가장 멀고 높고 깊은 지도에도 없는 마을을 걸으며, 우리가 잃어버린 좋은 삶의 원형을 흑백 카메라와 만년필로 담아왔다. 새 책 『단순하게 단단하게 단아하게』에는 결핍과 고난 속에서도 단순한 살림으로 풍요롭고, 단단한 내면으로 희망차고, 단아한 기품으로 눈부시게 살아가는 수단, 인도네시아, 페루, 파키스탄 등 세계 12개국 사람들의 일상이 37점의 흑백사진과 이야기로 펼쳐진다. ‘어떤 삶이 풍요로운 삶일까?’ 돌아보게 하는 사진과 글 박노해 시인이 포착한 ‘단순함 단단함 단아함’이란 무엇일까? 열여덟 살에 봉쇄수도원에 들어가 평생을 청빈과 노동과 침묵으로 기도를 바치다 선종한 수도자의 ‘단순’한 일상, 청나일강이 발원하는 타나 호수에서 장대 하나로 균형을 잡으며 나아가는 에티오피아 소년의 ‘단단’한 몸짓, 진창 위의 터전에서도 손수 집을 짓고 연꽃밭을 일궈온 버마 여인의 꽃 같은 미소와 ‘단아’한 자태. 이렇듯 박노해 시인이 나직한 눈빛으로 기록한 사진 속에는 가난이 선사한 단순함, 고난이 빚어낸 단단함, 고독이 잉태한 단아한 삶을 살아가는 지구마을 사람들의 모습이 담겨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어떤 삶이 풍요로운 삶인지, 내가 진정 살고 싶은 삶에 대해 묵상하게 된다. 아름다운 표지와 아트프린팅, 한영 동시수록으로 한국문학의 품격을 세계로 이 책의 만듦새 또한 단순하고 단단하고 단아하다. 다홍빛 천 위에 박노해 시인의 육필을 따서 만든 폰트가 선연히 새겨진 표지. 유럽 유수의 뮤지엄과 출판인들도 인정한 흑백사진 아트프린팅으로 ‘내 손안의 전시장’을 소장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진’은 언어의 국경을 넘는다. 박노해 시인의 사진을 마주한 세계인들이 바로 교감하고 감동하는 이유다. 나아가 그의 ‘사상’을 오롯이 전하고자 사진에세이 1권 『하루』부터 영어와 한글을 나란히 수록했다. 한국문학 번역의 독보적인 대가인 Brother Anthony of Taize(안선재)가 영문 번역을 맡아 우리말의 운율과 정서까지 섬세하게 살려냈다. 한국의 음악, 영화, 문학, 역사가 세계적으로 주목 받고 있는 때에, 박노해 시인의 아름답고 깊이있는 저작으로 한국문학의 품격을 세계에 전하고 있다. 책에 실린 37점의 작품을 직접 감상할 수 있는 [라 갤러리] 전시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박노해 사진전’의 누적 관람객 수는 27만여 명. 이번 사진에세이에 실린 37점의 사진은 2020년 1월 15일부터 시작되는 〈단순하게 단단하게 단아하게〉展(2020.1.15-6.28, 종로구 통의동 [라 카페 갤러리])에서 만날 수 있다. 장인의 손길로 한 장 한 장 인화한 정통 아날로그 흑백사진 작품, 사진의 감동을 증폭시키는 박노해 시인의 글을, 시인이 직접 엄선한 월드뮤직의 선율을 따라 감상하다 보면 어느덧 내 마음 깊은 곳으로 한 걸음 더 다가가는 기분이다. 그래서일까. 관람객들은 박노해 사진전이 상설 개최되는 [라 갤러리]를 “내 영혼의 순례길”이라 말한다. 새해에는 일도 물건도 삶도 사람도, ‘단순하게 단단하게 단아하게’ 새해를 맞아 박노해 시인의 이 책을 펼쳐보며, 지금 나의 삶은 “단순한가 단단한가 단아한가”라는 물음을 던져보면 좋겠다. “단순한 살림으로 풍요롭고 단단한 내면으로 희망차고 단아한 기품으로 눈이 부신, 내 생의 모든 아침은 바로 그대이다. 내 사랑은 이것이면 충분했으니. 일도 물건도 삶도 사람도, 단순하게 단단하게 단아하게.”(박노해, 『단순하게 단단하게 단아하게』 중에서) 올 한 해 곁에 두고 읽는다면 나의 일상과 마음을 환하게 밝혀줄 등불 같은 책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