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수학이 옳고 그른 답만 있는 ‘정확한’ 학문이라고 여긴다. 물론 사실이다. 수학의 상당 부분은 정확성을 판단하는 데 치중한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따지는 숫자는 그저 왈가왈부하는 값에 불과하다. 만일 숫자를 묻는 모든 질문에 확실하고 ‘정확한’ 답만 있다고 믿는다면, 일상에서 사용하는 숫자가 순수 수학이 제시하는 숫자보다 훨씬 모호하다는 사실을 놓치게 될 것이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궤변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래서 어떤 경우에는 어림짐작한 근삿값이 정확한 참값보다 훨씬 쓸모 있고, 더욱 믿을 만하다는 걸 증명하려고 한다. 단, 대략적인 값을 구하더라도 몇몇 계산은 정확하게 할 줄 알아야 한다. 당신의 일정표를 짜는 일과 비슷하다. 구체적이고 정확한 수학은 일상 속 애매한 숫자들을 다루는 바탕이 된다.
--- p.8~9
쪽지에다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어림 계산은 사업가들이 새 프로젝트의 실행 가능성을 신속하게 확인할 때 유용하다. 기술자들 역시 제안된 해결책의 효과 여부를 빠르게 확인할 때 어림 계산을 사용한다. 또한 어림 계산은 통계학자들이 정치인이나 숙련된 전문가, 경영 담당자가 버린 무수한 숫자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좀 더 일상적인 수준에서 본다면, 어림 계산은 여러분이 소위 ‘거래’의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매일 사용할 수 있는 수학이다. 계산기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수학이자 산술이다.
--- p.13
“저 공룡은 몇 살이죠?”
“6,900만 22일 살입니다.”
“정말 놀랍네요. 어떻게 그리 정확하게 나이를 알고 있죠?”
관광객의 물음에 안내원이 대답했다.
“음, 제가 첫 출근했을 때 공룡 나이가 6,900만 살이었고, 그때가 22일 전이니까요.”
--- p.18
그러므로 코드와 같은 후보자가 16,333표를 받았다고 발표할 때, 실제로는 더 모호하게 표현했어야 한다. ‘거의 확실히는 16,328표에서 16,338표 사이’라고 (아니면 줄여서 ‘16,333표±5’). 만일 투표용지 수를 물리적으로 세는 것만큼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일을 믿을 수 없다면, 훨씬 유동적인 다른 값들을 정확하게 세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 p.28~29
BBC 뉴스 진행자가 교육부 장관을 질타하고, 사실확인 팀이 두 사람의 진술을 실시간으로 검증한다고 상상해 보라. “이번 정부는 2015~16년 이후 학교 지출을 2020년까지 20% 늘릴 계획입니다”라고 장관이 말한다. 화면 하단에 사실확인 팀의 검증 결과가 나온다. “학교에 대한 지출은 10% 증가했지만, 학생 한 명에게 지출하는 금액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학생 1인당 지출액은 약 10% 정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 p.39
마지막으로 유용한 방법 한 가지만 더 소개한다. 바로 ‘제로 등식 (Zequals) ’이다. 어림 계산을 빠르게 처리하는 비결 가운데 하나는 되도록 간단하게 계산하는 것이다. 물론 어림하는 방법은 수없이 많지만, 제로등식은 계산기의 필요성을 가장 최소화한 방법이 다. 내가 이 방법을 제로등식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바로 엄격한 규칙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제로등식에 걸맞은 기호도 만들었다. 제로등식에 숨은 아이디어는 계산하려는 모든 숫자를 반올림하여 유효숫자 한 개로 나타내는 것이다. 다시 말해, 모든 수를 항상 10이나 100, 1,000에 가장 가까운 수로 반올림하면 된다.
--- p.78
만일 은행 이자율이 4%라면, 당신의 예금액을 두 배로 늘리는 데 얼마나 걸릴까? 이런 복리 계산은 마음에 들 만한 아주 간단한 규칙 으로 해결할 수 있다. 바로 ‘72의 법칙’이다. 성장률이 어떻든 (1.2%, 4%, 10%, 심지어 30%라도) 문제의 금액이 두 배가 되는 데 걸리는 기간은 72로 나눠 구할 수 있다. 이자율이 4%일 때, 당신의 예금액은 18년(=72÷4) 뒤에 두 배로 늘어날 것이다.
--- p.94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기업들도 신입 사원을 채용할 때 지원자들의 독특하고 창의적인 발상을 평가하기 위해 페르미 문제를 내곤 한다. 면접시험을 준비하든, 그저 재미로 두뇌 훈련을 하든 페르미 문제 풀기는 유연한 사고를 키울 수 있는 훌륭한 지적 활동 이다. 그래서 이 장에서는 내 상상력을 사로잡은 페르미 문제 들을 골라 보았다. 그리고 그 문제를 푸는 나만의 방법을 각각 덧붙였다. 당신도 당신만의 방법을 선택해 문제를 해결해 보면 좋을 것이다. 장담컨대, 우리가 같은 대답을 내놓을 가능성은 적다. 물론 운이 좋다면 둘 다 비슷한 어림값을 제시할 수는 있겠지만.
--- p.1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