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주 내내 아무 데서고 눈물을 흘리는 일이 벌어졌다. 잠에서 깨어나다가 어머니가 죽었다는 것을 기억해 내곤 했다. 어머니가 꿈에 나왔고, 죽었다는 것을 빼면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무거운 꿈에서 빠져나오기도 여러 번이었다. 생활에 필요한 일들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장보기, 식사, 세탁기로 빨래 돌리기. 종종 어떤 순서로 그 일들을 해야 하는지 잊어버렸고, 야채 껍질을 벗기고 나서 그다음 동작을 연달아 하지 못하고 가만히 있다가는, 한참 애써 생각을 해보고 나서야 물에 씻었다. 책 읽기가 불가능했다. --- p.16
보다 정확히는, 내가 쓰려고 하는 것은 가족적인 것과 사회적인 것의 접점에, 신화와 역사의 접점에 위치하리라. 나의 계획은 문학적인 성격을 띤다. 말들을 통해서만 가닿을 수 있는 내 어머니에 대한 진실을 찾아 나서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사진들도, 나의 기억도, 가족들의 증언도, 내게 진실을 가져다주지 못한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문학보다 아래 층위에 머무르길 바란다. --- p.19
나의 어머니는 이 세계에 대해, 훌륭한 교육과 우아함과 교양이 그녀에게 불러일으킨 찬탄과, 자신의 딸이 그 세계의 일부가 되는 것을 보며 느끼는 자부심과, 겉으로는 절묘한 예의범절을 보여 주면서 속으로는 자신을 경멸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사이에서 갈팡질팡했다. 「살림을 야무지게 살아야 한다. 쫓겨나서는 안 된다.」 --- p.72
나는 울기 시작했다. 그녀가 나의 어머니였기 때문에, 내 유년기의 그 여자와 같은 여자였기 때문이었다. --- p.99
「나는 내 딸이 행복해지라고 뭐든지 했어.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걔가 더 행복한 건 아니었지.」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아니 에르노의 대표작 무미하고 날카로운 문장들이 끌어내는 감정의 지평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아니 에르노가 모친의 죽음 앞에서 어머니라는 <한 여자>를 써 내려간 작품 『한 여자』가 전문 번역가 정혜용 씨의 번역으로 출간되었다. 『한 여자』는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이후 10여 개월에 걸쳐 쓴, 자신의 어머니이자 한 시대를 살다 간 한 여자에 대한 기록이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자신의 감정과 회한의 무게에 짓눌리는 법 없이 분석적이고 객관적이며 군더더기 없는 글을 쓰고자 한다. 그렇게 세상에 나온 에르노의 작품은 개인의 감정을 주관적으로 그리는 수사학적 장치가 없음에도 감동이 한없이 지평을 넓혀 가는 신비롭고도, 전혀 색다른 문학적 경험을 선사한다.
사람들은 내가 어머니에 대해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을 모른다. 그런데 나는 어머니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차라리, 어머니가 살아 있는 시간과 장소에서 어머니와 함께 살아간다는 느낌이다. ― 『한 여자』 본문 중에서
작가는 어머니에 대해 쓰는 일은 자신에게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말한다. 그녀는 늘 그곳에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노르망디의 소도시에서 태어난 어머니는 그녀에게 주어진 사회적 위치의 열등함을 극복하고 싶어 했다. 새로 나온 노래와 책을 접하고 화장을 하고 연극, 영화를 보러 다니며 <자신도 그들 못지않다>는 자신감을 얻고자 했다. 또한 자신의 딸을 통해 배움에 대한 열망을 추구하고 딸에게 자신이 누리지 못한 모든 것을 주려고 노력했다. 딸은 너무나 찬미하고 동경하던 어머니가 어느 순간 더는 자신의 모델이 될 수 없음을 느낀다. 그녀는 이제 많이 배운 사람들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것이다. 어머니가 거칠게 말하고 행동하는 방식이 부끄럽고, 그녀에게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고 싶지 않다. 한편 어머니는 점점 다른 세계로 멀어져 가는 딸에게 자기 자체로는 사랑받지 못할까 봐 두려워하며 한없는 베풂으로 사랑을 얻으려 애쓴다. 둘 사이를 이어 주던 은밀한 교감은 사라지고 그 자리엔 부모와 자식 사이에 남는 막연한 애정이 대신 자리한다.
아니 에르노는 어머니의 죽음을 맞이한 후 그녀의 부재를 받아들이는 방법으로 자신이 아는 한 여자로서 그녀의 삶, 자신과 함께한 어머니로서 그녀의 삶을 기록하기로 한다. 어머니 사후 보름 만인 4월 20일경이다.
나는 어머니에 관한 글을 계속 써나가겠다. 어머니는 내게 진정 중요했던 유일한 여자이고, 2년 전부터는 치매 환자였다. 기억의 분석을 보다 쉽게 해줄 시간적 거리를 확보하자면, 아버지의 죽음과 남편과의 헤어짐이 그랬듯 어머니의 병과 죽음이 내 삶의 지나간 흐름 속으로 녹아들 때를 기다리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지금 이 순간 다른 것은 할 수가 없다. ― 『한 여자』 본문 중에서
전작 『남자의 자리』에서 <단순하고 꾸밈없는 글>을 써야 한다고 했던 아니 에르노는 이 작품에서 문학적인 것에 담긴 통념을 다시 한번 거부함으로써 <자전>을 새롭게 정의한 자신만의 독보적인 글쓰기를 확고히 한다.
여자의 삶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YES마니아 : 플래티넘스타블로거 : 블루스타R*****^|2022.11.02|추천0|댓글0리뷰제목
노벨문학상을 받아서인지 이 책이 예스24 북클럽에 등장했다. 여성에 대한 이야기는 그닥 읽고 싶어하지 않는다. 대부분은 열 받고 현재진행형이라 답답해진다. 많이 좋아졌지만 나도 여자의 삶을 살아왔기에 구태여 일부러 읽을 마음이 없다. 그래서 아니 에르노는 장바구니에 오래 있기만 했는데 북클럽에 들어왔다.엄마의 죽음으로 시작하는 글은 너무 담담하고 사실적이어서 당황스러;
노벨문학상을 받아서인지 이 책이 예스24 북클럽에 등장했다. 여성에 대한 이야기는 그닥 읽고 싶어하지 않는다. 대부분은 열 받고 현재진행형이라 답답해진다. 많이 좋아졌지만 나도 여자의 삶을 살아왔기에 구태여 일부러 읽을 마음이 없다. 그래서 아니 에르노는 장바구니에 오래 있기만 했는데 북클럽에 들어왔다.
엄마의 죽음으로 시작하는 글은 너무 담담하고 사실적이어서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어떤 미화나 포장도 없어서 차갑게 느껴질 만큼 글은 건조했다. 시작부터 나의 엄마를 떠올릴 수 밖에 없었고 엄마의 삶과 딸과의 관계를 책과 함께 생각하게 했다. 작가는 엄마에 대한 글을 꼭 쓰고 싶었다는데 나는 어떤 글을 쓸 수 있을까...
구매한 여자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선**맨|2021.02.24|추천0|댓글0리뷰제목
본인 삶과 주변 가족들을 삶을 객관적으로 쓴 소설 한 여자는 아니 에르노 어머니의 삶을 그린 소설입니다.
객관적으로 표현했기에 우리들의 삶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이기에 늙고 병들고 죽게 되는 순리를 그대로 본 소설이라서 다 읽은 후에는 기분이 착찹하다고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오랜만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시간이였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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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한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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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디자인 평점5점스타블로거 : 블루스타햇**빛|2021.02.24|추천0|댓글0리뷰제목
아니 에르노 작가님에서는 자신이 보고 겪은 내용을 소설로 옮겨 놓은 것으로 어떻게 보면 아니 에르노의 역사를 보는 느낌이 든다.
물론 시각에 따라서 주인공은 바뀐다.
한 여자는 바로 자신의 어머니의 삶을 소설로 옮긴 것이다.
본인이 겪은 일을 객관성을 유지하면서 작품을 균형 있게 쓰기란 어려운데 아니 에르노 작가님은 그래서 더 훌륭한 작품인 것 같습니다.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