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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전 손택의 말 (경쾌한 에디션)

수전 손택의 말 (경쾌한 에디션)

[ 반양장 ] 말에 지성이 실린 책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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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전 손택의 말
[도서] 수전 손택의 말
수전 손택,조너선 콧 공저/김선형 역 마음산책
10% 13,050
수전 손택의 말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3월 05일
판형 반양장?
쪽수, 무게, 크기 192쪽 | 206g | 128*188*12mm
ISBN13 9788960906105
ISBN10 8960906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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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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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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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지금의 우리가 존재하는 양상의 전부와 과거의 우리 모습 모두가 문학 덕분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책들이 사라진다면 역사도 사라질 것이고, 인간 역시 사라질 것이라고요. 나는 당신의 말이 옳다고 확신합니다. 책들은 우리 꿈 그리고 우리 기억의 자의적인 총합에 불과한 게 아닙니다. 책들은 또한 우리에게 자기 초월의 모델을 제공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독서를 일종의 도피로 생각할 뿐입니다. ‘현실’의 일상적 세계에서 탈피해 상상의 세계, 책들의 세계로 도망가는 출구라고요. 책들은 단연 그 이상입니다. 온전히 인간이 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 p.19

콧 : 시몬 드 보부아르가 『성년The Coming of Age』과 『제2의 성性』에서 바로 그런 테마와 주제 들을 탐구한다는 점은 매혹적인 우연인데요.
손택: 글쎄요, 제 생각에 보부아르는 기가 막히게 근사해요. 프랑스에서는 다반사로 비난을 듣고 있긴 하지만요. 『제2의 성』에는 부분적으로 동의할 수 없는 대목들이 있지만 전 여전히 지금까지 나온 중 가장 훌륭한 페미니즘 저서라고 생각합니다. 소위 운동보다 훨씬 앞서 있어요. 또한 늙음을 문화적 현상으로서 진지하게 다룬 건 그녀가 최초라고 생각합니다
--- p.38

성적인 전형들에 대해서 말하자면 말이죠, 얼마 전 밤에 빈센스대학 세미나에 초청을 받아 갔다가 데이비드(손택의 아들 데이비드 리프)와 겪은 상황이 있어요. 세미나가 끝나고 데이비드와 나 말고도 네 사람이 같이 커피를 마시러 갔습니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세미나에서 같이 온 사람들이 모두 여자였어요. 테이블에 다 같이 앉았는데 그중 한 여자가 프랑스어로 데이비드에게 말하더군요. “아, 딱한 남자 같으니. 여자 다섯하고 한 테이블에 앉게 돼서 어떡해요!” 그러자 모두 웃음을 터뜨렸어요. 그래서 내가 그 여자들에게 말했습니다. 모두 빈센스대학의 교수였지요. “지금 무슨 말들을 하고 계시는지 알아요? 얼마나 자존감이 낮은 건지 아시냐고요?”
--- p.36~37

독서는 제게 여흥이고 휴식이고 위로고 내 작은 자살이에요. 세상이 못 견디겠으면 책을 들고 쪼그려 눕죠. 그건 내가 모든 걸 잊고 떠날 수 있게 해주는 작은 우주선이에요. 그러나 제 독서는 전혀 체계적이지 못해요. 굉장히 빨리 읽는다는 점에서는 아주 운이 좋은 편이죠. 대다수 사람들에 비해 저는 속독가라고 생각되는데, 많이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대단히 유리하지만 어디 한 군데 진드근히 머무르지 않기 때문에 단점도 많아요. 저는 그냥 전부 흡수한 후에 어디선가 숙성되기를 기다리거든요.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무식하답니다.
--- p.60

프랑스의 문화는 어떤 면에서 믿지 못하리만큼 여성 혐오적이라서 가끔은 소스라칠 지경이에요. 제 말은 ‘여성적feminine’이라는 말, ‘여자 같은effeminate’ 말고요, ‘여성적’이라는 단어조차 비하의 뜻이 있다는 거예요. 여기서는 뭐든 ‘여성적’이라고 말하면 그게 작품이든 활동이든 사람이든 -그 사람이 여자지만 아주 좁게 성적인 의미에서만 그렇다면- 항상 비하의 뜻을 띠고 통용되지요. 남성적이라는 말은 강함을, 여성적이라는 말은 약함을 뜻하는 거죠.
--- p.104~105

하지만 아까 꺼냈던 엘렌 식수의 얘기를 다시 해보기로 하죠. 전 이런 것들을 성의 문제로 치환해서 꼬리표를 붙이는 게 몹시 불쾌한데, 사실 그렇게 되면 조이스가 여성적인 작가라거나 여성성을 창작의 근거로 삼았다고 해야 된단 말이에요. 저도 분명히 남성과 여성의 관능성에 어느 정도는 차이가 있다고 생각해요. 많이는 아니고요. 보아하니 우리 사회의 모든 것이 공모해서 이 차이를 더욱 크게 벌리고 있는 게 분명하죠. 아마도 근원적인 차이의 일부는 상이한 생리적 기능과 상이한 성기에 기인할지 모르죠. 그렇지만 전 세상에 남성적이거나 여성적인 글쓰기가 있다고는 믿지 않아요. 식수의 주장은, 그렇지 않다면 글을 쓴다는 건 그저 물건을 제조하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에 반드시 그런 게 있어야만 한다는 거죠. 정말로 그렇다면, 그리고 이런 맥락에서는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한다면 말이지만요- 저라면 글쓰기는 실제로 물건을 제조하는 게 맞다고 말하겠어요. 전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시인을 목수에 비유했던 오래된 비유도 아무렇지 않아요. 여성들이 감정에 근거해서 글을 쓰도록 조건 지어진 존재라면, 지성은 남성적인 것이고 사유는 이처럼 무도하고 공격적인 짓이라면, 그렇다면 당연히 여자들은 다른 종류의 시나 산문이나 아무튼 뭐든 다른 글을 쓰겠지요. 그렇지만 저는 종류를 막론하고 남자가 쓰는 글을 여자가 못 쓸 이유도, 그 반대의 이유도 도저히 찾을 수가 없어요.
--- p.105~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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