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스스로를 이해하고 더 큰 세계를 알고자 노력하는 거의 유일한 존재다. 이러한 인간의 욕망이 상상 너머의 미래를 만들었고 비전을 갖게 했다.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인류의 미래는 우리가 오늘 코스모스를 얼마나 잘 이해하는가에 따라 크게 좌우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 말을 감히 이렇게 바꾸고 싶다. ‘인류의 미래는 우리가 결국 인간을 얼마나 잘 이해하는가에 따라 크게 좌우될 것이다’라고.
---「프롤로그」중에서
랜달 쿠너 박사의 말처럼, 2045 이니셔티브 프로젝트의 가장 큰 걸림돌은 뇌과학의 발전 속도다. 아직 뇌가 어떻게 작동하고 연결되어 사고와 감정 등의 정신세계를 구성하는지에 관해서는 정확히 알려진 바가 많지 않다. 인간의 의식도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다만, 랜달 쿠너 박사처럼 인간의 뇌를 옮겨 저장할 수 있다고 믿는 연구자들은 ‘뇌가 기계와 같다’는 생각으로 접근한다. 데이터를 처리하는 기계 장치로 작동 원리를 파악한다면, 또 다른 뇌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고 본다. 만약 2045 이니셔티브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우리는 디지털 불멸의 세계를 체험하게 될 것이다.
---「나를 대체할 존재를 만들 수 있을까」중에서
우리 마음을 두뇌 밖으로 꺼낼 수 있을까? 모라벡 박사는 마인드 업로딩 매뉴얼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먼저, 수술실에 로봇과 인간을 눕히고, 인간의 뇌에서 신경세포를 추출해 로봇 안에 있는 회로에 똑같이 복제한다. 그다음 인간의 뇌와 비어 있는 로봇의 뇌를 연결해 인간 두뇌 신경세포를 계속 복제한다. 이미 복제된 신경세포는 제거되므로 인간의 두뇌는 점점 비어간다. 하지만 뇌 안에 있던 신경세포가 이미 로봇에 복제되어 있기에 뇌를 작동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런 식으로 수술을 진행하다 보면 인간의 뇌에 있던 모든 신경세포가 말끔히 제거되고, 로봇의 머릿속에는 인간의 뇌와 동일한 트랜지스터 뇌가 완성된다.
---「인간을 기계에 업로딩할 수 있을까」중에서
현재 마크램 교수가 주도하는 블루브레인 프로젝트의 뇌 시뮬레이션은 어느 정도 완성되었을까? 홍보 담당 리처드 워커에 따르면, 2015년 뇌의 감각정보가 모이는 체성 감각피질 시뮬레이션에 성공했으며, 앞으로 전체 뇌의 시뮬레이션을 구축할 발판을 마련했다. 그러나 오해하지 말자. 아쉽게도 시뮬레이션 실험 대상은 인간이 아니라 쥐의 뇌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더디고 까다롭고 막연해 보이는 뇌 시뮬레이션 연구를 계속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마크램 교수는 블루브레인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세 가지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첫 번째는 사회적 발전을 위해 인간의 두뇌를 이해하는 일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며, 두 번째는 동물이 아닌 실제 인간 뇌를 대상으로 작동하는 모델을 만들 필요가 있고, 마지막으로 지구상에 정신질환으로 고통받는 20억 명의 사람들을 치료하기 위해서다.
---「뇌 시뮬레이션은 가능할까」중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뇌과학자인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학교 빌라야누르 라마찬드란 교수는 우리 인간에게 남겨진 건 ‘자유의지’가 아니라 ‘자유거절free won’t’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생소하지만 자유거절은 일상에서 매우 중요하고 유용한 개념이다. 예를 들어, 누구나 한 번쯤은 누군가를 죽이고 싶다는 강한 충동을 느낄 때가 있다. 이럴 때 ‘살인은 안 된다’는 자유거절이 작동하지 않아서 누군가를 죽였다면 그것은 범죄가 된다. 인간 행동의 책임을 묻는 과정에서 뇌가 미리 결정했기에 나의 의지가 아니라는 핑계는 ‘자유거절’ 앞에서 용납될 수 없다. 어떻게 보면, 자유의지가 아니라 자유거절이 인간 행동을 이해하는 데 더 중요한 단서일지 모른다.
---「나는 자유의지가 있을까」중에서
매사추세츠공과대학 물리학과 맥스 테그마크Max Tegmark 교수는 인공지능 분야를 포함해 관련 영역의 주목할 만한 연구자들이 한자리에 모인 푸에르토리코 인공지능 콘퍼런스에서 평균 2055년쯤 초지능이 탄생할 거라 예측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는 모두가 여기에 합의한 것은 아니라는 단서를 달았다. 주의할 점은, 초지능 AI를 걱정하지 않는다는 집단의 견해가 미래에 대해 낙관론적 전망을 가진 이들의 전망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초지능을 만드는 일이 기술적으로 매우 어렵기에 수백 년이 지나도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이를테면 일종의 기술 회의론자들이라 할 수 있다.
---「기계가 인간을 지배할까」중에서
로봇공학자 데니스 홍 박사는 기계를 사용하지 않은 집단에서 2명의 참여자가 버튼을 누르지 않은 데 의아해했고, 한편으로 기계를 사용한 집단에서 나타난 결과에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데니스 홍 박사는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사람들이 킬 버튼을 못 누른다는 것은 다시 얘기하면 사람들이 그만큼 기계에 애착을 느끼고 공감한다는 걸 뜻하죠. 정말 놀랐습니다. 그들이 불편해한 감정은 진짜 사람들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거든요.” 우리는 실험을 마친 참여자들에게 실험 의도와 과정을 자세히 설명했다. 그러자 일주일 동안 기계를 사용했던 대개의 참여자들은 자신이 사용한 기계가 오류가 나거나 파기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기뻐했다. 제작진과 전문가들은 참여자들의 반응을 보고 깊은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왜 사람들은 반복적으로 오작동하는 기계를 파기하겠다는 결정을 내리지 못했던 걸까? 무엇이 ‘킬 버튼’을 누르지 못하게 한 것일까?
---「인간은 기계와 친구가 될 수 있을까」중에서
“우리는 모든 것을 재정의해야 합니다. 인간성이란 무엇이고, 미래 인간이 어떤 모습이 되어야 하는지를 결정해야 할 숙제가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발명하고 있는 겁니다. 인공지능이나 유전자 치료는 우리에게 더 큰 가능성을 열어주었습니다. 인공지능, 로봇, 유전자 조작 동물과 같은 모든 기술은 우리가 어떤 존재가 되고 싶은지 결정하도록 요구합니다. 이전에는 아무도 우리에게 물어본 적 없는 질문이 우리 앞에 놓여 있습니다. 우리는 이제 스스로에게 묻고 있습니다. 우리는 인간이 어떤 모습이길 바라는가. 이제 우리는 그 질문에 대답해야만 합니다.”
---「취재후기 위대한 사상가, 케빈 켈리」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