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자신의 진짜를 파악하는 능력은 타인주도적인 적성 검사의 해석으로는 생기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검사는 인생의 다양한 선택 상황 속에서 선택을 잘 하는 능력을 길러주지도 못합니다. 진정한 진로교육이란 ‘進路(진로)’라는 한자처럼 결국 내가 살아가야 할 길, 내가 나아가야 할 길을 스스로 개척할 수 있도록 ‘자기성찰력’을 길러주는 것입니다.
그런 내면의 어려움이 수현이의 진로에 적잖은 영향을 주고 있었다. ‘관계’에 대해 자신이 없는 자신을 보면서, ‘관계’를 잘 하고 싶은 마음을 키웠다. 그래서 나중에 커서는 ‘사람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가장 부족한 부분이 ‘관계’였고, 가장 채우고 싶은 부분이 ‘관계’였다. 그리고 자신의 꿈은 그 ‘관계’를 통해 사람과 만나는 일이었다. 여기까지가 수현이가 진로코치를 처음 만나러 왔을 때의 상황이다.
“자신의 성격, 성향은 좋고 나쁘다는 장단점의 개념보다 그냥 자신만의 특징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맞지 않을까? ‘학과 여우’처럼 말이야. 학의 뾰족한 입으로는 병에든 음식을, 여우의 뭉툭한 입으로는 접시에 든 음식을 먹을 때 유리한 것처럼. 수현이의 성격적 특징을 일단 잘 파악해서 그 성격적 특징에 맞고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직업을 택하면 되지 않을까. 예를 들면 융통성이 필요한 직업도 있고, 오히려 꼼꼼하게 철저하게 계획대로 잘 해나가야 하는 직업도 충분히 찾을 수 있단다.
진로는 ‘검사’가 전부일 수는 없습니다. 검사를 통해 학생의 현재와 미래를 과학적으로 정해주기 보다는, 소통의 과정을 거쳐 학생 스스로가 자신을 ‘성찰’하게 도와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 과정에 다양한 검사를 활용할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섬세한 관찰과 대화를 통해서 충분히 진로 성찰을 도울 수 있습니다.
실제 한국학생 아이비리그 중퇴율 1위에 대해 미국에서 발표된 논문에서도 장기적 인생목표(Long term life goal) 없이 무조건 명문대를 선호한 것이 대학 이후 혼란을 준 가장 큰 이유였다고 합니다. 성공의 가치를 모르고 성공하는 것이 불행이듯이, 공부의 이유를 모르고 공부를 잘하는 것 역시 슬픈 일입니다. 진로교육 없이 공부를 해서 대학에 가다 보니, 한국 대학생들의 87%는 전공을 바꾸고 싶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자란 한국 성인의 86%가 꿈 없이 산다고 대답한 것을 보면 다시 한 번 우리들의 슬픈 생애 현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진로교육을 받은 학생들에게 나타나는 가장 특징적인 변화가 무엇인지 물어보는 질문을 받을 때면 저는 주저 없이 ‘열정’이라고 대답합니다. 제대로 진로교육을 받은 학생은 열정이 생깁니다. 남들과 다른 자신만의 재능을 알게 되면서 자존감도 높아지고, 이 사회에서 성공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자신만의 길들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인생을 낭비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또한 꿈과 목표가 구체화될수록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진로활동의 과정에서 만나는 ‘정보’는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지지는 않습니다. 결국은 전문가들이 정리해 놓은 정보일 뿐입니다. 그 정보를 학생의 입장에서 구분하고, 분류하며 선택하고 판단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그런 과정에서 비로소 ‘정보’는 ‘꿈’으로 연결되는 것입니다.
“꿈은 그 자체로 두면, 계속 꿈으로 남지. 그 꿈을 체계화시키면 ‘계획’으로 바뀌는 거야.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꿈이 계획으로 바뀌는 순간’이란다.”
학생들은 코치가 보여준 이 로드맵에 매우 큰 관심을 보였다. 저런 그림을 자신도 그려서 책상 앞에 붙인다면 정말 흔들림 없이 공부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일 것이다. 그 기대감은 틀리지 않다. 이런 로드맵을 책상 앞에 붙인 학생들은 실제로 다른 삶을 살아간다.
진로는 원대한 미래에 대한 선언이자, 오늘 하루 치열한 공부에 대한 방법입니다. 진로, 진학, 학습, 습관은 모두 내용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꿈을 무엇이냐는 질문 뒤에는 항상 ‘그래서 지금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따라온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교육선진국의 사례들을 살펴보면, 프랑스는 중3 때부터 진로교육을 실시합니다. 뉴질랜드는 11세부터 진로교육이 의무화되어 있습니다. 핀란드는 7학년부터, 독일은 놀랍게도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진로교육이 시작되어 5~6학년 때는 어느 정도 결정이 됩니다. 독일은 굉장히 빠르게 시작하는데 이것이 독일에게는 굉장히 큰 국가 경쟁력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독일은 초등학교 5~6학년 때 어느 정도 진로를 결정해서 30%의 학생들은 중학교 올라갈 때, 대학진학을 목표로 하는 ‘김나지움’이라는 인문계 학교를 가게 되고, 약 70%의 학생들은 직업을 준비하면서 교육을 하는 ‘하월트슐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