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0년 08월 25일 |
---|---|
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636쪽 | 636g | 130*203*35mm |
ISBN13 | 9788932320786 |
ISBN10 | 8932320780 |
발행일 | 2020년 08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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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636쪽 | 636g | 130*203*35mm |
ISBN13 | 9788932320786 |
ISBN10 | 8932320780 |
이송이의 번역은 정직하다.
아니 투명하다.
아직 더 경험을 쌓아야 하겠지만
한 문장도 그냥 넘기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때론 직역투가 거슬리는 이도 있을 것이다.
어찌 첫 술에 배부르랴
<존재해야 할 것>을 <이상적인 체제>로 옮기면서 고민을 했을 것이다.
그렇다. 논설문이면 존재해야 할 것이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겠지만
소설에서는 훌륭한 선택이다.
(저 번역어를 보면서 90년대 조동일이 말하는 존재하는 것과 존재해야 하는 것을 수평축 수직축으로 놓고 미의 범주를 설명하는 것이 떠올랐다. 조동일의 거친 문장, 그리고 원론에서 그쳐버린 세계문학사와는 달리 저 미적범주는 새겨도 좋다.)
이 두꺼운 책을 전역하면서 유혹도 받았으리라.
자신과 타협하고도 싶었으리라.
그러나 불굴의 의지로 떨쳐냈다.
날림의 시대, 혼란의 시대에
멍청할 정도로 정직한 번역이 왔다.
앞으로도 변함이 없길 바란다.
전쟁이 종식되어감을 느끼는 프랑스 파리의 앙리 페롤에게 이 밤은 희망으로 가득 차 있다. 1,000대의 비행기가 룬트슈테트의 후방을 공격함으로써 벌어진 독일군의 패주, 그리고 이제는 떠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과 폴을 향한 예고이자 의지. 총살당할 위기에까지 처했었던 앙리에게 전쟁의 종식은 진짜 글을 쓰고, 진정한 자신을 찾을 수 있는 새로운 기회였다. 고행의 4년, 타인들만을 돌보았던 4년에서 벗어나 포르투갈 여행이라는 새로운 문을 통해 전쟁 후의 세상을 그리는 그 옆에 연인 폴의 자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폴을 향한 감정은 애정에서 동지애, 연민 같은 것으롤 바뀌었지만 폴의 앙리에 대한 집착과 열정은 여전히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온전한 자신을 찾기 위해 혼자만의 시간을 강력히 요구하는 앙리와, 그런 그에게 서운함을 느끼면서도 앙리를 잃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다해 몸부림치는 폴. 제발 그 관계를 놓아버려, 너야말로 네 자신을 찾아-라고 아무리 소리쳐도 나의 목소리는 폴에게 가닿지 않는다.
전쟁이 끝나기만 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사람들은, 그러나 변화하는 사회의 물결과 누군가의 희생을 딛고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에 마냥 자신만을 앞세울 수는 없다. 신문사를 운영하면서 <레스푸아>를 발행하는 앙리도 마찬가지. 폴과의 인연을 정리하고 제대로 자신만의 글을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시대는 그를 가만히 놓아두지 않는다. 그 어떤 정치적 성향도 따르지 않고 중도를 지향하는 앙리에게 요구되는 선택. 누군가는 미국을 옹호하고, 또 누군가는 소련을 지지하는 상황에서, 앙리는 자본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를 무시하지 못한 채, 절친한 관계인 뒤브레유의 권유를 뿌리치지 못하고 결국 좌파이나 같은 좌파인 공산주의를 완벽히 따르지는 않는 S.R.L을 옹호하기로 결정한다.
뒤브레유의 아내이자 정신과 의사인 안은, 전쟁이 끝난 후 사람들의 희생 위에 서 있는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면서 지금까지의 삶에 대해 되돌아본다. '늘 다른 사람을 돌보기만 했던' 그녀. 잠시 일탈을 감행해보기도 하지만 결국 정해진 그녀의 자리로 되돌아온다. 늘 글을 써왔고 이제는 정치를 시작하는 남편을 뒷바라지해야했고, 유대인이었던 연인의 죽음으로 충격을 받아 부모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을 공격하는 딸 나딘을 주시해야 했다. 뼈아픈 과거는 분명히 존재하는데 모든 것이 전쟁 전과 똑같아질 거라고 생각한 순진한 믿음을 자책하며 이 시간에 자신의 자리는 무엇이고 나는 누구인지를 깊게 탐색해가는 여성, 안.
[레 망다랭] 1권에서는 전후 프랑스의 혼란스러운 양상과 함께 그 시대를 살아온 지식인들의 모습, 여러 등장인물들의 다양한 삶을 그린다. 자신만의 글쓰기와 이념 앞에서 흔들리는 앙리, 그런 앙리만을 바라본 세월을 포기하지 못한 채 이미 마음이 떠나버린 그를 어떻게든 붙잡으려는 폴, 뒤브레유와 안, <레스푸아>와 연관된 여러 사람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내며 정치는 무엇이고 개인의 행복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제시한다. 전쟁 후의 새로운 세상, 무엇이든 가능할 거라 여겼던 사람들을 보기좋게 배신하며 이제는 '진정한' 삶의 문제에 봉착한 사람들.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가 2권에서도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