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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외모때문에 고민하는 여학생들이 많다. 요즘은 남학생도 마찬가지이다. 십대에서 외모가 차지하는 비율은 그 어느때보다 영향력이 크기에 외모의 영향력은 실제 이상으로 확대되어 생각된다. 이러한 아이들에게 어른들이 외모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원론적인 교훈을 늘어놓기 보다는 이러한 책 한 권을 스윽 건네주고, 그것에 대하여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면 참으로 효과가 좋을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외모를 중시하는 풍조가 좀 심한 편이다. 나도 젊을 때는 그것이 전부라고 생각한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지나고 보니 그것보다 중요한 것들이 세상에는 너무나 많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할 수 있다'는 의지를 가지고 앞으로 당당히 나아가는 실행력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리고 어릴 적부터 소녀들에게 주어지는 '예쁜 공주'의 프레임을 걷어내야 자신의 꿈을 이루어낼 수 있는 것이다. '돼지들'은 공주의 이미지로 부터 소외되었기 때문에 그들 내부에 있있던 삶에 대한 추진력을 찾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
외모를 중시하는 사회,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예쁜 공주'의 프레임은 어쩌면 여성들의 손과 발을 묶어버려서 삶에 대한 실행력을 잃어버리고 정신적인 불구자가 되게 만들어 버린다는 무서운 부작용이 있다. 남자에게 잘 보이려고'예쁜 공주'가 되기 위해서 다이어트를 하고 허리는 가늘어졌지만 그녀들에게 남겨지는 것은 부실한 육체와 함께 부실한 정신력이 남을 뿐이다. 정작 '예쁜 공주'가 된다면 그녀들에게 돌아오는 최종의 잇점이 무엇인지를 소녀들이 알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게 많은 생각을 갖게 해준 '돼지들'을 이땅의 많은 소녀들과 그녀의 엄마들이 더욱더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지금 성인이 된 사람들 중에서 사춘기 어린 시절을 겪지 않은 사람은 얼마나 될까? 나는 그런 거 없었어. 그냥 잘 지나왔어. 라고 말하지만 돌이켜보면 아 혹시 그때가... 싶은 시절이 있다. 나 역시 그렇다. 유행을 따라하는 소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남들의 이목이 신경쓰이고, 내면보다는 외모에 치중하게 되는 시절이 있었다. 괜히 사춘기라는 단어를 만들어 범주화 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을 터이다. 그런 사춘기일진대 사춘기 소녀들에게 돼지라니, 처음에는 호기심에서 시작했던 것 같다. 익숙하지 않은 프랑스의 지명이나 등장하는 사람 이름이 어색하게 느껴지며 읽기를 시작한 이후, 그런 것쯤 아무렇지 않을 정도로 흡입력 있게 책의 끝까지 재미있게 잘 읽었다. 역자도 훌륭하다. 현대적인 청소년들의 느낌이 물씬 나게, 인종이 달라도 이해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었다. 사운드트랙의 명시나, 페이스북 활용, 그리고 청소년들의 말투까지 센스 넘치는 표현이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하키마, 아스트리드, 미레유였던 나의 파리는 무엇이었을까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라떼는 말이야 같은 고리타분한 잔소리도 아니고, 그냥 생각만으로도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그때 그 시절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신나면서도 따뜻한 이야기이다. 잠시의 결연한 의지만으로는 사회 속 만연하는 차별이나 비하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문제의식을 일으켜 생각하게 하는 주제도 등장하니 청소년 추천도서라 할 만하다. 반 아이들과 함께 읽고 싶었지만 그래도 그 또래 아이들이 연대하는 무언가를 느끼려면 중학생 이상 정도 읽으면 좋을 듯 하다. 사운드트랙 추가해놓고 가을날 시원한 바람 느끼며 다시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