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0년 08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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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반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228쪽 | 384g | 140*210*15mm |
ISBN13 | 9788937475467 |
ISBN10 | 8937475464 |
발행일 | 2020년 08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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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반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228쪽 | 384g | 140*210*15mm |
ISBN13 | 9788937475467 |
ISBN10 | 8937475464 |
1부 시집 까마귀들 미라벨 궁전의 음악 겨울의 황혼 아름다운 도시 가을에 저녁에 나의 마음은 가을의 변모 겨울에 인류 심연에서 트럼펫 화창한 봄 우울 오후에게 속삭이다 누이에게 조락 저녁 노래 밤 노래 헬리안 2부 꿈속의 제바스티안 어린 시절 풍경 소년 엘리스에게 엘리스 꿈속의 제바스티안 봄에 란스의 저녁 카스파 하우저 노래 공원에서 겨울 저녁 고독한 사람의 가을 안식과 침묵 탄생 종말 서양의 노래 변용 푄 침묵하는 자들에게 수난 겨울밤 잡힌 지빠귀의 노래 3부 1914년과 1915년 [브레너]에 발표한 시들 마음 잠 뇌우 저녁 밤 귀향 그로덱 4부 유고 노발리스에게 주(註) 작가 연보 작품에 대하여: 독일 표현주의 서정시의 스타 (김재혁) 추천의 글: 트라클을 만나러 가는 길 (박상순) |
푸른 순간, 검은 예감
제목부터 뭔가 많은 비밀이 숨어있는 것 같았다
파란 책표지
깊은 듯 어둠이 느껴졌다
p37
인류는 화마의 아가리 앞에 세워졌다,
요란한 북소리, 검은 전사들의 이마,
피 안개를 뚫는 발걸음, 검은 쇠가 울리고
슬픈 뇌에는 절망과 밤
-1차 세계대전을 예감하고 쓴 메타포로 가득찬 시
p41
저 멀리 캄캄한 마을들에겐 나는 그림자일 뿐.
숲속의 샘에서
나는 신의 침묵을 마셨다.
나의 이마를 차가운 금속이 밟는다.
거미 떼가 나의 심장을 더듬어 찾는다.
-구약성서 ‘시편’ 제 130편 시작 부분에 나오는 내용
절망과 슬픔의 깊이를 노래한다.
p141
돌 투성이 삶의 아픔과 고통을
자줏빛 꿈으로 바꾸어 놓아,
뽀족한 가시는 부패 중인 육체에서 빠질 줄 모르네.
겁먹은 영혼은 깊은 잠 속에서 한숨짓고,
바람은 부서진 나무들 깊은 곳에서 한숨짓는다.
그리고 어머니의 슬픈 형상은
쓸쓸한 숲을 따라 휘청거린다.
-희귀하게 마주치는 실제의 자연현상인 푄을 다룬 시
트라클의 시는 그냥 어둠이 느껴진다.
자연과 인간을 노래하는데 깊은 절망과 슬픔으로 가득찬 것 같다.
트라클의 시를 번역한 김재혁의 작품에 대한 설명 중 일부를 옮겨본다.
트라클의 시는 말로 에워싸여 있지만 침묵에 가깝다.
.......
그의 시는 죄의식에 절어 있는 자의 비탄의 노래이다.
차라리 침묵하고자 한다.
.......
그의 시는 난해하다. 그래서 더 매력적이다.
.......
독일 표현주의 대표 시인
게오르크 트라클
그는 스물일곱이라는 젊은 나이에서 멈춘다.
오빠가 죽고 3년 뒤 여동생 마르가레테 역시 스물다섯의 나이로 권총으로 자살한다.
비극이다
트라클은 다섯 살 어린 여동생 마르가레테를 사랑했다.
그의 시에도 죄의식을 노래하고 있다.
어떤 예술가는 속에 담긴 열성을 못 견뎌 열병을 앓지만, 어떤 예술가는 속에 담긴 열성보다 더 큰 열병에 스스로를 빠트린다. 트라클의 삶은 전반적으로 불길한 기운이 감도는 일생이었다. 때때로 자신의 예술과 일생이 다른 예술가들이 있으나 트라클의 경우 예술 또한 그 일생과 꼭 닮아서 완전하게 투영되고 있는 것 같이 보인다.
그의 시에서는 색에 대한 지속적인 표현과 사용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는 색을 가지고 있는 여러 생과 사물에 대한 동경심이 있었던 것 같은데, 한편으로 그것은 자신의 상태와 대비되는 것에 대한 감정인 것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트라클은 점점 파멸성을 띠어가는 전쟁을 겪으며 심적인 고통을 받는다. 그의 시 일부에서도 전쟁과 군인의 행적이 만드는 파괴적인 현장에 대한 이미지가 있으며, 이는 인간 삶의 어두운 부분을 나타난 부분보다 더욱 짙게 그려지고 있다. 인간 삶의 가장 어두운 부분을 이미지화 시키는 것에 전쟁의 한복판에 있던 그처럼 정당성을 가진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트라클은 집착적인 마약 복용 끝에 불운했던 생을 마치는데, 색에 대한 표현적 요소가 약물과 무관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 표현들이 흥미로운 이유는 그의 시가 자연과 아름다움에 대한 찬사 대신 낭만이 사라진 시대를 적나라하고 직설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트라클의 시들은 시대의 기류와 맞물린 듯이 기계적인 어두움이 도래한 시대의 현실을 이미지로 보여주고 있다. 이 또한 그가 애용하는 반복적인 색 표현을 비롯한 것이다.
트라클 시의 미학은 다름 아닌 불안적이고 심적인 안정을 얻지 못 한 자의 솔직한 시선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정도는 그보다 훨씬 낮으나 그 시선은 현대인의 것과도 많이 닮은 것 같아 낯설지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