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0년 11월 2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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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192쪽 | 286g | 127*188*20mm |
ISBN13 | 9788937473302 |
ISBN10 | 8937473305 |
발행일 | 2020년 11월 2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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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192쪽 | 286g | 127*188*20mm |
ISBN13 | 9788937473302 |
ISBN10 | 8937473305 |
1 코리안 알파벳 2 안녕하세요? 3 저는 애덤 홍이에요 4 어디에 있어요? 5 한국어를 공부해요 6 중간고사: 구술시험 7 동생이 두 명 있어요 8 서점에서 친구를 만나요 9 마이클의 하루 10 서울 날씨가 참 좋지요? 11 기말고사: 짧은 극 만들기 12 그레이스 피리어드 작가의 말 추천의 글 |
우리는 누군가를 만나면, ‘안녕하세요?’ 라고 말한다. 언젠가 어렸을 때 우리나라는 왜 안녕한가를 자주 묻는지 모르겠다고 친구들과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아마 유교적인 습성 때문인 것 같은데 조선시대의 양반 자제들은 부모에게 ‘밤새 평안 하셨습니까’ 라고 물었다. 밤사이 별일 없었는지를 묻는 안부인사가 지금의 ‘안녕하세요’로 굳어진 것 같다. 우리에게는 일상적인 이 말이 외국인이 보았을 때는 무슨 말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게 문제 아닐까. 물론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인사말이고 그 나라만의 문화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우리가 배우는 국어는 말의 뜻을 배운다고 하기 보다는 말의 쓰임새와 문학 작품 속에 숨겨진 뜻을 배운다.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한국어를 외국인에게 가르친다고 했을 때 제대로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은 많을 것 같지 않다. 현재의 우리도 만약 외국인이 낱말의 뜻을 물어봤을 때는 답을 할 수 있지만 조사나 부사 등의 쓰임새 물어봤을 때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머릿속으로 생각만 할 뿐이지 말이 되어 나오지 않는다. ‘안녕하세요?’를 영어 발음 그대로 가르치며 그 뜻을 물었을 때 ‘Are you in peace?’ 라고 말해 주었다. 학생들은 ‘평안하냐?’는 말을 일상에서 사용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스타워즈」의 요다가 할 것 같은 말이라며 웃음을 터트렸다.
한국인이 한국어를 가르쳤을 때의 상황들이 예상되어 웃음을 몇 번이나 터트렸는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초급 한국어』는 한국어를 가르친다는 것 때문에 서수진 작가의 『코리안 티처』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코리안 티처』가 한국에서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고학력자 여성들과 그에 얽힌 비정규직에 관련된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루었다면, 문지혁의 『초급 한국어』는 뉴욕에서 이민 작가로 활동하고 싶은 한국인 강사가 초급 한국어를 가르치며 그에 얽힌 에피소드와 어머니 그리고 그것으로 비롯된 과거의 기억들이 공존하는 다소 유머러스하게 다가온 작품이었다.
『초급 한국어』의 화자 문지혁은 작가의 이름 그대로를 가져왔다. 그래선지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라 여겨졌다. 작가의 경험들이 그대로 드러났고 에피소드 또한 있었음직한 일들이었다. 어머니와 관련된 기억들이 뭉클하면서도 위트 있게 다가왔다. 작가가 뉴욕에서 공부하고 가을 학기 동안 초급 한국어를 가르치는 기간에 어머니가 쓰러졌다. 여동생이 어머니를 보살피는 거를 알고 있어도 학기가 끝나 가지 못했던 그는 외국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며 어머니와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가 사용하는 모국어를 가르친다는 건 곧 어머니의 가르침을 떠올리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기억 중에서 웃음을 터트린 부분이 있었는데 그건 ‘2점 어디 갔니?’ 였다. 받아쓰기에서 98점을 받아온 아들에게 2점의 부재에 대하여 말하는 부분이었다. 그야말로 파안대소를 하였다. 나도 아이들한테 문지혁의 어머니 같은 말을 했었어야 했는데, 그와 같은 유머를 갖지 못해 안타까웠다.
외국인들은 한국어 배우기 정말 어렵다는 말들을 하곤 한다. 그 중의 하나가 시간을 읽는 방법이다. 나는 시간을 묻고 답하는 부분을 읽을 때까지 그걸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가령 10시 10분을 읽을 때, 시간을 나타내는 큰 시간 ‘10’은 ‘열’이라는 고유어로 읽고, 분을 나타내는 작은 시간 ‘10’은 ‘십’이라는 한자어로 읽는다는 거다. 영어 같은 경우 간단하게 ‘ten-ten’ 이라고도 하는데 우리나라는 너무 복잡하여 어렵다고 할만 했다.
낯선 뉴욕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면서도 소설을 잘 쓰고 싶은 주인공은 글 쓰는 것에 대한 고민을 내비치기도 한다. 국립예술학교에 다닐 때 창작 워크숍에서 중견 소설가이기도 한 선생님이 문지혁의 소설의 심사평에서 ‘너무 반듯한 게 탈’이라는 말에 큰 상처를 받았다. 내가 보기에도 그는 반듯한 사람 같았다. 사진에서 보이는 외모도, 주일에 교회를 다니는 생활도, 그의 목소리도 반듯했다. 책을 다 읽고 산책길에서 오디오북으로 다시 한번 그의 책을 읽었는데 목소리도 좋고 참 반듯하게 읽는구나, 였다.
글쓰기에 대한 고민이 엿보였다. 누구는 그렇지 않겠냐마는, 왜 소설을 쓰는지, 왜 소설을 쓰려고 했는지, 작가로서 소설을 쓰는 것에 대한 깊은 고민이 느껴졌다. 난 이 작품으로 작가를 처음 만나게 되었다. 모국어를 가르치며 한국의 어머니를 떠올리고 헤어진 예술학교에 다닐 때 소설 창작의 고민들이 그는 힘든 기억일 텐데도 상당히 유머러스하게 느껴졌다. 그 또한 계약이 짧은 강사였음에도 삶을 고달프게 여기지 않았다. 긍정적인 마인드로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을 했다. 물론 고민이 많았겠지만 다 표현하지 않아서 소설이 더 담백했던 것 같다. 위트 있고, 유머스러운 표현, 담백한 문장이 참 좋았다. 앞으로 출간될 그의 소설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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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혁의 소설 『초급 한국어』의 주인공은 문지혁이다. 그는 외고를 나와 대학을 갔고 졸업 후에는 직장 생활을 했다. 하다가 원래 자신이 꾸던 꿈을 현실로 이루고 싶다는 결심을 한다. 직장을 그만두고 예술 학교에 들어가 소설을 공부한다. 투고를 했지만 당선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미국으로 유학을 갔고 3학기 만에 졸업 논문이 통과되어 한국어를 가르치는 강사로 일을 한다.
지혁은 미국에 자리를 잡아 소설을 쓰고 싶어 한다. 한국에서는 그럴 수 없었을까. 그럴 수 없었기에 미국으로 왔다. 그렇다면 미국이라면 가능할까. 모국어를 영어로 가르치는 일을 하면서 소설은 쓰일 수 있을까. 많은 의문이 따르지만 일단 지혁은 할 수 있겠다는 마음으로 일을 한다. 최근에는 영어를 배우고 싶어서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이것저것을 알아보고 있다. 그냥 하면 될 텐데 둘러보고 알아보는 시간에.
『초급 한국어』에서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배우는 과정을 보면 단순해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한다. 잘하겠다는 결심 대신해본다는 마음으로. 인사를 배우고 나를 소개하고 길을 묻는다. 상대의 말을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이거나 감사를 표하는 정도의 실력을 갖자는 마음으로 시작하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싶어서. 공항에서 숙소까지 안전하게 가기 위해서.
강의를 준비하는 지혁은 외국인들에게 안녕하세요를 먼저 가르친다. 만나서 반갑습니다의 말도. 우리말이 어려운 게 높임말, 고유어, 한자어, 외래어를 같이 알아야 한다. 안녕에서 파생되는 말도 여럿이라 상황과 맥락에 따라 다르게 쓰이기도 한다는 걸 알려줘야 한다. 지혁은 안녕하세요를 영어로 Are you in peace라고 직역해 준다. 그 말을 듣고 학생들은 웃는다. 당신은 평안하냐가 보통의 인사로 한국에서는 쓰이냐면서.
누군가를 만나면 쓰라고 배운 말 안녕하세요의 의미를 깊게 생각해 보지 않았다. 그래도 중요한 말이라는 걸 안다. 당신은 안녕하냐고. 처음 만나거나 다시 만날 때 꼭 물어야 할 말이다. 『초급 한국어』는 우리에게 당신은 평안한지 혹은 평화 속에 있는지 묻는 소설이다. 당신의 안녕이 궁금해서 쓰인 소설이다. 태어나서 처음 배우는 말 엄마, 아빠, 밥에 이은 안녕하세요의 쓰임을 기억하라고 말한다.
새삼 어떤 단어들이 낯설어질 때가 있다. 일상적으로 썼던 말인데 갑자기 말의 의미를 알지 못할 것 같은 순간이 찾아온다. 무슨 뜻이었지. 사전을 찾아본다. 언어를 점점 잃어버리고 있다는 느낌이다. 대화를 하다가도 특정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답답해한다. 인생의 사건 때문에 어떤 언어는 일부러 쓰고 있지 않기도 한다. 대체어를 찾지 못해 입을 다무는 식이다. 지혁과 내가 앞으로 쓰지 못하는 그 말 뒤에 안녕을 덧붙일 수 있는 후일의 시간이 오기를 바란다.
올해 3월에 출간된 문지혁 작가의 장편 소설 <중급 한국어>의 전편이다. 나는 이 책의 존재를 모르고 있다가 <중급 한국어>가 나왔을 때 <초급 한국어>도 있다는 걸 알고 뒤늦게 사서 읽었다. 작가 스스로 자전적 소설이라고 밝힌 데다가 주인공 이름부터 문지혁인데, 그렇다고 해서 에세이 느낌은 전혀 아니고 제대로 소설이다.
주인공 문지혁은 외고-명문대 영문과 졸업 후 미국 대학원에 진학해 석사 학위를 받고 뉴욕의 한 대학교에서 한국어 강사로 커리어를 시작한다. 지혁은 소설가가 자신의 본업이고 한국어 강사는 생계를 위해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한국어 강사 일을 해보니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구개음화 같은 한국어 발음 규칙부터 '한 시 일 분'은 왜 '한(우리말) 시 일(한자) 분'인지, '삼촌이 좋아'와 '삼촌은 좋아'가 왜 다른지 등 한국인도 설명하기 힘든 한국어의 기초를 외국인이 알기 쉽게, 심지어 외국어로 설명하기가 얼마나 어렵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혁은 열심히 수업에 매진하는 한편, 이방인이자 비정규직 노동자로서 불안하고 위태로운 자신의 삶을 계속해서 의식한다. 심지어 지혁은 오래 사귄 애인과 헤어진 직후이고, 갑자기 쓰러져 병원에 입원한 어머니의 간병을 여동생에게 맡긴 상태다. 기왕 외국에 왔으니 뭐라도 되어서 귀국하고 싶은 욕망과 무엇도 되지 못할 것 같은 불안 사이에서 그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무엇 하나 겪어본 적 없는 상황인데도 몰입이 잘 되었고, 얼른 <중급 한국어>를 읽어보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