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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물에 대하여

시간과 물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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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 우수환경도서 선정

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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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0년 12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376쪽 | 476g | 140*210*30mm
ISBN13 9791164050819
ISBN10 116405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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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시간과 물에 대한 것이다. 앞으로 100년에 걸쳐 지구상에 있는 물의 성질이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이다. 빙하가 녹아 사라질 것이다. 해수면이 상승할 것이다. 기온이 높아지면서 가뭄과 홍수가 일어날 것이다. 해수가 5000만 년을 통틀어 한 번도 보지 못한 수준으로 산성화될 것이다. 이 모든 현상이, 오늘 태어난 아이가 우리 할머니 나이인 아흔다섯까지 살아가는 동안 일어날 것이다.
--- p.13

비교를 위해 화산 폭발음을 녹음한다고 생각해보자. 대다수 기기에서는 소리가 뭉개져 백색잡음밖에 들리지 않는다. ‘기후변화’라는 단어가 대다수 사람들에게는 그런 백색잡음에 불과하다. (…) 우리는 신문에서 ‘빙하 해빙’, ‘기록적 고온’, ‘해수 산성화’, ‘배출가스 증가’ 같은 머리기사 제목을 보면 그것이 무슨 뜻인지 안다고 여긴다. 과학자들이 옳다면 이 단어들은 지금까지의 인류 역사에서 일어난 그 어떤 사건보다 심각하다. 우리가 제대로만 이해한다면 이 단어들은 우리의 행동과 결정을 직접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하지만 이 의미들의 99퍼센트는 백색잡음으로 흩어져버린다.
--- p.14

“상상해보렴. 262년이야. 그게 네가 연결된 시간의 길이란다. 넌 이 시간에 걸쳐 있는 사람들을 알고 있는 거야. 너의 시간은 네가 알고 사랑하고 너를 빚는 누군가의 시간이야. 네가 알게 될, 네가 사랑할, 네가 빚어낼 누군가의 시간이기도 하고. 너의 맨손으로 262년을 만질 수 있어. 할머니가 네게 가르친 것을 너는 손녀에게 가르칠 거야. 2186년의 미래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다고.”
--- p.28

전쟁이 끝났어도 생산은 원래 속도로 돌아가지 않았다. 알루미늄 산업은 일회용 소비경제의 부상에서 탈출구를 찾았다. 산업 디자이너들은 사람들이 접시, 식기, 식품 포장재, 알루미늄포일을 비롯한 귀한 물건들을 한 번만 쓰고 버릴 수 있게끔 개발했다. 그들은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알루미늄 캔에 음료를 담았는데, 이 캔은 유리병처럼 씻어서 반환하는 게 아니라 바로 버릴 수 있었다. 이런 사고방식은 귀중한 것을 귀히 여기고 아무것도 허투루 버리지 않고 밥을 남기지 않고 물건을 고쳐 쓰고 뭐든 활용하는 법을 배운 앞선 세대의 가치와 어긋났다.
--- p.63

심리학자 매슬로의 욕구 위계론에 따르면 기본 욕구가 충족된 사람들은 낭만주의 시대의 가난한 시인들에 비해 자연의 숭고함을 감지하기에 더 유리한 위치에 있어야 마땅하다. 아이슬란드의 에너지 생산량은 국내 수요량의 세 배를 넘는다. 식량은 부족하지 않으며 창고는 그득하다. 그런데 우리 세대는 왜 헬기처럼 자유롭게 말하지 못하고 가상의 경제 용어와 합리주의 담론에 말문이 막혔을까? 발밑에서 눈을 들어 더 넓은 맥락을 감지할 순 없을까? 마치 권력을 쥔 자들, 어떤 사태가 와도 무사한 자들이 사람들로 하여금 결코 안전함을 느끼지 못하게 함으로써 늘 굶주림과 공포를 부추겨 더 많은 계곡을, 더 많은 폭포를 기꺼이 희생시키도록 조종하는 듯하다.
--- p.71

물에 잠긴 계곡의 면적은 약 50제곱킬로미터에 이른다. 지구 전체를 생각할 때 우리의 반응이 1000배 더 격렬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과학자들이 예측한 지구 온도 상승 추이에 따르면, 빙하가 녹아 바닷물이 불어나면서 금세기에 해수면이 30센티미터 내지 1미터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한다. (…) 21세기에 걸쳐 해수면이 0.74미터 상승할 거라고 줄잡아 예측하더라도 약 40만 제곱킬로미터의 육지가 바닷물에 잠길 것이다. 이것은 아이슬란드 면적의 네 배에 이르고 독일 면적보다도 넓다. 대도시, 해안선, 항구, 간석지가 위험에 처했다. 그중에는 가장 오래된 문화 도시들, 전 세계의 역사적 건축물, 공장, 여름 휴양지, 농장, 경작지, 강어귀도 있다. 이들 지역의 인구는 약 1억 1500만 명에 이른다. (…) / 나의 내면에서 무언가 웅웅거리는 게 느껴진다. 이 모든 단어들은 그 어마어마한 양으로 의미를 죄다 집어삼켜 내가 감지하지 못하는 블랙홀을 만들어낸다.
--- p.71~72

우리는 단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이해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우리가 신문과 책에서 지각하고 이해하는 세상이 우리가 지각하고 이해하는 세상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전혀. 이를테면 우리는 ‘지구온난화’ 같은 단어들을 대수롭지 않게 들어 넘기면서 훨씬 사소한 단어들에는 쉽게 발끈한다. ‘지구온난화’라는 단어에 담긴 의미를 속속들이 감지할 수 있다면 이 단어는 아이들이 옛날이야기를 듣다가 무서운 장면이 나올 때와 같은 반응을 일으켜야 한다. 우리는 소스라치게 놀라야 한다. 새로운 단어와 개념을 이해하는 데는 수십 년, 심지어 수백 년이 걸리기도 한다.
--- p.80

“문제는 빙하가 녹는 것만이 아닙니다. 숲도 고통받고 있습니다. 어떤 면에서 보면 중국 정부는 벌목 중단을 비롯한 환경보호 조치들을 시행했습니다. 하지만 다들 알다시피 중국은 부패가 만연합니다. 기업 규제나 정책을 시행해도… 뇌물로 무마합니다. 이런 일이 끊이질 않습니다. 매우 심각한 문제입니다.”
--- p.116

증거가 점점 쌓이고 있다. 기후변화가 히말라야 산맥과 힌두쿠시 산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2019년 보고서에 따르면 21세기 말까지 빙하의 30퍼센트가 사라질 것이며 인류가 유엔에서 정한 목표를 달성하여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를 억제하고 지구온난화를 1.5도 이내 상승으로 유지하더라도 빙하를 구할 수는 없을 것이다. 빙하는 이미 유례없는 속도로 후퇴하기 시작했으며, 지구의 1.5도 상승이 사소해 보여도 이조차 빙하 해빙을 더욱 앞당긴다. 보고서에서는 피해를 입는 인구를 10억 명이 아니라 15억에서 20억 명으로 추산한다. 쿤다 딕시트는 〈히말라야 타임스〉에서 이 보고서를 “무시무시하다”라고 평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지구온난화가 현재의 추세대로 4도 상승까지 진행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최대 3분의 2의 빙하가 녹을 수 있으며 이는 어마어마한 재앙으로 이어질 것이다.
--- p.126~127

없음이 바퀴를 구르게 한다. 20세기 내내 우리는 지구가 이익을 내야 한다고, 산출을 더욱 늘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우리는 빈 곳을 점점 더 메워갔으며 그것을 상식이라 불렀다. (…) 『도덕경』에서는 없음이 쓰임이 된다고 말하지만, 우리는 존재하지 않는 것 자체의 쓰임새를 알아보지 못한다. 비어 있는 곳은, 바퀴통은 끊임없이 유린된다. 생명의 바퀴가 회전을 멈출 때까지.
--- p.158

세상은 이야기로 가득하다. 너무 많은 이야기가 안개 속으로 사라진다. 모든 삶은 필생의 역작이다. 누구나 자신의 삶-이야기를 살아야 한다. 비외르든 할아버지에게 당신이 태어난 뒤로 세상에서 가장 커다란 변화가 일어난 것이 언제 같으냐고 물었다. 할아버지는 대뜸 이렇게 대답했다. “지난 10년이었지.”
--- p.177

빙하가 하늘 높이 솟았던 자리에는 공기만 남아 있을 것이다. 우리 손주들은 옛 지도를 보면서 얼음으로 이루어진 산을 상상하려고 애쓸 것이다. 빙하의 성질을 이해하려고 골머리를 썩일 것이다. 1000미터 두께의 얼음이 계곡을 전부 채웠다고? 그들은 머릿속에서 선을 그어 봉우리와 봉우리를 연결하면서 세상에서 가장 높은 탑을 무색케 할 만큼 두꺼운 빙하를 상상할 것이다.
--- p.201

생물권은 불확실성에 휘둘리고, 과학자들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복잡한 시스템을 파악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당장 지금도 최소한 구체적 티핑 포인트, 즉 분기점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있다. 산비탈을 덮은 눈을 생각해보라. 눈은 그 자리에 가만히 있다가 균형을 교란하는 정확한 양의 눈송이가 떨어지면 눈사태가 일어나 비탈 아래로 무너져내린다. 딱 그 티핑 포인트 전까지는 구조가 유지되다가 티핑 포인트를 넘어서면 모든 것이 달라지는 것이다.
--- p.276

영구적 경관 같은 것은 없다. 자연에는 불변이 없다. 변화가 자연의 본질이다. 기후계와 화산 활동, 또는 밀썰물을 일으키는 달이 없었다면 지구는 죽었거나 기껏해야 악취 나는 조류 덩어리였을 것이다. 자연은 태어나자마자 파괴를 시작하고 죽이면서 사랑하는 칼리 신과 같다. 창조와 파괴가 동시에 일어나며 자연에서는 둘이 구분되지 않기 때문이다. 시간을 얼마나 거슬러 올라가든 상관없다. 자연은 언제나 옳으며, 언제나 참이었고 옳았다. 창조는 변화다. 만물은 변형의 과정에 있다.
--- p.288

모든 것이 멈췄다. 상상하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인류가 너무 서두른다는 얘기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우리는 생물 다양성을 감소시키며 지구의 한계에 바싹 다가서고 있다. 앞으로 80년간 바다의 수소이온농도는 지난 5000만 년보다 더 많이 변할 것이다. 수천 년간 건재하던 고대의 빙하와 영구동토대도 이후 80년간 녹아버릴 것으로 전망된다. 전면적 파국을 피하려면 속도를 늦춰야 한다. 이 책에서 나는 과학적 사실들을 언급하며 이런 질문을 던졌다. 우리가 분별력이 있는 피조물이고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안다면, 우리가 어디로 향하는지, 우리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안다면, 우리는 멈출까?
--- p.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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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나손은 놈 촘스키와 루이스 캐럴의 계보를 잇는 작가다.
- 리베카 솔닛 (『멀고도 가까운』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저자)
마그나손은 지구에 대한 우리의 감정을 한껏 고양시킨다. 나는 그의 언어에 완전히 사로잡혔다.
- 대런 애러노프스키 ([블랙 스완] [마더!] 감독)
마그나손은 친밀한 역사, 집단 신화, 에세이, 지리 및 환경 탐사 보고를 결합하여, 여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기후 위기의 현실을 우리 각자에게 가까이 다가와 전해준다.
- 파올로 조르다노 (『소수의 고독』 『전염의 시대를 생각한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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