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0년 12월 0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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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76쪽 | 476g | 140*210*30mm |
ISBN13 | 9791164050819 |
ISBN10 | 1164050818 |
발행일 | 2020년 12월 0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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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76쪽 | 476g | 140*210*30mm |
ISBN13 | 9791164050819 |
ISBN10 | 1164050818 |
흥미진진한 시대를 살아가시길 작은 보물 미래에 대한 대화 슬라이드 신의 광대함으로 만물을 아우르는 침묵 글문이 막히다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단어들 성스러운 소를 찾아서 성인의 방문 엉뚱한 신에게 받은 계시 시간을 거슬러 악어 꿈 현재를 위한 신화 북위 64도 35.378분, 서경 16도 44.691분 서리처럼 하얀, 세계의 어머니 하얀 거인에게 작별 인사를 증기기관으로 나타난 신 한마디만 더 푸른 바다 만사가 잘 풀리길 다람살라의 달라이 라마 접견실에서 나눈 대화 젖이 흐르는 강 크로코딜루스 소르비아르드나르소니 2050년 미래에 대한 대화 지금 아포칼립스─코로나 이후에 쓴 후기 주 사진 출처 옮긴이의 말 | 불과 얼음과 땅, 그리고 세상의 끝 |
아이슬란드의 시인이자 소설가이며 환경 운동가인 안드리 스나이어 마그나손(Andri Snaer Magnason) 기후위기에 대한 논픽션물이다.
내가 '한때' 좋아했던 조너선 사프란 포어도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은 소설가로서 환경문제와 관련된 저작물들을 소설만큼이나 많이 출간했는데
그런 맥락에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우리나라는 작가들이 시나 소설 이외의 것으로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해 배타적인 편인데, 사실 따지고 보면 자신의 신념이나 가치관, 관심사에 따라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다.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그 주제나 이슈에 대해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고 말이다.
최근에 빌 게이츠의 기후위기에 대한 책을 읽었는데(궁금하다면 이 리뷰를 읽어보시기 바라다. How to Avoid a Climate Disaster), 그렇게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책들과 같은 목적으로 지어진 책임에도 불구하고
작가만 표현할 수 있는 방법으로 훨씬 이 문제에 대하 거부감 없이 접근할 수 있게 만든다는 게 이 책의 최대의 미덕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슬란드에 사는 저자는 자신의 눈으로 직접 빙하의 죽음과 이상 고온과 해수의 산성화 등을 목격하면서 이 문제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시간과 물에 대하여'라는 이 책의 제목은 매우 은유적이고 상징적이라는 측면에서 문학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결국은 빙하의 죽음이나 이상 고온 등이 시간과 물의 문제이므로, 따지고 보면 매우 구체적이고 이 문제의 심각성을 직접적으로 표현한 제목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는 지구온난화가 아이슬란드의 자연에 끼친 영향에 대해 꾸준히 글을 써오고 있는데, 이 책도 그러한 서술의 일환이다.
저자는 이 책의 서문에 '이 책을 우리 아이들과, 아이들의 아이들과, 아이들의 아이들의 아이들에게 바친다.'라고 썼는데, 현재를 사는 우리가 미래의 다음세대를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시급하고 절박하고 중요한 일이 바로 이 지구를 최대한 잘 보존해서 물려주는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은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자기 아이를 사랑해서 과외를 시키고 뭐든 다 해주는 부모가 정작 그 아이가 살 다음 세상에는 관심도 없다면, 이것만큼 모순된 일은 없다.
자기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는 기성세대라면 이 문제에 당연히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는 것만 간직할 수 있다.
우리는 우리가 이해하는 것만 사랑할 수 있다.
우리는 우리가 배워서 아는 것들만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지구에 대해, 우리를 둘러싼 환경과 기후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공부해야만 한다. 그래야 이 지구를 소중히 여기고 간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태어나는 아이가 할머니가 되는 향후 100년간 지구상의 빙하가 녹아 사라지고 해수면이 상승하고, 기온이 높아지면서 가뭄과 홍수가 일어나고, 해수가 산성화된다고 생각해보라.
이 엄청난 재난이 도래할 것을 알면서도 지금처럼 방만하게 살 수는 없다.
종말을 향해 가는 지구를 보며 방관만 할 것인가?
우리는 단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이해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우리가 신문과 책에서 지각하고 이해하는 세상이 우리가 지각하고 이해하는 세상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전혀. 이를테면 우리는 ‘지구온난화’ 같은 단어들을 대수롭지 않게 들어 넘기면서 훨씬 사소한 단어들에는 쉽게 발끈한다. ‘지구온난화’라는 단어에 담긴 의미를 속속들이 감지할 수 있다면 이 단어는 아이들이 옛날이야기를 듣다가 무서운 장면이 나올 때와 같은 반응을 일으켜야 한다. 우리는 소스라치게 놀라야 한다. 새로운 단어와 개념을 이해하는 데는 수십 년, 심지어 수백 년이 걸리기도 한다. (p.80)
지금 현재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앞으로 이것이 다음 세대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의무이다.
<시간과 물에 대하여>라는 제목에 이끌려 읽게 된 책입니다. 시간과 물을 어떻게 연결하여 한권의 책을 만들었나 궁금해졌던 것입니다. 저자는 아이슬란드의 작가이자 환경운동가인 안드리 스나이르 마그나손입니다. 지구온난화에 관한 이야기를 역사적 사실과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때로는 위협적으로, 때로는 정서에 호소하는 방식으로 풀어냈습니다.
‘이 책을 우리 아이들과, 아이들의 아이들과, 아이들의 아이들의 아이들에게 바친다.’라고 적은 헌사는 이 책에 담긴 저자의 철학을 단적으로 표현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우리들의 것이 아니라 후 세대가 살아야 할 곳이라는 것이겠지요. 저자가 근무한 연구소에는 아이슬란드의 고문학인 사가(saga)의 필사본이 소장되어 있다고 합니다. 코덱스 레기우스는 북유럽 신화의 두 번째 주요 원전으로 바그너, 보르헤스, 톨킨 등이 영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예언녀의 계시」에는 라그나뢰크, 즉 세상의 종말을 묘사한 장면이 있다고 했습니다. “태양이 지고 대지가 바다에 가라앉는다. 하늘에서 빛나던 빌들도 사라진다. 불꽃이 만물의 생명수인 세계수를 집어삼키니 불길이 타올라 하늘까지 치솟는구나.” 세상의 종말이 어떨지는 쉽게 가늠되지 않습니다. 옛날에 시청한 영국 TV연속극 <닥터 후>에 세상의 종말의 순간을 지켜보는 장면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
연구소에는 1903년부터 1973년까지 아이슬란드의 전역에서 채록한 음성자료도 보관하고 있다고 합니다. 주로 민요를 채록한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시간을 녹음기에 붙잡아 놓은 셈인데, 저자는 시간을 포착한다는 발상에 매료되었다고 합니다. “우리 주위의 얼마나 많은 것들이 저 가느다란 릴 속의 노인들처럼 조만간 사라질게 될까.(23쪽)”라는 생각에 가족 가운데 할아버지 세 분과 할머니 두 분의 이야기를 채록했다고 합니다.
저 역시 선산에 찾아가 조상님들의 행적을 말씀해주시는 선친 모습을 영상으로 담아둔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살았던 장소를 다시 찾아 정리해보려는 생각도 가지고 있습니다. 일종의 경관기행(景觀紀行)이 되는 셈인데, 아직은 일을 하고 있는 만큼 현장을 직접 찾아가는 작업은 뒷날로 미루고 네이버나 다음 지도에서 제공하는 영상으로 가보려 생각합니다.
작가의 할아버지는 1951년에 제작한 영상을 이렇게 기억합니다. “1951년 바트나예퀴들 빙하 바우르다르붕카산에서 찍은 거란다.” 작가의 할아버지는 오래전 일도 거의 다 기억하는데, 사진이라도 있으면 더욱 생생하게 기억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기억이란 시간이 지나면 흐려지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뭔가 꼬투리가 있으면 흐려졌던 기억이 되살아나게 되는 것입니다.
할아버지가 기억하는 아이슬란드의 옛날 풍경에 등장하는 빙하가 변하고 있는 모습에서 시간과 물과의 관계를 뒤쫓는 꼬투리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빙하가 물러나는 곳은 아이슬란드 뿐 아니라 히말라야도 있습니다. 아이슬란드와 히말라야를 연결하는 고리는 2009년 아이슬란드를 방문한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와의 만남이었습니다. 책을 읽어가면서 느낀 어려움은 아이슬란드어로 된 인명이나 지명이 길고 생소한 까닭에 머릿속에 생각이 눈으로 읽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데서 오는 것이었습니다. 저자는 아이슬란드 말과 인도 말 사이에서 유사성을 찾아가기도 합니다.
시간과 물의 관계를 생각해봅니다. 아이슬란드를 비롯한 극지에 있는 빙하는 빙하기의 산물인데, 산업화에 따른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녹아내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은 지구가 더워지는 현상이 전적으로 화석연료의 연소에 따른 이산화탄소의 증가에 기인하는 것인지, 지구환경의 변화에 의한 것인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사실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은 ‘지구적으로 가속되고 있는 산업문명의 후유증으로 생긴 이산화탄소의 폭증이 가장 큰 문제이다’라고 한줄로 요약되는 것을 한권의 책으로 풀어낸 작가의 역량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