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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그림신일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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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언제나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그 의미를 갖는다 『아르미안의 네 딸들』에서 서사의 주인공은 온전히 딸들이다. 첫째 레·마누아와 함께 막내 샤르휘나도 여왕이 될 운명을 타고났다. 『아르미안의 네 딸들』은 두 세계로 구분된다. 하나는 인간 세계이고 하나는 신의 세계다. 레·마누아가 인간 세계의 주인이라면, 샤르휘나는 신의 세계 주인이다. 레·마누아는 페르시아와 그리스의 긴장 국면을 이용해 아르미안을 안정시키려는 합리적인 인간 세계를 대변하고, 샤르휘나는 신의 세계와 교감하며 세계를 지배하는 12신의 분신인 파멸의 신 에일레스와 동지적 연대에 기반을 둔 운명적 사랑을 나눈다. 거대한 이야기는 인간 세계와 신의 세계를 넘나들고, 사랑과 운명을 엮어가며 전개된다. 독자들은 “운명과 싸워 그 운명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인간뿐이다.”라는 『아르미안의 네 딸들』의 내레이션에 호응했고, “생은 때로는 격한 투쟁이며 또한 때로는 참혹한 전쟁”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작품 곳곳에 등장하는 “미래는 언제나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그 의미를 갖는다.”와 “외길을 걷는 인간은 미래를 모른다.”라는 내레이션은 운명을 받아들이라는 아포리즘이 아니다. 미래는 예측불허이기 때문에 오늘의 삶을 살자는 혁명의 언어다. 인간의 방식으로 자신의 조국인 아르미안을 작은 속국에서 강대 국가로 키우려는 레·마누아의 욕망이나 여전사로 신들의 세계를 휘저으며 자신의 운명에 도전하는 샤르휘나의 모습을 통해 그들처럼 살아가라는 선언인 것이다.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아르미안의 네 딸들』이 보여준 한국만화 역사를 뒤흔든 혁명의 순간들을 실시간으로 바라볼 수 있었던 건 큰 행운이었다. (만화평론가 박인하) 사랑과 운명, 역사와 신화, 인간과 신들의 대서사시 『아르미안의 네 딸들』은 한국만화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작이다. 탁월한 이야기꾼 신일숙은 화려한 그림체로 자신만의 만화 세계를 창조했다. 작가는 그 세계를 신처럼 다스렸다. 10여 년의 집필 기간 수많은 역사 속 인물과 가상 인물을 등장시키고 이야기를 쥐락펴락했다. 그렇게 대서사 장편 판타지를 완성했다. 매혹적인 순정 캐릭터가 보여주는 아름다움의 극치, 이야기가 전개되는 공간적 배경의 수려함, 지면을 잘게 쪼개다가 어느 순간 과감하게 전장을 펼치는 출판만화 연출의 뛰어난 감각은 이 작품의 빼놓을 수 없는 미덕이다. 이렇게 극한의 상상력을 보여주는 『아르미안의 네 딸들』은 기원전 페르시아 지역의 지리적 환경과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한다. 그래서 ‘아르미안’이라는 가상 왕국의 존재를 믿게 만든다. 아르미안은 고대 페르시아 속령 갈데아(신 바빌로니아)의 작고 신비한 나라다. 전사의 여왕이 다스리는 전설과 샤머니즘의 나라인 아르미안. 초대 여왕은 황금의 여왕 마하시바야다. 그녀는 불새의 모습으로 날아와 여왕이 되었다가 300년을 통치하고 불새의 모습으로 날아갔다. 아르미안의 왕은 모계 승계로 이루어지는데, 무슨 이유인지 여왕에게는 부군과 아들이 존재하지 않는다. 페르시아 왕족인 리할 에스파카나는 미모의 여인이 꿈에서 지속적으로 나타나자, 정략결혼 전에 그 여인을 만나고자 여행을 시작한다. 5년 전인 18세 때 아르미안 숲속에서 우연히 만났던, 완벽한 이상형의 여인을 다시 찾고 싶다. 아르미안 37대 여왕 레·마누는 자신의 운명이 저무는 것을 감지한다. 레·마누는 네 딸을 불러 마지막 예언을 전한다. 둘째 스와르다에게는 페르시아의 귀인을 만나 높은 신분의 여인이 될 거라는 예언을, 셋째 아스파샤에게는 위대한 지도자의 아내가 될 운명이라는 예언을, 넷째 샤르휘나에게는 결코 좌절해서는 안 되며 누군가가 반드시 널 도울 거라는 예언을 하며 흐느낀다. 세 딸을 내보낸 레·마누는 첫째 마누아에게 샤리휘나를 해치지 말 것을 간청한다. 레·마누에게 필적하는 자매는 반드시 제거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이렇게 이야기의 시작부터 엄청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아르미안의 네 딸들』은 꿈과 환상, 인간 세계와 신의 세계를 넘나들며 상상 그 이상의 세계로 독자를 이끈다. 고대의 칼과 방패, 신비로운 무기들이 등장하는 거침없는 액션 판타지는 또 다른 볼거리를 선사한다. 갑옷을 입고 검을 든 용감한 여전사 샤르휘나의 모습은 운명과 싸우라는 작가의 메시지를 대변한다. 사랑과 운명의 대서사시 속에 작가는 유머 요소를 보물찾기처럼 숨겨 놓았다. 장엄한 스토리에 푹 빠져있다 가끔씩 터지는 웃음도 이 만화의 매력 포인트다. 『아르미안의 네 딸들』은 생명력 넘치는 캐릭터 설정, 처음부터 끝까지 정교하게 계획된 플롯의 미학, 때론 부드럽게 때론 날카롭게 종이 위에서 춤추는 펜 터치의 매혹, 물처럼 유연하게 흐르다 불처럼 강렬해지는 절절한 스토리텔링으로 명작의 품격이 무엇인지 알게 한다. 마지막 20권에는 외전 『마누엘』이 포함되어 있는데, 십수 년에 걸쳐 완성된 대작의 긴 여운을 달래준다. - 작가 이야기 26살에 『아르미안의 네 딸들』을 시작했다. 권수를 더해 갈수록 많이 어설펐던 그림체도 점점 물이 오른 듯 모양이 잡혀갔다. 네 명의 딸들은 모두 각자의 삶을 내 작품 속에서 피워 나가기 시작했다. 『아르미안의 네 딸들』 이야기는 마지막까지 구상이 다 되어 있었다. 하지만 각 인물의 생명력이 넘치다 보니, 그들은 나름대로 작품 속에서 마구마구 아우성치며 멋대로 삶의 가지를 뻗쳐 나가기 시작했고, 나는 가지치기를 시작해야만 했다. 그렇게 이야기의 전체 흐름을 위해서 꽤 많은 에피소드를 쳐냈다. 순간순간 떠올랐던 아이디어, 때로는 반짝이기마저 했던 이야기들을. 나는 게으름 혹은 비겁함과 철저히 싸우려 노력했다. 『아르미안의 네 딸들』이 가장 그러했지만, 내가 작품을 하면서 심혈을 기울였던 부분은 바로 글 작가와 그림 작가로서 피하고 싶은 것들과의 싸움이었다. 잘 그리지 못하는 부분과 그리기 어려운 부분을 피해가려고 하는 나 자신과의 싸움. 전쟁 신과 수많은 사람이 움직이는 장면은 진짜 그리기 힘들다. 하지만 그 그리기 힘든 것을 기어코 표현하는 것에 내 작품의 완성도가 달려 있다. 콘티를 짤 때는 그림 그리는 나를 상대로 싸웠고, 그림을 그릴 때는 쉽게 끝내려고 슬그머니 들어오는 나의 적당주의와 싸웠다. 늘 그렇게 싸웠고, 때로는 지기도 했지만 대부분 이겨냈다. (신일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