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쟁점은 특정 도시 공간을 이용할 권리가 누구에게 있는가이다. 도시 공간의 이용 권리는 사유지의 경우 토지의 소유자에게, 공유지의 경우 공공당국이 허가한 사람에게 배타적으로 있다는 것이 현 실정법의 핵심 내용이다. 반면에 공유지의 경우 일반 시민 누구에게나, 사유지의 경우라도 지금까지 그 공간을 오랫동안 이용해왔던 사람들에게 이용 권리가 있다는 것이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근거나 논리는 있는가? 있다. 이른바 ‘도시에 대한 권리’ 개념이 바로 그것이다.
--- p.12, 「들어가는 말」 중에서
도시 혁명은 자본주의의 위기를 극복하는 수단이지만, 동시에 또 다른 혁명을 일으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자본주의의 최종적 위기 역시 노동 계급 운동에 의해 자본주의적 생산이 중단될 때가 아니라, 공간을 통한 자본주의 생산관계의 재생산이 중단될 때 발생한다. 자본주의 생산관계의 재생산이 이루어지는 곳이 도시이므로, 도시의 위기는 선진 자본주의의 근본적인 위기이다.
--- p.24, 「제1장 68년 파리와 르페브르의 도시에 대한 권리 주장」 중에서
1990년대에 들어와 브라질의 다양한 도시 및 주거 운동집단들은 ‘국가도시개혁포럼’을 결성해 헌법 내용을 구체화할 도시법 제정 운동을 펼쳐나갔다. 10여 년 이상의 오랜 정치적 협상 끝에 2001년 마침내 ‘도시법’이라고 이름 붙은 연방 정부 법률이 제정되었다. 이 법의 목적은 1988년 헌법에 추상적인 형태로 도입된 내용을 법률 차원에서 보다 구체화하는 것이었다. 비록 처음 제안된 내용 중 일부 급진적 조항이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으로 삭제되어버린 한계는 있지만, 이 법은 도시권을 명시적인 집합적 권리로 인정하고, 이에 근거해 브라질의 도시 개발 및 관리 과정을 규제할 수단을 제도화했다는 의의를 가진다.
--- p.59, 「제2장 도시에 대한 권리의 실천 운동」 중에서
“점령하라” 운동이 빠르게 확산·전파된 이유는 이 운동의 대표 구호 “우리가 99%다”에서 잘 설명된다. 1%로 상징되는 극소수 기득권 계층이 부를 독점하는 불평등한 현실에 대해 99%로 상징되는 다수의 불만이 표출된 것이다. 세계 각지의 도시에서 시위대들은 그 도시의 상징 공간을 점령하고 시위를 조직했다. 각 도시에서 시위 참여자의 구성과 조직방식, 목표와 주장은 각기 달랐지만, 점점 악화되는 현실을 더는 참을 수 없다는 외침은 공통적이었다. 미국 수도 워싱턴에서는 “워싱턴을 점령하라”, 우리나라에서는 “서울을 점령하라”, “여의도를 점령하라” 운동이 전개되었다.
--- p.81~82, 「제2장 도시에 대한 권리의 실천 운동」 중에서
2004년에는 ‘교통 약자의 이동 편의 증진법’이 제정되기에 이르렀다. (중략) “장애인 등 교통 약자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하여 장애인 등 교통 약자가 아닌 사람들이 이용하는 모든 교통수단, 여객 시설 및 도로를 차별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하여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2010년 8월 주안역에서 장애인 시설의 고장과 주변의 무관심으로 인해 시각 장애인이 선로로 추락해 사망하는 등, 지금도 여전히 지하철이나 버스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장애인들의 비참한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 p.170~171, 「제4장 우리나라 도시 권리 운동의 가능성과 과제」 중에서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의 지명에 대한 권리도 도시에 대한 권리에서 중요하다. (중략) 결국 그 도시의 지명을 결정할 권리는 주민들에게 상당히 중요한 권리일 수 있다. 러시아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이름이 공산 혁명 이후 레닌그라드로 바뀌었다가 공산주의 붕괴 후에 다시 원래의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돌아온 것은 지명 자체가 정치적 의미를 가지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예이다. 청계천 6가에 있는 다리를 ‘전태일 다리’로 명명하자는 최근의 운동도 바로 그 자리에서 산화한 우리나라 노동 운동의 선구자 전태일에 대한 기억을 역사에 남기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 p.19, 「제4장 우리나라 도시 권리 운동의 가능성과 과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