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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홀한 사람

황홀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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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3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432쪽 | 456g | 128*188*26mm
ISBN13 9791189134235
ISBN10 1189134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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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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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병을 앓던 것도 아니어서 임종도 지키지 못했다. 이런 식으로 어머니의 죽음과 맞닥뜨릴 줄은 꿈에도 몰랐다.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죽음이라는 것이 실감 나지 않아서였다.
--- p.29

노부토시 눈에는 아버지가 황홀한 꿈을 꾸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 p.37

이 법률사무소에 사람이라고 해봐야 겨우 네 명뿐인데, 그중 세 명이 망령 든 노인 때문에 고통을 겪은 경험이 있거나, 또는 현재 고통을 겪고 있거나, 앞으로 고통을 겪게 될 처지에 놓여 있다니!
--- p.100

아버진 언니를 좋아해요. 오빠나 나는 알아보지도 못하고 우리가 하는 말은 들은 척도 안 하는 양반이 뭐든지 언니가 하라는 대로만 하는 걸 보면 그런 생각 안 들어요? 아버진 진심으로 언니를 좋아하시는 거야.
--- p.110

하나뿐인 가스풍로에 불을 붙이고, 그 위에 숯을 얹었다. 노부부가 좋게 말하면 오붓하고 조촐하게, 나쁘게 말하면 외롭고 초라하게 살아온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 p.119

아버지가 저렇게 되셨으니 이 집안이 뭐가 되겠어. 아버지만 보면 나도 늙어서 아버지처럼 될까 봐 얼마나 겁나는지 알기나 해? 아버지를 보고 있으면 내 머리까지 잘못되는 것 같단 말이야.
--- p.126

졸졸거리는 소리가 아무런 여과 없이 들렸다. 아키코는 속으로 큰일 났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매일 밤 이런 일이 반복될 수도 있다.
--- p.146

본능은 살아남기 위한 지혜야. 할아버지가 살아남으려면 아빠보다 엄마가 더 필요해.
--- p.152

개와 어리석은 자는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는 속담이 있는데, 망령이 들면 진짜로 감기에 걸리지 않는 것인지 멀쩡한 시게조가 신기했다.
--- p.179

망령이 나도 단단히 나셨어. 나 같아도 돌아가신 양반이 저렇게 망령이 났다면 창피해서라도 내가 먼저 죽었을 거요. 저렇게 망가져서는 감당할 수 없어요.
--- p.196

그날 밤부터 시게조는 툭 하면 잠에서 깨어 도둑이 들었다고 소란을 피웠고, 아키코의 수면 부족은 견딜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 p.212

아키코는 노인들의 대화를 묵묵히 들었다. 죽음에 대한 탄식도, 슬픔도, 두려움도 없었다. 담담하게 한 영혼의 승천을 이야기하면서 조용히 부러워할 뿐이었다.
--- p.233

아직 어리기만 한 사토시에게 죽음은 아주 먼 이야기처럼 들릴 것이다.
--- p.244

단지 늙는 것뿐이라면 괜찮다. 늙는 것은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의 숙명이니까. 초록이 무성하고 꽃이 피는 시기가 있다.
--- p.260

아키코는 무의식적으로 시게조를 떠올렸다. 시게조는 고독을 느끼지도 못하고, 자신의 처지가 비참하다는 생각도 하지 못한다. 그래서 자살은 감히 계획하지도 못한다. 계속해서 먹을 것을 찾고, 밤마다 오줌을 쌀 뿐이다.
--- p.271

아키코의 시선이 시게조의 시선을 천천히 따라갔다. 길가 저편 담장 너머에 잎이 무성한 키 큰 나무가 있었다. 그 초록빛 향연 속에 비를 흠뻑 맞은 양옥란꽃이 눈이 시리도록 하얗게 피어 있었다.
--- p.330

지금까지는 시게조의 존재를 귀찮고 불편하게 여겼지만, 이 순간부터 시아버지를 살릴 수 있을 때까지 최선을 다해 살리리라. 그것은 누구도 아닌, 바로 내가 할 일이다.
--- p.363

시게조는 ‘여보시우’라는 말 외에는 모든 언어를 상실했다. 야마기시 부부는 시게조를 흉내 내며 서로 ‘여보시우’라고 불렀다. 그러고 나서 에미는 재미있다는 듯이 깔깔 웃었다.
--- p.382

여보시우 할아버지는 꿈꾸는 사람이야. 황홀한 인생을 살고 있어. 몸이 망가지는 것보다는 나아.
--- p.394

시게조가 망령이 들었다는 것을 알아챈 다음부터 세간의 노인 정보가 아키코의 귀에 집중적으로 들려오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노인들의 상태가 다양해서 그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다양했다.
--- p.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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