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마치 어린아이가 놀이를 하는 것 같은 아주 기분 나쁜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왔다.
?다~레마가 죽~였다…….
순식간에 목덜미의 털이 곤두섰다.
어린아이의 장난 같지는 않다. 동요를 부르는 듯한 목소리인데도 어째서인지 어린아이가 혼자서 필사적으로 도움을 청하고 있는 것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우연히 걸려온 전화인가?
어린아이가 아무렇게나 숫자를 누른 결과, 우연히 생명의 전화로 연결되었을 가능성은 있다. 아주 드물게 어린아이가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런 기묘한 전화는 전례가 없다.
“여보세요, 무슨 일이니?”
자기도 모르게 야에는 어린아이를 상대하는 듯한 말투로 묻고 있었다. --- p.15
?전화가 연결되지 않으면 나는 목을 맨다. 그렇게 정했지.
“친구분이 받지 않으면…… 말인가요.”
?그래. 생사를 건 전화 게임이야.
정말 당치도 않은 생각이다. 자신이 전화를 받지 않았던 탓에 친구가 죽음을 선택했다는 것을 나중에 그 친구가 알게 되면 얼마나 충격을 받을까. 전화 게임이라고 말하고는 있지만, 본인의 목
숨이 걸려 있는 데다 불합리하게도 친구까지 정신적 고통을 강요받게 되는 것이다.
다만 상담자에게 그것을 지적해서는 안 된다. ‘죽다니, 그런 짓은 그만두세요’, ‘절대 안 돼요’ 같은 직접적인 명령이나 ‘당신이 죽은 뒤의 주위 사람이 어떨지 생각해보세요’ 같은 간접적인 설득은 대부분의 경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들 전화를 받으셨군요.”
?그렇지 ……. 이럴 때만 금방 받더라고. --- p.27
“피가 묻은 지 얼마 안 된 것 같습니다.”
“하, 하지만 대체 시체는 어디에…….”
그렇게 말하면서 마쿠마는 이미 두세 걸음 정도 뒤로 물러서 있다.
“죽지 못한 것일지도 모르죠.”
“뭐, 뭐라고?”
절벽의 높이와 피의 양으로 보면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였다. 그러나 이곳의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절벽 아래의 바위 주변을 조사해보니 그 밖에도 피가 묻어 있는 바위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핏자국이 저쪽을 향해서 이어져 있는 것 같습니다.”
절벽에서 봐서 북동쪽 방향으로 드문드문 피가 떨어져 있고, 그 너머의 수풀 속으로 사라진 듯 보인다.
“뛰어내리기는 했지만 죽지 못해서, 이쪽으로 기어갔다는 건가?”
“그렇게 보입니다만…….”
그렇다면 조금 전에 요시미츠가 불렀을 때에 어째서 도움을 청하지 않았던 걸까. 이 자리에서 벗어난다고 해도, 어떻게 산 바깥쪽이 아니라 안쪽으로 들어간 걸까.
“……이상하군요.”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이봐, 이만 돌아가자.”
깜짝 놀랄 정도로 진지한 목소리로 마쿠마가 말했다.
“너무 이상해. 아무래도 이거 좀 이상하다고.” --- p.73
“두 가지 일을 겸업하는 건 나도 하고 있으니 잘 알고 있는데 말이야.”
“힘드시겠죠.”
“당연하지. 하지만 휴가를 내든 땡땡이를 치든, 매달 제대로 급료가 지급된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라고.”
유급휴가를 얻는 것은 괜찮아도 땡땡이치는 것은 월급 도둑질이겠지. 평범한 회사라면 잘릴 것이다, 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고이치는 입을 다물었다.
“그것에 비해서 작가는 원고를 쓰든가 책을 내지 않는 이상, 돈은 들어오지 않아. 그것도 팔리지 않으면 집필 의뢰가 끊어져서 먹고살 수 없게 된다고.”
“각오는 하고 있습니다.”
“돈은 안 빌려줘.”
이야기의 흐름을 예상하고 일찌감치 돈을 빌릴 부탁을 차단해두는 부분은 과연 시테가와라다웠다.
“다만, 샐러리맨은 앞날이 빤히 보이지. 아무리 일해도 갑자기 급여가 두 배로 오르는 일은 없어. 그게 재미없지. 그렇지만 작가는 팔리는 책만 내면 두 배는 고사하고 몇 배라도 벌 수 있는 세상
이야.”
“그렇게 팔리는 책을 내는 것이 힘들죠. 다만 팔리는 책이 내용이 훌륭한 책이라고만 볼 수는 없으니…….”
“거 답답한 친구일세, 작가도 장사라고. 안 팔리면 어떡하나.”
“하지만 작품의 질을 생각하는 건 중요합니다.”
“무슨 풋내 나는 소릴…….”
교수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지만, 금방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뭐, 작가가 되기만 하면 돈을 벌 수 있다고 착각하는 녀석, 그런 주제에 아무런 노력도 준비도 하지 않고 입만 산 바보, 그런데도 자기는 작가가 될 수 있다고 믿고 있는 얼간이보다야 진지하게
창작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이 낫다고 생각하네만.”
“네.”
“하지만 난처하게 됐군.”
“뭐가 말입니까?”
“이제는 자네 회사의 경비로 술을 마실 수 없게 되지 않았는가.”
--- pp.90-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