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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 발행일 | 2021년 04월 05일 |
|---|---|
| 쪽수, 무게, 크기 | 308쪽 | 328g | 128*188*18mm |
| ISBN13 | 9788952242884 |
| ISBN10 | 8952242882 |
디리 dele 1
혼다 다카요시 저 / 박정임 역
|
살림출판사
|
2021년 04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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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너무 많은 어른들을 위한 심리학 (20만부 기념 리커버 에디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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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2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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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생각하던 케이시가 ‘흐응’ 하고 콧소리를 내더니, 다시 팔을 들어 올렸다. 유타로는 케이시의 팔에서 손을 뗐다. 폴더의 내용을 확인해주는 줄로 알았지만 케이시는 주저 없이 그 폴더를 삭제했다.
“앗!” 유타로는 소리를 질렀다.
“이게 우리의 일이다. 의뢰인은 돈을 지불했고 우리는 그 돈을 받았어.”
고미야마 다카시는 그 폴더를 삭제해주길 원했다. 알고는 있지만 석연치 않았다. 데이터가 사라진 그 순간, 고미야마 다카시까지도 세상에서 불현듯 사라진 것처럼 느껴졌다.
유타로가 그렇게 말하자 케이시는 이상하다는 듯 유타로를 마주 봤다.
“사라지고 말고가 어디 있어. 의뢰인은 이미 죽었는데.”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니었다. 유타로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말을 찾지 못해 답답해하자, 케이시는 어린아이를 대하듯 천천히 말했다.
“데이터의 내용이 뭐였는지는 몰라. 그러나 자신이 죽은 후 이 데이터는 삭제된다. 그렇게 믿었기 때문에 의뢰인은 마지막까지 데이터를 남길 수 있었던 거다. 나는 의뢰인의 그 믿음에 응해줘야만 해.”
그 말에 유타로는 반론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때 느꼈던 석연치 않은 감정은 지금도 제대로 소화되지 않은 채 유타로의 마음속에 가라앉아 있었다.
--- pp.15~16 「첫 포옹」
제단에는 안자이 다쓰오 씨의 영정사진이 걸려 있었다.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지만 의지가 강해 보이는 눈빛을 하고 있었다. 이 사람이 자신의 사후에 삭제해달라고 의뢰한 데이터는 대체 어떤 것이었을지, 유타로는 상상해보았다. 죽기 전까지는 보관하고 싶지만 죽고 나면 없애버리고 싶은 것.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역시 성적인 어떤 거였다. (……) 부인이 없다면 굳이 타인에게 요청까지 해가며 성적인 내용을 지울 필요는 없을 거라고 유타로는 생각했다. 그렇다면 어떤 것일까. 사실은 은밀한 팬이었던 아이돌의 영상? 남몰래 쓰고 있던 로맨틱한 시? 비밀리에 작성하던 ‘언젠가 죽이고 싶은 사람 리스트’? 여러 가지로 생각해봤지만 그럴싸한 건 없었다.
--- p.80 「비밀 정원」
‘dele. LIFE’에서 근무를 시작하기 전까지, 유타로는 디지털 단말기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스마트폰은 통화와 인터넷을 하기 위한 도구. 그 이상의 의미 같은 건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하지만 확실히 이 작은 단말기 하나에도 수많은 정보가 담겨 있다.
빼곡하게 전시된 스마트폰을 본 유타로는 무심코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내 바라봤다. 여기에도 다양한 정보가 담겨 있지만, 중요한 정보는 하나도 없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것이 디지털 단말기와 교류하는 방식의 문제인지, 자기 인생이 지닌 가벼움의 문제인지 유타로는 알 수 없었다.
--- pp.138~139 「스토커 블루스」
케이시는 신경 쓰지 않고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나를 불쌍하다고 생각하지 않아도 돼. 그렇게 생각하는 건 반갑지 않아. 너도 그렇지?”
“아, 네?”
갑자기 질문이 자신에게 향하자 가나데는 깜짝 놀랐다.
“너는 자신이 불쌍하다고 생각해?”
가나데는 세차게 고개를 흔들었다.
“그래. 너는 슬픈 거지 불쌍한 게 아니야. 슬퍼하는 너를 보고 불쌍해하는 어른이 있으면, 그건 어른이 틀린 거지, 네가 슬퍼하는 게 잘못이 아니야. 너는 충분히 슬퍼하면 돼. 실컷 슬퍼하면 되는 거야.”
“아, 네.” 가나데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케이시도 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눈이 마주친 두 사람이 동시에 웃었다.
“응.” 케이시도 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눈이 마주친 두 사람이 동시에 웃었다.
“어?” 유타로가 놀라서 물었다. “그걸로 통한 거야? 아니, 케이, 어린애들 괜찮아? 불편해할 줄 알았는데.”
케이시가 어이없다는 듯 유타로를 올려다봤다.
“불편할 리가 있겠어? 이 높이에서 거리를 다니면, 나와 눈을 마주치는 건 대부분 아이들이야.”
--- pp.229~230 「인형의 꿈」
모구라가 책상 위에서 조용히 잠들어 있었다. 유타로는 거기에 연결되어 있는 다양한 데이터들을 생각했다. 삭제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다양한 데이터. 그것들은 각각 어떤 사람의 일부이기도 할 터였다. 그렇다면 그것들은 언젠가 사라질 운명인 걸까. 영원히 남길 수 있는 기술을 얻게 된 탓에 인간은 더 많은 것을 생각하고 고민하는 걸까.
“앗!” 유타로는 소리를 질렀다.
“이게 우리의 일이다. 의뢰인은 돈을 지불했고 우리는 그 돈을 받았어.”
고미야마 다카시는 그 폴더를 삭제해주길 원했다. 알고는 있지만 석연치 않았다. 데이터가 사라진 그 순간, 고미야마 다카시까지도 세상에서 불현듯 사라진 것처럼 느껴졌다.
유타로가 그렇게 말하자 케이시는 이상하다는 듯 유타로를 마주 봤다.
“사라지고 말고가 어디 있어. 의뢰인은 이미 죽었는데.”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니었다. 유타로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말을 찾지 못해 답답해하자, 케이시는 어린아이를 대하듯 천천히 말했다.
“데이터의 내용이 뭐였는지는 몰라. 그러나 자신이 죽은 후 이 데이터는 삭제된다. 그렇게 믿었기 때문에 의뢰인은 마지막까지 데이터를 남길 수 있었던 거다. 나는 의뢰인의 그 믿음에 응해줘야만 해.”
그 말에 유타로는 반론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때 느꼈던 석연치 않은 감정은 지금도 제대로 소화되지 않은 채 유타로의 마음속에 가라앉아 있었다.
--- pp.15~16 「첫 포옹」
제단에는 안자이 다쓰오 씨의 영정사진이 걸려 있었다.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지만 의지가 강해 보이는 눈빛을 하고 있었다. 이 사람이 자신의 사후에 삭제해달라고 의뢰한 데이터는 대체 어떤 것이었을지, 유타로는 상상해보았다. 죽기 전까지는 보관하고 싶지만 죽고 나면 없애버리고 싶은 것.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역시 성적인 어떤 거였다. (……) 부인이 없다면 굳이 타인에게 요청까지 해가며 성적인 내용을 지울 필요는 없을 거라고 유타로는 생각했다. 그렇다면 어떤 것일까. 사실은 은밀한 팬이었던 아이돌의 영상? 남몰래 쓰고 있던 로맨틱한 시? 비밀리에 작성하던 ‘언젠가 죽이고 싶은 사람 리스트’? 여러 가지로 생각해봤지만 그럴싸한 건 없었다.
--- p.80 「비밀 정원」
‘dele. LIFE’에서 근무를 시작하기 전까지, 유타로는 디지털 단말기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스마트폰은 통화와 인터넷을 하기 위한 도구. 그 이상의 의미 같은 건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하지만 확실히 이 작은 단말기 하나에도 수많은 정보가 담겨 있다.
빼곡하게 전시된 스마트폰을 본 유타로는 무심코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내 바라봤다. 여기에도 다양한 정보가 담겨 있지만, 중요한 정보는 하나도 없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것이 디지털 단말기와 교류하는 방식의 문제인지, 자기 인생이 지닌 가벼움의 문제인지 유타로는 알 수 없었다.
--- pp.138~139 「스토커 블루스」
케이시는 신경 쓰지 않고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나를 불쌍하다고 생각하지 않아도 돼. 그렇게 생각하는 건 반갑지 않아. 너도 그렇지?”
“아, 네?”
갑자기 질문이 자신에게 향하자 가나데는 깜짝 놀랐다.
“너는 자신이 불쌍하다고 생각해?”
가나데는 세차게 고개를 흔들었다.
“그래. 너는 슬픈 거지 불쌍한 게 아니야. 슬퍼하는 너를 보고 불쌍해하는 어른이 있으면, 그건 어른이 틀린 거지, 네가 슬퍼하는 게 잘못이 아니야. 너는 충분히 슬퍼하면 돼. 실컷 슬퍼하면 되는 거야.”
“아, 네.” 가나데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케이시도 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눈이 마주친 두 사람이 동시에 웃었다.
“응.” 케이시도 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눈이 마주친 두 사람이 동시에 웃었다.
“어?” 유타로가 놀라서 물었다. “그걸로 통한 거야? 아니, 케이, 어린애들 괜찮아? 불편해할 줄 알았는데.”
케이시가 어이없다는 듯 유타로를 올려다봤다.
“불편할 리가 있겠어? 이 높이에서 거리를 다니면, 나와 눈을 마주치는 건 대부분 아이들이야.”
--- pp.229~230 「인형의 꿈」
모구라가 책상 위에서 조용히 잠들어 있었다. 유타로는 거기에 연결되어 있는 다양한 데이터들을 생각했다. 삭제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다양한 데이터. 그것들은 각각 어떤 사람의 일부이기도 할 터였다. 그렇다면 그것들은 언젠가 사라질 운명인 걸까. 영원히 남길 수 있는 기술을 얻게 된 탓에 인간은 더 많은 것을 생각하고 고민하는 걸까.
--- p.305 「잃어버린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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