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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임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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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생활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본다. 나에게 결혼생활이란 무엇보다 ‘나와 안 맞는 사람과 사는 일’이다. 생활 패턴, 식성, 취미, 습관과 버릇, 더위와 추위에 대한 민감한 정도, 여행 방식, 하물며 성적 기호에 이르기까지 ‘어쩌면 이렇게 나와 다를 수 있지?’를 발견하는 나날이었다.”
--- p.6 “자유롭고 싶어.” 침대 위 등돌리고 누워있는 남편의 뒷모습에 대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면 남편은 몸을 틀어 나를 바라보며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마치 그 이상 어떻게 자유로워지냐는 듯이. --- p.25 대체 누가 결혼생활을 ‘안정’의 상징처럼 묘사하는가. 결혼이란 오히려 ‘불안정’의 상징이어야 마땅하다. --- p.75 무모함이란 실은 용기와 자신감을 가진 이들에게만 허락되는 것. 잃을 것이 많은 사람들인데 나는 잃을 게 없다, 오로지 그 사람 하나만을 보고 갈 거라고 선언하게 만드는 어떤 미친 열정, 나는 그게 부러웠던 것 같다. 지혜로운 사람이 강을 건널 방법을 생각하는 동안 미친 사람은 이미 강을 건너 있다. --- p.79 결혼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가만히 귀 기울여 들어보면 대개가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만족스럽지 못한 성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니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네 부부에게만 특별히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 p.94 |
결혼생활의 진실에 관한 가장 사적인 고백
사람이 100명 있으면 이야기도 100가지가 있다. 그런데 그 100가지 이야기를 가만 들여다보면 모두를 관통하는, 공통적인 부분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그 이야기에 비추어 자신을 바라보기도 한다. 첫만남에서 결혼식을 올리기까지 겨우 석 달 걸린 저자는, 2020년에 문득 자신이 이듬해에 결혼 20년을 맞는다는 사실에 스스로 크게 놀란다. 그리고 그를 기념하기 위해 자신의 결혼 이야기를 쓰기로 마음먹는다. 한 치의 미화도 검열도 없는 결혼생활의 진실에 대해. 이 부부는 신혼여행 첫날부터 부딪친다. 서로의 '안 맞음' 때문에. 작가는 연애 기간과 상관없이 모든 부부가 이 '안 맞음'을 경험할 것이며, '안 맞음'에 적응하고 조율하는 과정을 부부라면 누구나 겪는 '평범한' 일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평범한 삶'처럼 평범한 결혼생활 역시 인격 수양을 통한 치열한 분투를 통해 가능한 것이라고. 그러나 이렇게 말하는 저자도 사랑에 빠진 동안에는 무모한 열정 밖에 없었다. 속수무책으로 사랑에 빠져 냉큼 결혼을 결정한 작가와 작가의 남편은 주변 사람들의 질문에 시달리다 못해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내용을 담은, 일기 같은 청첩장을 만들기에 이른다. 사랑에 빠지면 사람은 얼마나 유치해지는지, 사리 판단이 얼마나 흐려지는지 우리는 안다. 이 청첩장에는 사랑에 빠진 남녀의 모습과 당시의 시대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작가는 이런 과거의 흔적을 숨기기보다 드러냄으로써 연애와 결혼의 차이에 대해, 시대와 세상이, 그리고 자신들이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청첩장과 더불어 작가는 ‘부부의 가사 분담’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시대상을 보여주기도 한다. ‘부부의 가사 분담’이 결혼생활의 대표적인 조율 대상이라는 작가는 〈태도에 관해서〉의 초판과 개정판을 통해 꾸준히 본인 부부의 가사분담에 대해 밝혔으며 〈평범한 결혼생활〉에서 다시 그 추이를 면밀하게 보고하고 있다. 이 외에, 남편이 외국 출장을 갈 때마다 비행기 추락 사고로 비극적 주인공이 된 자신의 모습을 감미롭게 상상하는가 하면, 지하철역에서 우연히 발견한 남편이 ‘길거리에 널리고 널린 아저씨’라는 모습에 충격을 받고, 사시사철 헐벗고 지내는 남편에게 성욕을 잃는다는, 놀랍도록 솔직한 이야기도 이 책에는 실려 있다. 광화문 거리 한밤의 중년 좀비 떼 틈에서 기꺼이 남편을 구출해 오고, 느린 걸음 탓에 뒤에 남겨진 남편을 향해 요요처럼 되돌아 뛰어오는 애틋하고 시큰한 이야기도 책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또한 계약 결혼, 폴리아모리, 일부다처제 등 다양한 형태의 부부를 고찰하며 결혼은 불안정의 상징이 되어야 마땅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결혼생활에 대해, 부부라는 인간관계에 대해 궁금해하는 이들에게 진지하면서도 유머러스하고 묵직하면서도 무게가 느껴지지 않는 이 책을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