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총점
10.0
어릴 때부터 비가 싫었다. 그냥 비 그 자체가, 비 오는 날씨가, 심지어는 비 오기 전 비릿한 냄새까지도 모든 게 그다지 반갑지 않았다. 습기에 취약한 체질 탓도 있었고 날씨 따라 마음이 오락가락 쉽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기도 했다. 조금만 습해도 금방 구불거리는 곱슬머리도 싫었고, 쉽게 뚝 떨어지는 저혈압도 거슬렸다. 비오는 날이면 버스 안에서 맨다리에 닿는 접힌 우산의 물기도 참 기분 나빴다. 말하자면 끝도 없이 나오는 비가 싫은 이유들. 나에게 비는 최선을 다해 대비하고 피해야 하는 것이었다. 중학교 때 딱 한 번. 비를 피하지 않고 온전히 맞은 적이 있다. 무슨 심산이었는지 모르겠다. 그냥 좀 미친척이 하고 싶었고, 내가 나름대로 해 볼 수 있는 비일상적인 행동 범주에는 우산을 쓰지 않는 것도 포함되었다. 친구들 몇 명이서 어울려 소나기를 고스란히 맞으며 학교 운동장을 가로질러 달렸다. 교복 셔츠가 쫄딱 젖어 살갖에 착 달라붙어도, 머리카락이 물에 빠진 생쥐 꼴이어도, 신발에 질척질척 물이 베어 나와도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다. 그 날만큼은 아무 거리낌 없이 우리 모두 흠뻑 젖어들었다. 빗속에서 즐기는 법을
c****a님의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