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멸망과 멸족에 관한 이야기다. 그리고 지극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일억 번째 여름이 오면 낡은 한 종족은 반드시 멸망한다”는 예언에서 시작하는 이야기는 끝없이 착취하는 두두족과 끝없이 착취당하는 미미족을 통해 죽음이 삶으로, 삶이 다시 죽음으로 연결되며 순환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끝까지, 그리고 번번이 독자의 기대를 뛰어넘는 이야기는 일억 년 동안 계속되며 모든 것을 태워 버린 여름의 끝에서, 이제는 낡은 말이 되어 버린 ‘사랑’에 노랗고 붉은 색을 더한다. “우리에게는 반드시 살리고 싶은 사람이 있다.” 그렇다. 이것은 멸망을 넘어서는 사랑 이야기다. 책을 덮고 나는 내 마음속 일록과 백금, 이록, 연두의 등을 가만가만히 쓰다듬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