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장의 그림에 그 이상의 가치는 정녕 없는 것인가?
없다. 그림은 핑계 댈 구석이 없다. 그림을 그린 이가 그림에 부연하는 것은 이를테면 반칙이다. 명시할 수 있는 건 제목과 제작연도, 재료가 전부다. 그런 캔버스 밖, 누가 정했는지 모를 맥락에서 보면 이 책은 반칙 덩어리다. 그림에 대해 변명하고, 부연하고, 핑계 대고, 설명하고, 아무 상관 없는 술 마신 이야기까지 늘어놓는다. 물에 술 탄 듯, 술에 술 탄 듯 글재주를 자랑해 가며.
작가는 ‘그림일기’라는 단어를 방패로 스리슬쩍 규칙을 지운다. 그러자 링도, 심판도 지워진다. ‘반칙승’만 남는다. 뭐, 반칙을 해도 이길 수 있다고? 당연하게도, 반칙은 이기려고 하는 거니까.
그래서 그림이 이겼다. 완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