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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프롤로그, 첫 번째 그림
어둠을 만지면서 우리 동네를 바라보는 두 개의 그림 개똥 예술론 여러 풍경 물감똥 오! 팔리는 그림 걷는 나무, 떠도는 신 비 오는 날, 도시 화장실에서 아파트 밤길에서 만난 것들 미술 대전 울적한 양말 나무의 춤 부산한 가을, 그리고 밤길 그림 쌤 복 터졌네! 다시 전시회 밤의 뒤통수 어느 일요일 신의 눈 시드는 해 아파트를 대하는 자세 요즘 시국 시간의 오후 이것은 파이프가 아닌가? 존재의 증빙 시간의 깊이 다시 밤길 그늘이 가진 색 근하신년 뒷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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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버스라는 다중우주에서 내 마음대로 세상을 변형하는 자유”
붓 한 자루 쥐고 덤벼든 동네 시인의 가장 솔직하고 유쾌한 분투기. 상사 무서울 것 없고, 지 못할 말 없을 것 같은 50대 중반의 인간 수컷 글쟁이가 덜컥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시기, 술자리에서 오간 객기로 시작된 일이었다. 동네 문화강좌 서양화반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수강생 대부분은 은퇴 연령을 넘긴 여성들뿐이다. 뻘쭘함을 무릅쓰고 4B연필을 쥐었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는 선 긋기에 금세 불량 학생이 되어버린다. 그림 선생님을 향해 “배고파요!” 투정을 부리거나 “왜 이혼했어요?”라는 당돌한 질문을 던지기도 하면서 말이다. 『느지감치 그림일기』는 단순히 ‘어느 날 그림을 그리게 된 중년 남자의 우아한 취미 생활록’이 아니다. 이 책은 서툴게 붓을 든 저자의 손끝에서 탄생한 그림들과, 그보다 더 다채롭고 짠내 나는 ‘사람 사는 이야기’가 버무려진 유쾌한 일상 에세이다. 작가의 예술혼은 캔버스 밖 일상에서 더욱 시트콤처럼 빛난다. 기껏 공들여 그린 인물화는 딸에게 "장난스러운 부분이 너무 많다“라며 팩트 폭격을 당하고, 화장실에서 아내의 칫솔을 잘못 썼다가 뼈아픈 잔소리를 듣기도 한다. 미술 전공자 딸이 "항상 제일 예쁜 건 물감똥이야”라고 무심하게 던진 한마디를 진짜 작품명으로 삼아버리는 대목에서는, 평범한 가장의 둥글둥글한 애환과 가족을 향한 따뜻한 시선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저자는 “예술은 노는 것이다. 즐겁게!”라고 말한다. 비록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손 때문에 그림을 그리는 매 순간이 절망스러울지라도, 어둠을 다스려야 밝음이 더 선명해지는 수채화의 이치처럼 팍팍한 삶 속에서도 자신만의 색을 잃지 않으려 고군분투한다. 뭐든 오래 하면 잘해야 하고 나이 들면 점잖아져야 한다는 은근한 압박 속에서, “많은 남자가 나이 든 쫄보로 살다가 과거에 묻혀 죽는다”라며 속 시원한 일갈을 날리는 저자. 그의 솔직하고 꾸밈없는 문장들은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기엔 너무 늦었다고 핑계 대는 이들에게, 혹은 쳇바퀴 같은 일상에 작고 숨통 트이는 취미가 필요한 이들에게 뜻밖의 유쾌한 위로를 전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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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 장의 그림에 그 이상의 가치는 정녕 없는 것인가?
없다. 그림은 핑계 댈 구석이 없다. 그림을 그린 이가 그림에 부연하는 것은 이를테면 반칙이다. 명시할 수 있는 건 제목과 제작연도, 재료가 전부다. 그런 캔버스 밖, 누가 정했는지 모를 맥락에서 보면 이 책은 반칙 덩어리다. 그림에 대해 변명하고, 부연하고, 핑계 대고, 설명하고, 아무 상관 없는 술 마신 이야기까지 늘어놓는다. 물에 술 탄 듯, 술에 술 탄 듯 글재주를 자랑해 가며. 작가는 ‘그림일기’라는 단어를 방패로 스리슬쩍 규칙을 지운다. 그러자 링도, 심판도 지워진다. ‘반칙승’만 남는다. 뭐, 반칙을 해도 이길 수 있다고? 당연하게도, 반칙은 이기려고 하는 거니까. 그래서 그림이 이겼다. 완승이다. - 절자 (만화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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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라는 좋은 친구와 걷는 길
그림을 가르치는 일은 참 묘하다. 내가 가르친다고 생각하지만, 돌아보면 오히려 늦깎이 제자들에게 배우는 것이 더 많다. ‘김자까’ 역시 그렇다. 붓을 든 손놀림은 서툴렀지만 엉뚱한 질문과 능청스러운 농담으로 사람을 웃기고 난처하게 만드는데, 거기가 끝이 아니었다. 이 책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여러 번 웃었다. 그림 이야기를 하는 듯하다가 어느새 사람 사는 이야기로 흘러간다. 잘 그린 그림보다 그림을 그리며 행복해하는 마음이 더 값지다는 사실을, ‘김자까’는 자신의 글과 그림으로 보여준다. 느지감치 시작했지만 누구보다 즐겁게 걸어온 그의 그림 여정에 박수를 보낸다. 앞으로도 그림이 좋은 친구가 되어 더 많은 이야기와 웃음을 주길! - 권현칠 (화가, 그림 선생님이자 주우酒友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