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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나와
2부 트리만과 3부 구멍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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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상상력으로 인간 존재를 다시 묻는 철학적 서사!
우리가 알고 있는 인간의 형태가 과연 완성된 진화일까. 『나와 트리만과』는 그 질문에서 출발한다. 소설은 어느 기자의 시선으로 시작되지만, 곧 인간이라는 종 전체를 향한 근본적인 물음으로 확장된다. 작품의 배경에는 삼중가닥 DNA, 인공지능의 개입, 그리고 완전히 새로운 존재의 등장이 있다. ‘트리만’이라 불리는 그들은 성별이 고정되지 않고, 생식이 두 단계로 이루어지며, 세 가닥 DNA를 통해 새로운 생명 방식을 제시한다. 그들의 존재는 성의 고정된 이분법을 넘어선 상상력, 그리고 성·생식·종의 다양성과 인류의 적응력에 대한 급진적인 도전이다. 이러한 상상은 젠더, 생태, 생명공학의 경계를 넘어 인류가 앞으로 어떤 형태로 살아남을 것인가에 대한 예언처럼 읽힌다. 또한, 호텔의 보이지 않는 운영자 ‘칩매니저(AI)’는 현실을 연출하는 지휘자이자 감시자로 등장한다. 그를 통해 소설은 AI가 인간의 주체를 대체해가는 시대의 불안과 유혹을 드러낸다. 보이지 않는 알고리즘이 인간의 감정과 선택을 조율하는 이 세계에서, 인간은 과연 여전히 ‘결정하는 존재’일 수 있을까. 이렇듯 『나와 트리만과』는 기술문명 이후의 세계를 그리고 있지만, 결국 그 핵심은 인간이 무엇으로 구성되는가라는 질문에 있다. 생명과 의식의 구조가 흔들리는 그 경계에서, 작가는 ‘죽음’을 단절이 아닌 연결의 또 다른 형태로 제시한다. 이때의 연결은 단순한 물리적 결합이 아니라, 인간이 타자와 세계를 다시 감각하는 방식에 대한 철학적 재해석이다. 이는 하이데거의 실존, 들뢰즈의 연결적 존재론, 주디스 버틀러의 젠더 수행성, 그리고 도나 해러웨이의 포스트휴먼 사유가 교차하는 지점에 서 있다. 차가운 과학적 설정 위로, 절제된 문장과 서정적 이미지가 겹치며 인류의 멸종 이후에도 남을 ‘인간다움의 마지막 흔적’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나와 트리만과』는 죽음과 연결, 인간과 비인간, 과학과 서정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 경계의 가장 깊은 곳에서, 우리는 다시 묻게 된다. “우리가 인간이라 부르는 것은, 과연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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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류는 우리의 운명이다!
한국에서 과연 이만큼 사변소설(speculative fiction)을 정공법으로 시도한 작품이 있었을까? 사변소설이란 SF문학의 지평을 넓힌 새로운 장르 명칭으로 60년도 더 전에 영미권에서 ‘SF’를 재규정한 것이다. 과학기술적 상상력보다는 형이상학적이거나 때로는 환상적인 서사까지 포괄하며 사실상 21세기에 확장되고 확립된 개념의 SF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나와 트리만과』는 형식에서 단순하고 직관적이며 주제는 포스트휴먼 담론의 핵심을 관통한다. 전체 3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구성 중에 2장은 마치 연극을 보는 느낌이 든다. 매우 드라마틱하고 압축적인 사건이 펼쳐지며 그 한정된 무대 위에 다양한 캐릭터들과 인상적인 설정들이 치밀하게 배치되어 있다. 그리고 이러한 2장을 1장과 3장이 양괄식으로 감싸며 주제에 대한 밀도 높은 궁구를 펼친다. 포스트휴먼이라는 키워드는 결국 기존의 호모 사피엔스가 지닌 인간성(humanity)이 어떻게 확장, 또는 변성되는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즉, 인간의 정체성을 새롭게 규정해야 하는 필연성의 전망인 것이다. 이 점에서 『나와 트리만과』의 직설 화법은 주제의 익숙함을 덮고도 남을 묵직함으로 다가왔다. 개인으로서의 인간이 사는 동안 내내 끌어안고 갈 수밖에 없는 의문과 함께 전체로서의 인류가 앞으로 어떤 생존 양식을 모색해야 할지 관심이 있다면, 이 작품은 하나의 훌륭한 지침서가 될 것이다. - 박상준 (서울SF아카이브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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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해보시라. 오른손 고무장갑이 구멍 나서 설거지가 불편하면 왼손 고무장갑의 안과 밖을 뒤집어 오른손에 쓰면 된다. 거울도 마찬가지여서 거울은 좌우가 아니라 안팎을 뒤집는다. 거울에 비친 나를 가만히 바라본다. 나는 거울 밖 현실에 존재하고, 내가 보는 나는 닿을 수 없는 거울의 안에 존재한다고 나는 믿는다. 잠깐, 정말일까? 내가 보는 나는 거꾸로 자신이 거울 밖 현실에 있고, 그가 보는 내가 거울의 안이라고 확신할 수도 있지 않을까?
작가는 소설에서 물리학의 물질과 반물질처럼, 삶과 죽음, 의미와 무의미, 안과 밖, 그리고 내가 아니지만 나인 나, 서로 마주 보는 것의 의미를 탐험한다. 거울 면이 나와 내가 보는 내가 아닌 나를 나누듯, 모든 반전상 사이에는 경계가 있다. 밀도가 다른 두 기체를 나누는 풍선처럼, 엔트로피가 낮은 내부와 높은 환경 사이를 가로질러 불안해서 역동적인 생명처럼, 경계는 운동을 만든다. 철학 소설 같기도, SF 소설 같기도, 혹은 언어의 의미를 깊게 탐색하는 시 같기도 해서, 경계가 끊임없이 미끄러져 묘하게 역동적인 소설이다. 그리 길지 않은 소설에 담긴 사고의 두께가 만만치 않다. 답하지 않고 묻는 소설이다. 두 번, 아니 세 번 읽을 책이다. - 김범준 (성균관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