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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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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나 우주과학과는 달리 유전공학과 복제인간은 차원이 다르게 민감한 분야입니다. 기술적으로는 이미 어느 정도 완성된 수준에 도달했음에도 세계적으로 아직 잠잠한 이유는 윤리적으로 너무나 논란의 여지가 많기 때문이지요. 바로 인간 그 자체가 대상인 까닭입니다. 그러나 SF에서는 미래 인류가 결국 이런 기술들을 수용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그리고 그에 따른 사회적 영향과 변화, 그리고 그 안에서 어떻게 새로운 인간성을 찾아갈 것이냐를 고민하지요.
--- p.24 이 세상이 나 말고 다른 존재들로 가득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일이 얼마나 흥미로운지 전하고 싶었어요. 이야기의 소재뿐 아니라 인터뷰 형식, 액자소설 형태의 여행기, 규칙 괴담 등 글의 형식에서도 다양성을 주었습니다. 세계의 중심이 ‘나’가 아니라는 걸 아는 것이 세계를 잃는 일이 아니라 더 큰 세계를 만나는 일이라는 걸 독자들이 느낄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아요. --- p.36 공룡이 세상에 다시 나타난 건 한 10년쯤 되었대요. 내가 태어났을 때쯤이죠. ‘치키노사우루스’라는 종인데, 어떤 대학 실험실에서 태어났어요. 이름을 듣고 눈치챘겠지만, 맞아요. 닭을 닮았어요. 닭 유전자를 섞어서 만들었대요. --- p.45 부모님은 내게도 다른 사람의 유전자를 주었다. 그러나 그건 윈스턴 형이나 모한다스 형 같은 위인들의 유전자가 아니었다. 전혀 다른 사람의 유전자였다. 엄마의 말처럼, 그의 유전 형질을 받았으니 나도 그처럼 되는 걸까. --- p.57 “어린아이 같은 소리 하네. 지구 쪽에서는 분명히 우주선을 파견할 거야. 그때 제대로 회담하고 쓸데없는 충돌을 피하려면 정확히 기록해 둬야 해.” 내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는지 헌요가 피식 웃었다. “먼 미래의 얘기야. 어쨌든 질문. 온주는 정확히 언제부터 우리와 섞인 거야?” “1번 졸업생이 프린트될 때. 세눈이가 잠금장치를 그냥 통과한 것처럼 프린터로 들어갔다더라.” --- p.85 전쟁은 예고 없이 시작되었다. 먼 나라 어느 초등학교에 폭탄이 떨어지던 날, 누군가 ‘우주전기’의 문을 두드렸다. 사라진 고향 행성을 뒤로 한 채 수많은 행성을 거치며 난민 자격을 얻고, 마침내 우주전기 열람증까지 구해 지구에 온 호아헤 인이었다. --- p.88 다행히 노아는 인간 친구 지유의 도움으로 인큐베이터에서 탈출해 자유로운 존재가 된다. 자유를 향한 열망과 모험은 인간의 중요한 특징이기 때문에, 독자는 복제인간 역시 인간과 다르지 않으며 인간답게 살아야 할 존재임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된다. 하지만 전투용 클론과 그들의 희생을 당연시하는 SF도 많다. 그런 이야기 속에서 클론을 죽여도 되는 몬스터처럼 접한 독자들은, 자기도 모르게 복제인간을 신기하고 괴이하지만 하찮은 존재로 여기게 되지는 않을까. --- p.9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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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장르와 형식으로 만나는 유전공학의 세계
이번 호 역시 SF 소설과 동화, 시, 만화, 과학 칼럼, 비평이라는 서로 다른 형식을 통해 하나의 근본적인 물음에 다가간다. 유전자로 복원된 티라노사우루스를 타는 어린이의 눈으로 생명 조작의 윤리를 묻는 동화 〈티라노와 7번 탑승객〉(전경남), 처칠과 간디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형들 사이에서 ‘아돌프’라는 이름으로 태어난 소년의 이야기 〈처칠과 간디와 나〉(조나단)는 ‘기술이 가능하다고 해서 해도 되는가’라는 질문을 유머와 역설로 풀어낸 수작이다. 양슬기 시인은 홍해파리의 생물학적 역노화를 할아버지의 이야기에 빗댄 〈홍해파리 할아버지〉와 복제인간으로 가득한 세상을 그린 〈복제인간 세상〉을 통해 유전공학의 가능성과 그 쓸쓸함을 시어로 압축한다. 김창규 작가의 중편소설 〈우리〉는 이번 호로 마지막 회를 맞는다. 외계 행성을 개척하는 복제 졸업생들과 외계 지성체의 연대를 그린 이 작품은 연재 내내 ‘복제인간도 인간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독자들의 호응을 받았다. SF 토론방에서는 〈복제인간 윤봉구〉, 〈복제인간 시리〉, 《원통 안의 소녀》, 《나를 보내지 마》 등 국내외 복제인간 서사를 분석하며 다섯 가지 질문을 독자에게 건넨다. 심지섭의 ‘퀀텀 점프 스테이션’은 임태운의 청소년 소설 「당신의 간을 배달하기 위하여-코닐리오의 간」을 통해 욕망하는 ‘왕의 몸’과 저항하는 ‘약한 몸들’의 정치학을 날카롭게 풀어낸다. 최영희 작가 인터뷰 — 낯선 세계가 우리를 확장시킨다 이번 호에는 어린이·청소년 SF를 꾸준히 써 온 최영희 작가 인터뷰가 수록되었다. 『벙커 K』 창간호에 「메리플라워호」로 참여했던 최영희 작가는 최근 신작 동화집 《우리 만날까》를 통해 걷는 나무, 로봇, 외계인, 진화한 문어 같은 인간이 아닌 존재들과 인간의 만남을 그려냈다. 인터뷰에서 그는 작품을 쓰는 동안 특정 존재의 세계에 깊게 몰입한다고 이야기한다. 문어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을 쓸 때는 어디를 가도 문어만 보이고, 사람들의 이야기보다 문어 이야기에 더 크게 반응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몰입은 단순한 상상이 아니라, 인간 중심의 시선에서 벗어나 다른 존재의 감각과 세계를 이해하려는 과정에 가깝다. 최영희 작가 인터뷰를 통해 SF가 단순히 미래 기술을 상상하는 장르가 아니라, 인간이 아닌 존재를 이해하고 낯선 세계를 상상하는 감각임을 보여준다. 작가는 “낯선 세계는 우리를 확장시킨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어린이와 청소년 독자들에게 익숙한 세계 밖으로 시선을 넓혀 보게 하는 경험을 건넨다. 생명의 코드를 손에 쥔 시대, 인간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인간이 생명의 설계도를 읽고, 자르고, 다시 쓸 수 있게 된 시대다. 유전자 가위는 이미 병원에 들어왔고, 멸종 동물이 되살아나고 있으며, 맞춤아기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벙커 K〉 8호는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기술의 가능성이 아니라, 가능하다고 해서 해도 되는가라는 질문으로. 복제인간의 인권, 유전자 설계 사회의 차별, 생명을 소유하려는 욕망의 끝 — 이번 호는 SF 소설과 시, 만화, 과학 칼럼, 비평이라는 서로 다른 형식을 통해 하나의 근본적인 물음에 다가간다. 기술이 삶을 바꾸는 속도보다 더 빨리 달려야 하는 것은 상상력이고, 그 상상력의 언어를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가장 먼저 건네는 것이 이 잡지의 역할이라는 믿음이 이번 호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 DNA가 ‘겉바속촉’이라는 표현처럼, 딱딱해 보이는 과학의 언어 안에 가장 부드러운 인간의 질문이 숨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