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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해설 | 현실성과 재미의 조화로 펼쳐지는 한국 창작 SF의 르네상스
1984+36 | 리락 다윈과 나 | 조나단 맛의 달인 | 고장원 드림 플레이어Dream Player | 임태운 충돌 | 황태환 조타수 KK는 복귀하라 | 하요아 하필이면 타이탄 | 듀나 아직은 너의 시대가 아니다 | 이덕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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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그야말로 꿈의 플랫폼이었다. 2045년의 설문조사에서 전화기와 자동차를 제치고, 인류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기계 2위에 등극하는 영광을 누렸을 정도로 드림 플레이어의 파급력은 어마어마했다. 꿈을 저장할 수 있고, 나아가서 자신이 꾼 꿈을 타인과 돌려 볼 수 있는 획기적인 디스플레이어. 누군가에게는 천사의 속삭임으로, 누군가에게는 악마의 유혹으로 불리는 이 기계의 탄생은 2028년, 어느 프랑스 수면학자의 손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드림 플레이어」중에서 제임스는 스마트 토일릿은 너무나 혁신적이어서 변기 이상의 변기라고 말했다. 김 씨의 회사가 스마트 변기 시대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스마트 토일릿은 고사양 변기에 대한 정의 자체를 재정립할 기술이라 했다. 경쟁 회사 측에서는 스마트 토일릿 구현 기술에 관해 아직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는데, 현재는 소비자 반응을 살피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직은 너의 시대가 아니다」중에서 정신 감응사인 에이잭스와 치유사인 스트라이더를 통해 선내 컴퓨터와 링크된 토조는 우주선을 향해 가볍게 쇠구슬 하나를 날렸어. 쇠구슬은 배터리인 오릴리아 디의 에너지권에서 계속 가속하다가 등속도로 날아갔지. 상대 우주선을 맞출 생각은 없었어. 그냥 저쪽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보고 저쪽 에너지장의 크기를 확인하고 싶었던 거지. 내 감에 계산을 더해보니, 그 쪽 배터리의 에너지 장은 우리의 5분의 1도 안 되어 보였어. 다시 말해 그 정도 크기 우주선의 평균 정도였지. ---「하필이면 타이탄」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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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장르, 다채로운 상상력의 『드림 플레이어』
『드림 플레이어』는 한국 창작 SF 작가 8인의 중단편 모음집이다. 작가와 작품의 수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작가의 구성 면이나 작품의 갈래 면에서 예상외의 다양성을 보여 준다. 21세기 한국 창작 SF의 발전을 이끈 독보적인 작가 듀나와 더불어, 국내외 SF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에 더해 근래 비중 있는 창작까지 선보이고 있는 고장원이 한쪽에 자리 잡고 있다. 다른 한편에는 황주호, 리락, 하요아와 같이 웹진 크로스로드를 통해 등장한 신인들이 있으며, 그 중간을 이덕래, 임태운, 조나단 등이 이어 준다. 다소 과장된 감이 없지 않지만 이는 한국 창작 SF의 현재와 미래를 생각게 하는 작가 구성이라 할 만하다. 『드림 플레이어』의 다양성은 수록 작품들의 갈래적 다양성에서도 확인된다. 스페이스 오페라, 외계인과의 조우, 우주전쟁, 지구 멸망, 평행우주, 디스토피아적 통제 사회, 현실과 가상의 경계 등 SF의 하위 장르적 특징들이 다채롭게 구사되고 있어 읽는 재미를 더해 준다. 한 편 한 편의 작품에서 이러한 요소들이 자연스럽게 활용되고 있다. 우선, 넓은 우주를 배경으로 인류의 개척 정신을 보여 주는 것은 SF의 가장 전통적인 하위갈래이자 주요 구성 방식의 하나인데, 이러한 설정을 바탕에 깔고 있는 유형의 최신형에 해당하는 것이 듀나의 「하필이면 타이탄」과 하요아의 「조타수 KK는 복귀하라」이다. 인간이 염력 우주선으로 태양계를 지배하고 있는 상황을 배경으로 하는 「하필이면 타이탄」은 ‘역시 듀나!’라는 탄성을 자아내는 기발한 상상력의 결과이다. 염력 우주선이라니(!) 말이다. 예측을 불허하는 타이탄의 상황 전개 또한 SF 읽기 특유의 진진한 재미를 더해 준다. 「조타수 KK는 복귀하라」가 제시하는 ‘서프라이즈 호’의 이야기도 독자들이 놀랄 만한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 평행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이중서사가 사태의 진전에 대한 궁금증을 강화하고 해소하면서 읽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조나단의 「다윈과 나」와 황주호의 「충돌」은, 우주를 배경으로 하면서 인류 문명에 대한 큰 이야기를 보여 주는 공통점을 갖는다. 「다윈과 나」는 우주 전투로 시작하되 외계인과의 조우를 통해 인간에 대한 성찰을 유도하는 작품이다. 우주적인 시간이라는 길고도 긴 호흡에서 종의 절멸을 막고자 하는 방법을 찾아나가는 고찰을 하는데 현재 우리의 문화?문명을 돌아보게 한다. 「충돌」은 운석 충돌이라는 대재앙의 형식을 통해 선진 우주 문명에 의한 지구 종말을 보여 주는 소설이다. 이러한 큰 이야기를 주인공과 모친의 관계를 통해 조명한다는 점, 전체 이야기를 통해 일종의 매트릭스 공간을 제시함으로써 현실과 실재의 문제를 생각게 한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다. 이상의 작품들과는 달리 이덕래의 「아직은 너의 시대가 아니다」와 리락의 「1984+36」은 우리의 일상으로 좁혀진 배경에서 현실적인 과학적 상상력을 펼쳐 보이고 있는 작품이다. 「아직은 너의 시대가 아니다」는 인공지능에 의해 변기는 물론 청소기와 사물 인터넷, 게임기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최첨단 변기(라니!) 곧 스마트 토일릿이 가정 설비의 중심이 되어 가는 상황 속에서, 과학기술의 발전에 대한 우려 및 거부와 호의 등 다양한 반응을 보여 준다. 얼핏 보아 대단히 파격적인 발상이지만 히피와 같은 ‘카 리빙 족’을 예견하는 데서 확인되듯 현실의 연장에 해당하는 설득력 있는 상상력으로 우리를 사로잡아 과학기술과 감시의 문제를 생각하게 한다. 「1984+36」은 건물의 벽체들이 거주자의 모든 동향을 감지하는 감시 시스템을 등장시킴으로써 이러한 문제를 좀 더 집중적으로 제시한다. 일종의 스릴러처럼 흥미진진하게 읽히는 현실 정치(의 경향)에 대한 알레고리가 과학기술과 결탁된 권력의 전일적인 지배 위협을 경고하고 있다. 위의 작품들에 고장원의 「맛의 달인」과 임태운의 「드림 플레이어」가 더해짐으로써 이번 앤솔로지의 면모가 한층 풍요로워진다. 하이퍼스페이스 시공간장 원리에 따른 아문亞門 여행으로 은하계 전역이 교통하는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맛의 달인」은, 성숙한 중견 남성의 시선으로 사람살이의 항상성을 인간관계의 계층적, 미시정치적인 층위에서 통찰해 주는 작품이다. 신체 전부 혹은 일부를 이용한 요리들에 대한 주인공 은하 요리평론가의 이중적인 반응을 통해 문화적 기준의 문제를 생각하게 한다. 「드림 플레이어」는 어떠한가. 물경, 가슴 저리는 사랑 이야기다. 그러면서도 꿈을 저장하고 공유하는 기계 시스템을 바탕으로 인간의 다양한 면면을 형상화하고 있다. 미지를 탐구하는 인간적인 욕망, 연인에 대한 목숨을 건 헌신, 타인의 삶과 현실 너머에 열광하는 세태의 한 면 등이 혼재하며 애틋함을 이끌어낸다. 긴 독서의 여운을 이끄는 『드림 플레이어』 『드림 플레이어』의 세계는 이처럼 매우 다채롭게 구성되어 있다. 여덟 편의 작품들에 활용된 장르코드들이 모두 다양하고, 상상력과 주제효과 또한 상이하며, 소설 형식도 이질적이다. 다채로운 구성에 더하여 이들 모두 매우 재미있다. 『드림 플레이어』를 펼치는 순간 SF 앤솔로지를 읽는 맛을 한껏 만끽할 수 있다. 사실, 모든 콘텐츠가 재미만 있다면 그다지 매력적일 수 없다. 책 이외의 재미난 콘텐츠들이 부지기수인 상황에서도 『드림 플레이어』가 눈길을 끄는 것은, 다양한 상상력을 보이는 이들 작품들 모두가 현실성을 띠는 까닭이다. 『드림 플레이어』의 모든 작품들은 과학적 상상력을 마음껏 구사하되 작품 세계의 설정이나 사건들의 양상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의 참된 모습에 닿아 있다. 『드림 플레이어』는 현실로부터 자유로운 상상력을 펼치되 우리의 현실에 기반한 특징 덕분에 독서의 여운이 길다. 그저 이야기 전개상의 재미만 있는 작품들은 읽고 난 뒤 남는 것이 없어 허망해지기 자못 쉽지만, 현실로부터 자유로운 방식으로 현실의 문제를 통찰해 보게 함으로써 『드림 플레이어』는 읽는 재미와 더불어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의미 있는 성찰까지도 선사해 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