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4년 전남 완도 출생. 전남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198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개 도둑」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아버지의 땅』 『그리운 남쪽』 『달빛 밟기』 『황천기담』 『연대기, 괴물』, 장편소설 『붉은 산, 흰 새』 『그 섬에 가고 싶다』 『등대』 『봄날』 『백년여관』 『이별하는 골짜기』 『돌담에 속삭이는』 등이 있다. 한국일보창작문학상, 이상문학상, 대산문학상, 요산문학상, 단재상 등을 수상했다.
아니다. 당신이 말하는 해묵은 역사, 지나간 사건 따위를 나는 얘기하려는 게 아니다. 난 단지 사람을, 사람들을 기억하고 싶을 뿐이다. 죽은 자와 아직 살아 있는 자. 그들의 이름 없는 숱한 시간들을, 사랑과 슬픔과 고통의 순간들을 나는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소설은 ’기억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백년여관
작가의 자전적 소설인 『그 섬의 별들에게』는 뿌리 뽑힌 군상들의 생존 현장으로 던져진, 한 어린 영혼에 각인된 핏빛 상흔의 기록이자 정직한 내면 고백이다. 그럼에도 이 아픈 고백이 어둠과 막막함을 넘어서 따뜻한 위로와 치유의 목소리로 점차 정화되어가는 과정은 놀랍도록 감동적이다. 그 특별한 힘은 폐허의 삶을 응시하는 소년의 투명한 시선, 그리고 곳곳에 유리알처럼 반짝이는 특유의 유머 감각으로부터 온다.
『침묵의 비망록』은 제주4·3을 더 이상 과거라는 연대기 안에 가둬놓지 않는다. 한라산 남동쪽 의귀마을 황무지에서 여전히 방치된 신원불명 무장대의 무덤을 통해, 70여 년 전 그 비극과 고통은 결코 과거가 아닌 현재의 시간, 현실의 삶, 현재의 문제라는 엄연한 진실을 통절하게 환기시킨다.
제주신화에서는 열다섯 살을 넘기기 이전에 죽은어린아이들은 모두 서천꽃밭으로 간다고 믿는다. 서천꽃밭은 어린아이의 영혼이 머무는 곳, 즉 그들만을위해 존재하는 특별한 낙원이자 천국이다. 이 낙원은오로지 어린아이들에게만 입국이 허용되는데, 그 이유는 어린아이들은 아직 죄를 짓지 않은 순수하고 무구한 영혼인 까닭이다.서천꽃밭은 이름 그대로 사시사철 꽃이 만발한 아름다
사랑하는 딸아이가 그 아름다운 꿈을 오래오래 기억하며 살아갈 수 있기를.오래전 바닷가 섬마을에서 할머니가 우리들에게 남겨주신 그 눈물겨운 꿈. 한때 이 지상의 생을 저마다의 빛깔로 살다 간 사람들이 하나씩 간직했을 꿈. 그리고 앞으로 또 다른 미지의 사람들 역시 가슴에 간직하게 될 그 꿈.그렇게 수천 년을 이어왔고 또 이어갈, 저 영롱하고 아름답게 반짝이는 별 하나의 꿈을
"악아, 내 귀한 손자들아. 사람은 말이다. 한때는 모두가 너나없이 별이었단다. 저 한없이 넓은 하늘에서 다들 높고도 귀하게 떠서 반짝이다가, 어느 날 차례대로 하나씩 땅으로 내려와선 제각기 사람 모습을 하고 태어나는법이란다. 그래서 어떤 별은 부잣집에 태어나고, 또 어떤 별은 가난하고 궁색한 집 처마 밑에서 생겨나기도 한단다. 서울이나 목포 같은 도시에 내려오는 별도 있고
"그래, 울어라. 마음껏 울어버려라. 울어야만 산다. 가슴속 돌멩이, 목구멍의 핏덩이를 토해내야만 산다………… 내 가엾은 자식들아. 슬픔이 너의 힘이다. 분노와 한이 너의 힘이다. 고통이, 울분이, 후회가 바로 너희를 살게 하는 힘이다. 그러니, 어찌할 것이냐. 그 힘으로 어떻게든 버티어내거라. 한사코 포기하지 말고,어떻게든 이 끔찍스러운 생을 살아내거라…" 포만감에 젖은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