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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지기 쉬운 것들의 과학』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 |
Tae Kel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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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지만 새로운 결론을 향해 가는 탐구 여정
내털리가 기억하는 엄마는 소리 내어 웃고 용감하게 저지르고 항상 정답을 아는 사람이다. 지금 엄마 아빠 방에 있는 사람은 엄마 모습을 한 다른 존재이고, 엄마를 되찾고 싶지만 방법을 모른다. 언제나 과학 과제를 도와주던 엄마가 이제 내털리에게 가장 큰 과제가 되었다. 엄마는 아마도 애정을 쏟고 있던 코발트블루 난초 연구가 중단되고 상사인 멘저 교수에게 해고되면서 삶을 놓아 버린 것일 테니 엄마를 되돌릴 수 있는 것은 코발트블루 난초일 거라고 내털리는 생각한다. 크고 작은 오해와 착각, 볼 안쪽을 깨물어도 가라앉지 않는 기대를 품은 채 오로지 ‘기적의 꽃’을 향하던 내털리호의 항해는 어느덧 엄마의 연구실을 급습해 몇 번이나 잠긴 문을 열며 외면하고 싶은 진실을 발견하고 가설이 틀렸음을 확인하는 뼈아픈 여정으로 바뀌어 있다. 달걀을 시리얼로 감싸 보라는 엄마의 제안은 틀렸고, 엄마는 해고된 것이 아니라 스스로 멈추었으며, 한때 멘저 교수에게 씨앗을 받아 엄마와 함께 키운 것은 코발트블루 난초가 아니라 붓꽃이었다. 공들인 실험은 실패로 돌아가고 기대가 산산조각 나고 오해와 착각이 더 나쁜 진실로 풀리고 모든 게 다시는 괜찮아질 수 없을 것 같은 아픈 밤. 하지만 아침이 밝으면 그 앞에 놓인 것은 기적이나 마법도, 절망도 아닌 새로운 결론, 아직은 모르는 두 번째 삶이다. 『깨지기 쉬운 것들의 과학』은 또한 어느덧 찾아온 새로운 시야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오랫동안 품어 온 결론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내 발에 작아진 신발과 같아서, 결국 새로운 결론을 받아들이게 되는 일에 관한 이야기. 닐리 선생님 같은 특별한 과학 선생님이 내 주는 과학 과제를 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언제나 관찰을 하고 결론을 내리고 그 결론들과 함께 살아갑니다. 그리고 절망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새로운 결론을 만나게도 됩니다. _「옮긴이의 말」 중에서 이 책 표지에는 스노글로브가 그려져 있다. 언제든 쉽게 깨질 수 있는 연약한 유리 안에 담긴 아름답고 이상적인 풍경. 그처럼 우리 인생의 아름답고 좋은 순간도 언제든 변하고 망가질 수 있으며, 깨어지는 것들을 언제나 지킬 수는 없다. 하지만 그때도 우리는 여전히 우리 자신이다. 완벽하지 않은 부모, 완벽하지 않은 가족. 하지만 그것이 곧 절망을 뜻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이 책은 이야기한다. 우울증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이 책은 ‘우울증으로 위기를 맞은 가족이 침묵 속에 빚어진 상처를 회복해 가는 과정’이라는 서사를 피상적이거나 억지스럽게 늘어놓지 않는다. 어른들처럼 괜찮은 척, 이해하는 척하는 데 능숙하지 않은 십대 화자를 통해 ‘우울증’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의 공포와 혼돈, 분노를 동반하는 슬픔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슬퍼하고 있다는 이유로 누군가에게 화날 수도 있을까? (……) 엄마가 필요했다. 내 머릿속을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줄 누군가가 필요했다. 엄마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정말 듣고 있지는 않다는 걸 나는 알 수 있었다. 아빠는 엄마가 텅 비어 있는 것이 엄마 탓이 아니라고 하고 나도 엄마가 애쓰고 있다는 걸 안다. 하지만 이렇게 곁에 앉아 있는데도 엄마가 내 말을 듣지 않는다고 생각하자 아는 것도 소용이 없어졌다. 내털리가 이 혼란한 감정들을 극복해 가는 과정은 우울증과 ‘함께 살아가기’에 대한 다정한 조언이 되기도 한다. 대개 우울증 환자를 둔 가족들이 그렇듯 내털리와 아빠도(내털리의 아빠는 전문 상담사임에도) 막연히 괜찮을 거라며 엄마의 ‘상황’을 외면하기도 하고 감정을 숨기려고도 한다. 하지만 결국 분노든 원망이든 그리움이든 감추지 않고 소리 내어 말했을 때, 마주하기 힘든 상황에서 눈 돌리지 않고 상처가 얼마나 깊은지 어디가 얼마나 아픈지를 확인했을 때 비로소 새로운 답이 보이기 시작한다. 비록 완벽한 답이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끊임없이 엄마의 잘못이 아니라고 엄마에게 시간을 줘야 한다고 말하며 내털리에게 외부 상담을 권한 아빠, 내털리가 입을 열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려 주며 네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 주는 상담사 도리스 박사의 모습도 눈여겨볼 만하다. 어느 한쪽의 막연한 노력이나 이해를 강요하지 않고, 당사자뿐만 아니라 지켜보는 가족들에게도 상담과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 준다는 점에서 ‘우울증’을 대하는 저자의 진정성이 느껴진다. 불완전하지만 진짜인 ‘나’를 이루는 겹겹의 이야기들 내털리는 한국계 미국인이다. 내털리의 아빠는 ‘영진’이라는 한국 이름을 가지고 있으며, 할머니는 한국 사람이다. 아빠는 어째서인지 그 사실이 언급되는 것을 꺼리며 나이가 든 뒤로는 한국 음식도 먹지 않는다. 내털리 역시 그런 분위기 속에서 자신이 한국계라는 사실을 거의 잊고 지낸다. 그러다 인도 출신인 다리와 친구가 되어 그 집을 찾았을 때 내털리는 집 안 구석구석에서 인도 문화와 핏줄에 대한 다리 가족의 애정이 묻어나는 것을 느끼고, 자신을 이루는 일부로서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된다. 할머니와 영상통화를 하며 복을 불러온다는 ‘떡’을 만들고 엄마의 크리스마스 선물로 겨울에도 꽃이 피는 한국의 ‘동백꽃’을 손수 고른다. 내털리는 불편하거나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나’를 이루는 하나의 이야기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받아들인다. 이 책을 쓴 태 켈러의 어머니는 소설 『종군 위안부』로 전미도서상을 받은 한국계 미국 작가 노라 옥자 켈러다. 태 켈러는 작가가 되는 데 큰 영향을 준 어머니와 자신의 한국계 정체성을 무척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한다. ‘정체성’의 문제가 이 책에서는 내털리를 한 걸음 나아가게 하는 장치로서 사용되었다면 후속작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가제)에서는 조금 더 본격적인 주제로서 다뤄질 예정이다. 내털리 주변에는 완벽하지 않지만 좋은 사람들이 많다. 괴짜이지만 ‘과학’과 아이들에게 무한한 애정을 가진 닐리 선생님, 엄마를 해고했다는 오해를 샀지만 사실은 내털리만큼이나 엄마를 그리워하고 기다려 주는 멘저 교수, 부모가 ‘원만하게’ 이혼한 뒤 이전처럼 내털리와 모든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게 되었지만 여전히 내털리를 가장 잘 이해하고 내털리와 늘 함께하는 단짝 친구 트위그, 느닷없이 친구가 되었지만 누구보다 속 깊고 성실한 새 친구 다리, 특히 트위그와 다리는 대회에서 실패하고 감당하기 힘든 진실과 마주하게 된 그 아픈 밤에 내털리를 혼자 두지 않은 정말 고마운 친구들이다. 떨어지는 달걀처럼 불완전하고 깨지기 쉬운 우리에게도 지지대와 완충재가 필요하다. 때로는 가족, 때로는 친구가 비록 완벽하지 않더라도 서로에게 지지대와 완충재가 되어 준다. 결국 깨어지고 만다고 해도 그 순간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은 생각보다 훨씬 큰 위안이 될 것이다. 그러니 손잡고 말하는 것을 미루지 말 것, 어쩌면 이 책이 하고 싶은 말은 그것인지도 모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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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에 등장하는 호랑이는 복합적인 의미를 띠고 있다. 할머니와 릴리를 집요하게 뒤쫓는 통제 불가능하고 무서운 존재이면서, 한편으로는 할머니와 릴리가 고통으로부터 스스로 걸어 나오도록 부추기는 구원자이며, 궁극적으로는 ‘조용하고 완벽한 여자아이’라는 껍질 속에 감춰진 ‘자유롭고 해방된 존재’, ‘분노와 욕망을 지니고 있고 표출할 줄 아는 존재’, 나아가 할머니와 릴리가 외면해 왔던 본연의 자기 자신을 상징한다. 이처럼 적대자인 줄로만 알았던 호랑이가 차차 조력자로 밝혀지고, 릴리 안에 잠들어 있던 ‘호랑이 소녀’가 서서히 깨어나는 서사가 현실과 환상이 공존하는 세계 속에서 극적으로 펼쳐진다.
이야기 후반부에서 친구 리키는 릴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우린 아주 많은 모험을 할 거야, 초능력 호랑이 소녀.” 내면에 잠들어 있던 호랑이를 깨워서 끌어안은 순간, 릴리는 더 이상 투명 인간도, 조아여도, 손이 덜 가는 착한 아이도 아니다. ‘초능력 호랑이 소녀’다. 이제 릴리는 자신의 이야기를 마음속에 꽁꽁 가둬 두지 않을 것이다. 릴리 앞에는 더 다양하고 더 많은 이야기로 가득 찬 새롭고 거대한 세계가 펼쳐질 것이다. 그 흥미진진한 세계에서 자유롭게 모험을 즐기라고, 저자는 어린 독자들에게 속삭인다. 저자 태 켈러는 1998년 아메리카 북어워드 수상작 『종군위안부』의 작가 노라 옥자 켈러의 딸이다. ‘태’(Tae)라는 이름은 한국에서 이민 온 외할머니의 이름 ‘태임’에서 첫 글자를 따 지었다. 현지에서는 ‘테이’에 가깝게 발음되지만, 저자의 확인을 거쳐 ‘태 켈러’로 표기했다. ‘저자의 말’에서 태 켈러는 자신을 “4분의 1만 한국인”이라고 설명하기를 그만두고 “완전한 내가 되고 싶어서” 어릴 적 외할머니에게 들었던 옛이야기들을 다시 찾았다고 말한다. 그 결실이 바로 이 책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이다.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을 때만큼은 나는 부분적인 백인도, 부분적인 아시아인도, 4분의 1 한국인도, 혼혈도 아니었다. 그저 완전한 나였다. 뼛속에서부터 그것을 느꼈다. 수년이 흘러 대학을 가기 위해 하와이를 떠나게 되었을 때, 나는 그 이야기들을 버렸다.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고, 그저 어쩌다 보니, 마치 그 이야기들이 내 침대 밑으로 굴러 들어가 먼지만 쌓이게 되듯 그렇게 되었다. 머지않아 나는 그 이야기들이 내 삶에서 사라졌다는 사실마저 잊었다. 그러다 내게 그 이야기들이 무척이나 필요함을 깨닫게 된 것은 대학 재학 기간 후반, 누군가가 내게 한국인이냐고 물었을 때였다. “4분의 1만 한국인”이라고 나는 대답했다. 하자마자 잘못된 대답이라 느꼈다. 한국인이냐는 질문에는 언제나, 퍽 단순하게도, 그렇다고 하면 되는 거였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나는 내 피를 부분 부분으로 나누고 있었던 것이다. 다시 나뉘지 않은 완전한 내가 되고 싶어서, 나는 다시 그 이야기들을 찾았다. _본문 325~326쪽(저자의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