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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없는 사랑의 노래
김진환
그루 2021.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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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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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시인의 말

1
햇살 아래에서 / 소년 / 코스모스 / 소금에 대한 명상 / 스러지는 것들 / 시립도서관 / 참회 / 아름다운 문장의 사회 / 해바라기 / 슬픔의 슬하 / 고통 / 손님 / 瞻星 / 生은 이곳에 / 저녁에 / 솔 향기 흩어져 향기로운 노래를 엮는다 / 세세연년 더하소서, 이 기쁨 세세연년 함께하소서 / 나팔꽃

2
먼지의 노래 / 그리운 기도 / 돌 위의 작은 섬 / 붉은 비 내리고 / 길에 관한 명상 / 배웅 / 安 / 물속의 經典 / 겨울 산에서 / 꽃밭에서 / 영원한 순간의 봄날 / 환희작약 / 산정에서 / 우기의 새 / 문희경서 / 문경 / 견자 / 겁외에서

3
나의 낙원 / 새의 기원 / 오래된 고통 / 차라리 그는 시인이었다 / 희망의 원리 / 삶은 오래 계속된다 / 고통은 존재하지 않는다 / 원효 / 名人 / 나는 주인空이다 / 물에 대한 명상 / 갈대 / 마음의 여울 / 섬섬옥수 / 속세의 아득한 저편 / 덧없음의 발견 / 화양연화 / 不來

4
만남 / 아침 / 이렇게 가만히 / 물에 대하여 / 내 날개 옆에 / 그럼에도 불구하고 / 귀향 / 사람의 운명 / 무덤이 있는 풍경 / 유적지에서 / 격려 / 돌의 급소 / 흘러가는 것들의 세상 / 희희낙락 / 돌의 초상 / 종이 울릴 때마다 / 극락에서 / 내가 없는 사랑의 노래

시인이 쓴 해설|시가 발견한 내 안의 고요

저자 소개 1

계간 [사람의 문학] 신인상으로 문단에 나왔다. 시집 『새벽의 내력』, 『내가 없는 사랑의 노래』 등이 있으며 한국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문경여자고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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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5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144쪽 | 242g | 135*210*9mm
ISBN13
9788980694488

책 속으로

물이 칼인 때가 있었습니다

물이 칼이었다면
아아 그때
칼은 무엇이었습니까?

햇살 아래에서

비로소

물이 물소리로 물을 흘러갑니다
--- 「햇살 아래에서」
―――――――――――――――――――

두 그루 나무 사이에 모로 누워 그는 잔불처럼 꺼지는 몸으로 겨우 말했다 모든 것은 변화한다 끊임없이 공부하여라 그가 잉걸이었을 때 그는 고통을 몰랐다 찰나만이 실재하는 것을 실재가 헛것이 아니라 헛것이 실재인 것을 몰랐다 그의 몸이 말라붙은 강바닥처럼 피골이 상접했을 때 그는 고통으로 고통을 알 수 없음을 알았다 흐르는 물에 몸을 씻고 세간의 죽으로 몸을 보한 후 그는 나무 아래 고요히 앉아 오래오래 생각을 끊었다 불현듯 어둠이 걷히고 돌처럼 감은 눈으로 그가 샛별을 보았을 때, 홀연 만상이 돌처럼 텅 비어 몰록 사라졌다 모든 것은 순간에 생겨나고 순간에 사라지는 것을 사라지기 위해 모든 것이 생겨나는 것을 그는 알았다 그리 난비하던 것들이 사라졌다 그토록 맹렬히 타오르던 고통의 불이 비로소 꺼졌다 실재는 스스로 있기에 침묵하는 것을 침묵하는 실재의 법을 지금 이 순간, 문득 깨치고야 말았다는 것을 그는 알았다
--- 「덧없음의 발견」
―――――――――――――――――――

간밤에 비가 내려 메마른 땅이 촉촉이 젖었습니다 그 땅 위에 파릇파릇 새싹이 돋아났습니다 구름은 걷히고 파란 하늘이 환한 햇빛을 땅 위에 골고루 나누어 주었습니다 새싹은 햇빛을 받아 들판을 질주하는 초록이 되었습니다 끝없이 펼쳐진 초록의 들판을 아이들이 마구 내달렸습니다 넘어지면 손잡아 일으켜 주고 힘겨워 쓰러지면 다독이며 무장무장 힘을 북돋아 주었습니다

아아 눈물 속의 세상이
지금, 여기,
내 안에 내가 없는 사랑으로
늘 펼쳐져 있었습니다

--- 「내가 없는 사랑의 노래」

출판사 리뷰

시집 전체 시를 의미상 한 작품으로 압축한다면 아래 시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아래 시 또한 시간을 초월해 있다. 살펴보자. 1행의 “항체가 없”는 때와 2행의 “깊이깊이 상처받”는 때, 3행의 “상처가 나를 단련시”키는 때와 4~5행의 “상처가 나를, / 두려움의 길”을 “가게” 하는 때, 그리고 6행의 “나는 돌아오지 않”는 때의 시행이 각각 현재 시점으로, 단연으로 서술되고 있다. 이러한 시점의 고정과 단연 형식은 시간을 배제하려는 화자의 의도로 보인다. 화자의 서로 다른 상황과 사건들이 동일한 시간대에서 펼쳐지는 것은 시간이 지배하는 현상계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또 6행의 진술은 공간 개념이 어긋난다. 화자가 지금 여기에서 다른 공간으로 옮겨갔다면, 화자는 “나는 돌아오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대신 ‘나는 돌아가지 않는다’라고 말해야 한다. 다시 말해, 지금 여기의 공간에서 다른 공간의 화법으로 말하고 있는 것은 화자가 지금 공간이 없는 다른 세계를 경험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즉 아래 시에서 화자는 시공간이 없는 다른 차원의 세계를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그 세계는 우리가 사는 이원적 세계가 아니다. 현상계에서 화자가 겪는 상황과 사건들은 순수 의식의 세계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순수 의식의 세계는 현상이 없다. 그 세계는 무상과 무아일 뿐이다. 순수 의식은 의식을 의식하지 못한다. 순수 의식이 자신을 의식하는 순간은 상대적 세계로 형상화될 때의 개체 의식의 지각뿐이다. 화자는 지금 순수 의식이 형상으로 현현되는 자리, 형상이 순수 의식으로 환원되는 자리, 즉 탄생과 소멸이 공존하는 자리에 있다. 그 세계는 시공간이 없다. 그 세계의 안쪽은 순수 의식이 존재하고 바깥쪽은 의식이 형상을 받아 지각이 일어나는 현상계가 존재한다. 화자는 지금 두 세계를 이어 주는 다리와 같은 자리, 현존, 바로 그곳에 있다.

화자가 초월적 세계를 지향하는 것은 고통이 없는 세계를 꿈꾸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통이 없는 세계를 실현하는 유일한 방법은, 모든 ‘있음’을 받아들이고 지금 이대로의 세계를 있는 그대로 수용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으며 시집 해설에 갈음한다.

나는 항체가 없습니다
나는 깊이깊이 상처받습니다
상처가 나를 단련시킵니다
상처가 나를,
두려움의 길 가게 합니다
나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不來」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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