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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 5
1 가을 / 13 괜찮다 / 14 개나리 / 16 그를 기다린다 / 17 꽃, 만나러 가다 / 18 아카시아 / 20 꽃의 향기 / 21 가슴에 피는 꽃 / 22 낙강洛江에 서다 / 23 한 송이 꽃, 가지고 싶다 / 24 달맞이꽃 / 25 단술 / 26 대마도 방문 / 28 연두軟豆 / 29 나는 돌아왔다 / 30 2 바다의 울음 / 35 때늦은 예금통장 / 36 바람 소리 / 38 산벚꽃 / 39 별이 앉은 자리 / 40 봄밤 / 41 빈 집터 / 42 사람과 강물 / 44 6월 사천泗川 / 46 삼천배 / 47 선인장 / 48 소월지 / 50 응원 / 51 숲에 서다 / 52 꽃상여 / 54 3 쑥부쟁이 꽃 / 59 어쩌나 / 60 영천 만불사 / 61 예순에 심은 소나무 / 62 오늘도 눈을 뜬다 / 63 요양병원 / 64 욕지도 / 66 이천 원의 행복 / 68 인연 / 69 정취암 / 70 청산도 / 71 추어탕 / 72 태풍 / 74 봄비 / 76 하늘 법당 / 77 4 할미꽃 / 81 홍도의 밤바다 / 82 황포강黃浦江 / 83 흑산도 홍어 / 84 창틀에 부딪히는 낙엽 / 85 큰 산 / 86 죽령재 넘는다 / 87 취소 / 88 우리 가족 화이팅 / 90 초등 동창회 가는 날 / 92 행복했던 날 / 93 당신을 보내며 / 94 해설_부처님을 생각하는 시 / 1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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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이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결이 튼다 한쪽이 슬퍼지면 균형이 맞지 않는다 서로가 기뻐서 출렁이면 그 물결이 밝게 빛나서 그 사람 웃음소리가 들린다 처음은 물결이 짧고 어색하지만 서로 물결을 자주 보내 주면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은 강물 같은 유유한 사랑이 흐른다 큰 강물은 시작과 끝을 어차피 알 수 없지만 항상 맑은 물결을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사람과 강물」중에서 우리가 하나가 되지 않고는 숲을 이룰 수가 없다 푸르름을 함께 부비고 부딪치면서 춤을 추지 않고는 하나가 될 수가 없다 내가 너를 범했으니 하나가 되었고 네가 나를 사랑하니 숲을 이룰 수가 있었다 찬란하게 흔들리던 순간들이 춤을 추고 있다 땡볕 아래서도 황홀한 사랑 영원할 줄 알았는데 숲의 푸름이 변해 가고 있다 한 잎 두 잎 낙화가 되어 앙상한 뼈만 남아 차가운 바람결에 울고 있다 어쩌다 한두 잎 버티고 있는 너를 보니 갈 길이 따로 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겠다 싱그러웠던 너와 나 영원함은 없으리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갈 길이 다르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네 이제야 알았네 ---「숲에 서다」중에서 우리 집 창가에 오래된 선인장 자기 몸을 보호하기 위해 가시로 덮은 그를 본다 항상 목말라 갈증에 허덕인 그를 물을 꾸역꾸역 줄 수도 없다 그는 원래 물을 싫어했다 우리 안방엔 햇살이 잘 들지 않아 하루 종일 기다리면 가끔 다녀가곤 하는데 많은 세월이 지나간 오늘 그가 꽃을 피웠다 너를 보고 나를 본다 그냥 무심히 버려진 그에게 다가가 말을 건다 이제야 꽃피울 줄 진정으로 몰랐다고 해맑은 미소로 꽃피울 줄 어찌 내가 알았겠나 ---「독한 것」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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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리 시인은 현대불교문인협회 대구경북지회 회장을 지낸 분이다. 이 사회적 정체성은 정서리 시인의 시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나도 현대불교문인협회에서 처음 정서리 시인을 알았고, 이 분을 회장으로 모시면서 활동했다. 불교에 대한 신심이 깊고 매사 열정적으로 문학회를 이끌어 가셨다. 그리고 많은 훌륭한 가르침을 회원들과 동료 시인들에게 보이셨다. 이런 삶과 문학적 태도는 이번 시집의 각 시편에 잘 배여 있다.
이번 시집에는 크게 가족을 중심으로 한 애틋한 가족시와, 불교적 서정을 바탕으로 한 불교시 그리고 삶의 근원과 존재의 실존에 대한 문학적 고뇌가 영글어 있는 시들로 이루어져 있다. 앞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인간이 태어나서 가장 먼저 접하는 사회는 부모 형제를 비롯한 가족이다. 이후 성장해서 결혼하면 배우자와 자식이 가장 가까운 가족인 것이고 말하자면 1차적 사회인 것이다. 이 관계는 한 사람의 사상이나 인격을 형성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프랑스의 소설가이자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는 태어난 지 15개월 만에 아버지가 죽는다. 그리고 그는 외가에서 외조부의 손에서 자란다. 훗날 그가 세계적으로 저명한 작가이자 철학자로 성장한 후 그의 자전소설 격인 『말』이라는 책에서 아버지의 이른 죽음이 자신에게는 행운이었다고 말한다. 그 까닭은 아버지의 억압이 부재해서 어려서부터 자유로운 생각을 할 수 있었다고 했다(사르트르의 어머니는 아프리카 의료 선교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유명한 앨버트 슈바이쳐 박사와 4촌간이었다. 말하자면 사르트르는 프랑스의 부르주아 가정에서 태어나 계급 유지의 억압을 받았을 수 있다. 한국으로 치면 열심히 공부해라, 명문대 진학해 출세하라, 가문의 명예를 지켜라. 등등 세속적인 억압). 사르트르와 여러모로 비교되는 프랑스 소설가 까뮈 역시 두 살 때 아버지가 죽는다. 그래서 세탁 파출부 일을 하는 어머니 손에서 가난하게 자랐다. 후일 까뮈 역시 자신이 자유를 배운 것은 마르크스K. Marx가 아니라 가난이었다는 말을 글에서 남긴다. 철학자 니체도 목사였던 아버지의 정신병을 이어받아 결국 정신병으로 죽고, 독일 시인 휠더린도 아버지의 정신질환을 이어받아 37년 간 정신질환의 어두운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다가 죽은 사실은 세계 지성사에 유명한 일화이다. 가족이라는 관계는 인간들에게 이런 식이다. 어떤 형태로든 인간의 삶에는 가족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마련이다. 당연히 시인들의 시에는 유·무형으로 가족의 삶과 관계가 드러난다. 정서리 시인에게 가족은 1차적인 시의 소재가 되고 있다. 「단술」 「산벚꽃」 「빈 집터」 「우리 가족 파이팅」 같은 시들이 가족의 애틋함과 가족을 통해 삶의 구체적인 일상이 감명 깊게 그려지고 있다. 이들 시에서 나타난 가족은 정서리 시인에게는 사랑과 긍지가 넘쳐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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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지 않은 사람들이 현실 삶에서 별 볼 일 없는 문학예술을 선택해 시를 쓰고 시인이 된 데는 시를 통해서 보다 나은 참 나[自我]와 진리에 도달하고자 하는 열망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시는 현실에서 부귀와 명예나 권력이 아니다. 그런데 왜 시를 쓰고 시인이 될까? 그 대답을 정서리 시인의 제2시집 서문에서 편린을 엿볼 수 있다. “나는 호수처럼 맑게 거짓 없는 생을 살고 싶다(시집 서문).” 시를 쓰는 사람은 아수라 같은 이 현실의 삶에서는 비쩍 마르고 추레한 가난뱅이일지 모르나 영혼은 호수처럼 맑고 진실하다. 영혼이 맑고 진실한 사람이야말로 진리의 문턱에 들어간 사람이다. 정서리 시에서도 ‘극락’이라는 단어가 나오지만 그런 사람은 고단한 현실을 살아도 이미 극락에 가 있는 사람이다. 간난艱難한 현실을 살면서도 정신적으로는 참 나를 찾아 품위 있고 위엄 있는 극락의 삶을 사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시인인 것이다. 그 삶에 도달하기 위해 우리는 시라는 나침반을 들고 인생의 긴 여정을 걸어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 김용락 (시인, 전 한국국제문화교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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