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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망진 식물집사
사계절, 자연 색에 물들어 살다
이선영
책책 2021.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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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Prologue.
송당나무의 하루


1장
제주, 또다시 식물과 인연 맺다
: 쓸데없는 경험은 없음을 깨달은 7년의 제주 송당나무 정착기


서울 토박이의 귀촌 결정법
제주 왕할머니 마을, 송당리
무작정 귀촌에서 무사 안착까지
어쩌다 꽃과 식물을 만났을까
시골 쥐가 시골에 내려왔다
한결 엄마, 정말 요망지네
팔색조 머리를 한 송당리 서울 아줌마
시골에선 모두가 맥가이버
치킨 배달이 되는 날을 꿈꾸며


2장
정원을 일구다
: 함께 나이 들고 성숙해가는 내 삶의 휴식처


송당리 땅과의 첫 만남
눈에 보이지 않는 적들
정원 일의 시작과 끝, 잡초 제거
송당나무 온실 건축기
도박처럼 시작했지만
엄마 정원
한결같은 다알리아 욕심
뱀, 뱀, 뱀!
사서 고생? 좋으니까 하지요
정원의 곁식구들
30년쯤 지난 후에


3장
송당나무 가족을 소개합니다
: 가족 · 자연 · 동물에게 한결같은 집사의 일상


참 재미없는 평생 친구, 남편
아내의 뜻을 따라
두 아들
아이를 자유롭게 키우고 싶다면
고양이 일곱 마리, 강아지 한 마리
사랑하는 방법의 차이
어디 살든 가족이 최고
송당리에 뿌리내리기
함께 나이 들어가기
기본만 지키면 되는데
천천히 느릿느릿하게
내 인생의 롤모델
고운 파스텔 톤일까, 쨍한 원색일까
고집 부려야 할 땐 고집스럽게
식물을 아는 플로리스트


4장
식물과 함께여서 배운다
: 사계절, 낭만이되 낭만 아닌 환상 깨기 식물 생활


두 계절 앞서 사는 가드너
기다림에 익숙해지다
힘겨운 여름 나기
흔하지만 씩씩한 사람
자연 앞에선 한없이 작고 작은 나
섬 속의 식물들
잡초를 키우는 정원
한결같은 마음으로
삶의 다이내믹함, 성장과 변화
금손의 왕도는 많이 죽여보는 것
나 같은 식물, 너 같은 식물
보이지 않아도 소중한 기다림의 시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머니의 꽃
젊음이라는 행복
금목서와 은목서
꽃 한 송이도 귀하고 감사합니다
제주를 꿈꾸게 한 꽃, 금잔옥대
오늘도 도 닦는 마음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며 먹고사는 법

Epilogue.
앞으로 나아가는 삶을 위해

저자 소개 1

서울에서 태어나 그림을 전공하고 20년 가까이 플로리스트로 생활했다. 30대 들어 항상 ‘나만의 정원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치열하게 살다가 8년 전 그 꿈을 실현하고자 제주 시골 마을인 송당리로 무작정 귀촌을 감행했다. 착한 신랑과 함께 매일 정원을 일궈왔고 현재는 송당나무의 정원사이자 온실 카페 운영자로, 식물 · 동물 · 사람에게 밥 주고 돌봐주는 집사의 역할까지 담당하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그곳에서 행복하게 살았다’라는 동화 속 엔딩과 같은 삶을 살고자 오늘도 몸을 갈아 넣으며 송당나무 정원에서 열심히 호미질하는 중이다. 인스타그램_ @songdangnam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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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6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48쪽 | 386g | 143*200*14mm
ISBN13
9791191075021

책 속으로

요망지다. 제주에 살면서 한동안 동네 어른들께 가장 많이 들은 말입니다. 처음엔 어감과 특유의 억양 때문인지 욕인가, 싶었어요. “한결 엄마 요망지네.” 할머니들 대화에 끼어 있을 때 누군가 한 분이 격앙된 목소리로이 한마디를 남기고 후다닥 사라질 때면 솔직히 느낌이 싸-했습니다. ‘요망지다니, 내가 뭐 잘못했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동네를 잘못 선택한 건 아닌지 속이 상한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면서 보니 동네 젊은 삼촌들도 웃는 얼굴로 같은 이야기를 하니, 그제야 욕은 아니구나, 안심했습니다. (…)
요망지다는 자칫 요사스럽다 또는 요란하다는 말로 들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교회 장로님께 조심스레 여쭤봤더니 막 웃으며 좋은 뜻이라는 겁니다. 제주 사투리로 ‘똑똑하다, 야무지다’라는 뜻이니, ‘한결 엄마 요망지네’는 동네 할머니가 외지에서 온 한결 엄마에게 건네는 최고의 칭찬이었던 겁니다. 그것도 모르고 큰 오해를 하고 말았어요.
--- 「한결 엄마, 요망지네」 중에서

가게 이름을 ‘송당나무’라고 지은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우리 가족이 송당리에 안착하기를 바라면서, 큰 도움을 주신 동네 분들의 바람대로 커다란 나무처럼 이곳에 깊게 뿌리 박고 잘 살겠다는 염원을 담은 것이지요. 어떤 분은 송당나무란 나무가 따로 있느냐 묻기도 하고 송당리 ‘할머니 모시는 나무’에 기도하러 가려는데 (교회 집사인 제게) 위치 좀 알려달라고 전화하는 무당분도 있습니다만. 송당나무는 ‘송당리의 큰 나무처럼 살겠다’고, 가족이 주문을 외우듯 다짐하는 그런 의미의 공간입니다.
--- 「무작정 귀촌에서 무사 안착까지」 중에서

농사, 특히 꽃을 키우는 건 그저 낭만만이 아닙니다. 예쁘고 아름답게 관리된 식물을 키우기 위해 엄청난 시간과 노력, 자본의 투자가 필요합니다. 그러니 가드닝이라는 것이 과거에는 귀족들만 누릴 수 있는 고급 취미였던 거죠. 화분 한두 개 키우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저희 같이 나름 규모 있는 공간을 식물로 가득 채우고 좋은 상태로 유지시킨다는 것은 몸을 갈아 넣고, 시간을 갈아 넣어야만 할 수 있는 일일 것입니다. 시간도 시간, 돈도 돈이지만 특히 내 귀한 꽃들을 돼지처럼 처먹는 새끼손가락 만한 대벌레를 손으로 잡아뜯어 발로 팍 으깨버릴 수 있는 그런 ‘못돼 처먹은’ 사람이 먼저 되어야 해요. 마음이 여리여리한 착한 사람은 할 수 없답니다. (…)
영화의 삶처럼 뽀얗고 아름다운 파스텔 빛이 시골의 삶일까요? 아마도 조금은 더 쨍한 ‘원색의 피곤한 삶’이 더 클 텐데, 파스텔 빛만 생각하고 귀촌한다면 실망만 클 뿐입니다. 본인의 착각이었다는 생각은 못 한 채 시골이 변했다, 시골 사람들이 무섭다, 라며 도시로 돌아가는 사람도 많이 봤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작가분 역시 파스텔 톤으로 가득한 시골의 삶을 화면에 담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앞마당에 키운 고추, 오이, 호박을 따 먹는 그런 이야기를 기대했다고 하시더군요. 물론 저도 이것 저것 직접 키워 먹기는 하지만, 역시 그것만이 시골 삶의 전부는 아닐 겁니다. 혹시 저만 고추 따 먹고 사는 삶에 만족 못 하고 라면 끓여 먹으면서 궁상스럽게 사는 걸까요? 저 혼자만 고생하며 쨍한 시골 생활을 하는 걸까요? 정말로 그렇다면 조금은 절망스러운 기분입니다.
--- 「고운 파스텔 톤일까, 쨍한 원색일까」 중에서

저는 진짜 운이 좋아 20대에 제가 좋아하고 잘하는 걸 확실히 알고 그 일을 직업으로 삼았습니다. 30대엔 너무도 많은 경험을 쌓으며 긴 시간 힘들어하기도 하고 괴로워하기도 했습니다. 40대인 지금은 지난 시간에 비해 일이 수월하게 잘 풀리는 과정인 듯합니다. 물론 인생은 길고 긴 과정이니 ‘결국은 잘 풀렸다’로 끝날지, ‘풀린 줄 알았는데 다시 꼬였다’로 이어질지 알 수 없습니다. 풀리건 다시 꼬이건 언젠가는 50대, 60대 그리고 70대가 될 텐데 나이와 상관없이 제 삶의 목표는 ‘앞으로 나아간다’입니다. 그 앞이란 게 뭔지는 모르겠어요. 직업적인 것일 수도 있고 가족 관계와 사람 관계 혹은 경제나 지식에 관한 부분일 수도 있어요. 그게 무엇이든 지금 당장보다는 나아지도록 노력하면서 살자는 거죠. (…)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 물론 그 앞에 자질구레한 수식어가 화려하게 붙기는 합니다. 열심히, 부지런히, 하나님이 보시기에 아름답 게…. 그것이 우리 가족의 기본적인 삶의 자세가 될 수 있도록 하루 하루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롤모델을 위한 것 중 하나가 제가 다시 공부하는 것이고요. 공부하라는 백 마디 말보다 저를 보고 실천하는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제 정원, 송당나무도 그렇게 될 겁니다. 여전히 자연환경을 이기지 못해 죽어나가는 식물이 있을 것이고 제 실수로 망쳐버린 공간도 생길 테지만, 이 또한 호미 던지며 포기해버리고 싶은 순간을 참아 잘 이겨내고자 합니다. 작년보다는 올해가 더 아름답기를, 내년에는 더욱 풍성해지기를 기도하면서 열심히 호미질을 하려고 합니다. 이렇게 매일 정원을 만들어갑니다.

--- 「앞으로 나아가는 삶을 위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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