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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 일탈하는 군상
2권 사해(四海)는 모두 형제 3권 불어나는 흐름 4권 물은 양산(梁山)으로 5권 번지는 들불 6권 다 모인 백여덟 영웅 7권 돌아가는 길 8권 하늘을 대신해 도를 행한다 9권 피 흘려 닦아가는 충의의 길 10권 꽃잎처럼 지는 영웅들 |
자안子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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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각 안에 가둔 것은 서른여섯 천강성(天?星)과 일흔둘 지살성(地煞星)인데, 그들 백여덟 못된 귀신의 이름을 아까의 그 비석 앞면에 용무늬 같고 봉의 깃털 같은 모양의 옛 글자로 써서 이곳에 가두었다는 것입니다. 만약 잘못하여 그들을 세상으로 놓아주게 되면 반드시 이 세상의 목숨 있는 모든 것들을 괴롭히리라는 말씀이었지요. 그런데 이제 그들을 모두 놓아주어 버렸으니 실로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
인종 황제는 오히려 그런 홍신에게 두터운 상을 내리고 전에 하던 일로 되돌아가게 했다. 오래잖아 난세를 예감케 하는 홍신의 그 경망스러운 실수에 대해서는 끝내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 「1권 〈서장〉」 중에서 “모두 항복하라! 항복하지 않으면 모조리 죽이겠다!” 조정이 그 기세를 타고 크게 소리쳤다. 절 안팎에 있던 수백 명의 졸개들과 몇몇 작은 두령은 노지심과 양지의 그 같은 솜씨에 얼이 빠졌다. 한번 어떻게 맞서 볼 엄두도 못 내 보고 털썩털썩 무릎을 꿇었다. 크게 힘들이지 않고 이룡산을 차지한 노지심과 양지는 먼저 등룡의 시체부터 없애 버리게 했다. 졸개들이 등룡의 시체를 뒷산으로 끌어다 태워 버리고 오자 비로소 산채의 정돈이 시작되었다. (……) 산채의 새로운 주인이 된 노지심과 양지는 작은 두령들을 새로이 뽑아 각기 산채 일을 나누어 맡겼다. --- 「2권 〈양지, 노지심과 녹림에 들다〉」 중에서 연안부의 노충 경략 상공 아래서 제할로 있던 노달이란 분으로, 주먹질 세 번으로 진관서(鎭關西)를 때려죽이고 오대산으로 들어가 중이 되었는데 사람들은 그분의 등허리에 꽃수가 놓여 있다 하여 화화상(花和尙) 노지심이라 부르지요. 한 자루 쇠로 만든 선장을 잘 쓰는바, 그 선장의 무게는 육십 근이나 된답니다. (……) 저는 쇠로 만든 그 선장만 보고도 그분이 예사 인물이 아님을 알아보았습니다. 안사람을 꾸짖어 해약(解藥)을 먹이고 깨워 보니 다름 아닌 그분이라저는 그분과 의형제를 맺었습니다. 요사이 듣자니 그분은 이룡산(二龍山) 보주사(寶珠寺)를 빼앗아 청면수 양지(楊志)란 이와 함께 근거로 삼고 있다 합니다. --- 「3권 〈십자파의 장청 부부〉」 중에서 흰 옷에 흰 갑주를 입고 앞선 장수도 먼젓번 붉은 옷의 장수처럼 새파란 젊은이였다. 한 자루 방천화극을 쥐고 선 그의 머리 위로 흰 깃발이 펄럭거렸다. 북소리 요란한 가운데 마주친 두 젊은 장수는 말 한마디 나누는 법도 없이 창을 들어 맞붙었다. 둘 다 대단한 솜씨였다. 두 산비탈 가운데의 넓은 길 위에서 서른 합이나 어울렸지만 얼른 승부가 나지 않았다. (……) 말 위에서 그 광경을 본 화영은 왼손으로 화살통에서 화살을 뽑아 시위에 얹더니 힘껏 시위를 당겼다 놓았다. 바람을 가르며 날아간 화살은 보기 좋게 두 장수의 창을 얽고 있던 술을 끊어 놓았다. --- 「4권 〈양산박 가는 길〉」 중에서 송강군의 등 뒤를 난정옥과 축룡, 일장청이 무리를 나누어 뒤쫓아왔다. 아무리 찾아도 길은 없고, 추격은 다급하니 모두가 사로잡히는 수밖에 없는 듯했다. 그런데 때맞춰 구원이 왔다. 남쪽에서 한 호걸이 말을 달려오는데, 그 뒤를 오백이 넘는 인마가 따르고 있었다. 송강이 놀란 눈을 들어 보니 바로 몰차란 목홍이 이끄는 인마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동남쪽에서도 두 호걸이 삼백이 넘는 인마를 이끌고 달려왔다. 한 사람은 병관삭 양웅이요, 다른 하나는 반명삼랑 석수였다. 동북쪽에서도 한 호걸이 달려 나오며 외쳤다. “모두 게 섰거라.” 송강이 보니 그는 소이광 화영이었다. 세 갈래의 군마가 한꺼번에 구원을 온 것이었다. --- 「5권 〈커지는 싸움〉」 중에서 “나라에는 하루도 임금이 없어서는 아니 되고 집안에는 하루도 주인이 없어서는 아니 됩니다. 조 두령께서 돌아가신 지금 우리 산채인들 어찌 주인 없이 일이 되겠습니까? 형님의 크신 이름은 이미 널리 세상에 알려진 터이니 좋은 날과 때를 골라 형님을 산채의 주인으로 모셨으면 하는 게 저희 모두의 뜻입니다.” 임충이 먼저 나서 그렇게 말을 꺼냈다. 송강이 어림없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 모든 두령들이 산채의 새 주인에게 절하고 본 뒤 두 줄로 늘어앉자 송강이 입을 열었다. “내가 오늘 부득이 이 자리에 앉게는 되었으나 믿는 것은 오직 형제들의 도움뿐이오. 모두 한마음 한뜻이 되어 팔다리처럼 도우면서 하늘을 대신해 의를 행하도록 합시다.” --- 「6권 〈송강, 양산박의 주인이 되다〉」 중에서 송강과 노준의는 하는 수 없이 몸소 말 위에 올라 진 태위와 그를 따라온 사람들을 산 아래까지 호송했다. 세 관문을 무사히 지나온 뒤 송강이 땅에 엎드려 절을 올리며 죄를 빌었다. “이 송강이 조정에 귀순할 뜻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조서를 꾸민 관원들이 너무 우리 양산박의 형편을 모르신 듯합니다. 몇 마디만 좋은 말로 어루만져 주셨다면 저희들도 충성을 다해 나라의 은덕에 보답했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나라를 위해 죽은들 무슨 한이 있겠습니까? 태위께서 이번에 돌아가시거든 이런 실정을 잘 말씀드려 주십시오.” 그러고는 급히 물을 건너게 해 주었다. 양산박 사람들의 험한 기세에 얼이 빠진 태위 일행은 무어라 대답할 겨를조차 없었다. --- 「7권 〈귀순은 틀어지고〉」 중에서 첫 잔을 비운 숙 태위는 다시 금잔에 술을 따라 먼저 송강에게 권했다. 송강이 꿇어앉은 채 잔을 받아 마셨다. 그런 다음 노준의, 오용, 공손승의 순으로 나머지 두령들도 차례로 한 잔씩 어주를 마셨다. 백여덟 명의 두령들이 모두 한 잔씩 마시자 송강은 어주를 모두 걷게 했다. 그런 다음 태위를 가운데 자리에 앉히고 여러 두령들로 하여금 절을 올리게 했다. “이 송강은 지난날 서악에서 태위의 존안을 뵈온 적이 있습니다. 태위님의 두터운 은혜에 무어라 감사의 말씀을 올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천자의 좌우에 계시면서 힘써 상주하시어 저희들을 다시 밝은 햇빛을 보게 해 주셨으니 그 은혜 뼈에 아로새겨 길이 잊지 않겠습니다.” 송강이 여러 두령들을 대신해 새삼스레 숙 태위에게 감사를 드렸다. --- 「8권 〈마침내 이루어진 초안〉」 중에서 좌우에 각기 늘어선 기패관(旗牌官) 스무 명에게는 송강이 몸소 나서서 명을 내렸다. “그대들은 각 영채로 가서 싸움을 독려하되 싸움에서 앞서 나아가지 않고 뒤로 물러나며 명을 어기는 자들은 그 자리에서 잡아 처벌하라.” 명을 받은 기패관들이 물러가자 크게 나팔 소리가 울리고 기수와 기패관들은 각기 대오로 돌아가 싸움터로 나가기를 기다렸다. 송강이 다시 명을 내려 물과 뭍에서 싸우는 여러 장수들에게 싸울 곳을 정해 주었다. 이어 북소리를 신호로 대오를 가지런히 한 뒤 다음 신호에 따라 깃발들이 올려지고 세 번째 신호로 각 부대가 출발하였다. 실로 기세가 하늘을 찌를 듯한 대군의 출진이었다. --- 「9권 〈다가오는 결전〉」 중에서 ‘내가 만일 이 고을에서 죽는다면 여기가 산소 자리로는 더없이 좋은 곳이 되겠구나. 한가할 때는 늘 와서 노닐며 이 풍광을 마음껏 즐겨야겠다.’ 그러는 사이에 어느덧 송강이 그곳에 온 지도 반년이 지났다. 때는 선화 6년 초여름 어느 달 초순이었다. 문득 조정에서 어주를 보내왔다는 전갈이 들어왔다. (……) 송강은 먼저 어주를 받아 마신 뒤에 사자에게도 권했다. 그러나 사자는 술을 마실 줄 모른다고 핑계하며 끝내 어주를 받지 않았다. (……) 송강은 그제야 간사한 꾀에 넘어간 것을 깨달았다. 그는 틀림없이 간신들이 독약을 탄 어주를 보낸 것이라 여기고 스스로 한탄하였다. --- 「10권 〈꽃잎처럼 지는 영웅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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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적 인식을 배제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고전을 재해석하는
작가의 손끝에서 펼쳐진 장편소설 『이문열 수호지(전 10권)』 서른 해를 건너 ‘결정판’이라는 이름으로 재출간! “예로부터 신의가 없는 나라는 반드시 망하였고, 예의를 모르는 사람은 반드시 죽었으며, 의롭지 못한 재물은 반드시 빼앗겼고, 용기 없는 장수는 반드시 싸움에 졌다. 그것이 자연의 이치이니 새삼 이상할 게 무엇이겠는가?” 실제로 사람을 잡아먹던 북송 말년에는 사치에 빠진 도군황제, 대신과 환관의 유착, 주변국과의 분쟁, 지방 관리들의 착취, 충의라는 이름하에 약탈과 식인을 일삼던 송의 군대 등에 의해 당시 백성들은 피가 마르는 삶을 살았다. 그런 세상의 억압과 부조리, 부패에 맞서 온갖 살인과 약탈, 분탕질을 치다가 양산박으로 모여든 도적 떼. 이야기는 송강, 노지심, 무송 및 좀도둑 시천, 물귀신 완소칠 등 108명의 도적 떼를 등장시키면서 그 시대 상황과 인물의 성격, 사건의 전개에 대한 묘사를 마치 바로 옆에서 팽팽한 합을 이루듯 긴장감 있게 전개된다. 이 책은 그저 험한 도적 떼들의 영웅담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하늘을 대신해 정의를 행하기로 맹세한 영웅호걸들이 때론 북송을 압박하던 요와 싸우기도 하고 부패한 관료들과 맞붙기도 하면서, 민심을 대변하듯 끊임없이 정의에 대해 화두를 던진다. 그 모습이 혼탁한 지금의 우리와 일맥상통한 면을 볼 수 있다. 어쩌면 오랜 시간 여전히 『이문열 수호지』가 읽혀 왔고 또 읽어야만 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특별히 이번 책에서 달라진 점은 10권 마지막에 수록된 『수호후전』을 과감하게 걷어낸 일이다. 중국 고전 『수호지』의 세 가지 판본인 『제오재자서 수호지』, 『충의수호지』, 『수호후전』을 엮어 완성한 『이문열 수호지』는 지금까지 여러 판쇄를 거듭하면서 『수호후전』을 축약했다가 다시 한 권 분량으로 할애하는 등 고심을 거듭했다. 그리고 이번 결정판에서 이문열 작가는 “세상에 나온 모든 수호지의 모음’이란 헛된 자랑에 젊은 내 마음이 끌려 벌인 일 같다”라고 하며 『수호후전』을 떼어내기로 했다. 그리하여 좀 더 집약적으로 108 영웅호걸들 한 명 한 명을 따라가며 흥미진진하고 통쾌한 스토리가 전개되는 『이문열 수호지』의 면모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의 정치가 마오쩌둥이 중국 고전 소설 중에서 가장 좋아했던 『수호지』. 책 속의 많은 줄거리를 줄줄 외울 수 있을 정도로 그의 정치 삶에도 도움이 됐던 중국 4대 기서 중 하나인 『수호지』. 약육강식의 논리가 아직도 통용되고 있는 이 시대에 『이문열 수호지』가 진짜 정의에 대해 가르쳐 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