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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 이야기
인간과 동물이 맺은 새로운 관계
EBS BOOKS 2021.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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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에세이 top20 1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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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책을 펴내며 | 우리의 삶 어디든 있는 존재, 가축_서준
인간과 동행하는 가축에 대한 예의_김규섭

PART 01 동행
최초의 가축
늑대, 개 그리고 인간
특별한 가축, 개
가축이 된다는 것
개여우 혹은 여우개
고산의 가축
툰드라의 순록 유목민, 네네츠
숲속의 순록 유목민, 차탄족
양과 염소

PART 02 사치스러운 음식, 젖과 고기
동물의 살, 고기
도축
파푸아에서 돼지의 운명
소와 물소의 엇갈린 운명
고귀한 음식, 젖
척더 아저씨의 겨울 준비
잉카의 가축, 기니피그

PART 03 일하는 가축
농사를 돕는 식구, 소
습지에 강한 물소
당나귀는 열심히 일하는 남자 같아요
낙타 이야기
너무나 기르고 싶은, 그러나 기를 수 없는
말을 타고 톈산을 오르다
다나킬사막의 소금 카라반
가장 불쌍한 가축

PART 04 유목민 이야기
좀 심심해도 괜찮아요
늑대와 유목민, 그리고 겨울
세계의 지붕, 유령을 닮은 눈표범
척더 아저씨의 가을 이사
차강사르와 오츠
안데스의 목동
똥 이야기

PART 05 남은 이야기
중앙아시아의 수원지, 파미르
말라 버린 바다, 아랄해
티그로바야발카에서
강원도의 기억
오지의 묘약
파미르에 가면

저자 소개 2

충남 논산 출생으로 생물학과 생화학을 공부하고, EBS PD로 입사했다. PD 생활 대부분을 국내외에서 자연과 환경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며 보냈다. 현재 EBS 편성기획센터 협력제작부 PD로 재직 중이다. 주요 작품으로 [아시아 대평원] [신과 다윈의 시대] [히말라야] [비밀의 땅 파미르] [중앙아시아, 살아남은 야생의 기록] [가축] [범의 땅] [공존의 그늘] 등의 다큐멘터리와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하나뿐인 지구] 등의 교양 프로그램이 있다. 2018년 ‘대한민국 콘텐츠대상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표창’, ‘한국방송대상 생활정보 부문’을 비롯해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
충남 논산 출생으로 생물학과 생화학을 공부하고, EBS PD로 입사했다. PD 생활 대부분을 국내외에서 자연과 환경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며 보냈다. 현재 EBS 편성기획센터 협력제작부 PD로 재직 중이다. 주요 작품으로 [아시아 대평원] [신과 다윈의 시대] [히말라야] [비밀의 땅 파미르] [중앙아시아, 살아남은 야생의 기록] [가축] [범의 땅] [공존의 그늘] 등의 다큐멘터리와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하나뿐인 지구] 등의 교양 프로그램이 있다. 2018년 ‘대한민국 콘텐츠대상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표창’, ‘한국방송대상 생활정보 부문’을 비롯해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상’을 5회 수상했으며, ‘엠네스티 언론상’, ‘2018 휴스턴 영화제 다큐멘터리 부문 심사위원특별상’, ‘children earth vision award’등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 『아시아대평원』이 있다.
1974년 강원도 정선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새들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래서인지 자연스럽게 자연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것이 꿈이었다. 군 복무 후 동아방송대학교 영상제작과에서 다큐멘터리 이론을 공부했으며, EBS에서 조연출을 거쳐 현재 독립PD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 EBS 다큐프라임 [곤충, 밀리미터의 세계] [생존] [가축] [비밀의 왕국] [곤충, 전략의 귀재들], EBS [이것이 야생이다], KBS 환경스페셜 [삵, 산골마을로 내려오다] 등이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상’을 2회 수상했으며, 한국PD연합회 ‘이달의 PD상’, 한국독립PD
1974년 강원도 정선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새들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래서인지 자연스럽게 자연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것이 꿈이었다. 군 복무 후 동아방송대학교 영상제작과에서 다큐멘터리 이론을 공부했으며, EBS에서 조연출을 거쳐 현재 독립PD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 EBS 다큐프라임 [곤충, 밀리미터의 세계] [생존] [가축] [비밀의 왕국] [곤충, 전략의 귀재들], EBS [이것이 야생이다], KBS 환경스페셜 [삵, 산골마을로 내려오다] 등이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상’을 2회 수상했으며, 한국PD연합회 ‘이달의 PD상’, 한국독립PD협회 ‘이달의 독립 PD상’ 2회 수상, ‘한국독립PD상’ 등을 수상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6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328쪽 | 616g | 153*224*17mm
ISBN13
9788954758901

책 속으로

훌라계곡의 한 집터에서 약 1만 3,000년 전 수렵채취 생활을 하던 사람들의 유물이 대량으로 발견됐는데 그중에서 가장 관심을 끈 것은 50대로 추정되는 한 여성의 유골이었다. 그녀의 왼손은 생전에 기르던 것으로 추정되는 개를 보듬고 있었다. 살아서는 물론 죽어서도 1만 3,000년이라는 긴 시간을 함께한 사람과 개. 이 유골은 인간과 개 사이의 아주 오래된 친밀한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그 유골을 지켜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둘 사이에는 어떤 사연이 있었기에 개의 주인이었을 여인은 1만 3,000년이란 엄청난 시간 동안 자신의 개를 보듬고 있었을까?
--- p.30

야생동물은 가축이 되면서 많은 변화를 겪는다. 여러 변화 중 첫 번째로 외모를 꼽을 수 있다. 개를 보면 먼저 주둥이의 길이가 짧아지는데, 늑대와 몽골 개 그리고 애완견인 코커스패니얼을 비교해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애완견 중에는 극단적으로 주둥이가 짧아진 퍼그 같은 종들도 있다. 개로 길들여지면서 인간이 주는 먹이를 받아먹게 되었으므로 더 이상 사냥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으로 생각한다.
--- p.44

한창 추운 12월, 몽골에서 촬영할 때의 일이다. 양과 염소 중에 아랫배에 무언가를 달고 있는 놈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는데 얼핏 보면 마치 앞치마를 두른 듯했다. 알고 보니 몽골어로 ‘훅’이라고 부르는 이것은 수컷의 아랫배에 달아서 암컷과의 짝짓기를 원천적으로 막기 위한 도구였다. 일종의 피임 도구인 셈이다. 가축이 되면 번식은 인간이 전적으로 통제한다.
--- p.47

가축화와 함께 공격성이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인간이 야생동물을 가축화하면서 성격이 난폭한 놈들은 도태시키고 온순한 개체만을 선택적으로 교배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린 시절 우리 집에서도 닭을 몇 마리 길렀는데 닭백숙이 되는 영순위는 다른 닭을 괴롭히는 못된 성격을 지닌 놈이었다. 이런 과정이 수천 년 지속되면서 온순한 성질을 가진 개체만이 후손을 남기게 되어 가축은 시간이 갈수록 온순해졌다고 한다.
--- p.50~51

아름다운 계절 6월, 키르기스스탄에서 톈산으로 향하는 도로는 곳곳에서 심각한 교통체증이 발생하는데, 이는 자동차가 아닌 가축 때문이다. 키르기스 유목민은 계절에 따라 산을 수직으로 오르내리며 가축을 기르는데 겨울철은 산 아래에서 보내고 이듬해 봄이면 다시 산을 오른다. 매년 5월 말에서 6월 초가 되면 키르기스 유목민은 이처럼 모든 가축을 끌고 자일로라고 부르는 산중턱에 있는 여름 목초지로 이동하고, 자일로에 도착한 사람들은 이동식 천막집인 유르트를 치고 여름을 보낸다.
--- p.67~68

조류인 닭을 제외한다면 전 세계 어디서나 가장 널리 기르는 가축은 아마도 양과 염소일 것이다. 양의 조상은 야생 양의 일종인 무플론이며, 염소의 조상은 야생 염소 베조아르(Bezoar)로지금도 이란, 이라크 등의 중동지역에 서식하고 있다. 양과 염소는 개 다음으로 가축화가 빨리 이루어졌다는데 비옥한 초승달 지대로 불리는 이라크 지역에서 처음 가축화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축화가 된 후, 양과 염소는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몽골의 초원지대, 히말라야와 파미르의 고산지대, 황량한 고비사막, 남아메리카의 안데스, 호주의 초지, 아프리카의 사바나까지 지구상에 양과 염소가 없는 곳은 없다.
--- p.90

우리는 거의 매일 고기를 먹는다. 우리나라는 소량이라도 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음식은 찾기 어려워 채식주의자들이 생활하기 어렵다고 하니 고기를 먹기보다 안 먹기가 힘든 셈이다. 고기를 얻으려면 동물을 죽여야 하므로 고기와 도살은 뗄 수 없는 관계다. 가축의 비명 소리, 죽어가는 몸부림, 흐르는 피, 바로 도축의 풍경이다.
--- p.107

무슬림도 가축을 도살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죽임을 당하는 가축의 고통을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가능하면 칼을 예리하게 갈고 순간적으로 급소를 가격해 불필요한 가축의 고통을 줄인다.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가축을 죽여야 하지만 유목민에게 가축은 가족과 같이 소중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 p.110~111

도축은 특정한 카스트의 사람만이 할 수 있다. 관운장이 사용하던 청룡도와 같은 무지막지한 칼을 사용하는데 도축 과정은 너무도 끔찍했다. 지금까지 보아 왔던 도축 장면 중에 가장 살벌했다. 이날 이후 한 달 동안 고기를 먹을 수 없을 정도였다.
--- p.128

젖은 어미가 오직 자신의 새끼를 위해 만든 음식이다. 그러니 젖의 주인은 가축의 새끼다. 그래서 유목민들은 가축의 젖을 짤 때 지키는 몇 가지 규칙이 있다. 그중 하나는 새끼가 아주 어려서 젖 외에 다른 먹이를 먹지 못할 때는 젖을 짜지 않는다는 것이다. 새끼가 먹을 젖이 부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축의 종류에 따라 젖을 짤 수 있는 시기가 정해져 있다.
--- p.140

유목민은 장례를 치르는 장소에 어미 낙타와 새끼를 데려와서는 어미가 보는 앞에서 새끼를 죽였다고 한다. 그러면 시간이 지나고 주변 환경이 아무리 바뀌어도 어미 낙타는 새끼가 죽은 장소를 정확히 찾아 그곳에서 눈물을 흘린다는 것이다. 이런 방법으로 몽골 유목민은 조상의 묘를 찾았다고 하니 참 잔인한 장례 방법이다.
--- p.142

낙타는 힘이 센 동물이에요. 코뚜레를 꿰어야만 사람이 이용할 수 있어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예 이용하지 못해요. 코뚜레를 하지 않으면 머리를 치켜 올려서 사람을 들이받아요.
--- p.178

잉카문명이 존재했을 때 이미 비쿠냐 사냥을 하고 비쿠냐의 털을 깎았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오직 잉카의 왕족들만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이 섬유는 굉장히 귀한 것이었기 때문에 일반 사람들의 사용은 암묵적으로 금지되어 있었습니다. 오늘날도 비쿠냐 털로 만든 섬유는 굉장히 비싸죠. 이 섬유로 만든 정장 한 벌에 약 4만 5,000유로(약 5,900만 원)나 하니까요.
--- p.187

비쿠냐와 치루가 살고 있는 안데스와 티베트는 모두 해발고도가 4,000미터를 훌쩍 넘는 고산지대다. 두 동물 모두 고산의 극심한 추위를 견디기 위해 이런 최고급 털을 갖게 됐을 것이다. 하지만 두 동물 모두 최고급 털을 가졌다는 이유로 인간의 탐욕에 희생당해 심각한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 p.192

낙타는 한쪽에 12장씩, 양쪽 합계 24장의 소금판을 짊어지는데, 그 무게는 120킬로그램에 달한다. 단봉낙타의 경우 최대 150킬로그램의 짐을 지고 하루에 40킬로미터를 갈 수 있다니 짐꾼으로는 최고의 가축임에 틀림없다. 소금판 싣기를 마친 낙타의 행렬은 이제 소금 시장이 있는 바르할리를 향해 3일 길을 가야 한다.
--- p.206~207

노새, 조, 하네크는 자연에는 존재하지 않던 동물이지만 인간의 필요에 따라 태어난 가축이다. 노새와 하네크는 평생 무거운 짐을 날라야 하고, 조는 죽을 때까지 쟁기를 끌어야 하는 운명이다. 문제는 이렇게 서로 다른 종을 이종교배하여 태어난 동물은 생식 능력이 없어 새끼를 낳을 수 없다는 것이다.
--- p.218

파미르에서 눈표범은 보호동물이다. 투티쇼 아저씨는 눈표범을 죽인 죄로 우리 돈으로 40만 원가량의 벌금을 내야 한다고 울상이었다. 가난한 파미르 사람에게는 엄청난 금액이다. 자신의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가축을 팔십 마리나 잃은 초르샨베 아저씨도, 정당방위였는데도 엄청난 벌금을 물게 된 투티쇼 아저씨도, 단지 생존을 위해 가축을 잡아먹으려다 죽임을 당한 늙은 눈표범도 모두가 안타까운 노릇이다. 인간이 가축을 기르며 생기는 피할 수 없는 비극이다.
--- p.247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아버지를 따라 가축을 기르기 시작했어요. 이 산을 넘어 다니며 가축을 기른 지도 벌써 40년이 넘었어요. 가축을 먹일 풀을 찾아 1년 내내 산을 넘어 다니며 이동해야 해요. 나는 40년째 이렇게 밖에서 살아가고 있는 유목민입니다.
--- p.251

몽골 사람들은 가축이 탈이 나면 서로 아파해 주고 위로를 건넨다. 또 기르던 가축이 한 마리라도 죽으면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표정으로 슬퍼하는 것을 종종 보았다. 가축을 잘 돌보지 못했다는 자책감과 창피함이 얼굴에 묻어났다. 차강사르를 보내며 또 한 번 느낀 사실이지만 유목민에게는 가축이 전부다.
--- p.271

방으로 들어가니 약초 냄새가 은은하게 풍기는 것이 나를 위해 천연방향제라도 뿌려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잠시 후 마을을 둘러보다 조금 전 맡은 향긋한 약초 향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한 여성이 자기 집 외벽에 무언가를 열심히 바르고 있었는데, 알아보니 진흙과 소똥을 50:50으로 섞은 ‘똥흙’이었다. 그렇게 외벽을 바른 뒤에는 집 안 내부를 똥흙으로 꼼꼼히 칠했다.
--- p.278

이제 아랄해 주변에는 아무도 살지 않는다. 하늘을 나는 새조차도 찾아볼 수 없다. 살아 움직이는 생명이라고는 벌레 한 마리 찾을 수 없는 죽음의 공간이다. 아랄해의 물을 찾아가는 반나절 내내 우리 일행 외에는 한사람도 만나지 못했다. 드디어 아랄해의 물을 만났다. 파도가 치고 있었다. 파도가 만든 흰 거품들이 여기저기 굴러다니며 쓸쓸함을 더했다.

--- p.297

출판사 리뷰

인간과 가축이 공존하게 된 과정, 그 여정을 따라가 보는 〈가축 이야기〉
우리의 삶 어디든 있는 존재, 가축에게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예의에 대하여


가축은 공기와 같은 존재다. 인간은 그들을 입고 먹는다. 가축은 인간의 몸을 보호하던 의복을 넘어 욕망을 표현하는 패션으로, 허기를 채우는 고기라는 제품으로 존재한다. 식탁 위에서도 항상 마주하지만, 맛으로 평가할 뿐 고마운 존재라는 것을 우리는 잘 모른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였다. EBS 다큐프라임 〈가축〉을 제작하며 가축이 인간과 공존을 하게 된 이유와 과정에 대하여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 책을 펴내며 중에서

≫ EBS 다큐프라임 〈가축〉
야생동물의 가축화는 인간에 의해 일방적으로 이루어진 과정이 아니라 인간과 동물이 서로 협력한 결과하는 것이 연구를 통해 밝혀지고 있다. 인간은 가축으로부터 먹거리와 의류, 노동력을 얻었고 가축은 인간으로부터 맹수로부터의 보호와 안정적인 먹이 등의 다양한 이익을 었다는 것이다. EBS 다큐프라임 〈가축〉은 인간과 가축 사이의 관계를 상호의존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이를 통해 인간과 가축 사이의 바람직한 관계는 무엇인지, 인간이 가축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


야생에서 최고의 맹수로 꼽히는 늑대가
어떻게 개가 되었을까?


가장 먼저 가축이 된 동물은 개다. 그리고 개의 조상은 늑대다. 가축의 기원에 대해 몇 가지 밝혀진 사실들을 종합해보면 인류 최초의 가축은 늑대를 길들인 개라는 것이다. 개의 조상은 늑대지만 인간은 늑대를 기를 수 없다. 늑대를 기르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고기가 필요하다. 사람도 먹기 힘든 고기를 먹여가며 늑대를 기르려는 수고는 하지 않았을 것이고 유별난 야생성 또한 늑대를 기르기 힘든 이유 중 하나였을 것이다. 인간이 늑대를 기를 수 있는 기간은 고작 1년 남짓, 늑대는 결코 길들여지지 않는 동물 중 하나다. 새끼 늑대를 기르는 알타이의 카자흐 유목민은 늑대는 개와 전혀 다른 동물이라고 단언한다. 인간은 늑대가 주변을 경계하고 사냥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점차 가까이 두었을 것이고, 그런 늑대의 자손들은 점차 사람에게 순종적으로 변하며 개가 되었다는 것을 추측할 뿐이다. 늑대가 인간을 선택했다는 이야기에 힘이 쏠리고 있다. 늑대는 기를 수 없고, 길들일 수 없지만 늑대의 후손인 개는 인간의 가장 친숙한 동반자가 되었다.

가축이 된 개는 인간의 사냥을 도왔다. 이스라엘 남부의 네게브사막에서 발견된 약 5,000년 전 암각화에는 인간과 개가 협동해 사냥하는 모습이 새겨져 있다. 개가 야생 염소인 아이벡스를 꼼짝 못하게 포위하고 인간이 활을 쏘고 있는 장면이다. 우리나라의 멧돼지 사냥도 이와 비슷하다. 개가 멧돼지를 쫓아 포위하면 사냥꾼은 총을 겨눈다. 이때 개는 멧돼지의 반격을 받아 부상을 당하기도 하지만 개는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이렇듯 개는 목숨을 걸고 인간을 돕지만 인간이 개를 위해 목숨을 거는 일은 절대 없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키르기스에서 촬영하던 중 늑대 무리가 개를 물어 죽인 일이 일어났다. 개가 죽은 처참한 현장에는 혈투가 벌어진 흔적이 고스란히 남았다. 얼마 후에는 반대로 개가 늑대를 물어 죽인 일도 일어났다. 개의 조상은 늑대로 지금도 교배를 한다면 새끼를 낳을 수 있지만 개와 늑대는 인간을 사이에 두고 철천지원수가 되고 말았다. 저자는 늑대와 개의 관계를 악연이라 설명한다.

파푸아 다니족은 개를 무척 아낀다. 늘 옆에 앉히고 털을 골라주며 내 몫의 밥을 나눠주기도 한다. 먹을거리, 특히 단백질이 부족한 곳이지만 다니족은 개를 먹지 않는다. 개를 먹는 것은 금지되어 있으며 개가 죽으면 나무에 버린다. 몽골 유목민은 개를 인간으로 환생하기 바로 전 단계의 존재라고 여긴다. 개를 먹어서는 절대 안 되는 이유다. 기르던 개가 죽으면 꼬리를 잘라 머리에 베게 하고 몸에 우유를 뿌린 후 묻는다. 사람으로 환생하기를 기원하는 의식이다.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는 조금 다른 모습이다. 쓰레기 더미를 뒤지며 먹이를 찾느라 야단법석인 개들, 하나같이 비쩍 말라 있는 도시의 개들. 이렇듯 개를 대하는 세계 각국 다양한 민족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야생동물은 가축이 되면서 많은 변화를 겪는다. 주둥이의 길이가 짧아지고 안면각이 줄어들며 털의 색깔이 다양해진다. 또한 가축화되면서 뇌의 크기도 줄어든다. 돼지는 멧돼지에 비해 30퍼센트가량 뇌의 크기가 줄어 있다. 인간과 함께 살며 먹이를 사냥할 필요가 없고 포식자로부터 공격받을 일이 없으니 후각이나 청각이 불필요해지기 때문이다. 거대한 뿔도 점차 작아지며 성격도 온순해진다. 가축화는 온순해지는 과정으로 여기에 예외는 없다.

가축이 되며 변화하는 야생동물들의 특성들을 찬찬히 따라가다 보면 인간과 가축의 관계에 대해 특별한 시각을 갖게 될 것이다.


가축을 따라 이동하는 유목민의 삶을 만나다

중앙아시의 알프스로 불리는 키르기스스탄의 톈산은 6월이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다. 톈산으로 향하는 도로는 심각한 교통체증으로 몸살을 앓는다. 가축의 행렬 때문이다. 키르기스 유목민은 겨울철은 산 아래에서, 이듬해 봄이면 다시 산을 오른다. 5월 말에서 6월 초가 되면 가축을 끌고 자일로라는 여름 목초지로 이동해 이동식 천막집인 유르트를 치고 여름을 보낸다. 이곳에서 가축을 살찌우고 겨울이 되면 마을로 돌아가 식량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러시사의 툰드라 지역에 흩어져 사는 네네츠족은 순록과 함께 살아가는데 여름에는 북쪽으로, 겨울에는 남쪽으로 이동하는 생활을 한다. 먹이를 찾아 이동하는 순록을 따라 살아간다. 시베리아 타이가의 남방 한계선으로 울창한 산림지대에서 사는 순록 유목민 차탄족 또한 순록 없이 이 땅에서 살아갈 수 없다. 이렇게 세계의 오지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유목민들이 어떻게 가축과 함께 살아가는지, 가축을 어떤 존재로 여기는지, 인간이 가축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돌아볼 시간을 갖게 한다.


만들어지고 진화하는 가축,
결코 끝나지 않을 인간과 가축의 동행


『가축 이야기』는 인간과 친밀한 가축의 이야기를 담은 ‘동행’으로 문을 연다. 이스라엘 훌라계곡의 한 집터에서 발견된 여성의 유골, 그녀의 왼손은 개를 보듬고 있다. 1만 3,000년이라는 시간을 함께한 사람과 개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었을까? 개를 기르던 사람이 죽어 개가 순장을 당한 것으로 여겨지는 장면이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함께하는 그야말로 ‘동행’이다.

2장 ‘사치스러운 음식, 젖과 고기’에서는 인간이 고기를 얻기 위해 가축을 도축하는 장면을 담고 있다. 가축이 고통 없이 숨을 거둘 수 있도록 단번에 도축하는 기술, 그리고 도축 후 얻은 고기를 남김없이 먹는 사람들, 저자는 이를 가축에 대한 예의라고 설명한다. 가축이 젖을 짤 때도 먼저 새끼에게 젖을 물린 후 사람이 이용할 젖을 짜는 것 또한 이런 맥락이라고 이야기한다. 3장 ‘일하는 가축’에서는 농사를 돕는 소, 예전에 이집트에서 남북으로 300킬로미터를 오가며 짐을 날랐다는 당나귀, 120킬로그램의 소금판을 등에 지고 하루에 40킬로미터를 이동하는 에티오피아의 낙타 이야기를 소개한다. 4장 ‘유목민 이야기’는 가축이 생활하기 좋은 곳을 찾아가는 척더 아저씨의 이사 여정을 통해 유목민들에게 가축이란 어떤 존재인지 엿볼 수 있는 시간이며, 마지막으로 ‘남은 이야기’는 외부세계와 격리된 곳에서 만난 동물, 사람들, 다양한 경험들을 담았다. 잘 알지 못하고 아무나 가기 힘든 곳, 1년에 절반 이상을 외지를 찾아다니며 신비로운 풍경과 그 속에서 가축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는 두 명의 프로듀서를 통해 인류에게 가축이란 어떤 존재인지, 가축이 인간에게 미친 영향을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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